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이면 올림픽공원쪽으로 산책을 나간다. 잠실역에서 8호선을 바꾸어 타려고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학생들 3명이 바이시클을 한대씩 치켜들고 내렸다. 무게가 궁금해서 내가 한번 들어보자고 하면서 물어보니 들을만 했다. 이어서 무게를 물어보니 6킬로짜리부터 다양하단다.
이렇게 해서 래포가 깔린 것으로 여기고 대화를 이어갔다. '이른 새벽에 어딜기느냐?'니까, 올림픽공원을 간단다. 그래서 '어디서 오는데?'했더니 광주에서란다. 반가운 나머지 '전라도 광주냐?'니까 그런단다. '이 시간에 어떻게 왔느냐?'고 하니 광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새벽1시30분에 탔는데 동서울에 내리니 4시가 되더란다. 한밤중이라서 차비가 더 비싸냐?고 물었더니 그렇지도 않고 엄청 빠르단다. 짐칸에 바이시클을 실어주는데 추가비용도 없단다. 언젠가도 들은 이야기인데 차암 편리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고향까마귀들을 만났으니 친근감이 더해저서 다니는 학교를 물어보니 문흥중, 동성중, ㅇㅇ중이란다. 이들에게 신뢰를 주기위해서 나도 광주사람이고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하니 아주 반가워했다. 그 중 한 친구는 내가 쓰고있는 모자의 로고를 보았는지 'Y대학교 나오셨어요?'해서 아니라고 하면서 공주사범대학교를 나와서 선생님을 오랫동만 했었고 교장선생님으로 퇴직했다고 하니 '아, 그래요? 교장선생님이셨다고요?'하면서 깜짝 놀라는 몸짓을 보냈다.
기다리던 별내행 8호선 열차가 들어오자 맨뒤칸에 타서는 한 구간 가서 몽촌토성역에서 내렸다. 내가 엘리베이터 타는 곳으로 인도해가면서 바이시클은 보통 얼마씩이나 하는지? 물어보니 최하가 150만원이란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큰 선물을 사주셨구나...'했더니 '저희들 용돈으로샀는데요했다.' 엘리베이터를 차레로 탔는데 많이 해본 솜씨로 하나같이 바이시클을 수직으로 세우니 네명이 함께 탈 수 있었다.
토성역1번출구로 나가니 아직도 껌껌했다. 어두컴컴한 공원로고 앞에서 친구들과 인증샷을 찍었다. 성화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어제(2월15일) 광주에서는 집회가 있었는데 어떠했는지 분위기를 묻자 '대개 시끄러웠다'고 관심없는 어투로 말했다. 그래서 내가 5,18당시 광주에 살았는데 그때는 시내버스가 운행되지 않아서 매일 자전거를 타고 도청앞까지 가면서 시가지 분위기를 보았고 '하마터면 분수대연단에 올라서 Speech를 할뻔했다'고 말했는데 별로 관심 없어했다.
그래서 이참에는 여행이야기로 말소재를 돌렸다. '다음에는 어딜 여행할거여?'했더니 부산을 갈거란다. '우리 남도에도 여수, 목포 등 바다를 끼고있어서 가볼만한 곳이 많은데 가봤냐?'고 했더니, '아직 가보지 않았는데요'하면서 기왕에 큰 도시부터 가보고 싶어서요'했다. 이어서 성화대 앞으로 인도해가니 한 녀석이 쌩뚱맞게 '불이 겁나 잘 탄다'고 해서 내가 '일년 내내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불어도 성화가 올림픽정신을 기린다'고 설명했다. 성화를 배경으로 한 사람씩 인증샷을 찍어주었다.
그런데 한 녀석이 돌발발언으로 '교장선생님, 혹시 이 근처에 싸우나 있는 곳 아세요?'했다. 나는 그런 건 잘 모르고 저기 어둠 속에 높이 보이는 빌딩이 LotteTower라고 일러주니까 한 친구가 '거기 꼭대기층 식당이 엄청 비싸다'고 말했다. 이 친구들은 내 안내에는 별로 관심 없어했다. 예전교사시절 같으면 나무랬을터인데... 아쉬운 마음을 누르고 '지금은 어두어서 잘 보이지 않으니까 이따가 밝아지면 조각공원도 구경하고 토성길 걷기도 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싸우나는 스마트폰에서 찾아보라고 했다.
그들과 헤어지기로 마음먹고는 '조심해서 여행 잘하라'고 하면서 아듀했다. 그들과 헤어져서 혼자 가면서 생각해보니 학생들에게 물어보았어야할 말 '부모님들 허락을 받고 나왔는지?' 또 '부모님들께 수시로 전화드리고 그리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는 당부에 말을 빠뜨린 것이 후회되었다. 허기야 나도 중딩시절 친구들과 장흥유치보림사에 놀러갔다가 막차를 놓치는 바람에 밤길 몇십리를 저녁 내내 걸었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 친구들이 무사히 귀가하기를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