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마야의 고대 유적지 팔렌케(Palenque)
♤ 멕시코 고고학의 중심지 팔렌케
산크리스토발에서 팔렌케까지는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지만 가는 길이 별로 좋지 않다.
우리는 싼 교통편을 이용하려고 이곳저곳을 알아보다가 일단 중간지점인 오코싱고(Ocosingo)까지 가기로 하였다.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고 12시에 오코싱코에 도착하여 잠깐 내려서 목을 축이고는 곧바로 떠났는데 2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 팔렌케(Palenque) 또한 작고 소박한 도시였다.
오코싱고와 팔렌케 중간에 아구아 아줄(Agua Azul)이라는 꽤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데 폭포가 볼만하고 수영도 즐길 수 있다고 하였지만, 유혹을 뿌리치고 곧바로 팔렌케로 향하였다.
팔렌케는 이제 막 도시 정비를 하는 모양인지 온통 길거리는 공사판으로 어수선하다.
작은 호텔을 정하고는 시내를 어슬렁거렸는데 거리는 사람과 건물 등 소박한 마야의 냄새가 물씬 난다.
시장을 돌다가 시장 한쪽 구석, 생선을 튀기는 기름 솥 옆에 앉아 다시 한번 틸라피아(Tilapia) 생선튀김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유적지는 내일 가기로 하고 근처를 돌아보았는데 도시를 벗어나면 바로 밀림이라 도로에서 한 발짝만 들어가면 이름 모를 거목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밭으로 일군 곳에서는 옥수수가 꽃이 피고 수염이 나오고 있다.
팜 트리(Palm Tree) 밭에서는 무성한 이파리 사이로 탐스러운 열매가 덩어리지어 열렸고, 낡은 트럭은 하나 가득 대추야자를 싣고 간다. 너무나 평화스럽고 이국적인 마야(Maya) 마을의 시골풍경이다.
팔렌케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던 유적으로, 지각변동과 뒤덮인 정글의 나무들로 800여 년간 방치되어 있다가 20세기에 들어와 고고학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BC 300년경이라고 하는데 전성기를 이루었던 AD 600년에서 900년 사이에 이 지역을 통치하였던 마야족 파칼왕(King Pacal)의 무덤이 발견되면서 주목(注目)을 끌게 되었다고 한다.
상당히 넓은 지역에 흩어진 수십 기(基)의 신전, 왕궁, 피라미드들이 산재해 있는데 특히 비문(碑文)의 신전(Templo de la Inscripciones)으로 알려진 피라미드의 내부가 발견되면서 전 세계 고고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게 되었다.
비문의 신전 / 비취 마스크 / 석관 뚜껑
높이가 23m인 이 피라미드에서 1952년 멕시코의 고고학자 루이리엘(Alberto Ruz Lhuillier)은 묘실(墓室)로 내려가는 완벽하게 숨겨진 가파른 비밀통로를 발견하는데 그 길이는 총 25m나 되었다고 한다.
그 내려가는 비밀통로에서 수많은 유물이 발견되었는데 토기와 조개껍질, 비취가 들어있는 상자 등이 나왔고, 산채로 제물로 바친 사람의 인골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 끝나는 곳에 가로세로 4×9m, 높이 7m인 파칼왕의 현실(玄室)이 발견되었는데 비밀통로에 설치된 장애물들을 제거하고 현실에 도착하기까지 루이리엘은 꼬박 3년이 걸렸다고 한다.
현실(玄室)의 바닥은 물론 사방 벽면과 천정까지 아름답고 정교한 조각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가운데에 안치된 석관 속에는 비취 조각으로 만들어진 가면을 쓴 파칼왕의 유해가 발견되었다.
부장품으로 가로세로 3.8m×2.2m의 묘비명(墓碑銘)도 발견되었는데 고대 마야어로 씌어진 620여 자의 글자를 판독할 수 있었고, 내용은 왕가와 도시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었다고 한다.
또 석관의 뚜껑에는 흡사 우주복을 입고 정교하게 제작된 우주선으로 보이는 기구에 앉아서 조종하는 모습이 조각된 그림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해석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다고 한다.
당시 마야인들은 우주를 넘나들며 외계인과 소통하였다, 아니다..... 등 잡설(雜說)이 분분...
이 완벽하게 보존된 파칼왕의 무덤은 이집트 왕가의 골짜기에서 발굴된 투탕카멘(Tutankhamu)왕의 무덤 발굴과 비견(比肩)된다고 하며, 투탕카멘은 ‘황금마스크’가 트레이드 마크라면, 이곳은 파칼왕의 ‘비취마스크’가 트레이드 마크로, 기념품 가게는 물론 노점상까지 모조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비석의 신전 외에도 가운데 4층의 전망탑이 있는 왕궁터(El Palacio), 태양의 신전(Templo del Sol), 나뭇잎 십자가 신전(Templo de la Cruz Foliada), 십자가 신전(Templo de la Cruz), 재규어의 집(Casa del Jagua) 등이 있다.
팔렌케 왕궁유적 / 비문의 신전
특히 경기에서 이긴(!) 팀 주장의 심장을 꺼내 신에게 바치고, 또 그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했다는 볼 경기장(Jurgo de Pelota/Ball Court)도 상당히 큰데,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고 있다.
마야인들은 십자가(Cruz)는 ‘생명의 나무’를 의미한다고 한다. 팔렌케 유적은 전체적으로 비교적 규모가 크고 잘 정비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다만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몬테알반(Monte Alban)에서부터 치첸잇사(Chichen Itza)까지 자포텍족, 마야족의 유적을 둘러보면서 국내에서 보았던 영화 『아포칼립토(Apocalypto)』가 이곳 이야기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울창한 밀림, 벌거벗은 사람들, 두툼하고 긴 코, 밀림 속에 쌓고 있던 피라미드, 머리 자르는 의식 등이 바로 이곳의 옛 모습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