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는 '같이 카약 타러가요'라며 치는 번개가 아니라 진짜 '하늘에서 치는' 번개 이야기입니다.
비가 오면 가슴 설레는 카약커들은 비가 얼마나 올지가 궁금할 뿐 비가 올 때 번개가 치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죠.
제 기억 속에 남는 번개는 딱 두 번!
미국에서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집에 오던 날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오는 500 m 동네길에서 어마무지하게 쏟아붙는 비와 함께 정말이지 제 머리 위에 바로 떨어질 듯 내리 꽂는 번개 때문에 마누라 얼굴도 못보고 이렇게 죽나 싶었던 적이 첫번째, 동강 카약 여행 중에 역시 빗발치는 소나기와 함께 내리꽂는 번개 때문에 혼비백산해서 강가 물푸레나무 숲 밑에 잔뜩 웅크리고 숨었던 것이 두번째였습니다.
몇 초만에 천둥소리가 들리는지가 정말 중요해요.
실제 번개를 맞아 보진 않았지만(맞았으면 이렇게 글 쓰고 있지도 못했겠지만) 번개가 어디쯤 떨어질거란 건 과학시간에 배워서 알죠.
번개가 정말 가깝게 떨어지면 가슴을 찢어낼 듯 "쩍" 소리가 납니다.
번개가 근처에 떨어지는 소리는 목이 저절로 자라목이 될 만큼 강력하고 무섭습니다.
혼비백산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죠.
번개와 천둥 사이의 거리가 초당 340 m이니 번쩍하는 번개 빛이 보이고 3초 이내에 천둥소리가 들렸다면 기껏해야 반경 1km 이내에 떨어졌다는건데, 정부에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안전지대로 대피하라고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카약투어 번개도 그렇지만 하늘에서 치는 번개도 사람 심정을 헤아려가며 치지 않습니다.
번개는 땅이고 물이고 건물, 전신주, 나무, 우산, 사람....가리지 않고 아무데나 막 떨어집니다.
여기저기 지그재그로 막 떨어지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딱 어디 정해 놓고 떨어지지 않는다는게 팩트입니다.
예를 들어 3초 후에 천둥소리가 들렸거나 제 표현처럼 "쩍"소리가 들렸다면 지랄탄처럼 떨어지는 번개에 맞을 확율은 그만큼 커집니다.
번개 맞는 것이 로또 맞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하지만 그건 우스개 소리일 뿐입니다.
번개가 어떻게 왜 생기냐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솔직히 그래봐야 다 헛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주말 양양에서 해안가에서 서핑 구경을 하던 서퍼가 번개에 맞아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고, 함께 있던 이들 여럿이 병원에 실려 갔다고 하는데 제 생각에 그들 모두 앞으로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될 거라고 봅니다.
최근 대기 불안정으로 단시간에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곳곳에 쏟아지고 있는데요.
번개가 어디 떨어질지는 비 예보도 제대로 못하는 기상청이 알리가 만무합니다.
갑작스런 폭우는 좋다고 맞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