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海 里
별, 꽃, 달, 풀, 강으로 된 한 편의 서정시이더니,
자식, 연탄, 세금, 건강, 걱정의 장편 통속소설이 되었다.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
아이스크림
시쓰는일이 색쓰는일같아라
주면서먹는다는 달콤한모순
사는일죽는일 하나라지만
사는일신명나나 죽 는 일 의 허 망 함 이 여 !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
그리움
대추꽃의 초록이나 탱자꽃의 하양,
들장미의 빨강이나 석류꽃의 선홍,
아니면 싸늘하나 따스히 녹는,
아이스크림같은 안타까움 한 줌.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인수봉
요석궁에 불을 지른 원효대사다
새벽마다 하늘을 떠받들다
자루 없는 도끼를 허공중에 던져 놓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돌이 솟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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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淸別』(1989)
사랑에게
웬일로 오늘은 아침부터 칠흑빛 하늘
검은 물감을 몇 만 드럼이나 풀었는지
네가 그립구나, 별이여, 네가 보인다
오늘은 아침부터 내 가슴에 네가 뜨누나.
- 시집『淸別』(1989) |
봄꿈
복사꽃물 면사포
살구꽃 웨딩드레스
진달래빛 가슴
개나리 금빛 아지랑이 꿈.
- 시집『淸別』(1989) |
5월
비 개인 날 우이동 골짜기 꾀꼬리 소리, 소리 노오랗게 날리는 송화가루.
- 시집『淸別』(19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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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시도 때도 없이 울어쌓는 소쩍새.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내 마음.
- 시집『淸別』(1989)
꽃양귀비
얼마나 먼 길을 달려왔기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넋을 놓는가.
귀 따갑게 쏟아지는 한낮의 햇살,
널 끌어안고 만신창이 만신창이 불타고 싶어라.
- 시집『淸別』(1989) |
자귀나무꽃
세모시 물항라 치마 저고리 꽃부채 펼쳐들어 햇빛 가리고 단내 날 듯 단내 날 듯 돌아가는 산모롱이 산그늘 뉘엿뉘엿 섧운 저녁답 살비치는 속살 내음 세모시 물항라.
- 시집『淸別』(1989) |
대추꽃
무어 잘났다고 드러낼 게 있어야지
잎인지 꽃인지 분간도 못해라
꽃이 피었는지 아는 이 없어도
숨어서 피는 이의 향기로움이여!
- 시집『淸別』(19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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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위의 시 가운데「아이스크림」은 의도적으로 띄어쓰기를 무시한 것입니다.
때로는 시적 효과를 노리기 위해 이런 시도를 하게 됩니다.
숨어서 피는 향기로움까지 ~~
시 한편으로
마음이 달래집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짧은 시편들이 긴 시들보다 읽기에 더 시적인 듯싶네요. 참 좋아 저도 배워 보렵니다.
벌써 오래 전의 글들입니다.
어떤 시기에는 짧은 글이 많이 써지고 어떤 때는 긴 글이 주류를 이룹니다.
제겐 짧은 글이 좋습니다.
단시, 한 호흡의 격정에 한참을 떨다 갑니다. 선생님 늘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반갑습니다.
들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십시오.
먼저 눈에 쏙 안겨들어 좋고, 마음에 푹 담겨 읽고 또 읽었습니다.
시는 짧은 것이 맛깔스런 경우가 많습니다.
부담없이 읽으면서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가 있어 좋습니다.
압축이란 말을 자꾸 생각해 봅니다.
천천히 필사를 하면서 많이 배워갑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선생님, *<아내 > 시에서 영감이 오네요. 요럴 땐 매우 행복해요. 시 공부가 됩니다. 선생님 시를 읽으면, 아침 먹고서 다시 읽을께요. 늘 건강하시어요.
하! 멋진 아내 하나 만들어 주세요.
제게 주지 말고 김순 님이 잘 데리고 노시기 바랍니다.
현모양처인 아내보다 좀 야하고 질긴 아내를 하나 만들어 보세요.
기대하겠습니다.
인수봉을 올려다 보며 합장합니다
천지신명께서 자연 님의 소원을 들어 주시리라 생각됩니다.
자귀나무 관찰해본 적이, 잎사귀는 꽃을 받쳐주는 것 같고 그 잎사귀는 어둠을 싫어하는지 해질녘이면 오무리더군요. 그땐 그것밖에, 꽃잎은 실크 같다는 생각을. 그러니 시 한편을 쓰려면 많은 지식이 있어야함을 선생님 시를 읽게되면, 꾀꼬리가 노란 색이라 송화가루로< 대구>로 놓은 것인가요? 임보 선생님께서 강조하시어요. < 대구>에다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엎드려서 절 드립니다. 선생님 받으시어요. 늘 건강하시어요.
자귀나무를 合歡樹라고도 합니다.
저녁이면 잎이 오무라들지요.
그래서 부부의 베개에 잎을 넣으면 부부의 금슬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꾀꼬리가 울 때 송화가루가 날립니다.
비가 오면 마당 구석진 곳에 고인 물 위에 노랗게 떠 있습니다.
김순 님의 절을 받으니 오늘은 배가 부릅니다.
'절 좋아하세요?' 하고 여핵생들이 옆에 다가와 팔자을 끼며 짓궂게 묻곤 했지요.
절 좋아하세요?
아내와 꽃양귀비의 글이 활활 타오르는 생활의 서정과 서사가 같이 묻어있습니다.꽃양귀비는 꽃모습보다 거기에서 느끼신 감흥이 더 멋집니다.만신창이....딱입니다.
잘 보셨습니다.
서울에도 봄이 드디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행복하십시오.
편편 마다 고운 향기, 주옥 같은 言사리들. 담을 것은 밑 빠진 바구니 뿐인, 야속한 내 처지여... 감사합니다, 이사장님.
밑 빠진 바구니에 담을 것이 따로 있습니다.
잘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