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감자」
어릴 때 솔대박에 올라가면 감자와 누런 밀이 다랭이밭에서 자랐다.
감자꽃은 대략 오월 초.중순 쯤 피었다.
감자꽃을 보면 하얀 감자꽃도 있고 자주 감자꽃도 있었다.
꽃색깔대로 감자가 달렸는데, 자주빛 감자를 시골에선 “자지-감자‘라고 했는데
쪄서 먹으면 맛이 엄청 아렸다. 하얀 감자는 ”북-감자“라 했는데,
쩌서 먹으면 서설이 퍼르르한 것이 하박하니 참 맛 있었다.
밭에서 감자 대를 잡고 쓰윽 뽑아올리면 감자들이 주렁주렁 딸려 올라왔다.
감자를 뽑은 자리에 호미로 살살 파헤치면 감자들이 툭툭 불거져 나왔다.
어릴 땐 일용할 양식이 부족할 때여서 감자를 보리밥 위에 넣어서 푹 쪘다.
밥을 펄 땐 주걱으로 감자를 으깨어 밥과 함께 퍼 담았다.
특히 여름철 논이나 밭 일 할 때 중참거리로 감자를 많이 먹였다.
나는 지금도 가끔 감자를 쩌서 먹는다. 고구마를 쩌서 먹으면 가끔 샛목이 올라오는데,
감자는 부드럽고 포슬포슬한 알카라리성 식품으로 소화도 잘되고 속도 편하다.
특히 채를 썰어 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뽁아낸 밑반찬을 나는 좋아한다.
삼시세끼 끼니 자유롭지 못했던 유년시절에 감자는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큰 먹거리였다.
지난주에 장을 보러 트레이더스에 갔더니 벌써 하우스 햇감자가 나와 있었다.
쪄서 먹어 보니, 부드럽고 포슬포슬한 맛에 그 옛날이 참을 먹었던 고향 들녘이 떠올랐다.*석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