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우리말들
최근 일부에서 한자어 몰아내기라 할까, 우리말로 바꿔쓰기 운동이 있는 것은 내 것을 소중히 생각하는 그 근본정신에서 기릴만하다. 다만 그 조어방식에 있어 무리한 것이 눈에 뜀은 서운한일이다. 더우기 이러한 일은 민중의 호응이 필요한 일이므로 한편으로 그 계몽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나이」란 말보다 연세·춘추·연치가, 「계집」보다 여자·부인, 「이」보다는 치아가 더 점잖은 말이고 품위있는 말이며 공대말로 쓰이게 된 연유를 우리는 반성해야할 것이다. 더구나 예부터 쓰이던 고유어조차 한자어로 대체된 일이 많은데 이런 현상은 자랑스런 것이 못된다.
고어재생의 가능성(남광우) 내 것을 소중히 아는 민중의 호응이 있어야 우리말이 한자어로 변한 것도 겨르롭다(한가하다). 시드럽다 (피곤하다)등 손질하면 쓸 수있는 좋은 말이 많다. 이러한 반성은 최근 생소한 외국어를 함부로 쓰는 우를 버리는 것과 같이해야 함은 물론이다. 적당한 우리말을 찾아 쓰려는 노력도 없이 신문지상이나 방송에 그대로 생소한 외국어를 써서 우리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란 말이 있듯이 굳이 한자어나 그 밖의 다른 외래어를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말로 바꿔쓰는 기풍을 불러 일으켜야 할 것이요, 그러자면 고어의 재생문제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잊어버린 옛말 중에는 얼마든지 좋은 우리말이있다.
「가」의 뜻인 「겨를」 은 고문헌에서 「겨르릅다」 「겨를하다」등 「한가하다」는 말로 널리 활용하고 있거니와 현대어의 「피곤하다」 「위태롭다」 「험하다」따위도 옛말에는 「시드럽다」 「바드랍다」 「머홀다」와 갈이 쓰였다. 곧 『시드러운 몸』 『바드라운 세태』 『머흐러운 산길』과같이 쓸수 있을듯하다.
현대어에는 「서느럽다」란 말이 없으나 이 또한 『서느러운 가을바람』과 갈이 써도 좋을 것이다. 이제 필자는 예부터 고유어로서 우리조상들이 써오던 말 중 없어졌던 말이거나 한자말로 바뀌어버린 말을 소개함으로써 더러는 그대로, 더러는 현대어식으로 손질해 되살려쓸 수 있지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제시해 보려 한다. (인용고문은 현행맞춤법이나 표준말로 마쳐 쓴다)
①가람=번갈아
옛 문헌엔 부사로 쓰였다. 『사람이 가람 더운 손으로 배를 눌러』와 같이 나타나는데 한자로는 「경질」로 되어있다. 『계집종 두엇을 서로 가라내어 뵈니』 『두어 사람이 서로 가람불어』와같이 「번갈아 내다. 번갈아불다」의 뜻으로 「가람내어, 가람불어」 로 복합동사가 되어 쓰여있다. 또한 「가람하다」가 『사람을 가람하다』와같이 「바꾸다(역)」의 뜻으로 쓰인 예도 있다. 한편 『사람을 가람하시며 소를 건네시되」의 경우 「대신하다…갈음하다」의 뜻으로 쓰였는데 「대」자가 바로「가람대로」로 나온다. 이 후자는 현대어사전에「갈음하다」로 나오므로 새삼 재생을 운위할 것이 없으나 전자는 재생해 봄직한 말이 아닐까한다.
②가장되다=만족스럽다, 완전하다 (형용사)
가장하다=마음대로하다, 더없이하다 (동사)
현대어로는 「가장」이란 부사밖에 쓰이지 않는다. 옛 문헌에는 『비로소 어루 (가히의 뜻) 이름을 가장된 장엄이라할지니』 『악을 가장하여』 『사한말을 가장하여 어린사람을 속여』 와 같이 쓰였다.
③겨르로이=한가로이
겨르릅다=한가롭다
겨를하다=한가하다
현대어로는 「겨르(가)」만이 명사로서 쓰이고 있다.
고어에서 용례를 보면 『향피우며 겨르로이 있어』 『고요히 겨로이살아』 『겨르로운 날이 적도다』 『일월이 겨르롭드다』 『군박히 되어 겨를치 못하면』과 같이 쓰이던 말들이다.
④꽂계집=첩
「외첩, 하첩」에 해당하는고어가 「곳겨집」으로 나오는바 「곳」은 「꽃」이요, 「겨집」은 「계집」이므로 현대어의 「첩」에 해당하는 말이다.
⑤꺾듣다=꺾이다·꺽어지다· 꺽여 떨어지다
고어의 「것듣다」는 추·추절을 뜻하는 말로「것다」는 꺾다 (절) 「듣다」는 떨어지다(적락)의 뜻이다. 『새 짐승이 죽으며 풀과 나무 것 듣더니』 『이 위신력으로 그 칼이 편편이것듣거늘 그왕이 대로하여』와 같이 쓰였는데 ㄷ변칙동사다. 「듣다」는 『빗방울이 듣는다』와 같이 형용되는 말이므로 「꺾듣다」와같이 살려쓸 수 있지 않을까한다.
⑥게엽다. 거엽다=위무·웅건하다.
「게엽다·거엽다」라는 현용사가 변칙활용으로 쓰였다. 『가슴이며 허리 위가 거여워 사자같으시며』 『용맹코 게여움이 큰 역사같은 이도 있으며』따위가 그사용예이다. <중앙대교수·단어학>
물랐던 아름다운 순 우리말들 자료 + 자료에 대한 오류 지적.
혜아리다 (문의하신 ‘혜윰’ 관련)
「동」『옛』'헤아리다'의 옛말.
온새미
「명」(주 로 '온새미로' 꼴로 쓰여) 가르거나 쪼개지 아니한 생긴 그대로의 상태.
¶가자미를 온새미로 한 마리만 주시오./잘 삶은 통닭 한 마리가 온새미로 식탁에 올라 있다.
/숯막 속은 찝찔한 냉기가 감돌았고 온새미 통나무로 떠다 붙인 문짝은 습기로 젖어….≪김주영, 객주≫§
슈룹
「명」『옛』'우산01'의 옛말. ¶슈룹 爲雨繖≪훈해 용자례≫.
아련02
「관」『옛』어리고 아름다운. ¶올하 올하 아련 비올하≪여요 만전춘별사≫
그루잠
「명」깨었다가 다시 든 잠.
나룻01
「명」=수염04(鬚髥)〔1〕. [<나롯<날옺<번소>]
‘나르샤’는 단어가 아니라 아래 ‘-샤’가 결합된 활용형이 아닌가 합니다.
-샤05
「어미」『옛』(동사, 형용사 어간 뒤에 붙어) -시어.¶海東六龍이샤 일마다 天福이시니古聖이同符시니
≪용가 1장≫
깁누비다=깁고 누비다
『깁누빔을 위할지니』와같이 쓰여 있는데 ⑩항 「긁빗다」따위와 비슷한 말의 구조로 되어있다. 실상 이러한 말은 현대어에서도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는 것으로 「무르녹다·무르익마·돌보다·듣보다·섞바꾸다」등은 그 일례인데 이것이 고어에서는 더 풍부히 나타난다. 이제 이러한 말들에서 되살려 쓸 수 있을만한 것을 추려내어 손질해보면 다음과 같다.
무르씹다=흠씬 잘씹다(난작)
무르찧다=흠씬찧다(난도)
무르갈다=곱게갈다(난연)
무르고다=푹 무르게 고다(녹란)
무르끓이다=푹무르게 끓이다(자란)
무르돋다=①난만하다②무르게되어 떨어지다(최퇴)
이상은 모두「무르다(연)」라는 동사어간에 다른 동사들이 복합한 것들인데「무르녹다」 나 「무르익다」 가현용되므로 이들 말도 쓰일 가능성이 있는 말들이 아닐까한다.
『밥을 무르씹어 붙이면』『많으나 적으나 무르찧어 흙같이 이겨』『무르갈아 물린데 붙임이 좋으리라』
『발 무르곤 이와』『검은콩을 무르끓여』『봄 꽃을 모르듣게 피지아니할것이다 시름 아니 하거니와』
『언망이 무르뭍으니』와 같이 쓰이던 말들이다.
⑩무르닫다· 무르걷다=퇴각하다·퇴보하다 (뒷걸음치다) 가 옛문헌에는 「무르닫다·무르걷다」로 나타난다.
『새끼범과 들엣 양이 무르 닫는 도다』『또 반드시 무르걸어』와같은 예가 그것인데「각」자가「무르달을각」,
「순」자가「무르걸을순」으로 되어있다.
『무르닫는 적병을무 찌르고』와 같이 되살려쓸수있는말이라 생각한다.
「무르」는「무르다(물러나다의뜻)」의 어간이요,「닫다」는「달리다·뛰다」의 뜻이다.
「퇴」자가 바로「무를퇴」로 옛문헌에 나온다.
잡들다=부추기다
잡쥐다=잡이쥐다
잡다루다=조종하다
「잡돌다 (부추기다·붙들다의뜻) 잡쥐다 (잡아쥐다·잡아 부리다·제어하다의 뜻) 잡다루다 (조종하다의 뜻)」의
「잡」은「잡다(부·포)」의 어간으로 다른동가「들다·쥐다·다루다」와 어울린 말들이다.
『지는 서로 잡들어 괴는 것이니』『힘이 세어 가히 잡쥐를 못하니』『스스로 잡다룸을 배우는도다』와 같이 쓰인
말들이다. 「잡죄다」나「잡매다」가 현용되는 터에 잃었던말을 다시 되찾아
「잡들다·잡쥐다·잡다루다」를 쓸수있을것이다.
섞겯다=교차하다
섞늘이다=섞어늘이다
섞일다=함께일어나다
섞달리다=뒤섞여 달리다
섞돌다=섞어돌다
섞듣다=뒤섞여 떨어지다
섞매다=사귀다
섞버무리다=섞어버무리다
섞불다=합주하다
섞흘리다=엇걸려 흐르다
현대어「섞갈리다·섞바꾸다·섞바뀌다·섞사귀다」는 각각 「섞다(혼) 」 라는 동사어간 「섞」에 다른 동사들이 복합하여 현용되는 것인데 고어사전을 뒤져보면 이 「섞다」 라는 말은 더 많은 말과 어울려 쓰이던 말이다. 「섞다」의 고어는 「섯다」였는데 상기한 말 이외에도 「섯겯다 (엇겯다·교우하다) 섯느리다 (섞어 늘이다) 섯닐다(함께 일어나다·교작) 섯닫다 (뒤섞여 달리다·교횡치주) 섯돌다(섞어 돌다) 섯듣다 (뒤섞여 떨어지다·난추) 섯매다(사귀다·교) 섯맺다 (사귀어 맺다·교결) 섯몯다 (섞여 모이다· 교회) 섯박다(섞어 박다) 섯배다 (함께망하다· 교상) 섯버무르다 (섞어 버무르다) 섯불다(섞어불다·합주하다) 섯흘리다 (엇갈려 흐르다·교타)」와 같이 매우 광범하게 다른 동사와 어울려 복합동사를 이루던 것이다. 이들 중에서「섞겯다·섞늘이다·섞일다·섞달리다·섞돌다·섞듣다·섞매다·섞맺다·섞모이다·섞버부르다·섞돋다·섞흘리다」 들은 밑에 붙는 말들이 현용되는 것들이므로 「섞(혼·교)과 어울린다하더라도 바로이해가 가는 말들이리라 생각한다.
이상 지면의 제한도 있고 하여 극히 간단히 야간례를 들어고어재생의 가능성을 논한데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