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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세계적인 ‘기온 마쓰리’를 다녀와서
‘칼러풀 대구 페스티벌’이 번성․성공하는 길 찾기
지역축제는 지역을 알리고, 그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적 긍지를 심어주는 한편으로 소득에도 기여하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 그러다보니 지역마다 축제가 넘쳐나서 전국에서 1600여개에 이르고 있고 그 중에서는 예산만 축내는 유명무실한 행사도 많다. 다녀간 외지인들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들에게까지 불만이 있는 부실한 지역축제는 손봐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까지 "지역문화축제 지원사업을 1000개 이하로 축소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한 배경은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보인다.
옛 부터 문화의 도시라 일컫는 대구지역에서도 축제가 많았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축제는 1982년 직할시 승격을 계기로 매년 10월에 개최되어 온 ‘달구벌축제’였다. 그 후에 보다 다채롭고, 젊고 활기찬 도시임을 알리기 위해 축제 이름을 ‘컬러풀대구페스티벌’로 바꾸었다. 올해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시내 중앙로와 동성로 일대에서 개최되는 페스티벌은 ‘컬러가 좋다. 대구가 좋다’는 주제 아래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민들에게 선보일 것이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대구문화재단은 지난해 행사에서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던 '시민퍼레이드'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최주환연출자를 예술감독으로 임명하고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총지휘를 맡아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축제, 주민지역문화예술인이 동참하는 페스티벌로 거듭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최연출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일본 교토의 세계적인 축제인 기온 마쓰리를 함께 체험하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최 감독과 고도기획 김종성대표와 필자는 기온 마쓰리가 열리는 7월 한 달간 기간 중에서도 가장 인파가 많이 모이는 7월 17일 ‘야마보코 순행’을 보기 위하여 하루 전인 16일 부산행 오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컬러풀대구페스티벌을 국제행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견문
비록 2박3일간의 짧은 여정이긴 하지만 세계적인 행사 개초지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자긍심, 행사의 규모나 질서 등 현지의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더군다나 이번 여행 목적에는 관계 기관과의 공식 미팅이 없이 예술의 교감이 있는 최 감독과 세 사람이 편안한 복장으로 일본이 자랑하는 기온 마쓰리를 두루 살펴보는 편안 체험이다. 그 행사에서 나타나는 시민들의 질서 수준을 가늠해보고, 주변의 상가나 식당에서 평소 손님 맞는 자세라든가 먹거리, 볼거리 등 축제 분위기를 점검하여 대구페스티벌과 접목하는 일이다.
우리는 오사카 칸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난카이 전철을 타고 시내 난바역에 도착했다. 먼저 식당으로 가서 메밀정식을 시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서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닛폰바시역에서 토론보리 거리 사이에 있었다. 호텔에서 체크인을 한 다음에 주변의 지리도 익힐 겸 인근의 유명한 쿠로몬 시장을 둘러보았다. 쿠로몬 시장은 오사카에서도 이름난 시장이다. 많은 내외국이 즐겨 찾는 활기찬 분위기가 매력적인 재래시장으로 갖가지 식재료를 파는 180여개의 가게가 있다. 주력 상품은 인근 해안지역에서 수송해오는 싱싱한 해산물이었다.
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몇 가지 즉석요리를 간단히 맛보고서는 저녁에는 호텔인근에 있는 재일동포가 경영하는 복어전문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오오사카 제일의 먹자타운이자 유흥가인 토론보리(道頓堀) 거리의 야경을 구경하기로 했다. 화려한 야경을 뽐내는 토톤보리 거리는 활기가 넘쳤다. 무지개 빛으로 반짝이는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데 그야말로 컬러풀하다. 거기서 특색 있는 상징물을 보았는데 바로 필자의 고향인 영덕에서 본 대게의 모습이다. 길쭉한 다리를 이리저리 뒤흔드는 거대한 게의 모습은 생동감이 있다. 눈알을 뱅글뱅글 굴리는 용 모양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거리 전체를 돋보이게 한다. 여기서 필자는 대구 중앙로나 동성로 거리의 멋진 풍경을 클로즈업시켜본다. 가게에 들러 커피를 시켜 마시면서 최 감독과 이런 저런 대화를 많이 했다.
이튿날인 7월 17일은 우리나라는 제헌절이지만 여기에서는 교토의 축제로 우리는 아침부터 바빴다. 호텔 식사를 끝내고 오전 8시반경에 닛폰바시역으로 가서 시카이스지선을 타고 기타하마역에서 내려 다시 케이한 전철인 교토행 특급으로 바꿔 탔다. 기온 마쓰리가 열리는 인근 역 기온 시죠역까지는 50분 거리다. 가는 동안 최 감독과 일본 상가의 특색과 고객을 대하는 매너 등 이야기와 오늘 행사에서 체크할 내용들을 이야기 하는 동안 어느새 역에 도착했다.
일본의 축제는 ‘마쓰리(まつり)’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신령 등에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다. 이는 본래의 축제에서 발생한 것으로 이벤트, 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온 마쓰리는 7월 한 달 내내 열리는 교토의 최대 축제다. 간다 마쓰리, 덴진 마쓰리와 함께 일본의 3대 마쓰리이니 그 규모나 참여하는 내외국인이 엄청나다. 기온은 교토를 대표하는 번화가이자 유흥가로 오래전부터 야사카 신사의 참배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여관과 식당이 들어서며 지금과 같은 번화가로 성장한 곳이다. 대구로 치면 동성로나 중앙로에 해당하는 번화가다.
◇ 기온 마쓰리의 꽃은 매년 7월 17일 거행되는 야마보코 행렬
기온 마츠리의 역사는 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천도해서 얼마 안 되는 교토에는 흑사병이 만연했다고 한다. 도시를 황폐케 했던 역병을 막기 위해 야사카진자의 주지 승려가 신의 보호를 비는 뜻으로 당시 일본의 나라수와 같은 66개의 야마보코(행사에 사용되는 가마)를 끌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누비며 신에게 빈 것에서 기원했다. 일본의 마쓰리가 흔히 그렇듯 기온 마쓰리에서도 신사(神社)를 벗어나 행진과 공연이 벌어지는데, 올해 축제에서도 7월 17일에는 32대의 호화로운 마차와 신령을 모신 가마 3채가 거리 행진을 한다.
서둘러 행사장에 도착하니 이미 행렬은 시작됐다. 시간 간격을 두고 32대의 가마가 거리를 지나는데 첫 시작이 9시 정각에 출발하여 마지막 행렬은 오후 1시경에 끝난다. 현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끝날 때까지는 한 자리에서 꼼짝달싹할 수 없지만 계속적으로 지나가는 호화찬란하게 휘장한 야마보코 32대의 행렬은 장관이다. 32대가 북, 피리, 징으로 기온바야시(일종의 축제음악)를 연주하면서 교토 중심가에서 퍼레이드를 펼쳐지고 있다.
이 행렬 행사 가운데 특이한 점은, ‘야마’라 하는 무게가 0.5∼1톤의 마차와 ‘호코’라고 하는 7∼12톤짜리 초대형 가마가 사람의 힘에 의해 움직이기 된다. 그래서 수시로 이샤! 선창에 따라 일동이 후창하면서 흥을 돋우며 힘을 는 때문에 사거리 코너를 돌 때에 많은 시간과 엄청난 힘이 소요된다. 행렬 구간에는 ‘스지마와시’라 하는 90도 회전하는 곳이 3곳이나 되어 가마를 조금씩 회전시키면서 계속하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한다.
어젯밤(16일) 전야제에서 펼쳐진 요이 야마 때는 행사를 하는 좁은 공간에 10여만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하니 그 명성은 가히 소문나 있는데, 그 관람객들이 여기에 다 나온 모양인지 구경꾼들이 워낙 많아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러나 앉았거나 서서 기다리면서 행렬을 지켜보는 거리의 사람들은 질서정연하다. 야마보코 행렬은 오후 2시 정도가 되면 모두 끝이 나지만 몰려든 관람객을 위해 저녁 6시 이후에는 또 다시 6차선 도로에 차량이 통제되고 보행자 천국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이 일대는 축제 분위기의 열기가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최 감독과 필자는 행렬 장면과 관람객들이 질서정연하게 구경하는 장면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외국의 유명한 축제는 그 특성과 정체성(正體性)이 있고 사람이 몰려드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세와 친절한 시민정신이다. 세 시간 남짓 멋진 구경을 하고나서는 세계적인 축제가 주는 그 감격을 가슴에 새긴 채로 인파 속을 헤집고 나와서 다음 방문지인 키오미즈데라(淸水寺)로 발걸음을 옮겼다.
키요미즈데라는 교토의 상징적인 사찰이다. 778년에 창건된 이 절은 나무기둥 위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본당의 모습이 특이하다. 그 본당 관람을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니 세 줄기로 떨어지는 맑은 샘이 있다. 청수 즉, 맑은 물이라 는 명칭에서 유래된 절인데, 기다란 손잡이가 달린 바가지로 이 물을 받아먹으면 건강 등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많은 내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필자는 그 물을 마시면서 가족의 건강을 빌고서는 대구 컬러풀페스티벌이 소문난 축제로 자리 잡도록 해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니넨자카, 산넨자카 거리를 걸어서 관람했는데 이 거리는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과 계단을 납작한 돌로 깔끔하게 포장해 놓은 거리로 길가에는 아기자기한 도자기가게와 교토의 전통요리 전문점이 자리하고 있다. 그곳을 빠져나와서는 다시 이 지역의 명소인 코다이지 사찰에 들렀다. 코다이지는 1606년에 창건된 사찰로 토요도미 히데요시의 정실인 네네가 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절이라 한다. 그 절 구경을 마치고서는 오사카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아침에 우리가 내린 기온 시죠역으로 향했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 뜻하지 않게 반가운 사람을 만났으니 뮤지컬 ‘궁‘ 제작자인 송병준 그룹 에이트 대표다. 송 대표는 새롭게 단장한 '궁' 뮤지컬이 7월 5일부터 21일까지 오사카성공원 바로 옆에 있는 오사카 씨어터 브라바(BRAVA)에서 공연 중인데, 그 책임자로 오사카에 머물고 있던 중 필자와 연락이 닿아서 반가운 해후를 했던 것이다.
◇ 문화 컨텐츠가 국력의 밑바탕되는 지방문화를 꿈꿀 때
국내 드라마에서 최고의 인기리에 종영한 ‘궁’을 뮤지컬로 창작하여 국내 공연에서 성공을 거둔 이 작품은 특히 2011년 교토에서 20일 공연하는 동안 연일 전석을 매진하는 기록을 보였고, 지난해 도쿄에서 선풍적인 한류문화를 성공으로 이끌어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연장은 일본인 관람객으로 매진을 이루었다. 일본인들은 뮤지컬 궁에 대해 매료되었고, 공연시간 내내 대단한 반응을 보였다. 뮤지컬 궁이 문화교류라는 측면 외에도 상업적인 현안 문제를 해결해준 것은 한류 열풍에 휩싸인 결과라기보다는 뮤지컬 궁의 튼튼한 파워브랜드의 결과인데, 이는 출연진들의 혼신의 노력과 제작진들의 철저한 준비와 기반에서 비롯된 것이다.
역사교과서 문제나 독도 영유권 망언 등 정치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한일관계를 떠나서 일본 땅에서 한국 뮤지컬 궁을 보니 감개가 새로웠다. 공연을 마친 후 숙소 부근으로 돌아와 도톤보리 거리를 거닐며 이번 여정에서 일본 체류의 마지막 밤 풍경을 최 감독과 산책했다.
이번 일정에서 마지막 날이다. 이번에 교토의 기온 마쓰리와 상점가를 보면서 세계적인 축제로 성공한 그 기반에는 시민들, 특히 젊은 청년층들의 자발적인 적극 참여와 시민들이 갖고 있는 지역 사랑의 자긍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오후에는 귀국해야 하는 관계로 서둘러 마지막 오사카 관람에 나섰다. 지방문화의 힘이 바로 국력과 직결되는 시대에서 일본인들이 성역시하는 오사카성 등을 둘러보았다.
오사카성은 최초로 일본을 통일한 토요도미 히데요시가 1583년에 세운 성으로, 완성하는 데만 15년이 걸렸다 한다. 성에 있는 거대한 토요도미 히데요시 동상을 보니 갑자기 격한 마음이 생겨났는데 이는 혼자 느끼는 분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심정으로 극일정신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일정을 모두 끝내고 공항 리무진버스를 타고 칸사이 공항으로 향하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일본을 본다. 이해되지 않는 부문이 있다. 일본인들의 친절성이나 참여도 또는 한국 뮤지컬 궁에서 보여준 것처럼 한류에 대한 열화 같은 성화는 결국 뛰어난 시민정신을 나타냄인데, 그 시민정신이 정치권에 휘둘러 일본정부의 독도 왜곡이나 위안부 망언을 자제시키는 시민운동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있으니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든다.
그것은 그들의 문제니 그렇다고 치고, 이번에 ‘2013 컬러풀 대구페스티벌’의 총지휘자인 최주환 예술감독과 함께 일본 최고의 축제를 둘러보고서 좋은 경험을 했다. 그러한 경험사례가 올해 축제에 몽땅 녹아들어 대구에 흥을 불어넣고,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최 감독의 야무진 계획이 꼭 실현되었으면 한다. 올해 10월 11일부터 3일간 대구의 중심지인 중앙로와 동성로에서 시민들과 모두 함께 걸판지게 한판 놀 수 있는 축제 마당에서 거대한 열풍이 불어 대구가 더욱 문화도시로서 굳건히 자리잡게 되기를 기대한다.
▲ 손경찬(수필가․대구예총예술소비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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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교토까지 지역구를 넓히시고 ㅎㅎㅎ 자랑스럽습니다.
기온마쓰리 행사가 볼 만하지요. 몇 년 동안 남편과 일본 전역을 답사다닌 생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