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잔치를 열어 기뻐하라 Date 2012. 12. 16
Text Lk 19,5-8
(5)예수께서 그 곳에 이르사 쳐다 보시고 이르시되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하시니 (6)급히 내려와 즐거워하며 영접하거늘 (7)뭇 사람이 보고 수군거려 이르되 저가 죄인의 집에 유하러 들어갔도다 하더라 (8)삭개오가 서서 주께 여짜오되 주여 보시옵소서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갑절이나 갚겠나이다
1.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탄절 하면 뭐가 생각나냐고 묻는 설문 조사에 1위가 산타클로스, 2위가 트리였고 예수님을 떠올린 사람은 7%였다고 하는 통계가 있지요. 그 조사에서는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말한 학생들 중에서도 역시 1위가 산타 할아버지였다고 합니다. 성탄절 때문에 제일 유명해진 분이 바로 산타할아버지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던 분들은 산타클로스가 성탄절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분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지요.
산타클로스라는 말은 세인트 니콜라스라는 말의 변형입니다. 세인트라는 말은 ‘성인’(聖人)이라는 뜻이고 니콜라스는 사람 이름입니다. 니콜라스는 지중해 연안 케일이라는 마을에서 살던 성직자였습니다. 그는 로마의 기독교박해 때 투옥됐다가 사형직전에 콘스탄틴대제의 기독교 해방선언으로 풀려납니다. 그는 해마다 성탄절이 가까워오면 한밤중에 선물이 가득 담긴 커다란 자루를 들고 마을을 순회하면서 가난하고 병든 아이가 있는 집에 선물을 나눠주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선행에 감동된 사람들이 마음으로부터 존경하게 되었고 마침내 교회는 그를 성인(聖人)으로 추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성인으로 추대하게 되면 가톨릭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주일을 정하는데 니콜라스를 추모하는 축일은 12월 6일이랍니다.
그런데 12세기 초 프랑스의 수녀들이 니콜라우스의 축일(12월 6일) 하루 전날인 12월 5일에 과거 성 니콜라우스의 선행을 기념해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시작했고, 그 풍습이 유럽 전 지역으로 점차 확산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풍습이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은 미국의 힘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7세기쯤 많은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이주를 했는데, 그 사람들 중 네덜란드 사람들이 자선을 베푸는 사람을 성 니콜라우스를 네덜란드식 발음으로 ‘산테 클라스’라고 하면서 이 발음이 그대로 영어가 되었고, 19세기 미국선교사들이 전 세계로 파송이 되면서 크리스마스와 함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이야기도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한 가지만 더 알려드린다면, 산타할아버지가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다닌다는 얘기는, 1930년대 미국이 경제 공황으로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입니다. 로버트 메이라는 동화작가가 5년 넘게 병상에 누워 있다가 소생 가능성이 없어진 아내를 위해 쓴 동화인데, 일약 이 작품으로 메이는 3류 무명작가에서 1류 유명작가로 신분이 상승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빨간 코 루돌프 사슴 이야기는 오랜 후에 첨가된 이야기인 것이지요.
어때요? 산타클로스 얘기도 결코 성탄절과 무관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유래를 잘 알고 전하면 신앙적으로도 매우 유익한 교훈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무슨 교훈입니까? 산타할아버지의 얘기 핵심은 바로 ‘선물’입니다. 성탄절이라는 기쁨의 축제를 자기 혼자만의 축제로 삼지 않고 성도들 모두 더불어 함께 즐기는 축제로 삼으라는 교훈입니다. 하나님은 구약성경에서 유월절, 맥추절, 추수절 같은 절기를 정하여 지키라고 하시면서 몇가지 규례를 정하여 주셨는데, 그 중 한 가지가 너희의 축제를 너희만 즐거워하지 말고 너와 네 가족과 네 집에 임시로 거처하는 나그네들, 또한 불우한 이웃들과 더불어 함께 즐거워하라고 하셨습니다.(레16,29 신16,11&14)
선물을 돈 들어가는 부담스러운 것으로 여기며 비판하는 것은 비신앙적 물질적 가치관으로 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즐겁고 기쁜 일을 만난 사람들은 당연히 사람들을 불러다 잔치까지 열고, 갈 때는 한 보따리씩 선물도 싸서 보냅니다. 기쁨을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것, 그것이 선물입니다. 몇 억짜리 떡값, 그것은 선물이 아니라 뇌물이지요. 저도 오늘 평생 처음 선물하라는 설교를 하고 있습니다.
2. 여러분, 오늘 읽은 성경에 무슨 얘기가 나와 있습니까? 예수님께서 여리고성을 지나고 계셨는데 그 동네에 살고 있던 삭개오라는 분이 돌무화과나무 위에 올라가서 그 아래로 지나가고 계신 예수님 얼굴이라도 좀 보려고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고 했지요. 왜 나무에 올라갔어요? 예수님을 보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든데다 삭개오는 유난히 남보다 키까지 작아서 예수님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나무에 올라갔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예수님을 보고싶어 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인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삭개오를 예수님이 보신 것입니다.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한 삭개오의 심중을 헤아리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뭐라셨습니까? ‘구하라 찾으라 문을 두드리라 구하는 자는 얻을 것이요 찾는 자는 찾을 것이며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니라’(마7,7-8)라고 하셨잖아요. 구하고 찾는 삭개오를 예수님께서 발견하셨습니다. 그리고 삭개오를 불렀습니다.
“삭개오씨, 이리 좀 내려오시지요. 그리고 오늘 내가 삭개오씨 집에 신세를 좀 지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네~? 저희 집에요? 되고 말고지요. 신세라니요. 아닙니다. 사람들이 하필 왜 저 나쁜 삭개오집이냐고 뭐라 할 텐데 예수님만 개안타면(?) 비록 집이 누추하긴 하지만 오시는 것은 대 환영이지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남들이 뭐라 하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러면 앞장서시지오. 오늘 신세 좀 지겠습니다. 제가 따르는 식솔들이 좀 많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삭개오는 그렇게 즐거워하며 예수님과 일행들을 영접하였습니다. 하지만 몇 몇 사람들은 삭개오의 집으로 들어가면서도 좀 꺼림칙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들을 영접하고 있는 삭개오는 로마정부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며 사람들에게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경건하게 산다고 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삭개오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서 작은 약점 하나라도 찾아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꺼림칙한 것들을 한 방에 날려보내는 말이 나왔습니다.
“예수님, 전 결심했습니다. 오늘부로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갑절로 계산해서 갚겠습니다.”
이 말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예수님을 그저 길을 지나가다 잠시 들렸다 가는 손님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상과 가르침을 절대적으로 따라 살겠다는 결심의 표시였기 때문입니다. 그 결심의 표시로 자신의 재산 절반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희사하겠고, 지난 세월의 과오에 대하여 4배로 쳐서 회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삭개오의 진정어린 말을 들으시고 선언하셨습니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이르렀도다. 이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로다”
보통 사람처럼 세상의 만족을 얻으려고,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던 사람이,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처럼, 어떤 어려움과 유혹이 있더라도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을 따라 살겠다는 결심을 한 삭개오를 알아보셨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삭개오에게 그냥 손님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가정과 인생의 행불행을 다 예수님께 맡기고 그 뜻만 따르는, 자신과 가정의 주인으로 모시게 된 것입니다. 당신에게 있어 예수님은 손님입니까? 주인입니까? 할렐루야~
3. 삭개오는 예수님을 모시면서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너무 행복했습니다. 평생 그의 심령을 짓누르고 있던 멍에를 벗어던졌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방황에 종지부를 찍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게됐습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날이었습니다. 그는 그 기쁨을 그냥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가 찾은 기쁨을 이웃과 함께 나누기 위해 잔치를 열었습니다. 또 선물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재산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액수의 선물이었지요.
성 니콜라스처럼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와 기쁨을 아는 사람들에 의해 성탄절 선물 풍습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성탄선물은 지금까지 수많은 감동스토리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성탄절이고 선물이고 죄다 할 일 없는 인간들의 쓸 데 없는 짓거리로 여기며 돈을 모으기 위해 인정머리 없는 삶을 살던 사람이 있었지요. 스크루지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성탄 캐롤을 부르는 아이들을 시끄럽다고 쫓아버리고 성탄절이어서 일찍 퇴근하겠다는 사무실 직원을 못마땅하게 여겨 보너스는 고사하고 일당까지 체불합니다. 주고받는 선물을 낭비라고 굳세게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성탄 이브 날 꿈속에서 성탄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꿈에서 깨어난 스크루지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나누며 배가 되는 행복’을 배웁니다. 이웃들을 위한 성탄절 선물을 준비하며 받고 챙기는 것보다 줌으로 얻는 기쁨을 체험합니다. 찰스 디킨즈의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는 소설 스토리지요.
여러분, 선물은 기쁜 일을 만난 사람이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나누어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얻은 기쁨을 담아서 주는 선물은 주는 이나 받는 이 모두에게 행복을 증진시킵니다. 이번 성탄절에 가족들끼리도 서로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시간을 정하여 선물을 교환하며 감사와 축복의 말을 해 주십시오. 혼자 살아서 그런 시간을 가질 사람이 없는 분들은 비슷한 처지의 교회식구들과 시간약속을 하고 모이시기를 권면합니다. 가슴을 짠하게 하는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선물 주고 받는 것을 하찮게 여기지 마시고 번거롭게만 여기지 마세요.
삭개오는 주님을 모신 기쁨을 잔치로 표현했습니다. 전재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로 선물을 마련하여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삭개오는 불행해 진 것이 아니라 세상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행복을 얻었습니다. 부디 이번 성탄절에는 서로에게 하는 성탄선물로 기쁨, 감동, 행복을 충만하게 얻게 되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