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꽃
홍일선*
석우리 먹실
두 집 뫼 묵은 밭
시든 넝쿨 속 응달에
지친 몸 겨우 의탁하여
한 생 버리는 법을 설하고 계신
꽃이여
초록색 순한 빛이 이슬에 닿아
착한 꽃 피워
호박잎새 까실까실해지면
어리디 어린 시간 무던히도 베허
상처 아물 겨를도 없이
아무도 지켜주는 이 없이
그저 애호박 늙어갔으리
풍으로 일손을 놓은 노모를 닮은 그늘이
묵은 밭 찾아들면
먼데 서편말 들녘
에미소 찾는 송아지는 긴 울음소리가
이웃마을 현량계까지 들려와
저녁이 그리 적적하지만은 않았으리
* 홍일선
1950년 경기 화성 동탄 석우리 출생
1980년 [창작과 비평]통해 시작활동
시집 [농토의 역사] [한 알의 종자가 조국을 바꾸리라] [흙의 경전] 등 다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장 역임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 역임
여주 여강가로 귀농 닭님을 키우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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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30 10:2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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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향의 찰진 황토같은 시인의 감성이 가슴을 아리게도 합니다.
송아지 긴 울음 소리 중장비 울음소리로 둔갑하고
못내 나는 옛날 늘 그랫든 것 처럼
괭이들고 묵은 밭 찿아 볼려고
두리번 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