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 '선학동 나그네'에 대해
[줄거리]
남도 땅 장흥에서도 버스로 다시 비좁은 해안 도로를 한 시간 남짓 내리 달린 끝에 회진, 사내가 버스에서 내려 선학동을 찾아든다. 해 안의 만조의 선학동 포구를 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돌고개 기슭과 관음봉의 오른쪽 산자락 끝을 건너 이은 재방이 포구의 물길을 끊어 버려 선학동 포구는 빈 들판으로 변해있었다.
선학동에는 옛날부터 기이한 이야기가 한 가지 전해 오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포구 한쪽에 자리잡은 선학동의 뒷산이 법승의 자태를 닮고 있는 데서 연유된 것이다. 그래서 선학동 마을은 그 법승의 장삼자락에 안겨든 형국인데다가, 마을 앞 포구에 밀물이 차오르면 관음봉 쪽 산심의 어디선가로부터 법승이 북을 울려 대는 듯한 신기한 지령음(地靈音)이 물 건너 돌고개 일대까지 들려오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에게 보다 더 관심이 가는 일은 선대들의 묘자리를 위해 관음봉 산자락 가운데서도 진짜 지령음이 솟아오르는 명당의 줄기를 찾는 일이었다.
한편, 이 마을은 선학동이라 부르게 된 까닭에는 더 깊은 연유가 있었다. 곧, 앞 포구에 물이 차오르면 그 물에 비친 관음봉의 산 그림자가 영락없는 비상학의 형상을 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포구의 물길이 막혀 더 이상 관음봉이 한 마리 선학으로 물 위의 한 마리 선학으로 물 위를 날아오를 수가 없게 되었다.
소리를 하는 여인을 찾아 여기까지 찾아든 사내는 학이 없는 선학동을 보자 그녀를 만날 수 없으리라 생각하여 저으기 실망을 한다. 사내는 날이 어두워지자 잠자리를 찾아 주막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주막집 주인은 사내에게 포구를몰이 말랐다고 학이 아주 날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 준다. 주인 사내는 한 여자가 이 동네를 찾아들었다 떠난 이후 다시 선학동의 비상하는 학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그 자세한 내력까지도 자세히 풀어 놓는다.
한 삼십 년 전 주막집 주인이 술 심부름꾼에 불과했던 시절, 소리꾼 이 마을에 찾아들었다. 소리꾼 아비는 주막에 머물면서 포구에 물이 차오르고 선학동 뒷산 관음봉이 물을 타고 한 마리 비상학으로 모습을 떠오르면 그 학을 벗삼아 소리를 하곤 하였다. 한 서너 달 소리를 하더니 소리를 하고 지내던 그들은 홀연히 마을을 떠났다.
그 뒤 칠팔 년이 흐른 뒤 소리꾼 여인이 죽은 소리꾼 아비의 유골을 들고 20여 년 만에 다시 포구가 사라진 선학동에 찾아들었다. 그리고 여인은 날마다 밀몰 때를 잡아서 소리를 하였는데,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주막집 주인은 옛날의 비상학이 다시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여인은 유난히 힘을 들여 소리를 하더니 자정이 넘어서야 소리를 그치고, 아비의 유골을 암장한 후에 다시 선학동을 떠났다.
주막집 주인은 여인이 자신을 찾는 오라비가 찾아오면 더 이상 자기의 종적을 알려하지 말라고 하더라는 말을 전하면서 이야기를 끝맺었다.
다음 날 사내는 주인의 배웅을 받으며 고개를 넘어 선학동을 떠나간다. 사내를 떠나보내면서 주막집 중니은 사내가 사라지고 푸르름만 무심히 비껴 흐르고 있는 고갯마루 위로 백학 한 마리가 문득 날개를 펴고 솟아올라 빈 하늘을 하염없이 떠돌고 있는 것을 본다.
[구 성]-후일담 형식
* 발단 : 선학동을 찾은 나그네
* 전개 : 선학동의 내력
* 위기 : 주막 주인의 회상 1-소리꾼 사내와 계집 아이에 대한 기억
* 절정 : 주막 주인의 회상 2-소리꾼 사내의 죽음과 계집 아이의 떠남
* 결말 : 나그네의 떠남과 백학의 비상
[등장 인물]
* 나그네 : 어린 시절에 헤어졌던 의봇여동생을 찾아 떠도는 인물
* 소리꾼 여인 : 자신의 한을 소리로 승화시키는 소리꾼
* 주막집 주인 : 나그네와 소리꾼 여인을 매개시켜 주는 인물
[핵심 정리]
* 갈래 : 단편 소설, 연작 소설
* 배경 : 시간적-늦가을(구체적 연대는 나오지 않음)
공간적-남도 지방
* 성격 : 회고적, 정한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예술을 통한 부정적 현실의 초월가 한(恨)의 승화
[감상]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는 그의 <남도 사람> 연작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서편제'의 소리꾼 여인에 관한 후일담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이 작품은 현실적인 고통과 결핍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소리꾼 여인의 삶을 통해, 부정적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소리의 세계는 주제와 객체의 균열이 제거된 우주와의 합일과 조화가 가능한 세계이다. 달리 말하면 그것은 언어와 존재가 분리되지 않은 충만한 존재적 언어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소리꾼 여인은 이와 같은 소리 세계의 탐구의 자신의 온 삶을 바침으로써, 그 삶에 깃들어 있는 한을 넘어서 타인에 대한 사랑을 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그녀는 소리를 통해 자신의 눈을 멀게 한 아비에 대한 원망과 저주를 용서할 수 있게 되어,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영혼의 폭과 넓이를 확장시킨다. 또한, 자기 구원적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사랑이라는 공동체적 선의 세계에까지 도달한다.
이와 같은 세계의 도달은 물이 없는 포구에 다시 비상하는 학의 현현으로 나타난다. 이 비상학은 이청준 문학에서는 보기 드물게 성취되는 감동적인 화해의 순간으로 작가 자신의 문학적 꿈의 현현으로 볼 수 있다.
첫댓글 도움많이됬습니당~~~~~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