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 10주차 명상일지 >
3년 전 시작한 요가를 통해 명상을 접하고, 본격적으로 명상을 시작한지 1년이 좀 넘었다.
처음에는 정말이지 좌선으로 앉아있기도 힘들고, 호흡에 집중하려하면 호흡이 갑자기 답답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명상을 안 한날은 뭔가 정신없는(의식하지 못하는, 알아차림이 부족한) 하루가 되어,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특히 동국대 명상지도자 과정을 배우며 이젠 명상하는 순간만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감정과 느낌에 대한 알아차림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나의 일상에서 알아차림 하지 못하는 부분이 하나 있음을 새삼 알아차림하게 됬는데, 그것은 나의 식습관(식탐), 음식을 먹는 속도와 음식의 양에 대해서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알아차림)있는 부분이다.
특히 음식을 빠르게 먹고, 배가 불러도 음식이 아깝다며 미련스럽게 남김없이 먹는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도 모르게 (심지어 불량한) 끊임없이 과자를 먹곤 한다.
그래서 이번주에는 음식명상과 위빠사나 명상을 통해 이런 나의 식습관을 알아차림 하고자 한다.
11/11 (월) 음식 명상 10분
아침에 일찍 출근하여 김밥 한줄과 함께 조용한 곳을 찾아 10분 동안 음식명상을 하였다.
반듯이 의자에 앉아, 김밥 꼬다리를 한입 입에 넣고 눈을 감았다. 천천히 씹으며 맛과 식감을 관찰하고자 했으나, 습관처럼 빨리 씹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김밥의 맛을 관찰하고자 했을때는 이미 죽처럼 잘게 부서져 버린상태로 목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두번째 김밥 꼬다리를 입에 넣고 눈을 감았다. 씹지않고 입안에 가득찬 김밥의 촉감을 느껴보았다. 한입 깨물면 딱딱한 오이가 아삭하게 씹히고, 그 다음으로 달달한 단무지의 식감, 그 다음으로 꼬들한 쌀알과 고소한 참기름의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새 모든 식재료가 죽처럼 잘게 부서져 목으로 조금씩 넘어간다. 더이상 씹을것이 없는, 작은 조각조차 사라질 때 까지 씹고 씹고 사라진다.
세번째 김밥은 눈으로 재료를 새삼 관찰하고 향을 맡고 입으로 넣었다. 조금 식어서 약간 차가운 느낌이지만 입안의 온기로 금세 따뜻하게 변해간다. 새콤하게 초절임된 오이와 달근한 단무지 식감 뒤에 이번에는 오뎅, 계란, 게맛살의 맛도 느껴졌다. 그렇게 네번째 김밥까지 천천히 씹고 음미하며 음식명상을 마쳤다. 음식명상 10분 동안 김밥 4개를 먹었는데, 명상을 마친 후에도 마치 명상하듯 김밥의 맛을 오롯이 느끼며 두어개를 더 먹었는데, 적당한 배부름을 알아차리고 김밥 반줄을 남기고 식사를 마쳤다.
오늘 하루, 아니 앞으로 계속 이런 알아차림을 가지고 음식을 대할 수 있기 바란다.
11/12 (화) 위빠사나 명상 10분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차한잔을 하고, 간단히 몸을 풀고 좌선하여 위빠사나 명상을 하였다. 배의 움직임에 집중하려고 했으나, 어제 하루의 식습관을 돌아보게 되는 생각들이 계속 떠올랐다. (다행히 어제는 빠르게 먹다가도 다시 알아차림하는 식사를 하고, 간식에 대해서도 의식하고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다 또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계획들이 불쑥 생각이 나면, '나의 에고' 야, 그런 생각이 들었구나..그렇게 알아차림 해주고
그 생각에 대한 평가나 감정으로 이어가지 않고, 다시 호흡과 배의 움직임으로 돌아오려고 노력했다.
11/13 (수) 감사 만트라 명상 10분
오늘은 아침에 명상을 하지 못한 채 출근하였다. 오후에 회사 동료와 차를 마시며 향후 조직개편이나 업무 변화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 이후, 오랜만에 불쑥 미래에 대한 불안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 불안한 일이 현재 일어나지 않은 실체가 없는 것이며 지금의 생각은 그저 나의 에고가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아차림했지만, 오늘은 나의 에고가 불안해할 수 있는 먹잇감을 제대로 낚은 것 같았다. 저녁에 요가로 몸과 마음을 집중하며 땀을 흠뻑 흘리고 집에 돌아와서도 왜인지 기분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피곤하지만 '감사합니다' 를 되뇌이는 만트라 명상을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내가 누리는 것들, 집과 가족, 건강, 관계, 일 모든 것들에 대하여 이 얼마나 감사한지..오지 않은 미래의 어떤 상황보다, 오롯이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만 진심으로 감사함을 가지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이렇게 만트라명상을 했다. 명상을 하는 동안은 그 어떤 불안도 상념도 떠오르지 않았다.
명상을 하면서 일상에서의 여러자극에 담담해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나의 에고는 괴로움의 자극거리를 즐기고 찾아내고 있구나! ' 라는 것을 새삼 알아차림하는 하루였고, 다시 명상을 통해 그런 에고를 내려놓아보는 하루 였다.
11/14 (목) 음식 명상 10분
오늘 아침은 다시 음식명상을 통해 나의 식습관과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관찰하는 명상을 했다. 어제 챙겨놓은 구운 감자반개, 고구마반개를 준비하고 의자에 앉았다.
눈을 감고 감자의 냄새를 먼저 관찰했다. 구운 감자의 구수한 향과 어제 상온에 두워서 인지 약간 쉰것 같기도 한 냄새도 났다. 한입 물고 입안에서 감자의 무르고 단단한 정도를 느끼고 감자 속의 부드러움과 껍질의 쓸쓸하고 뻣뻣한 촉감도 느꼈다. 잘 구워진 포슬포슬한 감자의 식감을 느끼며 천천히 씹었다. 감자의 구수하고 담백한 맛, 은은한 단맛과 미세한 짠맛도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아는 형용사로 표현할 수 없는 감자 특유의 미세한 어떤(?) 맛도 느껴졌다. 몇번 씹지 못하고 금새 녹아버리듯 목으로 삼켜졌다. 그렇게 몇차례 베어먹으며 감자를 먹는 입안의 감각을 바라보다보니 감자 반쪽이 사라졌다. 다음으로 고구마 반쪽의 향을 맡아보고 한입 물었다. 감자보다 달콤한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바로 씹지않고 입안에서 고구마 한입의 촉감과 씹지않고 느껴지는 맛을 관찰했다. 달달하고 하루지나 살짝 쫀득한 식감..나도 모르게 잠시 맛에 심취해 바라보기를 놓쳤다가 다시 고구마의 맛과 식감들을 관찰하다보니 어느새 명상 종료 알람이 울렸다.
아침 음식명상으로 인해 하루 중에 먹는 음식에 대하여 천천히 의식해서 섭취하고, 과거처럼 배가 터질 때까지 먹기보다 적당한 포만감을 알아차리고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또한 요가 후에 야식이 너무 먹고싶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과자를 찾기보다 야채와 바나나 같이 건강한 음식을 선택한 하루였다.
11/15 (금) 위빠사나 명상 10분
평일의 마지막 금요일 저녁을 마무리하는 위빠사나 명상을 했다.
조용한 방에서 불을 끄고 좌선하여 호흡하는 배의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좌선하고 있는 내 몸의 감각들과 몸의 정열상태를 관찰하였다. 어느덧 나의 에고는 지루했던지 또 생각거리를 찾아내는데, 이렇게 불안없이 평안할 때는, 해야할 일과 같이 계획거리를 떠올리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됬다. 그런 생각들은 바라보려는 순간 늘 연기처럼 사라진다. 생각은 한번에 하나밖에 못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럼, 다시 배 호흡의 움직임을 마음으로 바라보고 또 무언가를 계획하는 생각을 관찰하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고 그렇게 명상을 마무리 했다.
금주에는 매일 명상 후 일지를 작성해서인지 보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감정들 (음식을 대하는 감정들을 포함하여)을 알아차림하고 생활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