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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의(李忠義)에게 아들이 둘 있었는데 큰아들은 인상(仁祥),
둘째 아들은 효상(孝祥)이라고 했다.
조금 자라자 아이 적 이름을 고쳐 인상은 '람(覽)'이라 했고,
효상은 '멱(覓)'이라 했으니,
'람'이라 이름 한 까닭은 그 아이가 한쪽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효상이 부모에게 하소연하였다.
형은 한쪽 눈이 멀었는데도 오히려 '람'이라 하고,
나는 양쪽 눈이 온전한데도 오히려 '멱'이라고 했으니 몹시 원통합니다.
이름을 고쳐 주십시오.
부모는 웃으면서 이름을 고쳐 병이라고 했으니,
양쪽 눈이 모두 밝다는 뜻이다.
이람(李覽)은 사람됨이 기개가 많고 호협(好俠)하였는데,
한쪽이 애꾸눈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가 원욱(元彧)을 보니,
한쪽이 애꾸눈으로 눈알이 불룩 튀어나왔는데 청백(靑白)색이었다.
이람은 부채로 자신의 얼굴 반 쪽을 가린
채 원욱에게 말했다.
자네의 눈을 보니 불룩 튀어나온 것이 구슬같고 색깔 또한 청백색이구려.
한 눈이 먼 것도 상서롭지 못하다고
할 것인데,
어찌하여 죽은 눈동자를 남겨 두어 사람들에게 더욱 추해 보이게 하시오?
원욱이 처음에는 부끄러운 기색을 가득 띠다가 끝내는 노한 기색을 드러냈다.
눈을 똑바로 뜨고 노려보면서 안색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했는데,
한참 있다가 이람이 부채를 거두면서 말했다.
부득이 눈이 멀게 되었다면 마땅히 나처럼 오목하게 들어가서 흔적이라도 없어야지.
이에 원욱이 기뻐하며 웃었고,
드디어 청안(靑眼)의 교우가 되었다.
후에 원욱은 과거에 급제해 절충
장군(折衝將軍)이 되었고,
정옥(頂玉)으로 생애를 마쳤다.
이람 또한 과거에 급제해 지금 3품관이 되었다.
이병은 지금 형조 참판(刑曹參判)으로 있으면서 완창군(完昌君)으로 책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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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안(靑眼)---
뜻과 마음에 맞음을 뜻하니 '백안'의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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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頂玉)---
이마에 옥을 드린다는 뜻으로 옥으로 만든 망건관자를 쓸 수 있는 지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임.
대체로 정3품 당상관 이상만 옥관자를 붙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