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먹고나서 스마트폰을 잠깐 보는데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중국의 수중드론, Sea Wing UUV가 나타난 위치 때문에 저에겐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이 소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외신들에서도 다루었습니다. 예를 들면 가디언.
수중드론을 건졌다는 술라웨시섬 남쪽의 지점은 다음과 같이 위치해 있습니다. 지도는 Silent Hunter IV의 그것.
중국은 이번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번 Sea Wing과 같은 수중드론을 이용해 남중국해 구단선 너머의 바다를 정찰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 Lombok Strait는 제가 게임에서도 호주로 부터 북쪽 바다로 나갈때 매번 이용하는 병목구간.
제 생각에는 잠수함을 이용해 인도네시아까지 3개의 루트를 이용하여 침투한 뒤 수중드론을 배치했거나, 수중드론이 알아서 거기까지 항해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단 중국 잠수함이 직접 가서 수중드론을 배치했다면, 예상되는 침투루트는 크게 세가지입니다.
1번루트는 말레이시아 오른쪽과 보르네오 섬의 왼쪽으로 돌아가 자바해로 진입하여 술라웨시섬까지 침투하는 루트입니다. 이 경우 남중국해를 벗어나면 수심이 얕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2번루트는 필리핀의 Mindoro Strait, 보르네오 섬 오른쪽과 필리핀 타위타위섬 왼쪽의 Sibutu Passage, 보르네오 섬과 술라웨시섬 사이의 Makassar Strait을 통과하여 침투하는 루트입니다. 이 경우 수심은 깊지만 통상이 활발한 3개 병목구간을 통과해야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3번루트는 아예 필리핀 오른쪽의 필리핀 해로 나와서 침투하는 루트입니다. 거리는 가장 길지만 제 생각엔 가장 해볼만한 침투로 같습니다.
그리고 세가지 루트 모두 시작점은 홍콩 남서쪽의 하이난섬으로 가정했습니다. 왜냐하면 최근에 이런 기사를 봤기 때문입니다.
다만, 포브스지의 Sea Wing에 대한 기사를 보니 알아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까지 갔을 가능성이 더 커보이긴 합니다.
이 경우에는 중국이 인공섬을 메꿔 군사기지들을 세우고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출발했을거 같습니다. 그나마 가까우니까요.
포브스지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의 Sea Wing은 미국의 'Littoral Battlespace Sensing-Glider'와 비슷한 기능과 특성을 가진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2016년 12월 15일 미국의 'Littoral Battlespace Sensing-Glider'를 공해상에서 입수했다가 외교적 절차를 밟은 뒤에 미국에 반환했다고 합니다.
비록 중국의 Sea Wing이 미국의 UUV를 역설계한 것으로 보이진 않으나, 수중드론을 이용한 해상정보습득이라는 컨셉만큼은 영향을 받았다네요.
Sea Wing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무동력이라고 합니다.
느리고 민첩하지 않지만 풍선같은 장치로 부력을 가변시켜가며 물속과 바깥을 오가며 미끄러져(Glide) 아주 긴 거리까지 작동한다고 합니다. 그냥 뿌려놓고 나중에 회수하는 임무에 주로 쓰인다네요.
어떻게 회수하는지가 가장 문제겠지만요.
아, 기사를 다시 보니까 데이터는 실시간 무선송신한다네요. 그렇다면 기체는 일회용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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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무슨 정보들을 정찰하여 무엇에 쓰려는 걸까요?
일단은 연합뉴스 기사에서는 잠수함의 운용에 필요한 수심, 염도, 탁도, 산소 농도, 해류정보를 수집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중국 군사전문가들이 과거 이 지역에서 작전을 벌였던 미국 Asiatic Fleet 잠수함들이 일본해군과 상선에 가한 일련의 발자취들을 연구했나 봅니다.
그리고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호주해군의 남중국해를 향한 기동을 잠수함을 이용해 차단하려는 것이고요.
잠수함 작전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잠수함 그 자신의 생존성이며, 수심은 잠수함의 생존성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수심이 깊을수록 어뢰, 폭뢰, 대잠 미사일, 경어뢰를 회피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느정도 수심이 깊어야 수온약층이 형성되어 있어서 액티브 소나를 회피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수심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공동현상(Cavitation) 입니다.
공동현상에 대해 잘 다룬 유튜브 영상이 있습니다.
이미 여러번 소개해드린 실제 미 핵잠수함 소나담당 출신 유튜버 Sub Brief의 'Whiteboard'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Cavitation은 감압될수록 낮은 온도에서도 기체가 되기 쉬워지는 물의 특성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Cavitation이 발생하면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음이 발생하여 적 군함의 패시브 소나에게 쉽게 감지됩니다.
그래서 Cavitation은 잠수함의 기동성을 좌우하는 중대한 요소이며, 이 Cavitation이 발생하는 패턴(Cavitation Curve)을 미리 산출해내기 위해 중국 그리고 미국도 수중드론으로 온 바다를 휘젓고 다니는 것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대잠세력에게도 Cavitation Curve는 유용한 정보일 것입니다.
일단 전제는 이렇습니다.
상온에 일반 기압인 P에서는 물이 액체상으로 존재하지만, 상온에 저기압인 P2에서는 물이 기체상이 됩니다.
Cavitation에는 3단계가 있습니다.
첫번째 단계는 Blade Tip Cavitation입니다. 프로펠러에 닿은 물, 그 중에서도 프로펠러 끝쪽에 닿은 물은 거의 기체가 되기전까지 감압됩니다. 그래서 수증기의 가스버블이 발생합니다.
두번째 단계는 Sheet Cavitation입니다. 간단히 줄이면 프로펠러를 더 빠르게 돌릴수록 가스버블이 더 발생한다고 합니다. 휭휭거린다네요.
세번쨰 단계는 Compressed Cavitation입니다. 프로펠러를 통과한 이후에도 Cavitation은 지속된다고 합니다. 이 3단계가 가장 시끄럽다고 합니다.
선박의 속도가 높아지면 Compressed Cavitation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의 높이와 주파수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확실하게 적함을 포착하는 수단이어서 그런지, 이거까지 찾은 소나맨은 메달받는다는 농담까지 있다고 합니다.
Sub Brief는 게임 Cold Waters를 통해서 Cavitation을 직관적으로 설명해주기도 했습니다.
영상 왼쪽의 SPD와 DEP에 주목하시면 됩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심도가 깊어질수록 더 높은 속도에서도 Cavitation이 억제된다.
2. Cavitation은 기종에 따라 다른 특성을 가진다. 이를 Cavitation Curve라고 부른다.
흔히 육군을 상상할때 지도를 펼쳐놓고 아군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고지와 길목을 고려하며 싸우는 이미지를 떠올리실 겁니다.
마치 그것처럼 중국과 미국의 해군도 실제 싸움 이전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들을 미리 알아내려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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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늘의 특집은 끝!
첫댓글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괜히 탐사가 중요한게 아니지요. 정찰이란 단순히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지형 지물을 관찰하고, 작전지역 토양/물의 성질을 분석하기까지 해야하죠.
그런 의미에서 금번 중국의 정찰행위는 동남아 일대에 크나큰 위협이 되겠군요. 이번엔 수중드론이지만, 혹시 모르지요. 다음번엔 갑자기 그물에 잠수함이 낚아올려질지요.
정말 인도네시아 해상에서 중국 잠수함이 그물에 걸려버리면 전세계를 뒤흔드는 대형사고일거 같네요. ㅎㄷㄷ.
하지만 요즘 중국을 보면 정말 그럴 수도 있다는게... 하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