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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정의연대 사냥' 보도 타당했는지 돌아봐야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정부의 공세에 책임 없는가
윤미향 의원 1심 재판 선고 결과는 검찰의 무리수를 넘어 정의연대에 대한 탄압적인 성격의 기소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윤미향 사태’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다른 모든 사안들과 마찬가지로 검찰뿐만 아니라 언론과의 합작에 의한 것이었다. 거의 모든 매체들이 검찰을 통해 흘러나오는 윤 의원과 정의연대의 부정과 비리 의혹을 거의 기정사실로 보고 연일 파상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그렇다면 8개 기소 혐의 중 7개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은 것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어땠는가.
검찰이 정의기억연대 전직 이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을 업무상횡령·배임 등 총 8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2020년 9월 15일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벽에 붙은 나비 모양 메모. 2020.9.15 연합뉴스
매체의 성향별로 기사의 논조는 상당히 달랐다. 조선일보는 역시 재판 결과에 대해 못 마땅해하는 기색이 드러난다. 이 신문은 선고 다음날인 11일자의 지면 1면에서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다며, 1심에서, 또 8개의 혐의 중 무죄 선고를 받은 7개를 제쳐놓고 1개의 혐의에 대해 ‘부분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앞세웠다. "법조계에서 '납득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도 덧붙이고 있다. 중앙일보는 벌금 15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어떻게든 유죄 선고를 받은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의 ‘실망감’이 역력하다.
이에 비해 한겨레는 ‘후원금 일부 횡령 외 모든 혐의 무죄’라고 해 일부 유죄와 대부분 무죄를 함께 전했다.
그러나 조선 중앙과 한겨레의 보도는 이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2가지 점에서는 공통적이었다. 먼저 보도량에서 매우 인색하다. 지난 3년 전 거의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하며 했던 것을 떠올리면 양적으로 지나치게 빈약했다. 몇 개 면에 걸쳐 매일같이 집중적인 보도를 했을 만큼 중대한 사건으로 봤던 것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판결에 대한 해설을 넘어서서 이 사태를 전체적으로 짚어보는 곳은 없었다.
또 하나는 언론들 자신의 보도가 타당했는지에 대해 반성적으로 돌아보는 기사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판결 결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는 내심이 지면에 비치는 조선과 중앙일보 등 이른바 '보수' 언론은 물론 한겨레 지면에서도 자신의 3년 전 보도에 대해 스스로 따져보는 내용은 없었다.
한겨레는 11일 선고 결과를 전하는 첫 보도에서부터 제목에서 ‘후원금 일부 횡령’이라는 유죄 부분을 앞에 내세우고는 기사에서도 재판부가 “윤 의원의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시작하고 있다. 대부분 무죄 선고를 받은 판결 내용에 맞춰 균형 있게 보도했는지에 대해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한겨레는 월요일인 13일 첫 보도가 미진했다고 봤는지 ‘검찰의 윤미향 혐의 부풀리기’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애초 검찰이 무리하게 혐의를 부풀려 윤 의원의 기소를 추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에 대해서만 추궁할 뿐 한겨레 스스로 자신의 과거 보도가 타당했는지 짚어보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한겨레에 대해 이른바 ‘조중동’ 등 유력 언론에의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는 평가는 적잖은 사안들에서 제기돼 왔다. 특히 검찰발 기사에서는 그런 경향이 특히 심했다. 검찰의 ‘윤미향과 정의연대 사냥’에 대한 한겨레의 보도도 그런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겨레의 윤미향 사태에 대한 일련의 보도는 윤미향 의원이나 정의연대의 차원을 넘어서서 최근의 시민단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압박과 공세와 관련해서도 돌아볼 대목이다.
윤미향 의원에 대한 선고가 있기 20여 일 전인 1월 16일 한겨레의 지면에는 윤석열 정부의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을 성토하는 인터뷰 기사가 크게 실렸다. 한겨레는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의 “윤석열 정부가 시민사회단체를 전면적이고 전방위적으로 탄압하고 있으며 이는 군사독재정권 이후 처음이다”는 발언을 전하고 있다. 정부가 뚜렷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비영리 민간단체가 국고보조금을 부정 사용했다”고 발표하는 등 시민사회단체를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성토였다. 이 기사가 말하듯이 감사원, 중앙부처, 국민의힘 출신이 단체장을 맡은 광역시도를 중심으로 시민단체를 겨냥한 감사와 지원 축소 등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정부와 시장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 지원, 사회갈등 완화 등 공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탄압’이 이같이 대대적이며 노골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에서 한겨레는 얼마나 자유로운지 정의연대 사태에 대한 자사의 보도를 통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그런 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겨레가 검찰을 비판하는 것과 함께 자신의 보도를 스스로 점검해 보는 작업이 이뤄질지 주목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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