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月先生文集(해월선생문집) 卷之五(권지오) 4~6장 3편
龜潭賦(구담부) 潭在(담재) 安東府(안동부)
歲丙子秋七月(세병자추칠월)
때는 병자(丙子, 1576, 선조9, 해월 선생 21세)년 7월이었다.
黃子不悅(황자불열) 思欲脫塵囂(사욕탈진효) 而上寥廓(이상요곽)
낙(樂)이 없어, 번거로운 속세를 벗어나려 생각하고서, 요곽(寥廓:넓고 텅빈 하늘)으로 오르니,
有客導余兮何之(유객도여혜하지)
객(客)이 나를 이끌고 어디론가 가는구나!
渾莫知其夢耶眞耶(혼막지기몽야진야)
어찌나 생생한지 그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도무지 분간하지 못하겠구나.
余於是逡巡乃岸(여어시준순내안) 一幅華陽巾(일폭화양건)
나는 여기에서 잠시 머뭇거렸으나, 화양건을 쓴 분과 친숙하게 되어,
佩三尺芙蓉鍔(패삼척부용악)
석자나 되는 부용꽃 높이 속세를 벗어나
越埃壒而蹁躚(월애애이편선) 奄一臺之別域(엄일대지별역)
너울너울 춤추면서 문득 한 지대의 별천지(別域)에 이르렀다.
嗚呼噫嘻(오호희희) 曾不意有是焉(증불의유시언) * * *
오! 놀랍도다. 일찍이 이런 곳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구나
固知瀛洲非海(고지영주비해)
진실로 영주(瀛洲:삼신산의 하나)는 바다에 있는 것이 아니요.
瑤池非天(요지비천)
요지(瑤池:곤륜산에 신선이 산다는곳)는 하늘에 있지 않음을 알겠도다.
非車馬之所足迹(비거마지소족적) 如斯乎江之流也(여사호강지류야)
수레와 말을 타고 오는 것이 아니라, 이와같이 강물이 흐르는 곳이구나.
幾年天作而地藏(기년천작이지장) * * *
그 년(年:곡식이란 정도령)을 하늘이 지어서 땅에 숨겨 놓았으나,
使余一朝乎蘭舟(사여일조호란주)
나로 하여금 단번에 난주(蘭舟)에서 찿아뵙게 하는구나
移烟凝山紫之勝(이연응산자지승)
산의 자색빛(山紫)이 빼어난데, 어른 거리는 연하(烟霞)가 엉겨 있어,
護水落石出之地(호수락석출지지)
드러나지 않도록 땅을 감싸고 있었구나.
瞻南則六七里野(첨남즉육칠리야) 望北則三四間寺(망북즉삼사간사) * * *
남쪽을 쳐다본즉 6~7리가 들(野)이고, 북쪽을 바라본즉 3~4간의 절(寺)이 있고,
爾其絶磴駕虛(이기절등가허) 蒼崖幾層(창애기층)
또한 그 아름다운 돌무지개 다리를 타고 건너면, 언덕에 푸른 낭떠러지가 여러 층이고,
零松不掃(령송불소) 澗水如氷(간수여빙)
떨어진 소나무는 쓸지도 않고, 산골물은 차기가 얼음 같구나.
翠閣飛前風晩丹臺(취각비전풍만단대)
비취빛 누각이 높이 솟아 있어 나아가니, 신선(神仙)이 사는 단대(丹臺)인데,
胡僧叉手鶴瘦(호승차수학수)
학같이 흰 스님이 합장을 하는구나.
天台又若八峯濃蛾(천태우약팔봉농아)
천태(天台)와 팔봉(八峰)이 짙은 눈썹 같고,
石屛之畫耶(석병지화야)
돌 병풍이 둘러 싸인 것이 그림 같은데,
兩岸聞鍾(량안문종) 金山之界耶(금산지계야)
양쪽 언덕에는 종소리가 들리니, 금산지계(金山之界)로다!
※ 금산지계(金山之界) :
금산이란 황금의 산이라는 말로 학문 도덕이 높고 심원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拾光華而管得(습광화이관득)
빛나는 꽃(정도령)을 얻으니(拾光華),
余何人㢤風流宗(여하인재풍류종) * * *
좁은 식견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겠는데,
근원이고 근본(宗)인 분에게, 은총을 입은 사람(風流)이로다.
滄浪曲兮兩三聲(창랑곡혜양삼성)
새파란 물결이 굽이치며 2~3가지 소리가 나며,
雲夢澤兮八九胸(운몽택혜팔구흉)
구름이 흐릿하게 8~9개의 앞쪽을 적시는데,
于時殘陽半窺芳島(우시잔양반규방도)
석양이 질 무렵에 방도(芳島)를 살짝 였보았더니,
欲濃淸波溶漾(욕농청파용양)
한창 맑은 파도가 치고 물결이 출렁거리며
凈界歷亂(정계역난)
정계(凈界:정토)에는, 꽃이 어지럽게 피어 있고,
上方斜涵(상방야함)
위쪽에는 물 속에 잠겨 바야흐로 굴곡을 이룬
龜呑鉢飯(귀탄발반)
거북이가 그릇에 있는 밥을 삼키네,
靑天浸倒(청천침도)
푸른 하늘이 거꾸로 잠겨 있는
魚躍層雲(어약층운)
연못에는 물고기들이 층층이 구름 속을 뛰어 오르는 것 같고,
有巖盤砣(유암반타) 有鷗慇懃(유구은근)
또한 바위는 울퉁 불퉁하며 갈매기는 은근(慇懃) 하구나.
空明千尺(공명천척) 泝洄其心(소회기심)
하늘에는 달이 밝고, 강 한가운데를 천척(千尺)이나 거슬러 올라가니,
鳥沒靑帶(조몰청대) 傍有林也(방유림야) * * *
새들이 푸른 녹음 속에 몸을 숨기고, 곁에는 숲이 있으며
龍踏白雪(용답백설) 底有沙也(저유사야)
용(龍)이 거니는 흰 눈(白雪) 아래에는 모래톱이 있구나.
智者所樂此也(지자소락차야)
지자(智者)가 즐기는 곳이 이 곳이로다.
婆娑聖人(파사성인) 所觀宛在中央(소관완재중앙)
배회하는 성인(聖人)을 살펴보니, 언덕 한가운데(中央) 계시는데,
若乃白露(약내백로) 初洗銀河(초세은하)
아! 백로(白露)가 비로서 은하(銀河)를 씻어내니,
欲凉月中桂子(욕량월중계자) 雲外天香(운외천향) * * *
맑고 밝은 달 속에 계수나무가 구름 바깥으로 천향(天香)을 내고,
水天一色(수천일색) 上下雙輪(상하쌍륜)
물과 하늘이 다 푸르고 경계가 하나가 되니, 하늘과 물 속의 달이 한 쌍의 수레바퀴요,
三白也人(삼백야인) 百東坡身(백동파신)
삼풍양백(三豊兩白)인 사람과 열심을 다하는 동쪽 언덕의 나 자신은
氷生兩腋(빙생량액) 風生虛襟(풍생허금)
서늘한 기운이 양 겨드랑이에서 생기니 옷깃에서 바람이 이는구나.
※腋 : 겨드랑이 액 / 襟 : 옷깃 금
欄干十二曲(난간십이곡)
난간이 열두 굽이가 있고,
世界三千里(세계삼천리) 况積潦之初盡澈淸(황적료지초진철청)
삼천리 강토에는 때마침 장마로 인한 홍수가 비로소 끝나니 물이 맑고 깨끗한데,
※潦 : 큰비 료
冷之寒宮(냉지한궁) 眞人臥(진인와)
춥고 가난한 집(寒宮)에 진인(眞人)이 숨어 살고 있구나.
蓮葉之上(연엽지상) 處士吟(처사음)
연꽃 위에 초야에 묻혀 사는 사람이 읊조리며
鑑湖之中(감호지중) 休休焉落落焉(휴휴언락락언)
감호(鑑湖) 한가운데서 도(道)를 즐겨 마음 편안히 지내니 뜻이 높고 큰데,
是樂外復有何樂(시락외복유하락) * * *
아! 이런 즐거움 이외에 다시 어떤 즐거움이 있겠는가?
故其喬松何者(고기교송하자)
옛날의 그 왕자교(王子喬)와 적송자(赤松子)는 어떠한 사람인가?
★ 두 사람 모두 죽지도 늙지도 않는다는 仙人
太古何時(태고하시)
태고(太古)는 어느 때를 말하는가?
忘機已熟倒冠(망기이숙도관)
세속의 일을 잊어버리고 이미 성숙하였는데,
관(冠)을 쓰는 것을 마다하는구나(成人이 되는 것을 싫어 하는구나)
何知少焉(하지소언)
아이(少)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아는가?
廣寒高兮凉月(광한고혜량월)
맑고 밝은 달속에는, 광한전(廣寒殿)이 높이 있고,
西半帆影兮江之洲(서반범영혜강지주)
강가의 마을 서쪽에는 멀리 돛이 보이고,
苟非脫天放之逸蹤(구비탈천방지일종)
진실로 벗어나고 싶지 않지만, 하늘이 내쳐서 보내니 두려운데,
凜乎其不可留也(름호기불가류야)
그 곳에 가히 머무를 수가 없구나.
噫赤壁秋老牛渚波(희적벽추로우저파)
아! 가을 하늘의 붉은 절벽(赤壁)에 늙은 소가 물길 따라 내려가고,
寒風騷已矣(한풍소이의)
찬바람이 또한 불어오는구나.
烟月無顔(연월무안) 時乎樂乎(시호락호)
희미한 달이 부끄러워 볼 낯이 없어 하는데, 좋은 때를 만나 즐겁구나.
復啓天遊(복계천유)
하늘에서 즐겁게 여행한 것을 화답으로 아뢰고,
揖羽客而盤桓(읍우객이반환) * * *
우객(羽客)에게 읍(揖)을 하였으나 떠나기가 망설여지는구나.
※ 우객(羽客) ; 신선 혹은 도사
共相忘兮自然(공상망혜자연) 復何分兮物我(복하분혜물아)
더불어 자연스럽게 나(我:主觀)와 자연(自然:客觀)이 하나가 되었는데,
다시 어떻게 자연(自然)과 내(我)가 나눠지겠는가?
採汀洲之白蘋(채정주지백빈)
모래톱이 있는 물가에서 흰마름(白蘋)을 따는 것은,
將以遺兮遠者(장이유혜원자)
장차 먼 훗날 사람에게 이것을 남겨 주고자 하는도다.
乃歌曰(내가왈)
이에 노래를 부르니,
江之水兮溶溶(강지수혜용용) 恒日夜兮其東之子之樂(항일야혜기동지자지락)
강물이 흐르는데 늘상 밤낮으로 동쪽에 있는 나는 기쁜 마음으로
聊與爾兮朝宗(료여이혜조종)
그대와 더블어 조종(朝宗)을 바라노라.
※ 조종(朝宗) : 제후가 천자를 배알하는 것, 또는 江河(강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
又歌曰(우가왈)
또한 노래 부르기를,
江之水兮悠悠(강지수혜유유) 楓桂寒兮欲秋(풍계한혜욕추)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데, 단풍나무와 계수나무가 맑고 밝으니 또한 가을이구나.
一葉兮西風淡(일엽혜서풍담)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 물을 감돌게 하고,
忘歸兮優遊(망귀혜우유)
돌아가는 것을 잊어버리니 한가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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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賦)는 해월(海月) 선생이 1576(丙子)년 선조 9년 ,
해월 선생의 나이 21세 때 지은 부(賦)인데,
구담(龜潭)은 경북(慶北) 안동(安東)에 있는 연못이라고 한다.
해월(海月) 선생은 신선(神仙)의 인도(引導)를 받아서
말로만 듣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가 되는 영주산(瀛洲山)을 둘러보고 쓴 글인 것이다.
꿈속에서 본 것이 아니라,
생생한 대낮에 신선(神仙)의 인도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다고 한 것이다.
진인(眞人)이신 성인(聖人)을 만나 보고는
혹시 누가 꿈속이나 환각상태에서 신선세계(神仙世界)를 본 것으로 생각할까봐,
신선세계(神仙世界)에서 일부러 흰마름(白蘋)하나를 따서 증거(證據)로 가져왔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글 속을 보면 선생의 나이 21세이지만,
이미 하늘의 깊은 비밀(秘密)을 알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금산지계(金山之界)에 대하여 말을 하였는데
증산(甑山) 상제께서는 무엇이라고 설명(設明)하였는지 보자.
대순전경 제3장 弟子(弟子)의 입도(入道)와 교훈(敎訓) 136절 과 83절을 보면,
『매양 구릿골 앞 큰 나무 밑에서 소풍(消風)하실 때,
금산(金山)안과 용화동(龍華洞)을 가르키며 가라사대
" 이 곳이 나의 기지(基地)라.
장차(將次) 사람의 꽃밭이 될 것이요.
이 곳에 인성(人城)이 쌓이리라" 하시고
또 《천황(天皇) 지황(地皇) 인황후(人皇後) 천하지대금산사(天下之大金山寺) 》라고 말씀 하시고
또
<萬國活計南朝鮮(만국활계남조선) 淸風明月金山寺(청풍명월금산사)
文明開化三千國(문명개화삼천국) 道術運通九萬里(도술운통구만리)》 라고 외우시고 ****
또
<世界有意此山出(세계유의차산출) 紀運金天藏物華(기운금천장물화)
應須祖宗太昊伏(응수조종태호복) 何事道人多佛歌(하사도인다불가)>를 외우시니라 ****
『하루는 公又(공우)를 데리고
龍華洞(용화동)을 지나시며 일러 가라사대
"이 곳이 龍華道場(용화도장)이라.
이 뒤에 이 곳에서 사람이 나서거든 부디 정분(情分)을 두고 지내라" 하시니라 (3장 83절)』
증산(甑山) 상제께서도
상징적으로 금산지계(金山之界)와 용화동(龍華洞)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는데,
깊이 음미(吟味)할 내용인 것이다." 라고
명산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자
한 사람이 질문하였다.
“해월(海月) 선생은 홀로 신선세계(神仙世界)에 들어가서는, 강물이 흐르는데,
늘 밤낮으로 동쪽에 있는 나는 그대와 더불어 조종(朝宗)을 오로지 기쁘게 바란다고 하였는데,
그 의미를 정확히 풀어서 설명하여 주십시오.”라고 하자
명산 선생님은 다시금 조용히 설명을 시작하셨다.
“해월 선생께서는
『江之水兮溶溶(강지수혜용용) 恒日夜兮其東之子之樂(항일야혜기동지자지락)
聊與爾兮朝宗(료여이혜조종)』 이라고 읊었다.
이 글에서 조종(朝宗)이란,
옛날 중국(中國)에서 제후(諸侯)들이 천자(天子)를 배알(拜謁)하는 일이고,
또한 강하(江河)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일을 두고 하는 말인데,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려면,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제66장 후이장(後已章)을 보자.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강(江)과 바다(海)가 백곡(百谷)의 왕(王)인 까닭은,
以其善下之(이기선하지)
그가 진실로 낮은데 처하여 모든 물이 흘러 돌아오기 때문인 것이다.
故能爲百谷王(고능위백곡왕)
그러므로 능(能)히 백곡(百谷)의 왕(王)인 것이다.
是以聖人欲上民(시이성인욕상민)
이런 까닭에 성인(聖人)이 백성(民)들의 위에 서려면,
必以言下之(필이언하지)
반드시 백성(民)들에게 말을 겸하(謙下)하게 하고,
欲先民(욕선민) 必以身後之(필이신후지)
백성들의 앞에 서려고 하면, 반드시 그들의 뒤에 서야 하며,
是以聖人處上而民不重(시이성인처상이민불중)
이와 같이 성인(聖人)은 백성(民)들의 위에 있지만,
백성(民)들은 무겁다(重) 하지 않으며,
處前而民不害(처전이민불해)
앞에 있어도 백성(民)들은 방해자(妨害者)로 생각하지 않는다.
是以天下樂推而不厭(시이천하락추이불염)
그러므로 천하(天下)가 그를 추대(推)하기를 즐거워하며 싫어하지를 않는다.
以其不爭(이기불쟁)
성인(聖人)은 누구와도 싸우려 하지 않으므로,
故天下莫能與之爭(고천하막능여지쟁) 』
천하(天下)에 그와 맞서 싸울 자가 능(能)히 없도다.
우리는 이 글에서
성인(聖人)으로 천하(天下)의 주인(主)인 천자(天子)를,
모든 골짜기의 물이 흘러나가는 강(江)과 바다(海)로 비유한 것을 알 수 있는 것으로,
노자(老子)는 미래의 정도령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인 것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해월(海月) 선생 역시,
미래에 수많은 제후(諸侯)들이 천자(天子)인 정도령을 배알(拜謁)하러 몰려오는 것을,
내다보고 쓴 글인 것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