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으로 돌아가자.
還我箴(환아잠)
-혜환재惠寰齋·이용휴李用休,1708~1782)
처음 태어난 옛날에는 천리를 순수하게 따르던 내게
지각이 생기면서 부터는 해치는 것이 분분히 일어났다.
지식과 견문이 나를 해치고
재주와 능력이 나를 해쳤으나
타성에 젖고 세상사에 닳고 닳아
나를 얽어맨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성공한 사람들을 받들어
어른이니 귀인이니 하고 모시며
그들을 끌어대고 이용하여
어리석은 자를 놀라게 했다.
옛날의 나를 잃게 되자 진실한 나도 숨어 버렸다.
일을 꾸미기를 좋아하는 자가 있어
돌아가지 않는 나의 틈새를 노렸다.
오래 떠나 있자
돌아갈 마음이 생겼으니
해가 뜨자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았다.
훌쩍 몸을 돌이켜 보니
나는 벌써 옛집에 돌아와 있었다.
보이는 광경은 전과 다름없지만
몸의 기운은 맑고 평화롭도다.
차꼬를 벗고 형틀에서 풀려 나서
오늘에는 살아난 기분이구나.
눈이 더 밝아진 것도 아니고
귀가 더 잘 들리는 것도 아니나
하늘에서 받은 눈과 귀가
옛날 같이 밝아져 있을 뿐이로다.
수많은 성인은 지나가는 그림자이니
나는 나에게 돌아가리라.
(赤子)적자와 (大人)대인이란
그 마음은 본래 하나이다.
돌아와도 신기한 것 전혀 없어
다른 생각이 일어나기 쉽겠지마는
만약 여기를 떠난다면
영원토록 돌아올 길 없으리.
분향하고 머리 조아리며
신에게 하늘에게 맹세하노라.
‘이 한 몸 다 마치도록, 오직 나 자신과 더불어 살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