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땅 37 외 2편
샘물 길어
보리쌀 저녁 짓는
나 어린 처자 있을꼬
문둥병의 밤은 깊어가고
거룩한 새벽 수탉도
용사의 울음을 그치고
달빛은 무심히 흐르는데
키 작은 우체부의 기별
아득한 세월에 취해버리고
졸리운 목화꽃의 물레는
허옇게 헛기침도 없이
먼 은하의 별밤을
외로이 빙빙 맴돌고.
보이지 않는 땅 38
주홍에 취해버린
실성한 달빛의 가랑이가
명경의 호수로 추락하누나
본적 잃은 무명의 새
허파의 바람 문풍지로 비우고
울지 못하는 밤의 낭인으로
물끄러미 나뭇가지 위다
웅장의 집을 짓는
부챗살 금맥의 산허리
연민의 실종을 찾아헤이고
풀 숲에 잠이든
수염 접은 장수 벌레도
길고 긴 시간의 널을
저 홀로 뛰고 있구나.
보이지 않는 땅 39
풀의 살결로 빚은
둥근 토담집이 빛난다
밭을 갈고 땅을 일구는
땀방울의 진주알은
바람에 하늘거리는
면사포에 싸여있다
노비와 상놈들의 애환은
먼 태고의 문틈에서
찾을 길 없는 낡은 이야기
물 올리는 허리춤의 처자
샘가에 핀 한 점 꽃이다
하늘길이 뚫리고
구름길이 열린다.
서촌 김 원
한국문인선교회 회장, 현대시인협회 회원, 한강문학 편집고문,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세계여행작가협회 감사, 시전집:《빛과 사랑과 영혼의 노래》, 시집:《물방울 꽃들은 바다로 흐른다》,연작시집:《한강》, 《광화문 전설》, 《농무》, 《지구인에 대한 견해》, 한용운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