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인형의 집』 짓기 프로젝트
어린이집 한 모퉁이에 토끼랑 닭들을 키우는 동물사육장을 갖는 게 오랜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마땅한 장소가 없어 항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난 여름 마치 좋은 장소가 생겼습니다.
모래놀이터를 옮기게 된 것이죠.
모래놀이터가 여름이면 그늘이 없고 조합놀이시설과 너무 가까워 주위에 모래가 흩어져
항상 지저분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모래놀이터를 다른 쪽으로 옮기는 것도
우리 어린이집에서 풀어야할 숙제 중의 하나였습니다.
여름이면 모래놀이터 위에 차광막을 쳐 그늘을 만들어주고 조합놀이시설의 지저분한 모래를 청소해주는 것으로
그 문제를 해결해왔었는데 마치 모래놀이터를 저쪽 그늘 밑으로 옮기면 되지 않겠느냐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죠.
저쪽 그늘 밑으로 모래놀이터를 옮기게 되니 모래놀이터와 동물사육장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해결이 된 것입니다.
모래놀이터가 있었던 자리에 좋은 공간이 생겨 동물사육장을 지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렇게 해서 저의 『동물인형의 집』 짓기 프로젝트가 시작되게 된 것입니다.
동물사육장 짓는 일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착안한 것은
흔히 우리가 보는 동물사육장처럼 더럽고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공간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물사육장을 짓는다는 저의 말에 시큰둥하니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한 쪽이 선생님들이었는데
그것은 동물사육장이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그러한 선생님들의 생각을 불식시킬 수 있을까를 가장 크게 고민하게 되었죠.
그래서 착안하게 된 것이 인형의 집 같은 동물의 집, 카페 같은 동물사육장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동물인형의 집』짓기 프로젝트는 시작되게 되었습니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기둥을 세우고 보를 대고 상량을 올리고 서까래를 대는 일입니다.
그것은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또 가장 먼저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가장 먼저 기둥을 세우고 기둥과 기둥 사이를 위에서 수평으로 연결해주는 것이 보(椺)입니다.
나무집에서는 나무가 썩지 않도록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우는 것이 원칙인데
저는 시멘트로 만든 고정핀에 기둥을 고정시킨 뒤 그냥 세웠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보로 기둥을 고정시켜 주었습니다.
상량을 올리고 상량과 보를 연결하여 지붕을 받쳐줄 서까래를 대주었습니다.
이렇게 기본 골격을 완성하였네요.
지붕을 만들었습니다.
지붕을 만드는 일은 집의 기본 골격을 만든 이후 바로 다음으로 하는 작업입니다.
비가림이 되어야 다음 집짓는 일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동물인형의 집』을 만드는데 가장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던 것이 바로 어떤 지붕재를 쓸 것이냐의 문제였습니다.
지금 이 지붕은 보통 목조건물의 외벽 마감재로 사용하는 시멘트와 종이를 섞어 만든 제품(시멘트 사이딩)인데
지붕을 만들어 놓으니 꽤 볼품이 있었습니다.
서까래 위에 합판을 깔고 그 위에 방수 시트지를 붙인 후 시멘트 사이딩을 시공한 뒤
수성 스테인 페인트로 마감을 하였네요.
지붕이 씌워지니 이제 집같이 보이지요.
이제 외벽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 이제 누가 보드라도 미니 카페나 인형의 집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을 집이 되어갑니다.
그 대신 동물사육장을 만들고 있다면 거! 미친 거 아니여?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닭들이 살기에는 너무 어울리지 않은 예쁜 집이 꾸며져 가고 있었으니까요.
앞부분은 여러 가지 장식품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장식장을 만들었고
옆 측면 부분은 아이들이 항상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철조망을 칠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가을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고 있네요.
앞부분 중앙 조금 오른편으로 출입문을 만들었습니다.
특별한 때에 리어카까지 드나들 수 있도록 넓고 크게 만들었습니다.
앞 좌측 밑은 닭 모이를 주는 곳으로 철망을 칠 계획입니다.
아이들이 닭을 직접 보며 모이를 줄 수 있도록 설계를 하였네요.
그리고 그 위 앞으로 돌출된 부분은 닭 모이를 저장해두는 창고로서 건축물에 입체감을 주기 위해
앞으로 튀어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오른쪽은 안으로 들어가게 하고 왼쪽은 밖으로 돌출되도록 설계를 하여 좌우 균형을 이루도록 하였지요.
이제 외벽 작업은 거의 마무리가 되어 갑니다.
페인트 작업이 시작되었네요.
페인트 작업은 우리 원감선생님 몫입니다.
출입문도 옛날 정재문처럼 만들어 보았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이 출입문이 가장 멋지다고 했답니다.
다들 아직도 옛날 그 정재문의 추억이 있는가 보죠.
외벽에 색깔을 입히니 한층 인형의 집이 되어가네요.
역시 여자 얼굴에는 화장발 이듯이 건축에는 페인트발 아니겠어요.
오른편 토끼장 부근에 아이들이 올라가서 동물들을 보고 또 토끼랑 같이 놀게 하기 위해서 예쁜 데크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앞마당 좁은 닭장에서 겨우겨우 연명해왔던 닭과 토끼들을 옮겼네요.
사진이 실제 모양보다 훨 예쁘게 나왔습니다.
오른쪽 토끼장에는 토끼가 보이네요.
마지막으로 오른쪽 토끼장 위에 어닝까지 설치해 주고
앞부분 왼쪽 모이창고 밑으로 아이들이 모이를 직접 집어서 줄 수 있도록 모이통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동물인형의 집』 짓기 프로젝트는 완성이 되었네요.
첫댓글 옛날 제가 근무할 땐 철망이었는데 ..닭집이 탐나네요^^
올 한해동안 아이들의 프로젝트는 별로 발칙하고 눈에 띄는게 없는거 같은데 두목님만 대형 프로젝트로 흰머리 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