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와 질투 (32)
라자가하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혜성처럼 나타난 젊은 사문 주위에 눈 깜짝할 사이 수행자들이 몰려 들어 뭇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죽림정사에 터전을 둔 부처님 교단은 깟사빠 삼형제가 이끈 천 명이 비구와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가 이끈 이백오십명의 비구가 더해져 천이백오십 명의 비구로 구성된 큰 승가로 변모하였다.
더구나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의 출가에 힘입어 긴 손톱을 기르고 자자한 명성을 누리던 라시뿟따의 외삼촌 꼿티따(Kotthita), 사리뿟따의 동생인 우빠세나 (Upasena)와 쭌다 ( Cunda)와 레와따 ( Revata) 등 라자가하의 상류층 자제들이 줄지어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또한 소나단다( Sonadanda)는 빔비사라왕으로부터 앙가국의 수도였단 짬빠(Campa)을 영지로 하사받을 만큼 학식과 명성이 높던 바라문이었다. 마가다국 제일의 바라문이었던 그는 각가라(Gaggara) 호숫가에서 오백 명의 바라문들이 보는 가운데 권위와 명성을 버리고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마가다국 상류사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던 바라문들에게는 크나큰 충격이었다.
빔비사라왕으로부터 카누마따(Khanumata)를 영지로 하사받은 바라문 꾸따단따(Kutadanta), 예인인 마을의 촌장 딸라뿌따(Talaputa). 전사들의 마을 촌장 요다지와 ( Yodhajiva), 코끼리부대 마을 촌장 핫타로하(Hattaroha), 기병들의 마을 촌장 앗사로하(Assaroha) . 창병(槍兵)등의 마을 촌장 아시반다까뿟다(Asibandhakaputta) 등 마가다국의 수많은 지도자들이 권위를 버리고 부처님의 발아래 예배하였다.
거기에 더해 빔비사라왕은 칙령을 내려 마가다국 사람이면 지위와 신분을 막론하고 누구나 출가할 수 있도록 허락하였다.
출가하고 귀의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비난하고 원망하는 소리 또한 높아졌다.
자식을 잃은 사람들, 남편을 잃은 사람들, 하인을 잃은 사람들의 원성에 시기와 질투까지 더해졌다.
비구들이 걸식을 위해 거리로 나서면 너도 나도 손가락질하며 노래를 불렀다.
마가다국의 수도 라자가하에
시골뜨기 사문 하나 나타나더니
산자야의 제자 모조리 빼앗아갔네
다음은 또 누구 차례일까
동요하는 비구들에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근거 없는 소문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런 소문은 오래가야 이레를 넘기지 않을 것이다.
염려하지 말라, 아들을 빼앗아간다고, 남편을 빼앗아간다고, 제자를 빼앗아간다고 불평하거든 이렇게 대답하라. "
세상의 빛 영웅이신 여래
그분께서 법으로 인도하시니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무엇을 걱정할까
과연 이레가 지나자 비난과 악담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 죽림정사에는 진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라자가하 거리에는 부처님과 제자들의 지혜와 덕을 칭송하는 소리가 드높았다. 빔비사라왕을 비롯한 라자가하의 우바새들은 부처님 교단의 한 구성원으로서 신행과 수행을 겸비하며 승가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한때 모두 이교도였던 그들은 부처님께 귀의한 다음부터는 이교도들로부터 승가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날란다에 살던 우빨리는 부처님과 대론하도록 나간타나따뿟따가 직접 파견할 만큼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신업, 구업, 의업의 경중에 대해 부처님과 대론하고 귀의한 우빨리는 그 후 외도들로부터 교단을 옹호하는 데 적극 앞장섰다. 자신들에게서 멀어지는 대중의 눈길에 외도들은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들은 승가의 불화를 조장하기 위해 사람을 몰래 잠입시켜 음해하기도 하였다.
시기와 질투는 승가 외부만의 일이 아니었다.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에 대한 부처님의 관심과 애정은 남달랐다.
부처님께서 두 비구에게 계경(戒經, Patimokkha)을 암송하는 일을 맡도록 지목하자 동요가 일었다.
먼저 출가한 비구들이 그런 중요한 일을 신참에게 맡길 수 없다며 반발하였다.
관심을 독차지한 두 비구에 대한 불만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늦게 출가하고도 교단을 지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두 비구에 대해 동료들은 끊임없이 불반을 터뜨렸다. 부처님은 한량없는 세월을 정진한 두 비구의 전생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을 신괴하고 따르도록 독려하셨다.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는 늘 현명하고 겸허하게 처신하였다.
진리의 길로 인도한 앗사지의 은혜를 잊지 못해 항상 예배하고 그가 머무는 곳을 향해 머리를 두고 눕는 사리뿟따, 자신의 안위에 앞서 늘 대중의 이익과 안락을 살피는 마하목갈라나의 모습에 동료들의 불만은 서서히 사그라졌다.
새로 출가한 비구들 중에서 두 비구의 지도에 불만을 품는 이들이 나타날 때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를 따르고 가까이 하라. 그들은 청정한 삶을 돕는 훌륭헌 벗이다.
사리뿟따는 그대들에게 생모와 같고, 마하목갈라나는 그대들에게 양모와 같은 사람이다.
비구들이여,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를 따르고 가까이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