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날 마침 토요일이서 바우길 걷기에 나섰다.바우길 제8구간, 안인바다에서 정동진까지 걷는 <산우에 바닷길>. 전국의 길 이름중 가장 아름다운 이름으로 선정된 길이다. 풍광 역시 빼어나다. 이름 그대로 산위에 올라가야 제대로 파도소리가 들린다. 한쪽 발은 산등성이를 한쪽 발은 바다에 담그며 걷는 길이다.
다 걷고 나니, 아니 걷기 전에 바우길 이기호 사무국장이 뱃지 하나씩 나누어주신다. 16개구간을 다 걸으면 16개의 각구간 완주기념 뱃지가 배낭에 매달릴 것이다. 생각만 해도 흐뭇...정기걷기하는 날엔 뱃지만 주는 게 아니라, 강릉 동진버스에서 차량까지 지원 나온다. 길을 다 걸으면 그곳에 버스 한 대가 미리 나와서 길을 걸은 사람들을 태우고 그 사람들이 승용차를 세워둔, 처음 길을 걷기 시작한 곳에 차비도 안 받고 데려다 준다. 강릉 동진버스 사장님, 그리고 기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런 지원을 이끌어주신 강릉시의회 유현민 의원님, 정말 감사합니다.
안인에서 정동진까지 걷고 나서 온가족이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 새금진횟집으로.정동진에서 멀지 않다. 어머니와 아들 며느리 손자 다 모이니 22명.
설날 아침 차례를 준비하며 형제들이 한컷...
완쪽부터 둘째형님, 유건을 쓴 재종(육촌)형님, 큰형님, 나. 그런데 두 형님의 갓보다 내 갓의 채양이 조금 좁다. 내 갓은 할아버지가 쓰시던 1910년대에, 그러니까 100년전에 만들어진 것이고, 두 형님 것은 최근에 구입한 것으로 채양이 내 갓보다 넓은 이유는 아마 사극의 영향인 듯..구한말엔 개화의 영향으로 갓의 채양이 좁은 게 유행이었는데 (넓으면 여기저기 부딪쳐서 불편하다), 텔레비전 사극의 영향으로, 또 채양이 넓어야 양반 갓인 줄 알고 요즘 갓들의 채양이 다시 넓어졌다. 그러나 예부터 노래하는 광대갓의 채양이 가장 넓다. 내가 쓴 통영 마미립(말총갓) 경우 새 갓의 가격이 자그만치 300만원. 도포 보통 가격으로 150만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모자가 바로 우리나라의 갓이다.
차례를 지낸 다음 어머니에게 세배도 하고, 아이들 세배도 받고, 아깝고 배아프지만 세뱃돈도 풀고.
원래 세배는 차례를 지낸 다음 도포를 입은 채 어른들께 세배하고 또 아이들의 세배를 받는다.
아래 사진 속의 그림은 막내동생과 제수씨가 조카들의 절을 받고 직장 다니는 우리 큰아들에게도 세뱃돈 봉투를 주는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 큰 아들, 세뱃돈 마이 받았으니 기분 좋다고 소고기 꾸묵으러 가겠지. 소고기 꾸묵으면 뭐하겟노. 당장 현찰 아쉽다고 카드 팍팍 긁겠지. 카드 팍팍 긁으면 뭐하겠노. 담달 어머이한테 명세서 들켜서 야단 바가지고 얻어묵겠지...
(직장 다니는 놈도 세뱃돈 주는 좋은 가풍 잘 유지하자. 먼저 세배 받으신 우리 어머니 흐뭇하게 바라보신다. 우리 어머니는 지금도 아들한테는 세뱃돈을 받으시고, 며느리들에게 세배를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세뱃돈을 주신다. 그래서 우리집 며느리들, 자기 친구들에게 "나, 어머니한테 세뱃돈 받는 며느리야." 이러면서 뻐긴다.)
차례후 영당(조상의 영정을 모신 사당) 앞을 지나 성묘를 간다. 우리집 마당의 비닐하우스너머 저 파란 지붕이 영당에 제를 지낼 때 준비를 하는 전사청이다. 영당은 전사청 뒤에 있다.
영당 사진은 여름에 찍은 것.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도 올라가 있는 '문화재자료'이다. 현판의 글씨는 '자호재영당'
성묘 후 찰각.
그리고 설날 다음날 마을 촌장님께 합동 세배를 올리는 도배례에 참석해야 하지만, 올해는 설날 연휴 일정이 빡빡해 강릉에 계시는 큰형님만 형제 대표로 도배례에 참석했다. 아래 사진은 지지난해의 것...
이렇게 2013년 나의 설이 지나갔다.
언제까지 이런 풍습 지켜나갈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은 아름답게 지켜나갈 것이다.
첫댓글 기회되면 전통을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내요 ^^
아... 이순원 선생님의 새해를 이제야 들여다 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