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이 것’만 가지고 있으면 해외여행을 하거나 외국인을 만날 때, 언어 문제로 인해 고생하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단 영어 뿐만이 아니다. 무려 40개의 외국어를 통역해 줄 수 있는 장비인데, 바로 구글이 개발한 스마트 이어폰인 ‘픽셀버드(Pixel Buds)’다.
![40개 언어의 실시간 통역 기능이 탑재된 구글의 스마트 이어폰인 픽셀버드](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sciencetimes.co.kr%2Fwp-content%2Fuploads%2F2017%2F11%2Fn%ED%9C%B4%EB%8C%80%ED%8F%B0.jpg)
40개 언어의 실시간 통역 기능이 탑재된 구글의 스마트 이어폰인 픽셀버드 ⓒ Google
IT산업 전문 매체인 ‘가젯헉스(Gadget Hacks)’는 구글이 이어폰 제품으로는 첫 번째인 픽셀버드를 개발했다고 보도하면서, 이 스마트 이어폰의 가장 큰 특징은 음성을 통한 실시간 통역 기능을 지원하는 점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링크)
음성을 통한 40개 외국어의 실시간 통역 가능
픽셀버드의 위력은 지난달 구글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픽셀버드 출시 발표회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이날 행사에서 사회자는 본격적인 제품 소개에 앞서 스웨덴 여성을 불러내어 대화를 나누며 픽셀버드 기능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픽셀버드를 귀에 꽂고 있는 여성은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지만, 사회자와 대화를 하면서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음을 보여줬다. 사회자가 여성에게 영어로 “안녕 이자벨, 잘 지내?”라고 묻자, 착용한 픽셀버드의 스피커에서는 사회자가 했던 인사말이 스웨덴어로 통역된 채 흘러 나왔다.
픽셀버드가 통역한 인사말을 들은 여성이 스웨덴어로 답변하자, 이번에는 반대로 픽셀버드가 여성의 답변을 영어로 통역하여 스피커를 통해 “잘 지냈다”라고 사회자에게 전해 주었다. 이렇게 인사말을 주고받는 동안 대략 1초 정도의 시간 차가 발생했는데, 이는 픽셀버드가 통역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이에 대해 구글 관계자는 “통역 과정은 이어폰인 픽셀버드가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연동된 스마트폰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라고 설명하며 “대화 시에 발생하는 약간의 시간 차는 이 같은 처리과정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데, 시간 차의 정도는 문장의 길이나 난이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픽셀버드를 통해 영어를 못하는 스웨덴여성과 대화를 하는 구글 관계자 ⓒ Google](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sciencetimes.co.kr%2Fwp-content%2Fuploads%2F2017%2F11%2Fn%EC%9C%A0%ED%8A%9C%EB%B8%8C.jpg)
픽셀버드를 통해 영어를 못하는 스웨덴여성과 대화를 하는 구글 관계자 ⓒ Google
픽셀버드의 모양은 일반적인 무선 이어폰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나 숨겨져 있는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기능들을 살펴보면 기존 무선 이어폰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HW 기능으로는 이어폰에 탑재된 터치 센서가 눈에 띈다. 이 센서는 제스처 컨트롤을 이용해서 음악을 전환하거나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가령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에서 몸을 한번 회전하면 음악이 바뀌도록 설정하거나, 팔을 휘저으면 볼륨이 커지도록 설정하면 실제로 같은 동작을 취할 때 그대로 작동되는 것이다.
또한 센서를 두 번 누르면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가 활성화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구글이 자랑하는 인공지능(AI) 비서 기능의 SW로서, 실시간으로 외국어를 통역할 수 있는 기능이 핵심이다.
특히 우리나라 말인 한국어를 비롯하여 현존하는 인류 언어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는 40개 언어의 실시간 통역 기능은 그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꾸준하게 추진해 왔던 구글 번역 서비스를 상품화시킨 첫 번 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구글 관계자는 “다양한 언어를 통역할 수 있는 기능은 단순히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 편리하다는 점을 뛰어 넘어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사용자에게 위급상황을 알려주거나, 반대로 현지인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기 때문에 픽셀버드는 여행자에게 필수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역 기능 탑재된 이어폰 시장 열리고 있어
왠만해서는 HW제품을 잘 출시하지 않는 구글이기에, 픽셀버드는 개발 단계부터 이미 신개념의 스마트 이어폰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 세계 IT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스마트 이어폰의 선두주자는 픽셀버드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IBM과 무선 이어폰 업체인 브라기(Bragi)가 제휴하여 개발한 ‘대시(Dash)’를 스마트 이어폰의 원조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는데, IBM은 브라기社가 만든 하드웨어에 자사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왓슨(watson)을 탑재시킨 스마트 이어폰을 지난해에 선보인 바 있다.
대시의 가장 큰 특징은 무려 27개나 되는 센서가 내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이들 센서가 감지하는 변화를 통해 심박수나 최대 산소 섭취량, 그리고 칼로리, 체온 등 다양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IBM과 공동으로 개발한 브라기社의 스마트 이어폰인 대시프로](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sciencetimes.co.kr%2Fwp-content%2Fuploads%2F2017%2F11%2Fn%EB%B8%8C%EB%9D%BC%EA%B8%B0.jpg)
IBM과 공동으로 개발한 브라기社의 스마트 이어폰인 대시프로 ⓒ Bragi
대시가 처음 선을 보였을 때만 해도 시장의 평가는 후했다. 단순한 이어폰이 아니라 사용자의 건강을 지켜주는 웨어러블 컴퓨터 같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구글의 픽셀버드가 통역 기능을 무기로 들고 나오자 대시에 대한 시장 평가도 순식간에 달라졌다. 통역 기능이 내장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처럼 취급을 받았던 것.
이에 IBM과 브라기社의 공동 연구진은 실시간 통역 기능이 가능한 제품 개발에 착수했고, 최근 ‘대시프로(Dash Pro)’라는 이름의 스마트 이어폰을 출시하는데 성공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두 번째 버전의 스마트 이어폰을 출시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IBM의 관계자는 “왓슨의 언어 처리 능력은 이미 경쟁사들이 스마트 이어폰 제품을 출시하기 전부터 인정을 받아 왔다”라고 설명하며 “첫 번째 제품에 통역 기능을 굳이 탑재시킬 필요가 없다고 느껴서 제외했지만, 의외로 시장에서 요구하는 바가 컸기 때문에 우리는 즉시 통역 기능을 가진 대시프로를 출시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대시와 대시프로를 아마존의 음성 비서인 ‘알렉사(Alexa)’에 연동시킬 수 있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