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세계 노인의 날’을 맞아 유엔인구기금(UNFPA)과 국제노인인권단체 헬프에이지인터내셔널이 발표한 글로벌 에이지 워치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복지는 조사대상 91개국 가운데 67위에 그쳤다. 특히 OECD 회원 34개국 가운데 터키를 제외한 33위를 차지해 사실상 꼴찌 수준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는 예산문제 등의 이유로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준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결국 하위 70%만 주겠다고 발표해 공약후퇴 논란을 빚고 있는 중이기까지 하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노인복지시설에 투입된 상당한 예산이 부정하게 쓰이고 있는 사례가 대거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정부의 형식적이고 안일한 관리·감독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일명 ‘수발보험’으로 불리는 장기요양보험에 가입된 예산이 노인의료복지시설장들의 개인 유흥비 등으로 유용된 사례가 무더기 적발됐기 때문이다. 장기요양보험이란 거동이 불편해 스스로의 힘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65세 이상 노인과 치매 및 중풍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한 노인 가정을 수발도우미가 직접 방문하거나 전문시설에 입원시켜 병간호를 해주는 제도다. 보험대상자들은 요양시설에 갈 수 있도록 비용을 제공받거나 집에서 방문을 받으며 요양, 간호, 목욕, 복지용구 지급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고지원금의 누수를 방지하고자 지난 7~8월 약 4주간에 걸쳐 전국 200여개의 노인복지시설의 시설운영비 및 퇴직적립금 운용실태를 점검했다. 국민 권익위 차원에서 노인복지시설에 대해 운영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부터 시행된 장기요양보험에 투입되는 정부예산은 매년 약 1조원에 이른다. 건강보험료에서도 약 2조5000억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투입된 공금 가운데 권익위의 실태조사 결과 일부 노인복지시설의 대표가 유흥주점 술값, 모텔비 등 사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일선 지자체에 그동한 관리감독을 위임하며 노인요양시설의 부정한 사례 및 횡령·유용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 새 정부는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노인대상 연금 축소 정책을 발표했으나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예산 관리조차 사실상 방치상태에 있는 실정인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장기요양급여 부정사용 실태와 노인복지시설의 운용상황 등을 취재했다. |
▲ 보건복지부는 2008년부터 치매와 중풍 등의 질환을 앓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도입ㆍ운영중이다. 그러나 노인의료복지시설 운영비의 재원 중 80%를 차지하는 장기요양보험급여가 노인복지시설장들의 개인 유흥비로 유용된 사례가 대거 적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노인의 날인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위)과 시민들이 보건복지부 앞을 지나는 모습. <사진=뉴시스> 치매, 중풍 등 노인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 쓰여져야 할 국민세금과 건강보험료가 노인복지시설장들의 개인 돈으로 유용되는 사례가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공금은 국고 1조원을 포함해 지난해만 해도 3조5000억원 가량 투입됐으나 정부는 시설운영비 운용실태 조사를 올해 단 한차례만 점검하는 등 관리감독 부실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권위원회는 7, 8월 약 4주간 전국 200여개의 노인복지시설의 시설운영비 및 퇴직적립금 운용실태를 일제 점검했다고 최근 밝혔다. 점검결과 다수의 노인요양시설 관계자들이 시설운영비를 개인목적으로 사용(횡령, 유용)하거나 시설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퇴직적립금을 대표나 시설장 명의로 개인보장성 연금보험에 변칙 가입한 사실이 적발됐다. 일부 노인복지시설장들은 종사자들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일부만 지급하는 등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위반한 사례가 많아 회계운영상 심각한 문제점도 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국민권익위원회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국민권익위원회가 밝힌 공금(시설운영비)을 개인 유흥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사례를 살펴보면 충북 청주시 소재 모 노인복지시설의 대표는 최근 3년간 공금에서 유흥주점 술값, 모텔비 등으로 약 1700만원을 사용했고 개인채무 변제 및 생활비 등에 약 1억5000만원을 사용하는 등 시설운영비를 횡령 또는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지난 수년동안 치매나 중풍으로 시설에서 요양중인 노인들에게 인근학교에서 급식후 남은 음식을 얻어다가 아침, 저녁식사 등으로 제공해오다 국민권익위 조사팀에 적발됐다. 이 시설의 대표자는 국민권익위 조사가 진행되자 이미 퇴직한 요양보호사 4명에 대해 퇴직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는데도 마치 지급한 것처럼 허위로 지급영수증을 꾸며 놓았다가 적발됐다고 권익위는 전했다. 일부직원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근무년수 1년이 완성되기 전 새로 근로계약한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 놓은 사실도 드러났다. ▲ 자료:국민권익위원회 ⓒ스카이데일리 이밖에 강원도 강릉시의 한 부부는 A와 B 2개의 요양시설을 운영하며 각 시설의 운영비 약 2억여원을 실질적 운영자인 남편의 개인통장에 수시 이체해 채무변제 등의 목적으로 유용하거나 임의 보유했다고 국민권익위는 밝혔다. 또한 종사자 퇴직적립금을 종사자 개인 명의의 퇴직연금이 아닌 시설대표나 시설장 또는 지인 이름의 개인보장성 연금보험에 가입한 시설이 조사대상 200개중 60곳(30%)에 달했다. 2011년 9월에 발표한 금융감독원의 ‘보험상품 불완전 판매 시정조치’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현재까지 상당수의 개인연금보험 가입·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익산시의 모 노인요양시설장은 종사자들의 퇴직금 적립목적으로 종사자로 근무하는 아들 명의의 A 모생명 개인보장성 연금보험을 가입해 불입중이나, 현재 종사자(시설장 아들)가 요양시설에서 퇴사했는데도 계속 적립해 운용중이며 총 누적 불입액이 약 4500여만원에 달했다. ▲ 노인의 날을 맞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옆 인도에서 어르신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충북 청주시의 모 노인요양시설은 종사자의 퇴직금 적립목적으로 B모 화재무배당연금보험을 가입해 운용하다 중도해지하고, 법정 퇴직연금 상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도 해지 손실금 268만7900원을 종사자 12명에게 부당하게 부담시킨 사실도 있었다. 이외에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위반해 종사자들과 임의대로 계약을 체결해 매월 일정금액을 퇴직금으로 분할해 소액지급했다. 문제는 노인의료복지시설 운영비로 매년 약 3조5000억원 가량(정부예산 약 1조2000억원, 보험료수입 약 2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가운데 노인시설운영비 운용실태 조사가 형식적이고 겉치례라는 지적이 나온지 오래됐다는 데 있다. 노인의료복지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재원은 장기요양보험급여(약 80%), 입소환자부담금(약 20%), 기타(보조금, 각종 후원금) 등이다. ▲ 지난 5월 서울중앙우체국 10층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직자 행동강령 시행 10년 성과 및 과제 토론회에서 이성보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중 시설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80%를 차지하는 ‘장기요양보험급여’는 고령이나 노인성질병 등으로 인해 6개월 이상 동안 혼자서 일상 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제공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다. 정부는 2008년부터 일명 ‘수발보험’이라고 불리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시행에 들어가 매년 1조2000억원(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또한 보험료수입까지 포함되면 매년 장기요양보험 수혜자들을 대상으로 약 4조원 가까이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치매, 중풍을 앓고 있는 노인성 질환 환자들을 위해 쓰여져야 할 시설운영비가 시설장 등이 개인적인 명목으로 마구잡이 사용되고 있고 관리감독 또한 소홀한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한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노인복지시설이 시설운영비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부당행위청구로 받아 적발된 금액이 지난해에만 1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번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점검은 전국 4000여개 노인복지시설 가운데 200여개에 그치고 있다는 것과 적발 내용도 몇가지 횡령 및 유용 사례만 밝혔을 뿐 건수 및 규모에 대한 전체적인 통계파악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는데 있다. ▲ 지난 5월 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원회 1층 로비에서 열린 ‘국민행복제안센터’ 개소 기념행사에서 이성보 위원장 및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 후 박수치고 있다.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부패조사점검팀 김응태 팀장은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시설에 대한 지도점검은 보건복지부 등 주무부처에서 따로 하는 것이며 이번 점검은 그동안 노인복지시설에 대해 지금까지 전반적으로 운영실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어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처음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적발된 사례는 실태조사 결과 일부가 나온 것이고 통계는 따로 없다. 이같은 실태조사는 매년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분야에 문제가 있거나 의혹 및 진정이 접수되면 하게 된다. 적발된 시설에 대해 관련기관에 통보해 지도점검 및 행정처분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 김덕후 사무관은 “요양시설중 매년 회계교육을 따로 실시하는 사회복지법인은 횡령 등의 부정한 사례가 적발되지 않고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에서만 이같은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 시설장등의 회계처리가 미숙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시설장 등이 개인돈 등을 구분하지 않고 회계처리해 앞으로 회계처리 교육을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들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며 부정부패 사례 건수 등 통계를 따로 잡을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노인의료복지시설 정의 및 설치요건 | ◈노인의료복지시설 정의(‘노인복지법’ 제34조) ① 노인요양시설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 등으로 심신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을 입소시켜 급식·요양과 그 밖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입소정원 10명이상) ②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 등으로 심신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여건과 급식·요양, 그 밖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9인 이하로 제한) ◈노인의료복지시설 설치요건 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②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외의 자가 노인의료복지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노인의료복지시설 운영비 재원 ○ 노인의료복지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재원은 주로 장기요양보험급여(약 80%), 입소환자부담금(약 20%), 기타(보조금, 각종 후원금 등)로 구성된다. ※ 공공재정 의존 성격이 강하고 공금이므로 개인목적사용은 금지된다.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 규칙’ 제15조, 제28조에 따르면 시설회계의 예산은 세출예산이 정한 목적 외에 이를 사용하지 못하며 지출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지출명령이 있는 것에 행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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