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행 건강상식
내게도 생길 수 있는 동상과 저체온증 등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푸르른 나뭇잎들이 하나둘씩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더니 어느덧, 아침저녁 쌀쌀한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겨울 레포츠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기다려온 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나 하얀 설경과 맑은 공기가 있는 겨울 산행은 겨울 레포츠의 또 하나의 꽃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오랜 기다림과 즐거움도 예기치 못한 일로 악몽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겨울 산행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응급상황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안전한 겨울 산행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먼저 겨울 산행 시에 발생하는 문제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이 추운 환경에 노출되어 발생하게 되는데, 신체의 일부분이 추위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동상과 같은 국소적인 질환과 신체 전부가 노출되어 발생하는 저체온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질환들은 평지보다는 고산지대에 더욱 흔하게 발생하며, 대부분 부적절한 의복착용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동상은 피부의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나, 대부분 얼굴, 코, 귀, 사지 등 외부에 흔하게 노출되는 부위에서 잘 일어납니다. 피부온도가 섭씨 14도 정도가 되면 공급되는 피의 양이 평상시의 10분의 1수준으로 감소하고, 섭씨 10도가 되면 공급되는 피가 거의 없어지며 혈관의 확장과 수축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면서 피부의 괴사를 막으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가장 차가운 피부 부위부터 피의 공급이 차단되면서 동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동상의 정도는 증상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하는데, 1도 동상은 피부에 붉은 반점과 경미한 부종이 나타난 뒤 며칠이 지나면서 피부의 표피가 떨어지는 경우이고, 이때 화끈거림과 욱신거림이 동반됩니다. 2도 동상은 좀 더 심한 피부 부종과 더불어 수포가 형성되는 것이 특징이며, 24시간 이내에 다른 부위로 확산되고 수일이 지나 검은색의 가피가 형성됩니다. 3도 동상은 피부 밑의 조직까지 동상이 확산되어 출혈성 수포가 발생하며, 피부괴사가 일어나 피부가 잿빛으로 변하며 손상부위가 나무토막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4도 동상은 피부 및 피부 조직뿐만 아니라 근육, 뼈, 인대에 까지 확장되면서 오히려 부종은 없고, 피부색깔이 얼룩덜룩해지며, 검고 바짝 마른 두꺼운 가피가 형성되고, 환자는 관절통을 호소하며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단 산행중 동상이 의심되면 손상된 부위가 저온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며, 다음과 같은 응급처치를 시행해야 합니다.
- 젖은 의복이나 신발류를 제거하고 따뜻한 담요로 감싸 저체온증을 방지합니다.
- 환자에게 가능하다면 뜨거운 음료수를 마시게 합니다.
- 손상부위를 40~42도 정도의 더운물에 20~30분간 담그고, 피부색이 정상으로 돌아오는지
여부를 관찰합니다. 전기히터나 모닥불처럼 건조한 열을 가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 눈으로 동상부위를 문지르는 행위는 절대해서는 안 됩니다.
- 의사의 판단 하에 수포를 터뜨릴 수 있으나 산행 현장에서 임의로 터뜨려서는 안 됩니다.
- 50도 이상의 지나치게 높은 온도의 물에 담가서는 안 됩니다.
상기 방법으로도 피부색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치료 받고 감염 및 파상풍 예방을 실시해야 합니다.
한편 신체 전체가 저온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저체온증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겨울 산행 등에서 나타나는 형태는 인체의 열소실에 의한 경우가 가장 흔하다고 합니다. 추운환경, 특히 눈이나 강한 바람 등의 기후상태에서는 건강한 사람도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고, 배출되지 않은 땀으로 젖은 의복이나 신발을 장기간 착용하고 있으면 물의 높은 전도율 때문에 체열의 소실이 진행됩니다.
저체온증의 증상은 초기에는(체온 34~35도) 단순 떨림증상이 발생하고, 34도 이하로 떨어지면 판단력 장애, 기억력 감퇴, 말이 어눌해질 수 있습니다. 33도 이하에서는 운동 조절 능력이 없어지고 무감정증이 생기며 호흡수가 증가하고, 31도 이하에서는 신체가 자체적으로 열을 만들어낼 수 없게 되고, 30도 이하에서는 심장에 무리가 생겨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저체온증이 의심되는 경우 일단 환자에게 더 이상의 열손실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 체온을 올려주는 것이 중요한데, 젖은 옷은 제거하고 추운 환경에서 환자를 이동시킵니다. 더운 공기나 더운 수액, 더운 물주머니를 사용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되며, 응급처치를 하면서 병원으로 이송하여 정상 체온이 될 때까지 경과를 관찰하며 다른 이상 증상이 발생하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이밖에도 겨울철에 온도가 내려가면 혈관수축이 일어나게 되어 기온이 높은 여름철보다 심혈관계 질환이나 뇌졸중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집니다. 무리한 산행으로 인해 심장에 부담을 줄 경우에 평소와 다르게 호흡곤란이나 흉통 등을 느낄 수 있으며, 이러한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발생 즉시 산행을 중단하고 안정을 취한 뒤 하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119에 신고하여 도움을 받아 인근 병원에서 검사 및 치료를 받아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음주 시에는 체온저하에 대한 신체의 조절능력이 저하돼 저체온증이 생기기 쉬우므로 산행 시 음주는 피해야 할 것입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주의해서 지켜 위험한 상황을 예방하고, 보다 즐겁고 안전한 겨울 산행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글 :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응급의료센터 소병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