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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 19번 국도 27km 걷기 -무주에서 영동까지 - | 2005-12-23 오전 7:56:25 |
권성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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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이의 본명:
어제는 무주에서 영동 까지 27km를 하루에 걷고 왔습니다. 사연을 말씀 드리자면 옛 이야기부터 해야겠네요.
제가 제일 자주 가는 산인 <도봉산>의 <柱峰>옆에는 지금은 없어진지 오래된 <깡통집> 이라는산장 비스무리 한곳이 있어, 당귀차도 팔고...can맥주도 팔곤 했었답니다. 예나 지금이나 酒님 모시기에는 열심인 저는 그곳의 시원한 깡맥주 맛 때문에 산행 코스를 가능한 그쪽으로 잡곤 했었지요.
14,5년전 가을쯤 이던가? 깡통집의 맥주를 생각하며 비탈길을 허덕이며 오를때.....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바위 위에서 웬놈이 唱 연습(?)을 열심이 하고 있었습니다. 검정 고무신에, 맨발 차림으로.... 이상한 놈들이 많은 것이 요즈음이라 무심코 그냥 지나쳤습니다만 창 연습이 계속되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눈이 마주치면 고개도 끄덕이곤 했지요.
그러던 어느날..... 철거된 <깡통집> 자리에다 그놈이 <路上막걸리집>을 벌렸습니다그려. "참새는 결코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에 따라 주저앉았고.... 그후로는... 막걸리 잔까지 왔다갔다 하는 사이로(?) 발전 되었지요. 그놈은 막걸리가 얼큰해질 저녁 무렵이 되면 가끔 목소리를 가다듬고 소리를 뽑곤하여 흥을 돋구기도 하였답니다.
그놈은 사시사철 맨발에 검정 고무신 차림 이었기에 어느덧 <도봉산>의 명물이 되었고... 얼마전에는 <도봉산의 기인>으로 某某 텔레비에 두어번 방영 되기도 했었답니다.
지난 11월 중순도 지난 어느날 이었지요. 그놈이 뜬금없이 12월 중순 부터<불우 이웃 소년 소녀 가장 돕기> 행사로 "땅끝 마을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맨발에 검정 고무신 차림으로 걷는 案을 만들어 보여 주대요.
"그래?" 그러면 나도 무주하고 설악구간 두어군데 찬조 출연(?) 할께" 어쩌구 저쩌구....
설마 했으나... 그놈은 드디어 12월 15일 땅끝마을로 내려갔고.... 근래에 보기드문 전라도 지방의 폭설과 악천후 하에서도 하루에 50여km씩을 걸으며 21일 저녁에는 무주로 들어온답니다요. 나도 약속에는 철저해 질려고 노력하는 싸나이인데(남들은 알아주지 않아도 自稱 ㅎㅎㅎ) 이틀 정도 같이 걸어줄 요량으로 짐을 꾸립니다.
날 저물면 비박을 해야겠기에 침낭...침낭커버... 거위털 자켓....오버트로우져....코펠...바나... 이것저것 챙겨 넣으니 70리터 짜리 배낭이 그득해 집니다.
12월21일 오후 2시35분..... 남부터미널에서 출발 하는 무주행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꾸물거리는 날씨에 광주와 장성 지방은 폭설로 고속도로가 막혔다는 뉴스를 들으니 공연이 심란 합니다. 그러나.... 버스는 아랑곳 없이 씽씽 남으로 남으로 내달려 갑니다. 눈도 별로 없습니다.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도 어느곳은 폭설로 고생하고...어디는 아니고...
오후 5시쯤... 버스는 무주 톨게이트를 빠져 나갑니다. 무심코 창문 밖을 보니 팻말을 배낭에 꽂은 놈이 지나갑니다. <검정고무신> 그놈이었습니다. 갑자기 팽도는 눈자위..... 李 鐘文氏여~~~~~~~누가 돈을 준다는 것도 아니요.... 명예가 따라오는 것은 더욱더 아닐테고... 왜 최악의 惡天候 속에서 이런 고생을 하시오????????
얼른 핸폰을 꺼내 전화를 겁니다. "고생 많지?" "버스터미널로 와 기다릴께"
그러나, 버스터미널에서 기다리기에는 뭔가 마음이 불편 합니다. 그놈을 마중 하기로 작정하고 눈길을 슬슬 걷습니다. 드디여....길위서 반가운(?) 악수를 나누곤 부지런히 밥집을 찾아 시내로 들어갑니다.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다는 놈의 말에 <생태찌개>를 주문하곤 막걸리도 시킵니다. 그놈과 난 막걸리로 맺여졌었고... 둘다 막걸리가 주종목 이니까요. 제가 할일은 놈에게 열심이 생태를 퍼주는 것과 막걸리잔을 연신 권하는 것밖에 더있겠습니까?
식사후... 약국에 들러 파스를 사들곤 여관으로 향합니다. 놈의 온몸은 파스로 덮여 있었습니다. 새파스로 갈아붙혀 주며 다시금 핑 도는 눈물은 그냥 내버려 두웠지요.
다음날 7시30분 무주의 여관을 나옵니다. 아침은 좀더 진행 하다가 적당한 곳에서 해결 하기로하고 부지런히 19번 국도를 걷습니다. 9시가 훨씬 지났습니다마는.... 보이는 음식점이 없습니다. 길가에 비닐 하우스로 지은 집에서 한 아주머니가 나오길래 가까운 음식점을 묻습니다. 놈의 행색을 쳐다보던 그 아주머니는 여기서 밥먹고 가라고 방으로 들어가잡니다. 그러나... 방앞의 신발을 보니 우리가 들어갈 처지가 못되 보입니다. 사양을 하며 음식점을 물으니 10분 정도 더 가면 <봉황가든>이라는 곳이 있답니다.
아주머니.... 정말 고마웠습니다. 아직도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세상 살맛 나는 겁니다.
10여분을 걸으니 저수지 곁에 <봉화가든>이라는 팻말이 있습니다. 찾아들어가 음식이 되냐고 물으니 아저씨가 계시다 아직 준비가 안됬답니다. 그러나 이것저것 가린 처지가 아니기에 그냥 김치에 밥이라도 팔라고 부탁합니다. 잠시 기다리라며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더니 들어오랍니다. 그냥 국에다가 깔끔한(?) 몇가지의 반찬.... 집에서 먹는 그런거였지요. 그러나...맛은 환상 이었습니다. 더구나..... 계산을 하려니 좋은 일 한다며 그냥 가랍니다.
세상 정말로...정말로... 살 맛 납니다그려. <봉황가든> 아줌씨도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구랴.
지루하기만한 길을 무작정 걸어 오후 3시 30분경 드디어 영동읍에 들어옵니다. 장장 8시간의 대장정(?) 이었읍니다마는.... 놈의 오늘 목표는 <상주> 까지랍니다. "ㅠㅠㅠㅠ 나 못가" 여기서 기차 타고 올라갈래" 사실로 정말 힘들어 못가겠습니다. 평지 걷는거랑 산길 걷는거랑 쓰는 근육이 틀린가 봅니다.
3년전..... 백두대간 구간 종주를 할때 산길도 20여km씩 밥먹듯이 걸었었는디..... 평지 걷기가 산길 보다도 더 힘들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만 더 형님과 걷고 싶다고 간청(?)하는 놈의 말을 과감하게 물리치고(사실 더 걷다가는 놈에게 폐만 될것 같은 마음이 앞섰읍니다) 오후5시6분발 부산발 새마을호에 몸을 실었습니다.
<검정고무신. 이 종문씨> 당신의 의지라면 충분히 목표 달성 할 수 있으리라 믿으요. <설악>구간은 산길 이니까 다시 동행 하오리다.
검정 고무신 화~~~~~~~~~~이~~~~~~~~~링.
지금도 다리가 쬐께 뻐근한 誠齋 拜上
참!!!!!!!!! 동무들도 모두 새해에도 건강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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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ne | 좋은 일에 동참한 권 짱에게 박수를.....짝~짝~짝~권 짱도 병술년 내내 건투를...!!!ㅋㅋㅋ 2005-12-23 08:06: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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