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식의
'클래식 시네마의 향기'
< 말레나 - Malena >
2차대전이 한창인,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권 시절,
햇살이 찬란하게 빛나는 시실리섬의 한 마을...
바로 이곳에 매혹적인 여인 말레나(모니카 벨루치
분)가 살고 있지요.
이 여인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단지 너무도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말레나가 걸어갈 때면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그녀를 음흉한 눈빛으로 숨가쁘게
쳐다보지요.
그런 말레나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어
왕성하게 피어나는 13세 소년 레나토의 육체와
정신에 햇빛과 물, 그리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여신이었습니다.
소년은 머릿속에서 그녀의 옷을 입히고 벗기기를
반복하며 침대 스프링이 떨어져나가라 수음을
하기도 하고... 결국 건네지도 못할 연서를 수없이
쓰고 구겨가며 감성의 푸른 잎을 피우게 되죠.
세상을 좀더 빨리, 넓게 볼 수 있게끔 해주는
자전거나 성인 세계에 입장할 수 있는 통행증
같은 긴바지처럼...
말레나는 레나토에겐 어른들의 세계를 가르쳐주는
통과의례적 교본였던 셈입니다.
하지만 운명적인 외로움과 치명적인 미모라는
원죄(?)로 욕망과 질시, 분노의 대상이 된 말레나.
남자들은 아내를 두려워해 일자리를 주지 않고,
여자들은 질투에 눈이 멀어 그녀를 모함하기에
바쁘죠.
결국 사람들은 독일군에게까지 웃음을 팔아야
했던 말레나를 처참하게 마녀사냥하듯 단죄하고...
급기야 그녀는 늦은 밤 도망치듯 어딘가로 떠나게
됩니다.
얼마후, 마을 사람들은 한 남자의 등장에 깜짝
놀라죠. 죽은 줄 알았던 말레나의 남편 스코티아
중위가 다시 귀환한 겁니다.
참혹한 전쟁을 겪으며 자신의 한쪽 팔마저 잃고
겨우 살아 돌아왔지만 싸늘한 시선 속에 그를
반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살던 집은 피난민의 소굴이 되어버렸고, 사랑하는
아내는 행방을 알 수조차 없는...
스코티아는 쫒겨나나시피 마을을 '떠나간' 아내
말레나와 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마을 남자들은 말레나의 행적을 묻는 그를 빨갱이
창녀의 남자로 매도하며 세차게 넘어뜨리죠.
더욱이 말레나에 대해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이
알려질까 걱정하며 아무도 그간의 일을 얘기해
주지 않습니다.
말레나가 떠난 마을에서, 그녀의 남편은 또 다른
말레나로 병치된 셈으로, 그는 더 이상 전쟁의
영웅이 아니었죠.
그 기저에는 날개를 잃고 추락한 아내 밀레나의
음영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입니다.
절망에 빠진 그에게 오직 레나토만이 용기를
내어, 메시나행 기차를 타고 떠난 말레나의
진실을 말해주지요.
" 당신의 아내는 언제나 당신만을 사랑했고,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녀에겐 선택할 여지가 없었죠."
레나토는 알고 있던 게지요. 그녀는 결코 영혼이
타락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1년 후, 전쟁의 상처가 아물어갈때쯤
말레나는 남편의 팔짱을 끼고 다시 마을에
나타나죠.
대단한 용기로... '돌아온' 말레나는 예전에 비해
눈가에 주름도 생기고, 살도 쪘지만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그녀는 예전처럼 얼굴을 꼿꼿이 들지 못한 채
바닥을 보고 걷지요.
한데, 혼자 시장에 온 말레나에게 한 여자가
'스코티아 부인' 이라 호칭하며 인사를 합니다.
말레나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사람들과 눈길을
마주치죠.
어느새 부쩍 성장한 레나토는 그런 말레나를
여전히 따뜻한 눈으로 지켜봅니다.
소년은 처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죠.
"행운을 빌어요, 말레나!"
그러곤 첫사랑으로부터 떠나갔던... 레나토는
추억을 회상하며 되뇌죠.
"나는 죽을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았다. 순수, 갈망...
그리고 그녀로부터 탈출이라도 하듯이.
그 후로 난 많은 여인들과 사랑을 했다. 그들은
내 품에 안겨 자신들을 기억할 거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난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엔 내게 한 번도 묻지 않았던 말레나만이
남아있다."
1. 영화 < 말레나 - Malena >(2000)트레일러
https://youtu.be/SxqUoUvNBXY
아름다움을 가장한... 슬프게도 잔인하게 끔찍한
< 말레나 >.
영화는 전쟁으로 휘몰아친 집단 광기의 비극적
희생양이 된 말레나의 질곡어린 삶을,
그녀를 짝사랑하는 소년 레나토(주세페 술파로
분)의 시선으로 담아낸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이른바 '성장 영화' 이죠.
< 말레나 > 는 레나토의 내레이션과 함께
그 막을 열어갑니다.
"그녀를 처음 본 건 13살 때였다.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무솔리니가 프랑스와 영국에 선전포고한 그날,
난 난생 처음 자전거를 얻었다."
자전거를 타고 마침내 또래 친구들 무리에 낄 수
있게 된 레나토는 자신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말레나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게지요.
< 시네마 천국 > 의 토토가 영화를 통해 세상과
사랑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것처럼,
< 말레나 > 속 레나토 또한 한 여성의 존재로
인해 부쩍 자라나는 소년으로 변용됩니다.
'말레나' 역 배우 모니카 벨루치를 빼놓고는
영화 < 말레나 > 를 생각할 수 없지요.
어느 하나, 말레나로 분한 모니카 벨루치의
비통함과 상흔이 묻어나지 않은 장면이
없습니다.
영화 초반, 마을 사람들이 파시스트의 상징인
검은 옷을 입은 채 ‘무솔리니 만세’ 를 환호하고
있을 때...
말레나는 눈부시게 하얀 색 드레스를 입고
또각또각 광장을 향해 걸어오죠.
바로 그 순간 관객들은 마치 마술에 걸린 듯
모니카 벨루치의 황홀한 미려함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듭니다.
- < 말레나 > 오프닝 신
https://youtu.be/aHiNGWXAZQk
무솔리니와 파시스트에 관한 담론이라든지,
뒷얘기가 무성하게 오가는 마을 분위기라든지...
드라마 전반부엔 역설적인 복선이 계속해서
깔립니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한 시퀀스에 모든 걸
압축시켜 보여주죠.
바로 아이들이 희희닥거리며 돋보기로 개미를
태워죽이는 신이 그러합니다.
"이 놈은 자기가 죽으리라는 걸 알까?"
"알게 뭐야!"
그러다 소년들이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성모 마리아여, 용서하세요! " 라며 기도하는
장면은,
바로 '그 때 그 시절' 을 냉소적으로 풍자하는
패러독스로 읽혀지죠.
이어 교차편집되는 말레나의 모습은 그렇게,
엉켜버린 채...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의 상흔으로
화면 전체에 새겨지지요.
소년들이 개미를 이유없이, 또 장난삼아 살육하는
것처럼... 비도덕적인, 정의롭지 못한 마을사람들은
가녀린 말레나를 집단으로 무자비하게 폭행합니다.
- < 말레나 > 라스트 신
https://youtu.be/QFIDDeA9ZhQ
2. '말레나의 변신'(Malena's Makeover)
https://youtu.be/zkBkTx-GL8s
말레나는 남편의 전사 소식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올곧은 삶을 향한 열망을 상실하죠.
순결의 상징인 머리를 자른 채 그녀가 창녀로
거듭나는... < 말레나 > 의 하이라이트
시퀀스로,
토르나토레의 영상과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가장 잘 어우러진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담배를 피우는 말레나의 표정이 사뭇 복잡한데요,
이탈리아에서는 매춘부가 남자로부터 담배불을
받아 피우는 것이 남자와 관계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3. 엔니오 모리코네 < 말레나 > OST 테마
https://youtu.be/W-YD2Y8ojYE
사춘기의 풋풋함, 전쟁의 광기, 로맨스에 대한
열망을 애틋한 교향시적 선율로 변용해낸
엔니오 모리코네.
'보는 영화' 에서 '듣는 영화' 로 시네마 뮤직의
지평을 확대한 그는 말했죠.
"영화음악은 영화음악 이전에 음악이다."
- Part I.
https://youtu.be/RdjqjYQ48IM
- Part II. 'Ma l'amore no' (리나 테르미니)
https://youtu.be/EyrpDo2AyYg
어느 순간부터 말레나의 모든 것을 훔쳐보게된
레나토...
" 사랑이여, 나의 시간은 바람 속에서 장미와
함께 흩어질 수 없어요. 강하거든요.
굴복하지 않을 거에요. 시들지 않을 거에요.
나는 조심할 거에요. 또 막을 거에요. 심장을
씻으러 온 그 모든 위험한 숨은 계약들을.
불씨와 나의 사랑을..."
처연히 풀어지는 노래 'Ma l'amore no' 와
함께 전장터로 끌려간 남편의 사진을 부둥켜안고
춤을 추는 말레나의 모습이 비춰집니다.
레나토의 눈에서는 아라비아 커피처럼 진한
슬픔과 안타까움의 눈물이 흘러내리죠.
- Part III.
https://youtu.be/9EARD-zPoh0
- 'Nella Casa' & '엔딩 타이틀'
https://youtu.be/uhjOkR3f91o
4. 투첼로스(2CELLOS) '말레나'(Malena) 테마
- 로빈 스미스 지휘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https://youtu.be/w4S2NRTYNaE
5. < 말레나 >
- feat. Oceo : 'Evora' / 앨범 'Stories'
https://m.youtube.com/watch?v=MrVm9wKXi38
- 李 忠 植 -
첫댓글 "오후 5시에 총통께서 긴급 담화를 발표합니다.
정부의 명령이오. 시민들은 즉시 라디오를
켜시오. 대국민담화요!"
" 파시스트 당원들이여, 마침내 우리 모두에게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시간은 무르익고
단결과 결단을 요구한다.
우린 각국의 대사들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새로운 질서를 위해 군대를 파병해 싸우고 있다."
마을 어른들은 무솔리니의 긴급 담화에
열광하며 환호하지만, 호기심 천국의 아이들은
전쟁에 아랑곳없이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죠.
주세페 토르나토레는 < 시네마 천국 > 때와
마찬가지로 코믹하면서도 슬픈 서사를,
질펀하고 왁자지껄한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분위기 속에 몰아넣고 때로는 흥겹고,
때로는 감상적으로 끌고 갑니다.
말레나를 바라보며 헐떡거리는 중년 남성들이나
그녀를 ‘여성의 공적 1호’ 로 몰아붙이는
아낙네들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그려지죠.
토르나토레는 레나토라는 소년의 통과의례적
관음을 통해 말레나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여, 레나토가 반바지에서 긴바지를 입기까지의
과정이 내밀히 드러나죠.
그러는 동안, 말레나라는 미모의 여성이
레나토의 시선에 들어오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 레나토는 관음을 시작합니다.
이것의 근본원인에는 말레나의 빼어난 용모도
빠질 수 없습니다만... 통과의례를 거친
레나토에게 세계는 허상으로 전락하고 말죠.
영화 초반부, 말레나는 시종일관 땅을 보고
걷습니다.
아이들 앞에서든, 남자어른들과 여자어른들
앞에서든 말이죠.
그러다 영화 중반에 들어 남편의 전사로
미망인이 되고, 아버지까지 연합군 공중 폭격에
비명횡사하자 그녀의 시선은 180도 바뀝니다.
순결의 상징인 머리를 자른 채, 거리의 여인으로
광장에 들어선 말레나는 더 이상 바닥을 보지
않죠.
비난과 폭언을 퍼붓는 암컷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당당하게
걷습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수컷들을 유혹하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상황과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말레나의
시선은... 두려움과 경계감을 향한 방어막이기도
했고, 홀로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이자
선전포고였던 겁니다.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용서를 가장한
타협점이기도 했고요.
말레나의 꼿꼿한 시선은 마을여인들로부터
집단린치 당한 시점까지도 이어집니다만...
바로 그때 주민들은 오히려 그녀의 시선을 피하죠.
다시 마을로 남편과 함께 돌아온 말레나는
전처럼 바닥을 보고 걷습니다.
하지만 화해와 용서의 손길을 내민 여인네들과
또 한번 눈길을 맞추게되죠.
영화 초반 화면 속을 채우며 펄럭이던 검은색
위주의 빨래들은 종반에 들어 밝고 흰 빨래들로
치환되지요.
영화 속엔 무능하고 무지한, 그러면서도
소문과 시기심에 휘둘린 채... 한 순수한
여인을 창녀로 만들어가는 군중의 비정한
모습이 뒤틀려지게 그려집니다.
말레나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게... 파시즘적 광기와 폭력, 또 욕망으로
얼룩져 있죠.
푸코가 권력을 전략으로 해석하였듯...
극중 변호사는 진흙탕에 빠진 말레나를
차지하기 위해 권력을 휘두릅니다.
그 전략적 권력은 성폭력으로 표출되는데,
아무리 말레나를 사모하는 마음에서 행하는
것이라지만...엄연히 그것은 성욕을 극복하지
못한 폭력인 게죠
여자들은 말레나의 빼어난 용모가 무척이나
부러웠죠. 그러나 그것 또한 대책없는 질시와
집단적 린치로 분출됩니다.
관객들은 부당한 처사와 가혹 행위들로
고통 받는 말레나를 보며 마을 사람들을
욕하겠지만, 그들의 불편한 진상은 바로
우리들 본연의 모습인 게죠.
소년 레나토는 중요한 시점마다 그 자리에
있고, 사태의 진실을 알지만 결국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약하고도 비겁한
지식인 계층을 암유하죠.
그럼에도 레나토는 늦게나마 용기있게
말레나의 남편에게 편지를 전하며 그녀의
운명을 바꿉니다.
영화 속에서 이탈리아의 문화를 어느정도
엿볼 수 있는 것도 자못 흥미롭지요.
아들을 다짜고짜 손찌검하는 다혈질 아빠와,
나이 50살이 다 되어서까지 엄마한테 쩔쩔매는
마마보이 변호사,
면도순서를 기다리면서 이발소에서 수다를
떠는 남자들, 엑소시즘을 행하는 엄마와
이웃사람들,
그리고 아빠가 아들에게 청춘 딱지를
떼라고 매춘굴에 보내는 풍습(?) 등이
그러합니다.
레나토는 아직 키가 작고 어리다는 이유로
긴바지를 안 사주고 반바지만 입게 하자...
아버지 양복 바지를 자신이 입게 줄여달라고
양복집 할아버지에게 맡기지만 결국 들키고
말죠.
아버지는 반항하는 레나토를 두들겨 패면서
호되게 나무랍니다.
" 이 사기꾼 같은 놈아, 이게 뭐야? 싸움하는 건
괜찮아, 나도 네 나이 때 다 그랬어! 학교 빠지는
것도 괜찮아, 지루할 테니까. 하지만 아버지
바지를 훔치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냐?"
"별명이 창녀라지? 아유, 상스러워!"
"내 아들은 거들떠도 안 봐요."
"내 남편은 꼴도 보기 싫다던데..."
"본타 남작의 세컨드가 훨씬 낫지. 적어도 내숭은
안떨잖아, 근데 저 년은 혼자 고상한 척 하고..."
" 기다려봐. 곧 본색이 드러날테니."
그렇게...마을여자들의 수다스런 이야기는
악의적으로 이어집니다.
우러를 수 밖에 없는 아름다움에 대한 질시와
경계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는 게지요.
내 아들, 내 남편을 빼았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결코 넘겨주지 않겠다는 아우성에 다름 아닙니다.
변호사는 간통죄로 법정에 선 말레나를 위해
변론하지요.
" '말레나, 그녀' 에게 죄가 있다면 운명적인
고독과 아름다움을 타고난 죄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시기와 질투, 거짓말과 증오로 인한
수치스러움 속에 그녀는 모든 신뢰를 잃었습니다.
이제 감히 묻습니다.홀로 된 여인이 비통함을
견딘 후 새 삶의 안식처를 찾는다는 게
죄일 수 있겠습니까?"
그들의 광기어린 두려움은 급기야 가녀린
말레나를 부뚜막 위에 올려놓고 창녀로
추락케 하지요.
그런곤 그녀에게 '독일놈이랑 붙어먹은
뻔뻔스런 매춘부' 라 욕하며 가위를 들이대
머리칼을 난도질하고 큰소리로 외칩니다.
"자, 네 꼴이 어떠냐? 꺼져!"
경계심 가득한 아낙네들의 눈을 피해,
호시탐탐 '허기와 외로움' 이란 말레나의
빈 틈을 노리다 얼마간의 담배와 먹을거리로
파고 들었던 남정네들...
"미녀의 독수공방은 죄악이야! 누군가가
지켜줘야지. 그게 인간된 도리야..."
그들은 처절하게 짓밟힌 채 부들부들 떨며
절규하는 말레나를 외면하며 되뇔 뿐이죠.
"놔둬! 이건 여자들일이야..."
아이들은 자전거로 말레나를 쫓아가며 외쳐댑니다.
"시간만 주면 기꺼이 한 몸 바치리! 말레나,
우리 최고의 엉덩이."
하지만 그들은 아치형 문 앞에서 멈추고 말지요.
그 문 너머는 그들이 다다를 수 없는 어른들의
영역이었던 겁니다.
레나토는 건네지도 못할 편지를 통해 속앓이의
고통을 표출하죠.
"말레나 부인, 어떤 이가 그랬죠. 진정한 사랑은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고요. 이제 그 뜻을
이해하겠어요. 당신을 본지 오래됐지만
그럴수록 내 사랑은 더욱 강해집니다.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변호사와 결혼한다고...
마을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압니다.
당신에게 물건도 안 팔고 일자리도 안 주는 걸
알아요.
아무리 그렇다고 당신이 어떻게 그 뚱뚱하며
징그럽고, 냄새나는 인간과 살 수 있나요?
아직도 마마보이인... 난 참을 수 없습니다."
한데, 변호사의 어머니는 지팡이를 휘둘러대며
소리지르죠.
"멍청이, 내 집안에 그런 창녀를 데리고 온다고?
차라리 죽어라!"
변호사와의 결혼은 이토록 허망하게 끝이 나고
말지요. 마을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비아냥댑니다.
"말레나는 왜 항상 버림받는 게지?"
"걱정마, 다음 남자가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
레나토의 학교 라틴어 선생님인, 말레나의
귀머거리 아버지는 익명의 편지를 받습니다
"당신의 딸 말레나는 창녀요! 당신의 이름도
더러워졌습니다."
끝내 학교를 그만두게 된 아버지는 말레나에게
문을 걸어 잠그지요.
레나토는 'Ma l'amore no' 노래가 실린
LP판을 어렵사리 사지요.
그런곤 말레나를 욕망하며, 부치지 못할
연서를 씁니다.
" 말레나 부인, 편지를 수도 없이 썼지만
당신에게 보낼 용기가 없는 것은 당신에게
혹여 누가 될까봐 걱정돼서입니다.
이 편지를 읽고 화내지 말아주세요. 마을사람들이
당신을 헐뜯고 당신에게 연인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너무나 잘 압니다.
남편 외에 남자는 오직 나뿐임을..."
말레나 남편의 전사 소식에 마을사람들은
수근대지요.
"이제 애인을 찾겠지. 다 알만한 나이야, 27살.. "
"애인이 있는 건 알았지만 둘 씩이나!"
시실리를 떠나간 말레나... 하여 레나토는
'Ma l'amore no', 말레나의 노래가 담긴 LP 판도
바다 속으로 떠나보냅니다.
레나토는 건네지도 못할 편지를 통해 속앓이의
고통을 표출하죠.
"말레나 부인, 어떤 이가 그랬죠. 진정한 사랑은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고요. 이제 그 뜻을
이해하겠어요. 당신을 본지 오래됐지만
그럴수록 내 사랑은 더욱 강해집니다.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변호사와 결혼한다고...
마을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압니다.
당신에게 물건도 안 팔고 일자리도 안 주는 걸
알아요.
아무리 그렇다고 당신이 어떻게 그 뚱뚱하며
징그럽고, 냄새나는 인간과 살 수 있나요?
아직도 마마보이인... 난 참을 수 없습니다."
한데, 변호사의 어머니는 지팡이를 휘둘러대며
소리지르죠.
"멍청이, 내 집안에 그런 창녀를 데리고 온다고?
차라리 죽어라!"
변호사와의 결혼은 이토록 허망하게 끝이 나고
말지요. 마을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비아냥댑니다.
"말레나는 왜 항상 버림받는 게지?"
"걱정마, 다음 남자가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
친구들 무리에서 홀로 떨어져 나온 레나토는
말레나를 밤낮으로 쫓습니다.
그는 뼈저리게 체감하죠. 나이, 직업을 불문하고
그녀를 헐떡거리며 탐하는 뭇 수컷들의 음탕한
눈초리를 말입니다.
경쟁자들이 한 둘이 아닌 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