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304
동봉
제29장. 위의적정분威儀寂靜分
여래시여, 세존이시여!
(01)무녀리
여래시여, 세존이시여!
가신 듯 가시지 아니하고
오신 듯 오시지 아니하며
앉으신 듯 앉지 않으시고
누우신 듯 눕지 않으시는 이여!
어디로부터 오신 이도 아니고
어디로인가 가실 분도 아니라는
짧은 말씀을 접하면서
해마다 봉축하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을 생각해 봅니다
(02)여래如來
오신 듯 오신 이여
가신 듯 가신 이여
머무신 듯 머무시고
앉으신 듯 앉으시며
누우신 듯 누우시다가
가신 듯 언제든 어디든 가시옵소서
하오나 본디 오감이 없으시오니
여래시여, 세존이시여!
(03)응공應供
응공이시여, 세존이시여!
당신께 공양 올리나이다
십바라밀 꽃과
다반향초 차와
신선세계 과일과
향적세계 쌀과
화실동시 연등과
시종일향의 향을 올리나이다
(04)정변지正遍知
정변지시여.
정변지시여, 세존이시여!
당신은 다 아시나이다
한가운데正든
가장자리遍든
아래正거나
위遍거나
당신의 일正이거나
뭇 생명들의 일遍이거나
바르게 아시고 두루 아시나이다
(05)명행족明行足
여래시여,
명행족이시여!
하늘 눈으로 저희를 살피시고
부처 눈으로 사랑을 드리우사
중생들의 과거생을 아시며
미세번뇌까지 다 끊어주시는 이여
육바라밀을 갖추어
닦도록 가르치시는 이여
당신은 저희들의 여래시옵니다
아, 명행족이시여
(06)선서善逝
선서시여, 세존이시여!
가실 곳 없으시오나
거룩하신 선서시여
잘 가셨나이다
중생들의 세계에서 잘 가셨으며
티끌 세계를 잘 떠나셨나이다
이미 가셨으니
로드맵을 만들고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통해
저희에게도 선서께서 가신
깨침의 소중한 길을 일러 주시옵소서
(07)세간해世間解
세간해시여,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세간을 다 아시는 분이시여
중생들 세계가 얼마나 다양하며
그 중생들마다 지닌 마음의 갈래가
항하의 모래알보다 더 많음을 아시고
그들 낱낱 마음의 움직임 따라
바르게 이끌어주시는 분이시여
저희는 거룩하신 당신께
두 손 모으고 마음을 모으나이다
(08)무상사無上士
무상사시여, 세존이시여!
위가 없는 보살이시여
위가 없다면 아래도 없으시나이다
위로 높이를 초월하셨으니
위로 온통이시고
아래로 깊이를 초월하셨으니
아래도 온통이시나이다
위아래를 다 뛰어넘으셨으니
어찌 방위가 있겠나이까
동서남북 정방을 초월하시고
네 간방마저 뛰어넘으셨나이다
열린 공간을 초월하시니
흐르는 시간도 뛰어나시고
마음이 시공을 훌쩍 벗어나시니
아, 거룩한 무상사시여
당신은 곧 '중생보살'이시옵니다
(09)조어장부調御丈夫
조어장부시여!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저희는 차Tea에
커피Coffee에
게임Game에
돈gold에
재물에 중독되었으며
나와 남에게 중생에게
그리고 나이에 빠져 있나이다
좋은 것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싫은 것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얽매여 살아가고 있나이다
간절히 원하옵나니
만해스님의 '복종'처럼
다른 데가 아닌
오직 당신에게만큼은
저희가 길들여지도록 하옵소서
(10)천인사天人師
하늘의 스승이시여
사람의 스승이시여
광활한 바다
드넓은 대지
흐르는 강물
잔잔한 호수
한 줌의 흙
한 포기 풀
한 그루 나무
뒹구는 낙엽 하나에
아! 허공을 가득 메운 뭇 생명들
모든 생명의 스승이시여
언제나 어디서나
당신의 올바른 가르침대로
삶이 무엇인가를 알고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아
올곧게 살아가고
나눔을 함께하는 생명이게 하소서
(11)불佛
부처님이시여, 세존이시여!
철저히 사람이시면서
사람亻이 아니弗신 이여
깨달음의 경지가 워낙 높으시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밑바닥까지
온전하게 사람이신 이여
거룩하신 부처님이시여
그러기에 사람과 사람 아닌 이들의
어버이신 부처님이시여
당신에게 삼가 두 손을 모으나이다
(12)세존世尊
세간에서 가장 높으신 이여
가장 높으심은
자신을 낮추시기에 가능하오니
당신 눈높이에 어울리고
당신 마음에 동화되어 있사옵니다
부처님이시여
세존이시여
아! 거룩하신 이여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을 분이시여
영원토록 귀의하고 싶은 이시여
저희는 저희를 당신께 던지나이다
(13)금선金仙
금선이시여, 세존이시여!
황금빛으로 빛나는 신선이시여
어떠한 시약으로서도
그 빛깔을 바꾸지 않는 황금이기에
불상을 조각하고 빚고 주조한 뒤
황금으로 도금하고 있나이다
부처님 몸은 금신이시고
부처님 입은 금구시며
부처님 말씀은 금언이시나이다
신선 중 신선 금선이시니
저희는 한마음 기울여 귀명하나이다
(14)법왕法王
법왕이시여, 세존이시여
모든 법 모든 진리의 왕이시기에
저희는 당신을 법왕이라 부르나이다
왕王이 무엇입니까
하늘의 무늬天文를 알고
땅의 이치地理를 꿰뚫으며
하늘과 땅 사이의 인재를 다스리는
막중한 책임을 지녔나이다
하물며 시간을 알고
점선면을 비롯한 공간을 알며
시공과 함께하는
온갖 사물의 이치를 앎이리이까
그러기에 부처님은 법왕이시나이다
(15)각황覺皇
각황이시여, 부처님이시여!
거룩하신 깨달음의 황제시여
법을 알고 진리를 앎은 어렵지 않으나
법을 깨닫고 진리를 체득함은
완벽한 깨달음을 이루지 않고는
도달할 수 없는 자리이나이다
거룩하신 각황이시여
작은 느낌이 열림도 아니고
진리를 머리로 이해함도 아니고
확철대오廓徹大悟
자연을 깨닫고 우주를 깨닫고
시간을 깨닫고 만법을 깨닫고
인생의 길과 마음을 깨달으신 이여
두 손 모아 각황전에 귀의하나이다
(16)능인能仁
능인이시여, 세존이시여!
참으로 어짊에 능하신 이여
인터넷 <불교용어사전>조에 따르면
능인을 능인能人으로 표기하고
남을 교화하여 이롭게 하는 자로
부처님을 능인이라 한다 하였나이다
본 뜻과는 약간 다를 수 있사오나
능인적묵각能仁寂默覺이시여
어질고 고요하고 잠잠함에 능하신
서가모니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을 사랑으로 원력으로
그리고 용기와 지혜로 살펴주시옵소서
(17)대웅大雄
대웅이시여, 세존이시여!
위대하신 영웅이시여
아, 거룩하신 부처님이시여
전장에서 백만의 적을 물리치기보다
더 어려움이 마음의 조복이온데
부처님께서는 능히 조복하셨사오니
영웅 가운데 영웅이시옵니다
대웅 서가모니 부처님이시여
저희는 한마음 다 기울여 귀의하나이다
(18)대각大覺
대각이시여, 세존이시여
위대한 깨달음을 이루신 이여
큰 깨달음을 얻었기에 대각이시고
원만한 깨달음을 얻으셨기에
저희는 당신을 원각이라 부르나이다
본디부터 대각佛이었기에
그 마음 일컬어 본각이라 하나이다
그러나 얼음이 본디 물이었다 해도
열을 가함으로 해서
마침내 물의 쓰임새를 돌아가듯
마음이 비록 본각일지라도
닦아서 얻는 깨달음을
시각始覺이라 하고
최종 깨달음究竟覺이라 하나이다
대각은 최종의 깨달음이시니
삼가 한마음 기울여 귀의하나이다
(19)약래~약와
여래시여, 세존이시여
거룩하신 우리 부처님이시여!
여래시여, 여래께서는
때로 오시기도 하시고
때로 가시기도 하시며
때로 앉아 계시기도 하시옵고
때로는 누워계시기도 하시옵니다
여래시여, 세존이시여!
여래는 한 가지 모습이 아니나이다
만일 여래를 오시는 분으로
또는 가시는 분으로
혹은 앉아 계신 분으로
또는 누워 계신 분으로만 안다면
이들 모습 외는 여래가 아니시나이다
그러기에 <위의적정분>에서
부처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시옵니다
"여래를 오는 모습으로
가는 모습으로
앉은 모습 누운 모습으로
판단하거나 얘기하지 말라"고요
여래시여, 세존이시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만이
획일적이지 않은 게 아니고
여래의 모습도 획일적이지 않사옵니다
하늘을 나는 자전거도
바다 밑을 헤엄치는 여객기도
바퀴 없는 자동차도 있을 수 있사옵니다
여래시여 세존이시여!
거룩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이시여
(20)마무리
오늘도 나는 마음 기울여
당신을 부르고
내일도 오늘처럼
나는 당신을 부를 것이옵니다
이제까지 당신께 의지한
한량없는 과거의 훈습이나이다
여래시여,
위의가 적정寂靜하신 이여
아으! 멋지신 분이시여
당신을 따름이 이토록 행복함이여
10/31/2015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