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MITRY SHOSTAKOVICH
교향곡 2번 ‘10월에’ & 15번
바실리 페트렌코, 지휘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Naxos 8.572708
내가 보기에 바실리 페트렌코/로열 리버풀 필하모닉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사이클은 현재 진행 중인 낙소스의 모든 시리즈 가운데 가장, 그리고 음반계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꼽을 만큼 흥미진진한 사이클이다. 해석과 완성도의 일관성이라는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이클이기도 했다. 이번에 나온, 교향곡 2번과 15번을 나란히 수록한 음반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일단 해석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먼저 수록된 2번에서 1악장을 여는 큰북 트레몰로는 원래 ppp로 표기되어 있기도 하지만 극단적으로 절제되어 있어 음량을 높이지 않을 도리가 없지만, 예를 들어 로만 코프만/본 베토벤 오케스트라(MDG)처럼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약음기를 낀 현악기군의 의도적인 모호함은 불안감을 증폭하는 데 상당히 기여하며, 콘드라신/모스크바 필하모닉(Melodiya)처럼 고도로 응집되어 있지는 않으나 잘 다듬어져 있다. 트럼펫 독주 역시 긴 호흡과 균일한 음조로 연주하고 있으며, '포코 메노 모소' 악구에서는 목관과 금관이 대단히 돋보이는 활약으로 코프만보다 훨씬 선명하고 콘드라신보다 더 날렵하고 단정한 연주를 들려준다. 장대한 푸가토를 여는 바이올린의 스타카토 독주는 콘드라신과 같은 신경질적으로 조급하거나 거칠지 않고 풍부한 표정을 보여주며(풍부한 잔향의 도움도 분명 적지는 않다), 기교적으로도 매우 뛰어나다. 클라리넷 역시 여기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현란함을 들려주며, 바순 역시 상대적으로 조금 묻히는 감이 있지만 매우 뛰어난 연주를 들려준다. 이 '극단적 폴리포니' 악구의 화려함과 극도로 고양된 긴장감은 그야말로 솜털이 곤두설 지경으로, 역시 페트렌코라는 경탄이 절로 나온다. 각별히 서정적으로 들리는 바이올린 독주 악구를 지나 합창이 등장하는 대목에서, 페트렌코는 코프만처럼 실제 사이렌을 쓰지 않고 작곡가가 제시한 제2의 방안인 호른과 트롬본, 튜바의 유니슨으로 대체하고 있는데 효과 면에서는 아무래도 사이렌만 못하다. 합창은 대단히 선명한 발성으로 힘차게 노래하지만, 페트렌코는 콘드라신처럼 강렬함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짜임새의 일부로서 밝고 선명한 관현악과 대등하게 다루고 있다.
이어지는 교향곡 15번 1악장에서 페트렌코는 (코프만이 그랬듯이) 사탕 가게 같은 달콤함으로 일관하지 않고, 예민하고 날렵한 악센트와 다이내믹 처리로 악상의 매듭을 능숙하게 묶고 푼다. 이음매가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진행도 매력적이며, 강력하고 극적인 총주와 예의 '빌헬름 텔' 서곡 인용, 유독 풍자적인 바이올린 독주가 연속적으로 교차하는 발전부는 정말로 멋지다. 2악장의 첼로 레치타티보는 의도적으로 노골적인 비브라토를 구사하고 있는데, 모두가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독특한 효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 악장 후반부의 비탄과 분노를 이처럼 명확하게 표현한 연주는 퍽 드물다. 3악장 1주제부에서는 (예를 들어 하이팅크/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2010년 RCO 녹음처럼) 좀 더 여유를 두고 큰 스케일로 연주했으면 하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확고한 짜임새를 보여주며 대비가 명확한 페트렌코의 녹음 역시 탁월한 수준이다.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2주제 역시 단정하고 명쾌하며, 타악기군의 아기자기한 연주도 썩 만족스럽다. 피날레 첫머리를 장식하는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인용(정확히는 '운명의 동기')은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하지만(하이팅크나 콘드라신의 연주와 비교해 들어보라), 그 뒤를 잇는 현악 악구는 간소하고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섬세하며,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거쳐 수수께끼 같은 종결부에 이르기까지 전 관현악의 음색과 밸런스가 대단히 치밀하게 설계되었다. 결론적으로, 교향곡 2번은 실로 한 손에 꼽을 연주이며 15번 역시 상위권에 당당히 올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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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교향곡 15번에서 진짜 괴물 같은 녹음은 따로 있었으니, 그 녹음은 바로...
무엇일까요? 나중에 올릴게요^^; (3류 드라마식 끊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