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행복
광주광역시 대인동 대인시장 내에는 “해뜨는 집”식당, 일명 “천원식당”이 있다.
한 끼 식단에 세 가지 반찬, 밥과 된장국이 나오는 너무나 작은 밥상이지만 음식 값으로 단돈 “천원”만을 받는다.
요즘 시체 말로 동네 개도 안 물어간다는 천 원짜리 한 장 달랑 받고 한 끼 식사를 제공한다는 훈훈한 세상이야기이다.
단돈 천원으로 한 끼 식단 제공하는데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어 월 2백만의 적자를 보면서도 지금까지 이 식당을 운영하던 80대 김선자 할머니가 며칠 전 소천(召天)하였다는 소식에 뉴스가 되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아직도 살기가 어려워 천 원짜리 식당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김 할머니 살아생전에 어느 기자가 어떻게 적자를 보면서까지 천원만 받고 식사를 제공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김 할머니의 답변은 이러했다고 한다.
자신이 어려웠을 때 자존심 때문에 구걸하지도 못하고 밥을 굶어본 일이 있었다고
그 이후 형편이 좀 나아지면서 밥 굶는 사람의 애환을 너무나 잘 알기게 돈 천원도 받지 않으려 했지만 식당을 찾는 손님에게 돈을 받지 않으면 구걸하는 요량이 되어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기 위해 천원의 돈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김 할머니가 며 칠 전 대장암으로 세상 떠나면서 마지막 유언으로 “계속해서 식당을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유지를 받들어 “시장운영회”에서 이어받아 식당을 운영키로 했다는 소식에 안도하게 되었다.
김 할머니가 그렇게 넉넉하지도 않은 삶에서 아낌없는 배려가 있었기에 세상 사람들이 가슴속 깊은 감동을 받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들 고향에서의 뿌듯한 이야기여서 가슴 한편에서 자랑스러워진다.
지금부터 250여 년 전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당시 종교의 부조리를 비판하면서 “신은 죽었다”고 외친 적이 있다. 지금 나는 김 할머니 같은 천사를 진정 창조신이 있다면 왜 이렇게 빨리 저 세상으로 데려가야만 했는지 원망스럽다. 그래서 나는 비 신앙인으로서 “신을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고 부정하고 싶다.
여기서 다시 위에서 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5,6백만원 한다는 루이뷔통 가방에 서울 명동거리에서는 “3초 백”이라는 별명이 있다.
거리에 나가면 3초마다 그 비싸다는 명품 백을 메는 여인들을 볼 수 있는데서 붙은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루이뷔통의 본고장 파리 샹젤리제거리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을 서울거리에서는 흔하게 겪으면서 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여인네들이 비싼 가방을 메고 활보하는 사회에서 아직도 끼를 굶거나 천 원짜리 식당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는 사실을 알고 살아갈까?
그러나 지금 우리들은 그런 혼란 속에서 있는 자와 없는 자가 서로 아무렇지도 않게 같은 사회 속 공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온다.
오늘은 고등학교동창 고양분회 모임이 있는 날이다. 금년 들어 두 번째로 갖는 모임이며 지난모임에 불참했던 신현국, 안영우 친구얼굴을 대하게되어 반가웠다.
저녁식사 모임에 좌정하면 김영균 고양회 회장은 먼저 당일 회비 만원을 자진신고토록 한다. 모두들 다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지갑을 열어 제킨다.
그러면 돈 만원의 가치는 어느 정도 일까?
광주 대인시장 “천원식당”을 생각하면 한 끼 10인분에 해당하는 돈이다. 대단히 큰돈으로 생각되어진다.
그렇지만 명품 백을 메는 여인네들에게 만원은 얼마의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게 큰 가치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극장 영화 값이 만원이고 아메리카 카푸치노 커피 한잔을 사면서 만원을 내밀면 잔돈 3,4천원 거스름돈 받는다. 또 목욕탕 이발비가 만원이고, 삼계탕이 만2천원이며 반계탕은 6천원이다.
만원은 우리생활에서 생각보다 그 가치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물가는 오르고 만원이라는 지폐는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만원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70년대만 해도 축의금, 부의금으로 3천원을 봉투에 넣으면 체면유지가 되었는데 요즘은 최저금액이 5만원이다. 더욱이 5만 원짜리 신사임당 여자얼굴이 나오면서 세종대왕의 존재가치는 더욱 절하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우리들 친구모임에서는 만원의 행복은 무척 크다 할 것이다.
돈 만원을 내놓고 아내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 말고도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는데 그 의미가 더 크다 할 것이다.
우선 친구들과 만남의 자리보다 더 아름답고 즐거운 것이 우리들에게 또 있을까?
첫째로 친구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다.
가까운 친구들의 소식은 물론이고 정치이야기에서 종교이야기이며 친구들의 가정에서의 사생활 이야기까지 조금도 두려움 없이 들을 수가 있다.
옛날 젊었을 적에 첫 사랑이야기면 더욱 좋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그 때는 비밀스러웠던 이야기도 지금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들을 수 있어 좋다.
둘째로는 무엇보다도 내가 마음대로 거리낌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이기에 좋다.
사람이란 참 이상한 동물이다. 남의 말 듣는 일보다 자신이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자신이 말을 잘 해서도 아니고 말을 잘 못 하드라도 자신의 생각이며 의견을 친구들 앞에 털어놓고 친구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또 믿음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심리적인 것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남으로부터 옳다고 인정받아 존경받고 싶어 한다. 특히 남자들 세계에서는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는 목숨을 거는 일에도 주저하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모인 친구들은 서로가 서로의 말을 존중해주고 다 들어주면서 비난하는 일도 없으니 세상에서 이보다 더 좋은 만남의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요즘은 집에서 아내까지도 나의 존재감에 비중을 두지 않고 타인을 대하듯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자꾸 젊은 날의 존재에서 상실감을 느끼게까지 한다.
어쩌면 집에서 아내와 함께 있을 때보다 밖에 나와 친구들과 이야기 하고 지내는 시간이 더욱 행복해질 때가 많다.
그래서 만원의 행복이 자꾸만 커져간다.
돈 만원을 내 놓고 한 끼 식사를 하는 그 자체가 큰 것이 아니라 내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얻는 그 자리가 마련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생의 오복(五福)이 무엇이던가?
논어에서는 오복을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라 했다.
여기서 “유호덕”은 “봉사하고 덕을 베푸는 것”을 말하고, “고종명”은 “자기 집에서 가족 앞에 두고 임종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현대에서 오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건(健), 처(妻), 재(財), 사(事), 우(友) 라 한다.
여기서 “재산”은 끼니 걱정하지 않고 모임에 나와서 회비 만원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형편이면 족하지 않을까?
돈에 대한 욕심을 무한대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스스로 현재 가진 것으로 만족하면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사(事)”는 고양회 모임에서 유일하게 “사(士)”자 자격을 가지고 있는 김영태 친구는 아직도 병원에서 원장노릇하며 돈 벌면서 활동하고 있으니 그 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
그러나 나 같은 백수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산에 오르고 시간 되는대로 책 읽고 또 오늘처럼 친구들 만나서 소일하는 것도 “사(事)”에 가름한다 할 것이다.
나는 오복 중에 아쉽지만 먼저 4가지(건,처,재,사)를 마음속으로 다 갖추었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우(友)”을 완전히 갖춤으로서 오복을 다 지녔다고 자부하고 싶다.
나뿐 아니라 오늘 모인 고양회 친구들은 모두가 다 오복을 다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만원의 행복”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었다.
김영균 회장은 오늘도 결산보고 한다.
감기에 걸려 술꾼이 술도 못하는 신현국 친구를 위해 몸보신으로 보신탕전골을 시켜먹고도 기금이 기 십 만원이나 남아있다고 자랑한다.
그것은 서울 동창친구들이 가끔 고양회에 참석하여 모임스폰서를 하고 간일들이 있어 기금이 남아 있다할 것이다.
고양회에 다녀간 친구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는 바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건강만 한다면
우리들 고양회 모임은 다음에도 만원의 행복은 계속 될 것이다.
2015. 3. 21. 한 만 섭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네.
잘 읽었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