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행의 각오는 지난 소백산부터 다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만 준비하는 각오는 실패할 각오이다.
몸을 먼저 준비하지 않고 죽을 각오로 뛰거나 걸으면
결국.......죽는다.
몸과 마음 양면이 두루 각오되어야
무사히 완료한다는 이치를 또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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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봉을 다녀오니
어둠을 뚫고 말간 해가 떠오른다.
아주 길게 ‘검은색의 시간’을 걸었더니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인 능선과 등로가 선명히 드러난다.
눈이 즐거우니 마음까지 덩달아 행복해진다.
행복하면 배고프지도 않다두만
행복한데도 배가 매우 고프더라.
햇살 따뜻하고 바람 적은 비탈길에 앉아
대충 허기를 달랜다.
묘적령에서 잠시 쉬었다가
거대한 모습으로 다가서는 묘적봉과 도솔봉을 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묘적봉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펼쳐진 소백산의 능선이 가히 장관이다.
경북 예천군이나 영주시 풍기읍 정도이지 않을까 싶은
마을이 안온하게 앉았다.
도솔봉으로 가면서 뒤로 돌아보며 무쏘꿈님을 찾았으나
찾는 님은 보이지 않고 묘적봉만 우뚝하다.
지나온 길이 선명하게 뻗어있다.
어둠속에서 많이도 걸었구나 싶다.
걷기 좋은 길이 계속 이어지니 무상의 빠른 발걸음이어야 하나
상고대 아름다운 풍광이 끊임없이 펼쳐지니
발걸음은 자꾸 머뭇대며 더뎌진다.
도인이나 신선이 산다면 이런 곳일까 싶은 곳에
까맣고 금이 간 도솔봉 표지석이 나타난다.
쉽지않은 급경사 계단을 휘돌아
숨을 헐떡이며 맞이하여 더욱 감동스럽다.
구름이라도 드리웠더라면 신비로움이 더했을 듯 하다.
한참을 앉아 휘둘러 막힘없는 조망을 즐기다
또다시 계단을 올라 두 번째 정상 표지석을 만난다.
취향의 작고 옹골진 표지석이다.
소백산국립공원의 최남단에 위치해
소백산의 전경을 한눈에 전망할 수 있다.
소백산 맞은 편으로는
월악산과 금수산, 황장산, 대미산 부근의 능선일 듯하다.
다녀와도 어디가 어딘지.....
멀리 묘적봉으로도 눈길을 보내다 찬바람에 쫓겨 발걸음을 옮긴다.
죽령까지의 6km.
앗싸~ 기분좋게 내려간다.
약 40여분을 오르내림이 심한 바윗길을 조심히 가다
또 배가 고파오길래
양지바른 곳에 앉아 이른 점심을 먹는다.
이상하게 잘 넘어가지 않는다.
잘 먹어지지 않는 것은 내게는 흔치 않은 일인데....
급할 것도 없어 햇빛쬐기를 즐기다가
산이랑님, 밍키님, 무쏘꿈님을 만난다.
하산길이라 여겼는데
삼형제봉이 나란히 드러나고
안부에 내려섰다고 여기는데
아스라이 이어지는 계단이 천국으로 치닫고 있는 형상이다.
호흡 거칠어지지 않게 천천히 올랐지만 쉽지 않다.
삼형제봉에 오르니 백두대간 능선이 후루룩 들어온다.
도솔봉은 여전히 아름답고 고고하며 신비롭다.
죽령 3.3km 구간에서 잠시 쉬어간다.
이정표 왼쪽 바위가 멋졌는데 장갑벗기 싫어서 패스.
다음님이 주신 손가락 대용 쏘시지는 벌써 뱃속에 들어갔고.
제법 긴 조릿대 구간을 통과할 때는
초록과 흰 눈의 선명한 대비가 볼 만했다.
긴 계단길이 이어지고 편안하게 내려갈 수 있음에 감사했다.
저멀리 빨간 우리 낙동산악회 버스가 보이고
회장님의 ‘수고했어요’라는 인삿말이 어찌나 반갑던지...
기사님은 친절하게 온몸의 눈을 털어내고
아이젠, 스패츠, 신발바닥까지 정리해 주시니 서비스 짱!!!
대강 추스르고 나서 다음님의 카레라면 안주로 마신
소주 한잔은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스며듦이 선명하다.
참 달고 달았다.
으스스 추웠던 몸을 데운 카레라면은 역시 최고의 음식이다.
● 혼자 걸으며 생각했다.
아무도 걷지 않은 눈덮인 곳의 길을 터주신 분은
공간인지력이 정말 뛰어나시구나.
동물적 감각이 있지 않고는
이 긴 능선길을 어찌 뚫을 수 있었겠나 싶었다.
존경스럽고 정말 감사하다.
https://youtu.be/ifCWN5pJGIE?si=PWMFjBMgWg-BjOog
첫댓글 16기 대간때 본 도솔봉 상고대 경치가 이뻐서 또 참가했는데, 또 다른 상고대를 경험하게 되었네요.
버너 삼각대를 미쳐 준비못해 화력이 약한 관계로 라면맛이 덜 했습니다.
공복이 맛인 듯 합니다. ^^
다음님의 16기 이 구간의 산행기를 보고 걸었는데도
어둠속에서는 저수령 이름에 고개숙여 걷느라
제대로 보지 못하고 걸었네요.
참, 솔봉 이정목이 하나만 있더라구요.ㅋ
발걸음을 세심히 분석하여
무명봉도 높이로 짚어주시는 놀라움이라니~~
저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기에
그저 경이롭고 감탄스럽습니다.
메리크리스마스 되셔요^^
사진이 예술입니다
어찌나 곱고 어여쁜지 찍는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무소꿈님은 도솔봉에 혼자 야굼 야굼. 뭘 드시드만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 지셨지만 흔적이 없더군요 뒤에 따라오신 국화님과 난이님과 줄곳 즐산행했다지요
멋지고 아름다운 우리산하를 빛나게 해 주셔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홍님, 메리크리스마스하고 계시죠?
항상 주시는 댓글이 한겨울 솜이불처럼
포근하고 따뜻합니다.
이번 구간서누 한번도 못 뵈어 아쉬웠어요.
더러 더러 햇살 좋은 곳서 먹고 쉬며
기다렸는데~~
이쁜 사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올리고나서 보니 시원찮네요ㅋ
이쁘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보는 이의 마음결이 그러하기에
그리 보이는거라고 생각해요.
홍님 덕분에 19기의 소소한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새해에 봐요~🥰
란선님의 풍경을 따라가다가 반성하게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 절경들을 하나의 구간으로 묶어버리고 걸었던 눈뜬 장님이 된 남자.
복기해 보니까, 에우리디케 연주하는 자세가 저럴까?
하얀 지옥이 있는 도솔봉은 우째 이리 중의적인지.
메리 크리스마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비극적인 사랑을
끌어오는 무쏘꿈님의 대단한 이입은
그야말로 중의적인 대발견입니다.
아름답고 그리운 것을 뒤돌아보지 않고 걸을 수 있다면
얻고 싶은 것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하나를 잃어야 하나를 얻는다면
무얼 버리고 무얼 취해야 할까?
끊임없는 속세의 화두입니다.
소백의 도솔봉은 역시나 👍 👍 👍 였습니다.
메리크리스마스
산행기 100퍼 공감입니다.
소백산으로 겨울 산행은 준비 다되었다고
어리석은 마음이 살짝 있었나 봅니다.
결코 쉬운 산은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란선님(저의 또 다른 대장님..ㅎㅎ)
사진 감사합니다.
사진이 아주 예술입니다.
한컷, 한컷에서 묻어나는 아름다움이,
대자연의 본래의 모습, 그대로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보고 싶었던 풍광을 고스란히 다 담으신 것 같네요.
작가의 혼이 담긴 걸작품을 기쁜 맘으로 감상 한 기분입니다..
손가락 무탈하길 바라옵니다.
A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지난 구간부터 앞뒤서 걸으며
사진도 얻고 풍부한 산행지식도 얻어갑니다.
왜 대장먹었는지 모르는 당사자입니다ㅋㅋ
해가 떠오를 직전부터 시작되는
그 놀라운 자연의 신비로움을
목격하는 기회를 얻는 자가 몇이나 될까요?
마냥 감사할 뿐인 그 시각을 포착하고 싶은데
사실 잘 할 수 없습니다.
후기 서두에서도 진술한 바와 같이
열망과 각오만으로는 열패입니다.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자의 노력일 뿐인데
너무 띄워주시니 떨어질 데를 잘 찾아야겠어요
폭신한 데로ㅋㅋ
다행히 손가락은 무탈합니다.
소백에서 얻은 동상 기운은 아직~~ㅠ
새해에 뵙겠습니다 🥰
스물두세명이 새벽에
걷기 시작합니다.
저는 길을 모릅니다.
하아얀 눈 밖에 없는 산속에서
길을 만들어 가시는
선두대장님과 선두조는
神이 아닐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띄엄띄엄 거리를 두며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혼자 걷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사진을 보며 소백산 묘적봉 도솔봉 경치를 다시 떠오르게
하네요.
감상 잘 하였습니다.
밝은 날 이 길을 한번 더 가보자는 생각이 드는 까닭은
왜 일까요.
행복한 성탄절되세요
대간을 시작한 것은 참 다행한 일입니다.
실은
매이는 것이 싫었고
무박산행이 버거워 피하기만 하다가
늦게 발을 들였는데
승승장구님의 생각처럼
꼭 다시 걷고 싶은 구간을 찾아가는 순례길인 듯하여
더 빨리 시작할걸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도 시작했고
반이나 진행하였으니
정말로 다행합니다.
앞서거나
뒤서거나는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닐거란 생각예요.
산 속에 머문 시간에서의 농도가
희석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래보며
다음 구간서 반갑게 뵈어요.
메리크리스마스 🥰
길고 추운 길에 멋진 풍경 많이도 찍어 구경 잘 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한길님 배낭 무게가 확~~줄어든 듯
기분이 가벼워집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따뜻한 대추차와 아이스된 🍓, 고마웠습니다 🥰
올 한해 수고많으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내년에 뵙겠습니다 ~^^
우리 모두 알차게 한 해 잘 보냈으니
힘찬 박수로 자축합니다~^^
대간을 두번 세번 걸으시는 분들에게
갈수록 고개숙여집니다.
이 여정 끝나면
나도 그럴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해 봅니다.
산이랑님, 새해에도 발걸음 함께 하여 주실 것에
미리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