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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해피 바이러스 n차 감염자
환희는 하룻밤사이에 달라졌다.
출근길도 보현산 하늘도 숲도 어제와 달랐다.
절망이 가득한 마음속에 희망을 채우고 천문 과학관에 도착해서 기쁜 웃음으로 인사를 했다.
어제 유성이 이모로 부터 ‘해피 바이러스n차 감염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안녕 하세요~”
“오~ 환희 얼굴이 활짝 폈네? 어제 이모님과 데이트가 좋았나~”
“예. 교수님은 이모님과 함께 계실 때 늘 기쁘지 않았어요?”
“뭐야~ 조크야 진담이야.”
“사랑하는 사람과 늘 같이 있으면 행복 할 것 같아서 물어보는 진담이에요.”
“하하하 늘 함박꽃이다 너처럼.”
“맞아요 교수님과 저는 이모님한테 ‘해피 바이러스‘n차 감염자’가 된 것 같아요.”
“그래 맞다 하하하.”
환희는 하루 사이에 극과 극을 오갔다.
“이모님께서 절망을 끊는 길은 희망을 가지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칼 같고 톱 같은 말씀에 절망을 싺둑 잘랐더니희망이
쑥 자랐습니다.”
“오~역시 누구를 막론하고 소아처럼 잘 다루는 의사는 소아과 의사 유 성이뿐이라니까 하하하.”
“헐~”
“헐이라니 내가 해피해서 내 와이프 칭찬 하는데 뭐가 못 마땅해?”
“아니에요~하하하.”
박 하순 해설사는 서랍에서 봉투를 꺼내 건네주며 말했다.
“환희야 이모가 준 여행경비다."
“예? 저 돈 있어요. 이 산골에서 아빠나 제가 돈 쓸 일이 뭐있어요 다 저축해 두었는데요.”
“받아. 아들처럼 생각하고 주신 거니까.”
환희는 전광석화처럼 빠른 명의 이모님의 속전속결 처방전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늘 이렇게 자신에게 깊은 관심과 사랑을 주시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이 오늘따라 더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휴가는 관장님께 말씀드렸더니 허락하셨고 용돈 좀 주신다고 했으니 인사도 할겸 가봐라.”
"아 예."
해설사가 물었다.
“너 지난번에 휴가 나왔을 때 여권 만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됐냐?”
“예. 귀대 하느라고 찾지 못했어요.”
“그래?”
해설사는 아버지처럼 여행 장비들을 꼼꼼하게 체크해 주었다.
“그럼 내일 오전에 여권도 찾고 여행사에 가서 일정을 잡아보고...미 개봉 핸드폰도 하나 있는데 등록하고 카메라도 가져가고....
또 뭐가 있냐....”
“예? 아니에요 제가 사진 찍고 여유 부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이모님 말씀대로‘소년 탈피 청년의 힘’으로 오지탐험 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부딪히며 다녀오고 싶어요.”
해설사는 환희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소년 탈피 청년의 힘?”
“예.”
“그 말은 어디서 듣던 말인데?”
“어디서요?”
“터프하고 와일드한 와이프가 놀이공원에서 혼자 바이킹을 타면서 나를 겁쟁이라고 놀렸던 말인데 너에게도 했구나?”
“아 근데 이모님께서 더 공격적인 말씀도 하셨는데요?”
“무슨?”
“보현산에 가셔서 교수님을 짚 와이어 태우고 싶다고 하던데요?”
“헐~유성이 개구진건 못 말려~”
“예, 이모님은 정말 귀염 폭발이에요.”
“그래? 너도 귀엽니 나도 귀엽다.”
“헐~”
오랫동안 둘은 유난히 사이가 좋아 삼촌 같고 아버지 같고 격이 없었다.
하루 종일 붙어서 산지가10년이 가까이 되었기 때문에 늘 지식도 공유해서 교수와 대학생의 차이도 좁혀졌다.
부잣집 사모님이 하루 종일 가정부와 살아서 가정부 수준이 되고, 가정부는 사모님 수준으로 격상 되었으니 손해 이익을
따져보면 환희에게 큰 이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박 교수가 손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늘 순수하고 행복해 하는 소년을 보아 온 덕분에 대학 조교수의 불확실한 교수자리 싸움도 떠나고, 도시 공해를 벗어나 건강도
얻었으니 그것이 순수소년 환희로 부터 얻은 최고의 '해피 바이러스 N차 감염'이었다.
다음 날.
서소문 기자의 말대로 송이를 유혹하던 유목민 몬호르 찾아야하는 첫 단추인 여권을 찾고 대구로 향했다.
둘은 여행사를 찾아 갔는데 상담원이 자리에 없어서 조금 기다렸다.
환희는 안내 책자를 살펴보다가 첫 여행의 두려움으로 긴장과 함께 얼굴이 붉어지고 귓불까지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을 본 박교수가 물었다.
“너 떨고 있니? 귀가 반쪽 자른 빨강 피망 같다.”
“예? 설마요~ 혼자 가는 처음 해외여행이라 두렵긴 해요.”
“하긴, 해외는 제주도에도 안가 봤으니까.”
“맞아요.”
그때 문이 열리고 직원이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어? 별 신동 맞죠?”
“예? 저를 아십니까?”
“알죠~ 별신동씨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보았고 중 고등학생 때도 보았는데 어투가 달라 진 것을 보니까 군인 맞죠?”
“아예. 며칠 전에 전역 했습니다.”
“전역 축하 합니다.”
두사람의 대화에 질투가 난 것처럼 해설사가 익살스럽게 끼어들었다.
“아하~그럼 저는 아세요?”
“아~ 해설사님도 잘 알지요~근데 별 신동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먼저 인사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는 없고.”
상담사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두 분이 같이 여행하시게요?”
“아닙니다. 이 친구 혼자 몽골 바양하드를 가는데 5박6일로 최대한 빠른 날짜로 잡아 보세요.”
“아 예. 요즘은 별을 보러 몽골‘바양 하드’를 가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현제만 해도 7명이나 됩니다.”
“아~ 그렇구나.”
“1시에 상담 예약한 신혼부부도 바양하드를 간다고 했는데 곧 오실 겁니다.”
"아~"
상담사가 환희에게 물었다.
“패키지로 할까요? 아니면?”
“초행이라 망설여지긴 하지만 단독 여행으로 할 겁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조금 전에 말했던 신혼부부가 인사를 하며 들어왔다.
세 사람은 모두 문 쪽을 바라보았다.
“안녕 하세요~”
인사를 하던 두 사람은 동시에 환희에게 시선이 갔다.
“어? 별 신동이다 맞지요?”
“아 예.....”
“종상 씨 우리가 보현산 천문대에서 보고 과학관에서도 봤잖아?”
“맞아 주리 씨.”
박 해설사는 직원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우리는 별신동 때문에 개밥에 도토리입니다.”
“하하하 정말 그런데요.”
여자가 직원보다 더 들뜬 기분으로 말했다.
“별 신동님 어디 여행가시게요? 목적지가 우리가 가는 곳이라면 정~말 좋겠다. 그치 정송씨?”
“그래~몽골바양하드가 별 신동에게는 딱 인데 아마 거길 갈 거야 하하하.”
직원이 정답이라고 웃으며 대답을 했다.
“예 맞아요. 별 신동님은 초행이라는데 정송씨는 두 번이나 다녀오셨으니까 동행하면 좋겠네요.”
여행사 안에 모든 사람은 처음 만남에도 모두가 반가운 얼굴이었다.
여자가 말했다.
“우리정송 씨는 두 번이나 다녀온 별 바라기에요. 저는 정송씨가 강추해서 처음 가는데 안내는 우리 정송 씨가 할 거니까
별 신동님은 재밌는 별 이야기를 많이 해주면 서로 좋겠죠?”
“아예. 감사합니다.”
여자는 동행이 생겨서 신이 나서 말했다.
"게르도 옆에 잡고 식사도 함께하고 서로 가이드를 해주면 참 좋겠어요. 하하하."
환희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홀로 가는 두려운 행보와 막힌 길과 가슴이 단번에 뻥 뚫린 기분에 피망 귀는 덜 익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세 사람은 더이상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여행 일정이 잡히고 공항 탑승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일을 마치고 과학관에 돌아오는 길에 환희는 옆 좌석에 앉아 여권과 핸드폰을 계속 번갈아 보고 있었다.
해설사가 물었다.
“좋지?”
“예. 모두가 처음이라 두근거려요. 마치 신성을 발견한 것처럼?”
“그렇게나?”
“아니요 그보다 더.”
퇴근 후.
환희는 핸드폰도 생기고 혹시나 하고 송이 소식이 궁금해서 장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현 장희 누나?”
“누구세요?”
“저요 환희.”
“와우~별 신동? 정말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어? 학교는 다녀? 군대 안 갔어? 휴가 나왔나? 아버지는 잘 계셔?”
예상대로 장희 누나는 궁금한 것 모두를 한꺼번에 바쁘게 물었다.
환희는 그런 장희에게 전염되어 장희처럼 물었다.
“예. 제대를 했고요. 엄마랑 미장원은 잘 운영하고 계시죠? 경북이형도 잘 있고요? 과학관에는 한번씩 오셨어요?”
“헐~ 하나씩만 물어라 니가 나냐 하하하.”
“하하하 오랜만이라 나도 모르게 기분이 들떠서요.”
“하긴~ 나하고 대화를 하면 사람들이 날 따라서해~ 내가 정말 ‘해피 바이러스 전파자’ 인가봐 하하하.”
“맞아요. 제가 장희 누나한테 n차 감염자가 되었으니까 앞으로도 누나처럼 사람들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2차3차 미지수로 감염
시켜야 겠어요 하하하.”
“헐~”
장희가 웃으며 물었다.
“환희야 근데 진짜 물어 볼 말이 빠졌지 않아?”
“예?"
"뭐야 알면서 놀라긴. 송이 소식을 물어 보려고 전화를 한 거 아냐 하하하하.....”
“예? 맞아요.”
환희는 대답을 하면서 장희 누나의 긴 꼬리 웃음에 좋은 소식이 있는 듯 보였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제발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랬다.
송이가 몽골 바양 하드에 가서 몬호르라는 몽골인과 썸 타는 일만은 벌어지지 않았기를 바랐다.
장희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근데 어쩌냐~ 송이가 어디 있는지 무얼 하는지 전혀 모르는데?”
“아 예~”
“환희가 갑자기 풀이 죽었네?”
“예? 아니에요 모를 수도 있지요.”
장희는 갑자기 풀이 죽은 환희를 놀리듯 웃었다.
“하하하하.....”
“왜요? 장난쳤지요 장희 누나?”
“그렇게 보여? 그럼 말해 줄게 하하하.”
“아~ 누나~ 심장이 떨어질 뻔 했잖아요.”
“크크크크.”
환희는 급하게 물었다.
“장희 누나 송이 봤어요? 소식 알아요?”
“응. 봤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헐~ 육하원칙으로 말해?”
“아 아뇨 아무렇게나. 빨리요.”
환희의 두근대는 가슴은 더욱 떨렸다.
“응. 우리 엄마가 1년 전인가? 그때쯤에 송이 엄마를 만났거든?”
“어디서요.”
“응. 우리 엄마가 경북이 아빠랑 보현산 과학관에 갔다가 벤치에 앉아 계시는걸 보았다는데?”
“아 거기 벤치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묻는 환희의 가슴은 마구 뛰었다.
“우리 엄마가 대전에 산다는 송이네 이모 이야기 했다가 송이 엄마와 사이가 멀어진 것은 알지?”
“예. 그래서요?”
“그 사건 때문인지 송이 엄마가 시큰둥하니 대답을 잘 안 해서 제대로 묻지도 못했데?”
환희는 애가 탔다.
“누나 그게 전부야? 뭐 본거나 특별한 거나 뭐 그런 거 없어요?”
“응 그게.....니가 송이한테 준 이니셜별 있지?”
“예.”
“송이 엄마가 그 빨간 머리핀을 달고 계셨다는데?”
“아 예~ 더는 없어요?”
“응? 있지~ 하하하하.”
“아 누나~ 진짜는 언제 털어 놓으려고 그래요.”
“크크크. 지금.”
“누나는 개구쟁이야.”
“근데 별로 기대는 하지 마.”
“왜요?”
환희는 기대가 반감 되었지만 여전히 가슴은 뛰었다.
“우리엄마가 서울을 가려고 대구 터미널에 갔다가 또 송이 엄마를 보았는데 아침 일찍부터 차표를 들고 있던 거로 봐서 어딜
가는 것 같았는데 묻지 않았다고 하더라.”
환희는 조금씩 모자라는 장희누나의 대답에 궁금증만 더해갔다.
“아~ 그리고 더 없어요?”
“있지~”
“아 또 뭔데요~”
장희는 꼭 서 기자처럼 궁금한 걸 하나씩 털어 놓았다.
환희는 서기자에게 한번 겪은 터라 만성이 된 듯 느긋한 마음을 되찾아 장희 누나의 말을 기다렸다.
바쁘게 몰아친다고 자신의 마음처럼 급하게 털어 놓을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장희가 말했다.
“그런데 엄마가 서울 가서 일을 보고 저녁에 왔는데 송이 엄마가 사고 후유증으로 아프다는 걸 알고 있어서 혹시 그 자리에
계속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 보았거든?”
“예? 갔더니 있어요?”
“송이 엄마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계셨다는 거야~”
“예에?”
“어딜 갔다 오셨는지 조금 피곤해 보이기는 했는데 머리에는 머리핀이 없고 다른 보석 머리 핀이 있었다네?”
“이니셜 머리핀이 없어 졌어요?”
“그런가봐. 그리고 뭐 특별히 아픈 것 같지는 않고 이게 전부야.”
송이 소식은 여전히 오리무중으로 기대 이하의 대답에 허탈하고 기대는 곳은 여전히 몽골뿐이었다.
여행 전날 밤.
환희는 배낭에 핸드폰과 카메라 몇 벌의 옷을 챙겼는데 송이와 만났을 때 입었던 별 옷들이었다.
수첩과 이니셜별도 소중하게 챙겼다.
이니셜별 주인공 송이를 찾아 가는 여행길에 희망의 북극성이 되어주길 바랬다.
“아버지 갔다 올게요. 식사랑 잘 챙겨 드세요. 우리 노송이 보송이도 잘 챙겨주세요.”
“그래 잘 다녀와라 아들.”
노송이와 보송이의 환송을 받으며 은하마을을 출발하여 공항으로 향했다.
2시간을 먼저 도착해서 아직 나오지 않은 신혼부부 정송과 주리를 기다리는데 핸드폰이 울었다.
“안녕 하세요 별 신동님 어디세요?”
“예. 공항 탑승구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밝은 얼굴에 미소가 선한 신혼부부가 왔다.
환희는 밝은 인사를 했다.
“안녕 하세요 종상 선배님.”
“선배?”
“예. 저보다 결혼을 먼저 하셨으니까 선배죠~”
“아 그건 후배도 결혼할 여친이 있다는 말로 들어도 될까?”
“예?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요?”
“그렇지 후배 하하하....”
주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종상씨 별신동과 결혼할 여자 분은 날마다 별별 이야기를 많이 듣겠다. 그치 종상 씨?”
“별별 이야기 하하하....”
환희는 초행길이라 잘 모르는 길을 따라가지만 어쩐지 전부터 가까운 사이처럼 느껴져 원 플러스 원으로 딸려 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유쾌한 대화가 마치 오래된 선후배 같았다.
비행기는 운행 차질이 생겨 2시간이나 지연되었지만 기다림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별별 이야기와 함께 간단한 점심을 했다.
보현산 촌뜨기 환희는 도시의 자장면을 먹었다.
소화될 시간 이었는데 자장면이 촌뜨기 속을 우습게보았는지 까맣게 물들여 갑자기 속이 편치 않고 부글부글 끓었다.
하지만 참을 만해서 식후에 오는 긴장성 복통이라고 생각하고 화장실을 갔다가 비운 것도 없이 나왔다.
4시간비행. 몽골수도 울란바토르 징기스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신바람 난 주리가 말했다.
“바양하드로 가자. 고고고~”
영천에서 달려온 10시간. 환희는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그들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으려고 꾹꾹 눌러 참았다.
고비사막과 몽골 초원의 아름다움을 떠올렸지만 융단처럼 아름답지 않을 것 같았다.
두통이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할지 의심스러운 첫 해외여행의 고통이었다.
몬호르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것 같아 송이의 황갈색 머리만 생각했다.
종상과 주리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유쾌한 신혼부부였다.
환희는 버스를 기다리며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벽에 기대고 앉아 눈을 감았다.
그때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와 눈을 떴다.
눈이 1등별처럼 크고 흰자위가 많은 아이와 엄마가 의자에 앉으려고 다가와 환희는 엉덩이를 들썩여 자리를 조금 비켜주었다.
아이가 인사를 했다.
“새 응배 노~"
환희는 아이의 큰 눈을 보자 여왕별꽃 엄마의 눈이 생각났다.
아이가 엄마를 따라 인사를 해서 환희도 따라 인사를 했다.
“새 응배 노~”
인사를 하자 티 없이 맑은 아이가 천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주고, 엄마가 하나를 꺼내 한입 베어 물고 손짓을 했다.
환희는 여행을 오기 전에 급히 배운 감사하다는 인사말이 떠올랐다.
“탈라르 흘라”
환희는 머리가 아팠지만 이방인에게 베푸는 친절함에 예의상 감사인사를 하고 한 입 베어 물었다.
퍽퍽한 화 과자 같은 몽고 전통 빵이었다.
꾸역꾸역 먹고 생수를 벌컥 마셨는데 생수도 화 과자에 막혀 컥 소리를 냈다.
엄마와 딸은 놀란 표정과 웃음을 보이고 가슴을 팡팡 쳐 보이고 환희는 따라서 가슴을 팡팡 치며 웃어 주었다.
환희는 두 사람의 행복한 웃음에서 불편한 자장면이 흔적을 감춘 듯 속이 편안했다.
두 사람은 손을 흔들어 주고 자리를 떴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자장면 불편한속을 완치 시키는 100%짜리 백신이었다.
환희는 수첩을 꺼내 서소문 기자가 몽골 여행기를 입으로 썼던 여행길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이렇게...그다음은.....’
‘태를지 국립공원’에 있는‘바양하드 캠프’로 향하는 버스가 도착했다.
갑자기 어디서 나왔는지 삼삼오오 버스로 몰려오고 버스 안에는 배낭족으로 가득했다.
그중에 한국인은 모두 모두10명쯤 되어 보였는데 조금 전에 보았던 아이와 엄마도 차를 탔다.
만원버스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60킬로 떨어진 태를지 국립공원을 향하여 2차선 포장도로를 달렸다.
가끔 도로상태가 좋지 않은 비포장 길도 달렸다.
이미 서 소문 기자에게 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고 들었던지라 시간과 도로 사정은 체념상태였다.
건너편 옆 좌석에 앉은 종상 선배가 말했다.
“후배, 지금 여기날씨는 한국에서 봄과 여름 같지? 겨울은 엄청 춥다던데?”
“예. 맞아요. 울란바토르의 겨울은 세계에서 가장 춥다고 알려진 모스크바보다 더 춥다고 해요.”
“헐~시베리아 추위 보다 더?”
“예 선배님. 몽골은 평균 최저온도가 영하 27도라고 하던데 울란바토르는 남쪽에 있지만 시베리아에 가까이 있는 도시이니
그럴 수밖에요.”
“27도? 내가 최전방에서 근무를 할 때도 엄청 추었는데 그건 게임도 안 되겠구나.”
“그렇겠죠?”
환희는 긴 여행에 몸은 피로가 몰려왔지만 보이는 풍경들은 놓칠 수가 없었다.
신혼부부는 건너편에 앉아 행복한 얼굴로 재잘재잘 많은 대화를 나누고 환희는 귓가로 들으며 무척 부러웠다.
“종상씨 우리~언제 후렐터커 우주관측소에 가는 거야?”
“응. 금 토요일에만 관측이 가능하니까.”
“그럼 토요일에 볼 수 있겠네?”
“응 입장료는 7천 투구릭인데 한화로 3500원?”
“낮엔 태양도 보고 밤엔 은하수도 보고. 별 볼일이 많겠다. 하하하.”
달리던 차가 불빛이 환한 큰 마트 앞에 섰다.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자 서 기자의 말이 생각났다.
‘바양하드 게르 촌 도착 전에 있는 큰 마트에서 먹 거리를 사가지고 가야 하루 종일 심심치 않아.’
그때는 화도 나고 엄청 지루했었는데 지금은 여행의 지표가 되었다.
관광객들은 차에서 내려 다들 똑같이 주섬주섬 바구니에 주어 담았다.
제품들은 한국산이 더 많았다. 환희는 종상 선배를 따라다니며 간단한 빵과 과자와 캔 음료를 샀다.
게르 촌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안내원 3명이 20여 채가 보이는 게르 쪽으로 안내를 했다.
게르에서는 미등이 하나둘 켜지고 사람들은 안내를 받아 하나둘 게르 안으로 들어갔다.
(몽골 바양하드 별해설사 박효순 제공)
환희와 한국인일행의 안내를 맡은 사람은 한국 청년이었다.
그는 10명을 인솔하고 앞서 걸었다.
종상과 주리가 말했다.
“환희 후배 우리는 짐 풀고 나와서 별 관찰을 할 건데 후배는 별 해설사를 만나러 간다고 했죠?”
“예 선배님.”
차에 탔던 사람들은 게르안에 짐을 던져놓고만 나왔는지 하나둘 나오더니 똑 같이 하늘을 바라보며 여기저기서 탄성을 질렀다.
그 사람들을 뒤로하고 안내자를 따라가며 하늘을 바라보니 몽골 밤하늘은 보현산보다 별이 더 많은 듯 했다.
말 그대로 별천지였다.
(몽골 바양하드 별해설사 박효순 제공)
환희는 서소문 기자의 말대로 몬호르를 만나려면 박 조국 별 해설사를 먼저 찾아야했다.
안내자 따라 가다가 물었다.
“저 혹시 별 해설사 ‘박 조국’ 선생님을 만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예? 지금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계시는데 연락을 해 드릴까요?”
“예? 그래 주시면 감사하고요.”
환희는 가슴이 뛰었다.
송이로 추측되는 황갈색 머리카락의 여자를 빨리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심장을 두배로 빨리 뛰었다.
"둑 두둑 두둑두둑....."
-다음 편을 기대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