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번역이 쉬운가? 어려운가?
잘 아는 사람에게는 어려울 것이 없을 것이고, 돌팔이나 엉터리나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한없이 어려울 것이다.
요즘 <동의보감>에 다시 푹 빠져 있다. 2000년도에 한의원을 찾아 다니면서 약초와 풍토병을 묻기도 하고, 따지기도 했던 시절이 다시금 떠오른다. 참으로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에도 갸우뚱거린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역시 <동의보감>은 대한민국 사람에게는 여전히 수수껚가 아닐 수 없다.
그 탕약편 토부(土部)에 이런 낱말, 약재가 있다.
백초회(百草灰)와 백초상(百草霜)이다.
이 두 낱말에는 '灰/霜'이 다를 뿐 공통어는 '百草'이다.
이 글자를 그냥 보면 '백 가지 풀'이라거나, '온갖 풀'이라고 하면 틀림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해석하면 될까?
어떤 번역가는 "백초상( 百草霜 ) 百草를 연료로 하여 이룬 것으로 그을음(黑灰)이다 성분 독이 없다."고 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 번역은 틀렸다. 분명 <동의보감>에서 다른 이름으로 "조돌묵竈堗墨"이라고 했으니, 이 뜻에 따르면 부엌의 아궁이의 이맛돌에 붙은 검댕이다. '霜'[상]이 '서리'와도 상관이 없다.
그 해석에서 "百草를 연료로 하여 이룬 것으로 그을음(黑灰)"은 "백초회(百草灰)"이다. 이 백초회 또한 '그을음'이 아니라, '재', 즉 "백 가지 풀을 베어다 그늘에 말려서 태운 재"를 가리킨다.
백초회와 백초상을 전혀 다르게, 아니 전혀 틀리게 해석해놓고 버젓이 자랑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똑같은 글자 "百草"[백초]가 경우에 따라 전혀 다르게 번역/해석되는 것은 당시에 사람들이 그렇게 사용했던 용어라는 점에서 옛것을 그대로 살려주어야 한다. 현재의 지식의 수준과 정의로써 과거를 재단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정말로 사물이든 역사이든 제대로 알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