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미국과 무역 협상을 중단한 것을 두고 세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는 주장이 나왔다.
캐나다 칼턴대 정치학과의 에릭 반 라이토벤 강사는 26일 비영리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와 같이 주장했다.
그는 협상 결렬 전까지만 해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대미 외교 정책은 매우 온건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캐나다는 지난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맞서 부과한 보복 관세 일부를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무역 협상에서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목재에 막대한 관세를 요구했다.
게다가 협상 막판에는 캐나다의 프랑스어 보호 정책 축소를 요구하고 캐나다가 다른 나라와 무역협정을 체결할 때 미국의 통상 정책과 보조를 맞출 것을 요구하는 등 주권 침해 요소를 추가했다.
이에 카니 총리는 협상 시한을 1시간 30분 앞둔 21일 밤 10시 30분 협상단에 철수를 지시했다.
미국은 곧바로 캐나다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고 캐나다도 보복 관세를 예고하며 맞대응했다.
캐나다의 보복은 관세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어 보호에 민감한 지역인 퀘벡주의 이브-프랑수아 블랑셰 퀘벡블록당 대표는 캐나다가 미국산 F-35 전투기 구매를 포함한 방산 계약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역 협상 카드로 안보 카드를 꺼낸 것이다.
장 크레티앵 전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가장 아픈 곳을 공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협상 결렬 전 캐나다인의 62%가 미국의 관세 위협에 대한 보복 조치를 지지한 것도 정부의 조치에 힘을 싣는다.
물론 캐나다에 비해 미국의 경제 규모가 훨씬 크고 캐나다에 대한 수출 의존도도 낮으므로 미국과 캐나다가 무역 전쟁을 하면 캐나다가 승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노벨상을 받았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미국이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석유, 목재, 전기, 알루미늄 등은 비슷한 가격으로 수입국을 대체할 수가 없어서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캐나다가 미국을 이길 수는 없지만 미국의 약점을 공략하면 상당한 타격을 줄 수는 있다는 것이다.
라이토벤은 캐나다의 기존 시각이 “트럼프 정부는 혐오스럽지만 언젠가는 사라지고 양국 관계는 정상화될 것이다. 장기적인 관계를 위해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라는 것이었지만 이번 무역 협상을 거치면서 “트럼프 정부가 금지선을 넘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금지선을 넘었는데도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앞으로 들어설 미국 정부들도 유사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라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희생을 캐나다인이 기꺼이 감수할 의향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할 수 있을까?
캐나다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트럼프 정부 임기가 끝나면 미국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부당한 요구들도 사라지리라 여기며 한미관계 유지를 위해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건 정답이 아니다.
미국이 부당한 요구를 하는데도 저자세로 일관하면 미국에 다른 정부가 들어서도 우리에게 부당한 요구를 할 것이다.
물론 한국이 미국과 경제 전쟁을 해서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경제도 세계 13위로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미국을 이기지는 못해도 약점을 공략하면 상당한 고통을 줄 수는 있는 것이다.
게다가 바로 옆의 중국을 활용하면 미국이 함부로 경제 보복을 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국민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다.
또 국X당과 조중동이 미국 편에 서서 정부의 발목을 잡고 내부 총질을 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문제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