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에서 연민은 주인공이 불행에 처했을 때, 주인공에 대해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이며, 공포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주인공이 불행에 처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연민을 통한 카타르시스 효과는 사디즘과 관련지어 설명할 수 있다. 사디즘이란 가학을 통해 느끼는 쾌감을 의미한다. 사실, 인간에게서 연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약육강식, 적자생존으로 표현될 수 있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남을 동정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자가 약자에 대해서 일시적으로나마 연민을 느낄 수는 있다.
강자는 자신보다 약한 자와의 싸움에서 약자를 공격함으로써 사디즘을 느끼고, 자신이 상대보다 우위에 있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부수적으로 상대에 대해 연민을 느끼게 된다. 반면에 공포를 통한 카타르시스는 마조히즘과 관련이 있다. 마조히즘은 사디즘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피학을 통한 쾌감이라 할 수 있다. 상대로부터 공격을 당할 때, 인간은 공포에 떨면서도 그 공격을 수용함으로써 일종의 충족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 충족감이 바로 마조히즘이라 할 수 있다. 사디즘과 마조히즘은 남성과 여성의 성기구조를 통해서도 설명이 가능한데, 남성은 주로 사디즘을 느끼고 여성은 주로 마조히즘을 느낀다. 남성의 성기는 밖으로 돌출된 구조를 지니고 있어,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고, 여성은 안으로 들어가 있는 구조로 되어있어 수용적인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남녀가 성교를 할 때 남성은 자신의 성기를 여성의 것에 삽입하면서 공격적인 쾌감(사디즘)을 느끼고, 여성은 그것을 수용함으로써 충족감(마조히즘)을 느끼는 것이다.
연극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가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장면을 볼 때, 관객이 살인자의 입장에서 연극을 관람한다면, 사디즘을 느끼게 될 것이고, 반대로 죽임을 당하는 자의 입장에서 연극을 관람한다면, 마조히즘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추가적으로, 공포를 통한 카타르시스는 인간의 오장(五臟)을 통해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인간의 오장 중 신(腎)은 배설 기능 뿐 아니라 생식 기능도 담당한다. 인간의 오장은 칠정(七情)과 상호작용하는데, 칠정 중 공(恐)과 경(驚)이 바로 신과 관련이 있다. 공과 경은 공포와 비슷한 감정으로, 우리가 연극에서 공포스러운 장면을 볼 때, 칠정의 공과 경이 작용하고 이는 신을 자극시켜 우리의 생식기능을 활성화 시킨다. 이를 통해 인간은 성욕을 대리배설시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2. 현대사회에 질투와 선망이 카타르시스의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하게 된 배경과 질투와 선망에 의한 카타르시스의 의의
고대 그리스 시대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에서 연민과 공포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연민과 공포만으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인간의 심리 구조 역시 복잡해졌기 때문에, 연민과 공포만으로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따라서 새로운 감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한 카타르시스의 동인(動因)으로 질투와 선망을 들 수 있다.
질투는 나보다 잘나거나 성공한 사람에 대해서 느끼는 분노를 의미하며, 선망은 부러워하거나 바라는 감정이라 할 수 있다. 과거 그리스 시대는 계급사회였기 때문에 특별히 반골기질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자신보다 높은 신분의 사람을 질투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일단 겉으로는 계급의 구분이 없는 평등사회이기 때문에 남들에 대한 질투와 선망이 가능해졌다. ‘나도 노력만 하면 남들처럼 잘날 수 있다’는 생각이 가능해진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연극, 그 중에서도 비극이 대중예술로 인정을 받았다. 연극은 무대예술이기 때문에 배우의 외모와 같은 시각적인 요소보다는 배우의 대사나 격렬한 목소리 같은 청각적인 요소들이 관객의 관심을 끄는 데에 더 중요한 요소였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 시대에 관객들이 배우의 잘난 외모 때문에 질투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로 배우의 대사와 목소리를 통해 극중 상황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연민과 공포를 경험하였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연극이 쇠퇴하고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매체들이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영상매체들은 클로즈업 기법을 통해 관객들에게 배우의모습을 자세히 보여주게 하였고, 배우의 외모가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 중요한 요인들 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잘생기거나 아름다운 배우들이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게 된다. 관객들은 영화 혹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뛰어난 외모의 배우들을 보고 질투심을 느낀다. 그 질투심은 주인공의 죽음이나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해소가 되고 그것은 선망으로 이행되어 심리적 평정을 이루게 된다. 질투와 선망에 의한 카타르시스는 인간 내면에 억압되어있던 질투심을 자극하고, 그것을 해소하여 선망으로 이행시켜 정서적 순화기능을 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