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수정3] 18001004 권진영

[권진영]

<비겁한 피노키오>

1.“빵빵빵”

경적소리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

대한민국의 중심 서울이다.

추운 겨울 아침 7시.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의 발걸음에는 조급함이 느껴졌다.

그 중심에 위치한 A회사.

이곳은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언론사이다.

‘정확한 보도와 날카로운 기사.’,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언론사’ 등등

언론계열 회사 중 최고의 위치에 있는 A회사를 대표하는 수식어였다.

2. 어릴 적부터 ‘최고의 기자’를 꿈꿔온 동석에게도 A회사는 ‘꿈’같은 곳이었다.

‘꿈’을 향해 쉬지 않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동석은 A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러나 어느덧 입사한지 7년차. 더 이상 그에게는 그때의 패기나 열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짙은 다크 서클과 말라붙은 입술. 기계처럼 움직이는 그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았다.

이상보다는 현실을 쫒았다.

명예와 승진을 위해서라면 신념 따위는 아무 상관없는 듯 살아갔다.

3. 동석은 오늘도 평소와 같이 사원증을 챙겨 회사로 향했다.

‘후..’

출근 시간에 맞춰 등장한 동석은 빠르게 노트북 전원을 눌렀다.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한 눈에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옷과 구두.

깔끔한 회사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은 차림을 한 남자가 문을 열며 들어왔다.

그는 동석의 입사 선배인 지혁이었다.

회사 내에서 지혁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이미지를 대략 이러했다.

‘위에서 뭐라고 하던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 ‘융통성 없는 사람.’

이게 전부였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회사 직원들은 그와 어울리지 않았다.

동석 역시 다르지 않았다.

지혁의 등장에 동석은 자연스레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불편한 듯, 옆자리인 지혁을 쳐다보다 고개를 홱 돌렸다.

“일찍 출근했네요?”

동석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혁은 웃으며 동석에게 말을 건넸다.

“..네”

지혁의 질문에 돌아온 건 동석의 짧은 대답 뿐 이었다.

동석의 차가운 대답에 지혁은 머쓱한 듯 고개를 돌렸다.

동석이 처음부터 지혁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었다. 회사에 처음 발을 들였던 동석에게 지혁은 닮고 싶은 선배였고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동석은 차가운 현실 앞에서 변해갔다.

변한 동석에게 더 이상 신념 같은 건 자신의 미래를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었다.

지혁 역시 더 이상 동석에게 닮고 싶은 존재가 아닌 그저 답답하고 꽉 막힌.

딱 그 정도의 사람으로 느껴졌다.

그렇기에 동석에게 지혁은 불편한 선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무 말도 오가지 않고 키보드 소리만이 가득한 사무실 안.

적막       정적을 깨는 건 다름 아닌 팀장이었다.

“동석씨 오늘 회의자료 정리한 거 가지고 10분 후 내 방으로 와요.”

“네 알겠습니다.”

갑작스러운 팀장의 요구에 동석은 빠르게 자료를 챙겼다.

4. “큼큼”

빠르게 도착한 문 앞에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노크를 하자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요.”

문을 열고 들어선 동석의 발걸음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미안해요. 따로 부탁해야할 일이 생겨서 급하게 불렀어요.”

“아닙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동석의 대답에 팀장은 전보다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정확히 3일 후에 회사 관련한 비리기사가 터질 것 같아요.

그런데 동석씨도 알겠지만 비리 관련 기사가 터지게 되면 언론사인 우리 회사 이미지에는 치명적이에요.”

부드럽지만 강압적인 팀장의 말에 동석은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서 덮을 만한 큰 기사가 필요해요. 힘든 부탁인거 알지만 가능할까요?”

“그럼요.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습니다.”

5. 동석에게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이번 일만 잘해낸다면 그에 따른 보상도 주어질 테니까.

방을 나온 동석은 주먹을 세게 말아 쥐었다.

이번이 기회였다.

‘잘해내야 한다....잘해내야 한다....’

계속 되뇌었다.

자리에 돌아온 동석은 빠르게 글을 적어 내려갔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저 유명 연예인의 SNS에 들어가 논란을 끌 수 있는 몇 장의 사진과 자극적인 제목을 함께 올리면 그 뿐이었다.

6. 하얀 창은 어느 새 동석이 써내려간 글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후....”

동석은 습관처럼 한숨을 내뱉었다.

너무 집중했던 탓일까. 동석은 피곤한 듯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그때 어느새 나타난 지혁이 말을 걸어왔다.

“퇴근 시간 지났는데 아직 안 갔어요?”

“아..네 해야 할 일이 아직 조금 남아서요.”

“그래요..?”

지혁은 할 말이 있는 듯 대답을 한 후에도 자리에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동석은 답답해하며 지혁에게 물었다.

“무슨 할 말 있으십니까?”

동석의 말에 지혁은 한참을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그 기사. 나라면 그러지 않을 겁니다.”

침묵을 깨고 그가 동석에게 건넨 두 마디였다.

그러나 동석은 무엇이라도 들킨 사람 마냥 버럭 소리쳤다.

“무슨 의도로 말씀하시는 겁니까?”

동석의 소리침에도 지혁은 담담하게 답했다.

“나는 단지 선배로써 동석씨를 아끼는 마음에서 한 말입니다. 동석씨가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어리숙하지만 소신 있는....”

“그런 마음 사양하겠습니다. 선배님이 지금 하신 말처럼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 수 도 있겠죠. 그런데요, 저는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좋습니다. 원하고 바라는 거 그냥 소신, 양심 한 번만 져버리면 다 얻을 수 있더라고요. 오히려 지금 제 입장에선 아무것도 얻지도 못하면서 진실, 신뢰, 양심만을 운운하시는 선배님이 더 이상하고 이해가질 않습니다.”

동석은 지혁에게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그대로 내뱉었다.

“..내가 괜한 오지랖을 부린거 같네요.”

가만히 동석의 말을 듣던 지혁은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사무실을 나섰다.

혼자 남은 동석은 지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짜증나는 듯 머리를 헝클었다.

다시금 자리에 앉은 동석은 기사 마무리에 집중했다.

‘째깍 째깍’

조용한 사무실. 시계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다했다...”

동석은 마무리된 기사를 보내고 노트북을 덮었다.

고개를 젖히며 기지개를 피었다.

빠르게 짐을 챙긴 동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하였다.

그의 발걸음에서는 은근한 들뜸까지 느껴지는 거 같았다.

7. 다음날 아침, 동석이 쓴 기사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모든 신문사들은 짠 듯이 해당 연예인에 대한 가십을 쏟아냈다.

인터넷, 라디오, TV..모든 곳에서 해당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의 관심은 해당 연예인에게 쏠렸다.

‘저런 줄 알았다.’, ‘원래 이상하다 생각했다.’

차마 입에 올릴 수도 없는 수많은 악플들과 소문들이 일렁였다.

별다른 죄의식 같은 건 느끼지 못했다.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했을 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6개월 후, 동석은 인터넷에서 자신이 표적 삼은 연예인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연예인 C양, 도를 넘는 악플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

동석에게 이번과 같은 일은 처음도 아니었다. 특별할 것도 없었다.

8. 그러나 깊은 구석 뭔지 모를 역함이 올라왔다.

동석은 손으로 가슴을 연겨푸 쓸어내렸다.

그저 아침을 먹지 않아 속이 쓰린 것이라 생각했다. 깊은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한 동석은 옆자리를 힐끗 보고는 바로 시선을 노트북으로 돌렸다.

‘타다닥 타다닥’

몇 시간이 지났을까. 동석은 일에 집중이 되지 않는 듯 손톱만 물어뜯었다.

“오늘 왜이러냐...”

짜증난다는 듯 동석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루 종일 아무 이유 없이 짜증이 났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국 오늘 해야 할 분량의 일도 마무리 하지 못했다.

어느새 가까워진 퇴근시간에 사람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동석은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보려 담배를 챙겨 옥상으로 향했다.

“후....”

연기와 함께 복잡한 생각과 원인 모를 답답함이 떨쳐지길 바랐다.

동석은 짧아진 담배꽁초를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일을 끝내고 빨리 집에 가 쉴 심산이었다.

옥상에서 내려와 자리로 돌아온 동석은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있는 작은 파일을 발견했다.

고개를 돌려 주의를 살펴보았다.

차가운 적막만이 동석을 감쌀 뿐 아무도 없었다.

다시금 시선을 돌려 파일을 살펴보자 위에 작은 포스트잇이 붙어져 있었다.

‘이 기사가 지금 동석씨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지혁’

지혁이 남긴 메모였다.

뜬금없는 지혁의 메모에 동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파일을 펼쳐보았다.

9. ‘2013년 0월 0일.....’

다름 아닌 동석이 회사에 입사한 후 처음 쓴 기사였다.

빨간 색 펜으로 이곳저곳 체크가 되어있어 읽기도 쉽지 않았다.

어리숙한 문장과 깔끔하지 않은 문맥. 모든 곳에서 어설픔이 배어있었다.

기사를 읽어 나가던 동석은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러나 맨 뒷장을 넘기자마자 동석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정직과 신뢰를 기본으로!’

기사 맨 뒷장 써져있는 글씨. 누가 봐도 동석의 글씨체였다.

짧은 문장이었다. 그러나 동석은 그 문장을 보자마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처음 동석이 기자를 꿈꾼 그날. 그 순간부터 마음속으로 품어온 신조였다.

그러나 동석은 그 문장 앞에서 당당할 수 없었다.

현재 동석이 쓰고 있는 ‘기사’에는 ‘정직’과 ‘신뢰’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어지럽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10. ‘지잉..’

작은 진동이 울렸다.

떨리는 손을 감추며 휴대폰을 확인한 동석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올려둔 기사를 확인 했는지 모르겠네요. 괜한 오지랖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나도 동석씨처럼 생각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물욕만 쫒아 바쁘게 살아가다보니 결국 진짜 내가 꿈꿔왔던 ’내 모습‘이 없더군요. 나는 이 사실을 깨닫는데 참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동석씨는 나와는 달랐으면 좋겠습니다. -지혁’

지혁의 문자였다.

모든 게 들켜버린 기분이었다.

처음 그 시작을 잊을 채로 그저 지금처럼 살아가는 게 옳은 일이라 생각했다.

진실을 외면한 대가가 온 몸으로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냥..남들보다 더 잘나가고 잘 살아보고 싶었던 것 뿐 이었는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렇게 동석은 무너졌다.

동석이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에는 현실에 젖어있는 비겁한 기자의 모습만이 비춰 보였다.

고요한 사무실안.

은은하게 새어나오는 모니터의 불빛만이 동석의 눈물을 비추고 있었다.

<불행과 다행>

(불행1) 입사한지 7년차가 되어가자 처음의 패기나 열정을 잃어버렸다. 5

(다행1) 7년의 시간동안 나름의 노하우와 경험이 쌓였다. 3

(불행2) 아무 말도 않으며 일 만하는 적막한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3

(다행2) 자신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3

(불행3) 자신의 한 일의 결과로 가슴 속 역함이 올라왔지만 외면한다. 4

(다행3) 자신의 한 일에 대해 최소한의 양심은 가지고 있다. 4

(불행4) 담배를 피우며 자신의 상황을 둘러싼 답답함과 생각을 떨치려한다. 3

(다행4)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고  있다. 3

(불행5) 아무도 없는 사무실 안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무너져 내린다. 5

(다행5) 숨기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아무도 보지 못하였다. 4

[상상 김중신]

-비극성을 유발하는 요소가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다만 정도를 표현하는 수치가 좀 작위적인 것같습니다. 좀더 냉철하게 평가했으면 합니다.

- 전체적인 주제는 좀 평이한 듯합니다. ‘정직’과 ‘신뢰'를 지키려다 무너져가는 젊은 기자..
왜 이런 가치를 지키려고 했나요? 신문사 입사하기 전까지 이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번민했던 사건을 몇개 넣어줘야 설득력이 있을 듯합니다.

-1~4까지 내용 전개가 너무 밋밋합니다. 서두에서 독자의 눈길을 끌만한 내용을 넣어주세요.

[권진영]

초반 부분 전반적인 느낌과 등장인물의 묘사를 하다보니 살짝 긴장감도 떨어지고 밋밋했던 부분이 있었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은 입사초기의 마음가짐과 달리 물욕에 젖어 자신의 원래 목표를 잊어버린 한 기자가 지혁을 통해자신의 과오를 깨닫는다는 주제로 내용을 잡았습니다. 이 부분을 좀 더 살릴 수 있도록 교수님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고쳐나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