아트 마케팅의 탁월한 효과는 이미 수 차례 검증되었다고 하겠다. 하지만 직 접적인 마케팅 툴이 아닌 이상, 자본력 이 받쳐주는 대기업 위주의 마케팅 전 략이 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 럼에도 재기 넘치는 중소기업들은 벌써 부터 그들만의 개성만점 아트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쌈지 _ 아티스트 영입 아트 제품 선보여
중소기업 아트 마케팅의 선두주자로는 패션 브랜드 쌈지를 빼놓을 수 없다. 쌈 지는 2006년부터 젊은 아티스트를 영입 해, 그들 고유의 개성이 드러나는 디자 인 라인을 따로 출시하는 파격적인 마 케팅 전략을 선보인 바 있다. 가장 처음 등장한 사람은 팝 아티스트 낸시 랭. 낸 시 랭은‘디자인 바이 낸시 랭’이라는 패션 라인을 내놓았는데 터부요기니, 치킨 헤드 등 독특하고 재미있는 작품 세계를 선보인 젊은 아티스트답게 쌈지 의 가방, 티셔츠 등에 그녀만의 감각적 인 디자인을 덧붙였다. 결과는? 대성공 이었다. 10~20대 젊은 여성층의 큰 호 응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그 후 쌈지는 하상백, 앤디 워홀 등의 아티스트 라인 을 꾸준히 출시해, 지속적 인 아트 마케팅을 시 도하고 있다. 사실, 쌈지의 아 트 마케팅은 어제오 늘의 일이 아니다. 쌈지는 브랜드 탄생 초창기부터 김원 숙, 유연희, 양주혜, 엄정순, 홍승혜, 최 선희 등 여성 작가들의 판화를 제작해 매장에서 상품과 함께 예술을 판매 보 급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또 쌈지의 가 방, 구두, 액세서리, 선글라스, 시계 등 신상품을 선보이는 패션쇼에도 영상, 페인팅, 실험무용을 포함하는 퍼포먼스 를 도입해 쌈지의 브랜드에 예술이라는 이미지를 덧입히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헤이리 아트 밸리에 자리 잡은 쌈지의 미술창고 ‘딸기가 좋아’만 봐도 단번에 짐 작할 수 있다. 덕 0 3 8 AUGUST 0 3 9 분에 적은 자본으로도 얼마든지 훌륭한 아트 마케팅을 선보일 수 있음을 온몸 으로 증명했으며 수많은 대기업을 제치 고‘아트 마케팅의 효시’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수석무역 _ 와인에 아트 접목한 독특한 마케팅
와인 판매 회사 수석무역 은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다빈치사의 와인‘모 나리자’를 출시해 와 인에까지 아트를 접목 시켰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사는 우수한 포도 생산지이자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의 출생지인 토스카나 지방에서 1961년 부터 와인을 제조, 판매해온 회사다. 모 나리자 와인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 품인 모나리자 그림이 병에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 명화를 감상하는 묘미와 함께 와인의 탁월한 가치를 짐작할 수 있 게끔 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또 이미 익숙한 명화의 이름을 딴 와인인 만큼 출시 초부터 브랜드 인지도를 확실히 높 였음은 물론이다.
조선무약 등 _ 광고 속에 예술 작품 삽입
광고 속에 예술 작품을 넣는 방식 또한 많이 눈에 띄는데 그중에서도 우황청심 환으로 유명한 조선무약의 CF ‘절규’ 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절규는 동명의 회화에 기발한 카피를 더한 인쇄 광고 다. 총 2편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 광고는 1편에서 고통스럽게 절규하는 그림에 ‘불안할 때 필요한 것은 우황청심환’이 라는 카피를 더했고, 2편에서는 실제 그 림을 패러디해서 그림 속 인물이 환하게 웃고 있는 가운데‘뭉크, 솔표 우황청심 환을 만나다’라는 기발한 카피를 더했 다. 결국, 유명한 뭉크의 그림을 통해 불 안한 상황 속에서도 우황청심환만 있으 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음을 한눈에 짐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꼭 제품이나 광고에 아트를 접목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아트 마케팅 을 선보이는 기업들도 늘고 있는데, 일 례로 패션전문기업 (주)한섬은 대표브 랜드 마인(MINE)과 에스제이(SJSJ)의 신 상품 출시 패션쇼를 대신해 브랜드 이미지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청담동 유 아트스페이스에서 열기도 했다. 보통의 기업 전시는 자사 브랜드의 노출은 물 론 로고의 기재 등에 신경을 쓰는 것에 반해 아트 마케팅에 철저한 (주)한섬의 경우는 자사 제품의 감성적인 이미지만 을 작품에 담아서 한층 화제가 되었을 정도다.
공간세라믹 _ 환경 아트 마케팅으로 매출 쑥쑥
한편, 점토 벽돌 전문 업체인 공간세라 믹은 국내 최초로‘환경 아트 마케팅’ 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한주택공사가 올 9월에 문을 여는 경기 파주 운정 신 도시 유비파크에 공간세라믹을 상징하 는 조형물‘동상(童想)’을 설치한 것이 다. 동상은 테라코타 전문 작가 한애규 가 디자인한 것으로 양면이 서로 다른 환조 형태의 작품. 한쪽은 턱을 괴고 엎 드려 생각하는 아이의 해맑은 웃음을, 반대쪽은 바다 속 인어와 물고기의 형 상을 생동감 넘치게 표현했다. 이 작품 에는 약 7,500장의 친환경 점토벽돌이 사용되었는데, 작품을 보는 기쁨과 동 시에 친환경 점토 벽돌의 효과에 대해 서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 다. 덕분에 건설가, 설계회사, 관공서 등에서 점토 벽돌에 큰 관심을 보이게 되어 회사의 매출 역시 덩달아 상승하 고 있다는 후문이다.
고(故) 백남준은 생전에“돈을 쓰되 낭비가 되지 않는 것으로는 미술만한 것이 없다. 돈을 쓰면서 다시 돈을 버는 것은 미술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의 아트 마케팅 붐은 이 말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일단 돈을 투자하기만 하 면 몇 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힘 이 예술에는 있기 때문이다. 미술이나 예술의 명성에 브랜드 이미지를 덧씌우 는 것은 생각보다 안전하고, 기대보다 효과가 좋은 마케팅 전략일 수밖에 없 다. 다만, 그 투자비용이 적지 않은 것 이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자 본 규모를 갖춘 대기업이 아니라면 아 직까지는 아트 마케팅의 벽이 높은 것 도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중소 기업들의 사례처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얼마든지 기발하고 아름다운 아트 마케팅을 펼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