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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장 속 부처님 이야기] 28. 범단법 말에 대꾸도 않고 가르침을 주지도 않는 고따마 싯다르타가 29세의 나이에 출가를 결심하고 성을 넘었다는 전승은 출가유성이라는 이름으로 부처님의 일대기 가운데서도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사건으로 꼽힌다. 왕궁에 남아 전륜성왕의 길을 가기를 바라는 부왕과 애타는 처자식의 바람을 뒤로 한 채, 출가자로서 최고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삶을 선택한 순간이었다.
여러 전승에 의하면, 싯다르따 태자는 한 밤중에 챤나라는 마부에게 명하여 애마인 깐타까를 뜰로 데리고 오게 한 후 타고 성문을 나가, 교외에 있는 한 숲에 도착하자 보의(寶衣)를 벗어 챤나에게 주며 성으로 돌아가도록 했다고 한다. 바로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마부 챤나가 율장에서는 바일제 제12조 이어뇌타계(異語惱他戒) 및 범단법(梵壇法)과 같은 중요한 율 조문 제정의 계기를 제공하는 주인공으로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래서 항상 자만심을 버리지 못한 채, 다른 제자들을 무시하고 거친 말과 행동을 일삼았다. 율을 어기는 일도 많았고, 또 어겨도 참회하지 않았기 때문에 징계갈마의 대상이 되곤 했다. 게다가 갈마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식 힐문에 대해서조차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여 다른 스님들을 괴롭혔다.
즉,‘누구에게 죄가 있는가? 무엇이 죄인가? 어디에 죄가 있는가? 어찌하여 죄인가? 당신들은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가? 당신들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가?’라며 반론을 거듭하다, 궤변을 늘어놓는 행동을 문제 삼자 이번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어뇌타계가 제정되었다고 한다. 이어(異語)란 질문이나 충고에 대하여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것으로, 방금 전에 한 말을 다시 뒤집어 다른 말을 늘어놓거나 궤변을 설하는 것을 말한다.
‘아난아, 내가 가고 난 후, 챤나비구에게 범단법을 실행해라.’아난이 범단법의 내용을 묻자, ‘챤나비구가 마음대로 떠들게 내버려 두어라. 그러나 비구들이 그에게 말을 걸어서는 안 된다. 훈계해서도 안 된다. 교계해서도 안 된다.’라고 설명하셨다. 즉, 챤나가 무슨 말을 떠들어대든 대꾸도 하지 말고 잘못을 일깨워주기 위해 가르침을 주고자 애쓸 것도 없다는 의미이다.
이자랑 [출처 : 법보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