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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망매의 무도장
김송죽
1
이종구는 시내에 들어서자 차를 천천히 몰았다. 오가는 차들이 많은데 보배같이 여기는 싼타나가 어데 잘못 부딧쳐 외각이 긁히거나 찌그러들면 어쩌는가.... 그런데 이놈의 차를 몰고 유람을 하면 몰라도 이건 불청객마냥 환영받지 못하는 빚받이를 다녀야 하니.... 오늘은 그래도 좀 괜찮은 기분이다. 린근의 한족향에 꿔준지 10년이 넘는 돈 30만원중 그런대로 절반가량 받아냈으니.
싼타나의 후시경에 뒤를 따르는 트럭 하나가 불쑥 뛰여들었다. 색깔이 연푸른 동풍패트럭이다. 앞창웃귀퉁이에 붙어있는 종이장을 보고 종구는 그것이 일수의 차라는걸 알아보았다. 일수는 한국 가 벌어온 돈으로 트럭 한 대를 사서 벌써 다섯해째 운수업을 하고있는데 벌이가 괜찮았다.
나도 종구형님처럼 꾸준히 벌어 살아가렵니다 하는 일수가 종구는 좋았다. 그가 올해에 43살, 종구보다 네살 어린 편이니 그를 형님이라 부르는건 당연하리라. 그들은 서로 남남사이건만 한시내에 사는 동포요 종종 만나는터라 퍼그나 가깝게 지내고있다.
《제길할!》
종구는 차를 급정거시켰다. 웬 녀석이 자전거를 끌고 앞을 막 꿰지르고있었던거다.
《눈 멀었어!?》
종구는 내려진 차창으로 머리를 내밀고 꽥 소리쳤다.
그러자 이와 때를 같이해 그의 눈앞에 과연 그가 제일 싫어하는 장면이 벌어지고말았다. 그자는 아예 손에 잡고있던 자전거를 활 놓고 길바닥에 쓰러졌던것이다. 자전거짐받이에 고정해놓은 각목의 량 끝에 걸려있던 커다란 싸리광주리 두 개가 길에 나딩굴었다.
《원, 이런!.....》
교통경찰이 달려왔다. 그는 책망어린 예리한 눈길을 싼타나에다 꽂았다. 사고의 장본인은 분명 네로구나 하는 기색이였다.
이때까지도 종구는 제 차에 않은채 까딱하지 않았다. 내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거다.
교통경찰이 바투 다가와 차창유리를 똑똑 두드렸다.
《어떻게 된겁니까?》
《그 사람하고 물어보시오. 난 근본 다치지 않았으니까.》
경찰은 그런가 하면서 넘어진 사나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이구.... 어이구.... 》
그 사나이는 전혀 운신하지 못할양 앓음소리만 뽑으면서 엄부럭을 떨었다.
《이러면 좋잖은데.》
경찰은 눈살을 세우면서 뒤덜미를 잡았다.
그제야 사나이는 마지못해 일어나는데 환갑을 넘긴 추접스레 생긴 한족령감쟁이다. 령감은 새우가 길바닥에 수태 널린걸 보더니만 그만 우거지상이 되어갖고 종구의 싼타나에 매달리며 야료를 부리기 시작했다.
《내 새비값을 내라! 내 새비값을 내라!....》
일수가 참다 못해 트럭에서 훌쩍 뛰여내렸다.
《빌어먹을 령감두상! 무슨 지랄이야, 엉? 덤터기를 씌워두 분수있지!... 나두 봤다, 나두 봤어! 제절루 쏟아놓구서두 새비값을 내라? 죽고싶거든 어디 그냥 떠들어봐!》
욕사발을 퍼붓고나서 다시 뛰여올라가 차를 몰고왔다. 과연 당장 깔아버릴듯이.
엑크! 혼비백산한 령감쟁이는 번져진 자전거와 길바닥에 나딩구는 싸리광주리들 황급히 수습해갖고 물러갔다. 그러는 꼴이 우스워 한바탕 터지는 웃음소리....
《재수없이! 원 더러워서!...》
종구는 세웠던 싼타나를 다시 몰며 두덜거렸다.
나라에서 개혁개방정책을 펼치자 종구는 현소재지와 붙어있는 교구 어느 한족마을의 우사간을 헐값으로 사 거기다가 합성유지공장을 꾸리고는 그걸 만들어 팔아서 돈을 남먼저 괞찮게 벌었다. 그의 사적은 여러번이나 신문에 나고 텔레비에도 올랐다. 그러다보니 성소재지와는 거리가 먼 이 구석진 지방에서 한때는 개혁의 선줄군으로 인금이 올랐던 그다.
종구는 급유소와 금속창문공장이 있는 구역을 지나고 상점거리를 지나 서북쪽에 있는 새주택구역에 꺾어들었다.
《아버지, 우린 언제 유람 가나요?》
《아버지, 난 북경 가고파요.》
오늘아침에도 소학교 다니는 아들애와 딸애가 제 애비의 팔에 매달려 겨끔내기로 졸랐다.
《올해는 꼭 간다, 꼭.》
애비의 입에서 이런 대답을 받아내고는 너무너무 기뻐서 퐁퐁 뛰는 애들.
그러는걸 보고 행복에 도취되여 방실방실 웃는 안해의 밝고 환한 얼굴.
아담진 2층 양옥이 반갑게 맞아준다.
2
이틑날 종구는 공장에 가서 외현의 어느 건축공사장에서 당장 요구한다는 합성유지를 일수의 트럭에다 한가득 실어보내고나서 시내로 되들어와 금속창문공장을 찾아갔다. 트럭이 고장나서 이제 합성유지생산에 쓸 원료들을 사오자면 또 거기의 차를 빌려써야 했던것이다.
금속창문공장의 곽성옥공장장은 한족인데 종우가 차를 오후만 빌려쓰자니 그래라고 얼른 대답했다. 그보다 나이가 5살 손우인 이 한족사나이 역시 촌에서 올라와 5년째 금속창문을 만들어 팔고있는데 마음이 너그럽고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다.
5월의 태양은 광활한 대지에다 눈부신 밝은 빛을 한껏 뿌리고있었다.
종구는 날씨가 따스하고 좋은데 술이나 한잔 같이 나누자며 곽성옥을 끌었다.
곽성옥은 아닌게 아니라 자기도 술생각이 난다면서 흔쾌히 나섰다.
종구는 금속창문공장을 나오자 곧추 현성의 중심구역에 있는 "아리랑개장집"쪽으로 차를 몰았다. 전해에 구정물을 밖에다 버렸다가 검찰의 눈에 잘못 걸려 "위생불합격벌금"을 크게 당하는통에 한때 명성이 나빠졌지만 손님에게 해바치는 개장만은 의연히 맛이 좋아서 이 자그마한 도시의 거리판에서는 내내 손님을 끌고있는 집이였다.
로반(老板ㅡ주인) 박씨아낙네는 오늘도 종구앞에서 검찰원에서는 너무한다고 푸닥거리 같은 공소를 해댔다. 얼마나 속에 내려가지 않으면 지금도 저럴가?
종구네가 개고기에 술을 한잔씩 하고나서 밖으로 나오니 방금왔는지 빨간 싸리승용차 한 대가 그의 싼타나를 피해 머리를 저켠으로 돌리고있었다. 뒤꼬리에 단 패쪽을 보니 현검찰원의 차다.
(저건 왜 왔을가?)
싸리차의 뒤문이 열리더니 안에서 두사람이 내렸다. 한사람이 면목있는데 그는 현검찰원의 판공실주임 주은지였다. 한데 저쪽은 누굴가? 초면이다. 그 사람은 두눈을 간잔지런히 쪼프리고 싼타나를 보다가 낯을 돌려 시선을 이쪽 두사람의 몸에다 떨군다. 보아하니 주은지가 그를 배동해서 여기로 먹으러 온것 같다.
《주주임, 오래간만입니다.》
곽성옥이 먼저 옷는 얼굴로 주은지를 향해 인사말을 건늬였다.
《도둑질을 해도 사모(紗帽)바람에 거들먹거린다더니 그리구두 여기로 먹으러 다녀? 낯짝도 두껍다.》
종구는 혼자소리로 중얼대면서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체 누가 조작해낸 법인지 종구가 지금 살고있는 이 놈의 현은 과연 괴상했다. 공안도 법원도 아닌 검찰원에서 제 기한에 돌아오면 되돌려주고 그러지를 않으면 몰수한다면서 외국에 벌이를 나가는 사람들한테서 인당 3천원씩 "보증금"이라는것을 받아냈다. 토끼꼬리만큼이나 짧다란 기한내에 어떻게 제꺽 벌어갖고 돌아온단말인가? 그래서 외국가는 사람은 가면 불법체류를 하리라 맘먹고 떠나는건데... 그러다보니 "보정금"이란 실상은 억울해도 눈물을 삼키며 빨리우는 피요, 아파도 소리치지 못하고 떼우는 살점이나 다를바 없었다.
종구는 곽성옥공장장을 집까지 데려다주려고 올 때와 마찬가지로 그를 제 싼타나에 태웠다.
주은지가 모시고 온 간부어른은 그 자리에 못박힌듯 종구의 싼타나가 저 멀리로 사라질 때까지 그냥 지켜보는데 낯에 구름장이 끼여있었다. 건장하게 생긴 이 중년의 사나이가 바로 여기 현검찰원에 검찰장으로 갖 부임해 온 장은생이다. 한데 오늘 개고기 먹으러 왔다가 백성이 검찰장인 자기보다 더 갑진 차를 타고 다니는걸 보니 걸신들린 개가 뼈다귀 핧는 고양이를 보았을 때 처럼 지악스런 욕기가 생기면서 기분이 잡쳤던거다.
주은지가 자 어서 들어갑시다 하고 모시자 장은생은 잠간만 하면서 입을 열었다.
《전 현에 저런 차가 몇 대나 되는가?》
《본래는 여러대 되었습니다만 지금은 시내안에 몇 대 안보입니다. 검찰장동지, 근데 그건 왜 묻습니까?》
《알구푸니 묻는거지. 저 싼타나는 어디건가?》
《차를 모는 사람의거지요.》
《대체 뭘하는 사람이게?》
《합성유지를 만들어 팔아먹는 사람입니다.》
《이름이 뭔데?》
《이종구입니다.》
《이종구라... 조선족 아니요?》
《옳습니다. 조선족입니다.》
《그것도 개체기업이겠구만. 그렇지?》
《거야 더 말할게 있습니까.》
《건 무슨 뜻이요?》
《생각해보시오. 개체기업아니구야 싼타나 타고 다닐 신세가 됩니까? 우리 여기서도 국영기업들은 언녕 빵빵 파산당하구 집체기업도 겨우겨우 살아가는 판인데 언제 싼타나 타고 다닐 궁리를 하겠습니까?》
《이쪽건 누군가, 낯이 검스레한 사람?》
《곽성옥입니다. 촌에서 올라와 금속창문을 만들어 팔고있는데.... 그는 한족입니다.》
《나도 그렇게 봤어. 그것 역시 개인건가?》
《그렇습니다.》
《음ㅡ》
주은지는 방금 부임한 이 검찰장이 왜 갑자기 고양이 락태상이 되는지를 알아맞혔다.
《가난한 현이니 방법 있습니까.》
주은지는 손바닥을 마주 비비면서 황송해하였다. 눅거리 쌰리차에다 제 상급을 태우고 나다니는게 마치도 자기의 불찰이나 죄로 되기나 하듯이. 그러나 그래놓고는 부아가 동해서 속으로 두덜댔다. 이 자식아, 현재정이 곤난해서 지금 직원들의 로임도 제때에 내주지 못하는 주젠데 네가 고급차를 타고싶으냐. 어디 그러기만 해보지. 네놈들은 현을 이 꼬라지로 만들어놓구서두 향수는 무슨 놈의 향수냐며 백성들이 들고일어나는거야.
장은생은 두눈을 깜작거리면서 이쪽을 여겨봤다. 주은지의 속대사를 촉기 빠르게 읽어낸것 같았다.
《중앙에서 렴정건설을 제창하는거야 부패를 막자는거지. 그렇다고 거기에 속박받기만 해서야 될가. 주관능동성을 발휘해서 자기의 면모를 개변할줄도 알아야지... 안그런가?》
새로 부임한 이 지도자는 말을 고무줄같이 늘였다 줄였다 하는데 담력이 있고 재주도 있는것 같았다. 내가 이 사람의 눈에 나지 말아야지 하고 주은지는 극력 감정을 발라맞췄다.
《검찰장동지의 말씀에 과연 일리가 있는것 같습니다.》
《내 말에 일리가 있다! 정말인가?》
장은생은 두눈을 간잔지런히 쪼프리며 다시 본다.
《정말 아니구요. 어느 존전인데 내가 감히 거짓말을 할가요. 나는말입니다 장검찰장께선 아예 이곳에다 뿌리 박고 주관능동성을 충분히 발휘해 락후한 면모를 한번 크게 개변해주었으면 하고 크게 희망을 걸고있습니다. 정말루.》
장은행은 허허 웃었다. 직원들의 로임도 제때에 못내주는 이따위 따라지현에다 내가 뿌리박을줄로 아느냐?... 내가 왜 왔어, 거렁뱅이 벼슬아치로 되자고? 아니야, 아니. 이 장은생은 단련을 하자고 온거야, 몸에 도금을 하자고 온거야.
장은생은 개장집을 나오자 그 길로 곧추 현위서기를 찾아갔다.
《저는 오자마자 반영을 들었는데 우리 검찰원에 제 집을 쓰고 사는 간부가 몇이 없다는구만요. 이러구야 사업열이 어떻게 오르겠습니까. 부림소도 제 우사는 있는데... 복리가 따라가야지요. 안그렇습니까? 그래서 저는 우선 어떻게 하나 이 문제부터 해결해놓고 보자고 합니다.》
장은생이 이같이 말하자 현위서기는 그렇게 하면야 두말할것 없이 좋지만 현재정이 말라있는 형편인데 집 지을 자금을 어떻게 내놓겠는가 하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저어버렸다.
정말 방법이 없단말인가. 머리는 뭘 하려구 달고다니는거야 제길할! 장은생은 돌아오면서 혼자소리로 쭝얼댔다.
그는 검찰원에 발을 들여놓자 주은지부터 찾았다. 점심에 술을 취하도록 마신 주은지는 제 판공실의 테블에 엎드려 코를 드렁드렁 골고있었다. 장은생은 그만 자고 정신 좀 추라고 흔들었다.
《무... 무슨 일입니까?》
잠을 채 깨지 못한 주은지는 무거운 머리를 겨우 치키였다.
《내 한가지 좀 료해할려구 하는데... 이봐, 정신 좀 차려. 이거 원... 내가 오기전에 여기 검찰원에서는 경제난을 어떻게 해결했소? 쌰리차를 사는거 같은거...》
귀구멍으로 송충이가 기여드는것 같아 주은지는 개가 앞발질하듯 손으로 제 귀를 털고나서 서랍을 열더니 그속에서 크고 동그란 도장 하나를 꺼내놓았다.
장은생이 집어들고 보니 "검찰원벌몰장관전용장(檢察院罰沒藏款專用章)"이란 글자 10개가 또렷이 새겨져있었다. 부정축재를 벌금하고 몰수하는데 사용해온 도장이였다. 이 뜻밖의 발견에 장은생의 두눈은 전구알같이 동그래졌다.
《아니, 여기서 이런 도장을 맘대로 만들어썼단 말이요?》
《별수 있습니까? 우에서 내려보내는 경비로는 모자라지... 그래서 생각다못해...》
《그래서라...》
《그렇습니다. 안그럼 쌰리를 귀신이 돈 줘 샀겠습니까? 검찰장동지의 말씀과 같이 우리도 실은 주관능동성을 조금 발휘했지요.》
《뭐라! 조금 발휘했다? 하하하...》
장은생은 돌같이 굳고 억세게 생긴 턱을 치켜올리면서 갑작스레 앙천대소했다.
아니 이 사람이 왜 이 모양이냐?... 잠을 말끔히 깬 주은지는 량미간을 구겨박은채 한참 노려보다가 입을 다시 열었다.
《검찰장동지, 사실대로 말해서 우리도 이러면 위법인걸 번연히 알면서두 어쩌겠습니까... 건데 지금은 무용지물이 돼버렸습니다.》
《아니 왜서?》
《우린 주로 출국자들의 돈지갑을 많이 노렸지요.》
《건데?》
《어떻게 돼먹은 판국인지 우리 이놈의 현은 지난해부터는 출국자가 갑자기 없어졌단말입니다.》
기실 여기의 검찰원에서는 그 도장을 만들어 출국자의 돈만 우려낸게 아니였다. "아리장개장집"같이 구정물을 밖에다 던진것도 눈에 띄기만 하면 가차없이 벌금을 안겼던거다. 헌데 그렇게 하니 위생관리부문에서 들고일어났다. 도리상 자기들이 벌금을 받아낼 일인데 검찰원이 왜서 직권범위를 벗어나 행세냐였다.
새로 부임한 이 검찰장님은 제 손에 쥐인 도장을 보고 또 보는데 마치도 먹이를 발견한 하이네마냥 두눈을 빛내기까지 한다. 그의 그러한 표정이
《그렇지! 이거야, 이거! 이거야말로 특계 아니고 뭔가! 권리자 돈이지. 안그런가!》하고 웨치고있었다.
저녁켠에 장은생은 현위서기를 다시 찾아갔다. 그는 검찰원에서 경제문제가 엄중한 사람을 사출해 벌금을 적당히 안기겠다, 그래서 모인 돈으로 우선 검찰원청사를 하나 새로 짓고 곁들어 공무원들의 사택도 지을 생각인데 그래서 되겠는가 물었다. 현위서기는 곰곰이 듣고나서 머리를 끄덕이며 맑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착상이 기발하니 자신있거든 어디 한번 그렇게 해보라는 대답이였다. 이틑날 현장을 찾아가 말해보니 그도 현위서기와 마찬가지의 태도였거니와 새 검찰원청사가 되면 지금의 낡은것은 현정부에서 쓰게 돌려달라는 부대조건까지 곁들어 내놓는것이였다. 웃어른들께서 그쯤 승낙을 받아내자 웃음집이 흔들흔들했다. 소뿔은 단김에 빼라 했어. 며칠이 지나지 않아 장은생은 서둘러 검찰원전원회의를 소집했다. 일이 잘되면 제가 쓰고 살 새집까지 지어주리라는데야 누가 반대할소냐. 검찰장이 계획을 내놓으니 모두가 열광적인 찬동이였다. 오매에도 그리던 숙망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집을 짓자면 돈, 돈이 있어야 한다. 안그런가? 돈, 돈, 돈!... 적어도 700만원은 있어야 해! 우리가 무슨 재간으로 그 많은 자금을 마련할가?... 방법은 오직 한가지ㅡ 벌금! 이것이 결책이란말이야... 우리들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하나같이 호흡을 같이해야겠다. 우리의 이 결책을 타인이 알고 말썽을 일으킬 땐 입을 놀린 사람이 그 후과를 전적으로 책임질것... 내 말뜻을 알겠지 하고 장은생은 력점을 찍어가면서 뒤를 단단히 눌러놓았다. 그리고는 각자 몸을 내맡기고 사업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조치로 세가지를 타파한다고 선포했다.
첫째, 과와 실의 계선을 없애고 경쟁을 한다
둘째, 8시간 근무제를 없앤다.
셋째, 쌍휴일을 없앤다.
그리고는 잇따라서 이해의 하반년내에 우선 187만원의 자금을 꼭 모아야 한다는 분투목표를 세워놓고 각 부문에다 구체적인 지표를 떨구었다, 아래와 같이.
기소과(起訴科); 21만원.
비포과(批浦科); 9만원.
감소과(監所科); 3만원.
판공실(辦 公室); 21만원.
정공과(政 工科); 6만원.
반탐국(反 貪局); 80만원.
법기과(法紀科); 29만원.
공신과(控申科); 9만원.
기술과(技術科); 9만원.
그 어떠한 방법으로든 임무를 꼭 완수할것. 임무를 완수하면 나눠가질것도 있을거요 장려와 처벌이 있음을 알라.
k현에서는 죽은 사람이 들어도 관을 차고 일어날 전대미문의 벌금대전이 이렇게 막을 올렸다.
3
어느날 오후 주은지가 자기의 수하인원 하나를 거느리고 합성유지공장을 찾아왔다. 아니 저 자식은 왜 왔나?... 선문도 없이 불쑥 나타난 불청객이라 종구는 의아쩍어했다. 벽에 걸려있는 부엉이괘종마처 반갑지 않은양 동그란 눈을 데룩거렸다.
자기를 찾아온 손님이니 가부간 맞아놓고 보는게 례절이였다. 《주주임께서 무슨 일에 이렇게?...》
《저 오늘말이요. 내가 온건 다름아니라 한가지 알아볼 일이 있어서...》
주인이 권하는 쏘파에 엉덩짝을 붙인 주은지는 돈을 벌었다고 소문난 사람치고는 어울리지 않을 지경 간소하게 꾸려놓은 사무실안을 일별하고나서 이같이 운을 떼더니 지금 공장에서 일하는 로동자가 얼마나 되느냐 물어왔다.
종구는 미간을 모으면서 그를 다시 봤다. 보도기관의 기자면 몰라도 검찰관인 네가 왜 찾아와 이런건 묻는거냐 하는 의문이 갈마들었다. 하여 그는 잠시 주저하다 알려주었다.
《본래는 15명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6명밖에 안남았습니다. 어째 그럽니까?》
《절반도 안되는구만. 왜 그렇게 많이 줄었소?》
《내 재간에 다 먹여살릴수 없어서 내보냈지요.》
《무슨 소린지...》
《듣고도 모르겠습니까. 이제는 합성유지만드는 공장이 내것 하나뿐 아닙니다. 여기저기 여러개 생겨났지요. 그래서 경쟁이 붇다보니 이젠 판로가 어렵게 됐고 그러다보니... 로임을 지불할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9명이나 해고시켰다 그 소리요. 그렇지?... 그래 해고자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지고있소?》
《책임이라니? 무슨 소린지...》
《내 말뜻을 모르겠소? 그네들의 생계를 어떻게 보장해주는가 말이요?》
《뭐랍니까? 내가 왜서 그런것까지 끌어안고 방아 찧어야 합니까?》
《공장장인데두 그래 책임이 없소? 실컷 부려먹구서두.》
《아니, 뭐랍니까?》
종구는 낯이 돌같이 굳어지고말았다. 이 자식이 개코도 모르면서 무슨 망탕 소리를 이렇게 씨벌이는거냐. 실컷 부려먹었다니... 심사가 단통 타래떡같이 탈려 뱉듯이 말했다.
《아니, 무슨 정황인지 알기나 하고 그럽니까? 나는 그들을 임시공으루 받아들여 일을 시킨거지 퇴직비나 양로금을 주기로 하고 장기공으로 받아준건 아니였습니다. 그리고 방 금 거기서 날 보고 그네들을 실컷 부려먹었다는데...》
《이거 내가 말을 주의하지 않았나보군.》
종구가 대노하는것을 보자 주은지는 자기가 불민해서 그만 실수했음을 깨닫고는 서둘러 사과했다. 허나 이미 엎질러 놓은 물이였다. 사과한다고 받아줄 종구가 아니였다. 그는 신경이 예민해졌다.
《계약서를 보여줄가요?》
《아니, 안보겠어.》
주은지는 웬 일인지 입을 더 열지 않고 목마른 염소 우물안을 들여다보듯 종구만 덤덤히 마주보며 이 궁리 저 궁리 하다가 그만 돌아가버리고말았다. 과연 멋쩍은 행차였다.
별 싱거운 자식 다 보겠다! 종구는 그의 뒤통수에다 눈총을 놓고나서 속으로 그저일 아니야, 내가 멍청히 있다가는 저녀석한테 당하구말겠구나 했다.
몇분 안지나 그도 시내로 들어왔다. 자기가 내보낸 일군 9명중 집이 외지에 있어서 돌아가버린 사람 2명을 제외하고는 빼놓지 않고 만나보았다. 그들은 지금까지 누구도 일자리를 떼웠다 해서 불만을 품은적이라곤 없거니와 그 무슨 퇴직금이니 양로금이니 하는것도 근본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 자신의 말마따나 그럴 리유나 조건이라곤 도무지 없었으니까. 헌데 그 주은지는 검찰관이랍시고 왜 그 일을 들먹거리는걸가?... 승냥이 좋은 맘 갖고 문을 긁을리야 없지... 종구는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이름못할 한기가 온몸에 싸늘하게 퍼졌다.
틀리지 않은 예감이였다.
주은지의 래방이 불상지조(不詳之兆)라 여겨지더니 아니나 다를가 불같은 화덩이가 데굴데굴 굴러왔다.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주은지가 아니고 초면의 다른 한 중년의 검찰관이 나젊은 수하인원 하나를 데리고 나타났던것이다. 내 집이 여기에 있는건 어떻게 알았을가? 제복까지 버젓이 차려입고 나타난 그들의 행차가 자못 위엄스러웠다.
《아니, 저것들은 우리 집에 왜 와?》
종구의 안해 역시 자기 집에 나타난 불청객들을 보자 옷에 붙은 송충이를 보듯 불쾌해하였다.
《공무를 집행하느라 왔겠지. 입 다물고있소.》
종구는 안해에게 주의주고나서 그들쪽으로 다시 몸을 돌렸다. 비루먹은 개같아서 가까이하고싶지 않았지만 검찰관의 제복을 입은 자들이니 감히 적의를 드러내면서까지 랭대할 수는 없었다.
《난 검찰관이요.》
중년의 사나이가 손바닥만큼한 증명을 꺼내놓길래 받아보니 걷뚜껑에 "執記檢査證"이란 금박글씨가 박혀있었다. 헌데 그것의 발급단위가 중앙도 아니요 성도 아니였다.
《집기검사증이라...왜 이따위건 만들어 가지고 다니며 성화냐.》
종구는 주절대면서 되돌려주었다.
《나는 현검찰원 반탐국의 하진개국장이야.》
이켠에서 자기를 대함이 불공불손(不恭不遜)이라 여겨졌던지 하진개는 낯색을 굳히면서 위엄을 차렸다.
《그렇습니까? 건데, 무슨 일루 날 찾아왔습니까?》
《공장에 가니 문을 닫았더군.》
《이젠 합성유지를 그만 만들가 합니다.》
《배부르게 벌었으니...》
《그런 소리는 하지 마시오. 벌긴 벌었어두 다 나가고 내 주머니에 남은건 얼마 안됩니다... 이젠 수지맞지 않아 그만두자는겁니다.》
《그래 그사이 장부는 제대로 해놨는가?》
《해놨습나다. 하나도 빠짐없이 다 해놨습다.》
《좋아 그걸 한번 봐야겠어.》
그렇지 이것들이 과연 나를 잡자고 드는구나!... 반탐국의 래의가 불보듯 빤한지라 종구는 밸이 꼬였다. 하지만 별수 없었다. 검찰원에서 장부를 검사하겠다는데 고스란히 내놓아야지 안그랬다는 감히 반항한다고 죄를 씌울것이다.
《이젠 돌아가야겠는데...》
젊은 검찰관이 장부책들을 가방에 다 챙겨넣자 하진개가 입을 열고 종구더러 자기들을 싼타나에 좀 실어다줄수 없겠는가 했다.
종구는 그러마 대답했다.
《여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안해가 떨려나는 가슴을 손으로 짚으면서 안절부절이다.
《괜찮소. 당신도 알다싶이 우린 죄질 일 하잖았으니.》
《그래두 어디 그런가요.》
울먹이는 목소리로 안해가 말했다. 어쩌면 남편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귀줄에 묶이여 나오지 못할 수렁이에 빠지는것만 같아서.
바람도 불지 않는다. 저기압이 흘러 가슴만 답답해나는 이날은 갈기갈기 찢어진 걸레짝같은 구름마저 해를 가리워 음산했다.
《빌어먹을 날씨가 왜 이래?》
종구는 찌뿌둥한 하늘을 홀겨보곤 고개를 떨구면서 대방이 알아듣지 못할 말로 씨부렁거렸다.
하진개가 이마살을 구겨박으면서 이쪽을 흘겨봤다.
《널 보고 그러는게 아니야.》
종구가 다시 한번 뇌까리자 하진개의 낯이 그만 언 감자 모양으로 푸르뎅뎅해진다.
《인자 방금 뭐라구 했어?》
《거기보고 하는 말 아닙니다.》
《그럼 뭐랬소?... 왜 내가 듣게 한어로 말안하구 그러는가?》
《아따, 국장님! 나라에서 언제 소수민족언어를 못쓴다고 했습니까?》
하진개는 할 말이 없는지라 그만 입을 꾹 다물어버린다.
종구는 쟘바호주머니에서 차열쇠를 꺼내여 손에 쥐고 차고쪽을 향해 걸음을 놓으면서 다시한번 그 자식 별스레 까다롭게 구는구나 하고 조선말로 뇌까렸다.
시내안은 여전히 복잡했다. 옛날의 도로를 진작 넓혀놨어야 했다. 왕조가 여러번이나 바뀌고 세월이 오래 흐르지를 않았는가. 변강의 이 자그마한 도시에 고적으로 남겨둘만한것이란 광서(光緖)년간에 만들어져 중들이 불공했다고 전해지는 자그마한 암자 하나뿐. 여직까지 구식의 초라한 낡은 주택들이 그대로요 새 건물은 너무나도 적어서 고태의연하다.
내가 공연히 감정을 낸것 같구나. 종구는 방금 하진개와 마찰이 있은걸 생각하고 자신을 뉘우쳤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차를 몰았다. 언젠가 그의 차에 치인것 처럼 꾸몄다가 그 놈의 잔꾀가 실패하니 네가 내 새우를 쏟았다 새우값을 내라고 야기요단을 하면서 생떼질을 써 사람을 웃긴 령감쟁이가 길가난전에서 새우를 팔고있었다. 오늘은 야질을 들이댈데가 없는 모양이다. 한데 검찰원에서는 어쨌다구 나를 잡고 늘어지는지 참 모르겠구나. 종구의 머리는 또다시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시내중심에서 곧추 북으로 들어가 큰 강에 거진 이르는 곳에 길을 경계로 해서 동쪽에 대약진때 지은 커다란 단층벽돌집이 한 채 있다. 지금은 색을 다시 입혀놓아 대체로 누르스럼해보이지만 벽에는 그래도 광란의 년대였던 문화대혁명때에 반란자들이 홍색해양(紅色海洋)을 하느라 시뻘건 뼁끼칠을 올린 본바탕이 희미하게 드러나고있는 이 집이 바로 현검찰원인것이다. 본래는 공안국기관으로 쓰던건데 공안국이 근년에 시중심구역에다 새 청사를 짓고 옮겨가면서 내놓으니 지금은 검찰원에서 받아 청사로 쓰고있는거다. 그리고 그 맞은켠 길서쪽에 ☐형으로 단층벽돌집주위를 빙 돌아가면서 벽돌담장을 높다랗게 쌓고 그우에다 철망을 친것이 구류소(拘留所)였다. 그것 역시 전에 간수소(看守所)로 쓰던거다.
구류소가 눈에 안겨들자 종구는 심정이 불쾌해났다. 한것은 모두들 여기를 쓰레기통이라 부르기때문이다. 무릇 거기만 들어가면 사회의 찌꺼기로 취급받기 마련이니까.
《집으로 돌아갈 궁리말고 우릴 따라 들어와.》
현검철원에 이르러 하진개가 삐뚤어진 말본새로 차를 돌리려는 종구를 내리라 했다. 뭐라구?... 종구는 가슴벽이 쿵 울리였다. 금시 무너질것만 같았다. 징조가 좋잖더니 이 종구가 과연 걸려드는 판이구나... 정녕 그렇다면 근거가 있어야지... 이것들이 왜 나를 죄인으로 몰아붙이자고 할가? 내가 법을 위반한게 대체 뭔데? 헛, 허허허... 허구푼 웃음만 나갔다.
집안의 북쪽벽을 따라 동서로 길게 트인 복도가 있었다. 종구는 묵묵히 뒤를 따랐다. 얼마 안가서 파란 판에 빨간 글씨로 “反貪局”이란 세글자를 또렷이 박아쓴 패쪽이 걸려있는것이 보였다. 셋은 그 방으로 들어갔다. 습기를 머금은 고리탑직한 공기가 페부를 찔렀다. 창문을 걷어닫고 열지 않아서였다.
《거게 앉아.》
반탐국장 하진개가 창문을 열고나서 몸을 돌려 종구를 보며 하는 말이였다.
《하국장, 무슨 일인지?》
《여기로 왜 왔는지 생각이 안난단말인가?》
《생각 안납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거기서 탈세를 했더구만!》
이건 새빨간 거짓말이였다. 탈세를 했느냐 안했느냐는 종구자신이 잘 아는거다. 네놈들이 생사람잡이를 하는구나 생각하니 종구의 눈에서는 불똥이 튀였다. 어쩌면 이럴수가 있느냐, 어쩌면 이럴수가! 내가 탈세를 했다니. 장부를 검사해봐라. 난 승인안한다, 승인안해! 너들 검찰이 고작 한다는게 이따위짓이냐, 세무국이 있는데. 그는 부들부들 떨려나는 주먹을 어스러지게 부르쥔채 날카롭게 마주보면서 한참 무언으로 팽팽히 맞섰다.
워낙은 주은지가 돈을 우려내자고 든건데 급급히 서두르기만 했을 뿐 획책이 주밀치 못하다보니 실패한거다. 이렇게 되자 새로 부임한 검찰장 장은생이 직접 이 일을 틀어쥐였다. 그는 여러모로 머리를 짠 끝에 마침내 판공실과 반탐국간에 협력하게 만들었다. 이제부터는 종구를 하진개가 맡는다. 그 어떤 방법과 수단을 써서든 그의 몸에서 30만원을 짜낸다. 그래서는 그걸 판공실과 반탐국의 임무에 때려넣는다...
종구는 머리를 힘있게 가로저어 탈세를 승인하지 않았다.
승인하지 않는단 말이지. 좋아, 어디 맛을 좀 봐야 할가부다. 그들은 종구를 집에 돌려보내지 않고 구류소에다 처넣었다. 아무런 절차도 없이.
게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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