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건설·지구해양 분과 김기태
독도의 자연이라고 하면 섬 자체의 자연으로만 이해하기 쉬우나, 섬의 대기와 기상, 바닷물의 이화학적 성격 또는 육상의 자연에 이르기까지 “있는 그대로 자연”을 일컫는다. 독도 해역도 수십 년 동안 알게 모르게 변하고 있다. 이는 지구의 온난화에 부응하는 현상으로, 기후도 바닷물도 변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자생하는 생물의 세계도 변하고 있다.
동해안으로 유입되는 동 한류는 북극해에서 녹은 빙하의 얼음물이 알래스카 만을 지나 알류산 열도를 타고 흘러내려 일본의 북해도를 거쳐서 동해로 흘러든다. 그런데 최근에 북극해의 빙하가 녹아 항로가 개척될 만큼 온난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열대 해역에서 발생하여 남중국해를 거쳐 북상하는 쿠로시오 난류는 대마도의 수로를 흘러 북상하는데, 이 난류가 동 한류와 부딪히는 해역이 바로 동해안이다. 이때 부딪히는 해역의 위치는 해류의 세기와 수량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이러한 해류의 이동에 변화가 생기면서 어장의 위치도 달라지고 생물의 다양성에서도 두드러진 변화가 있다. 바다 자연이 변하여 아열대성 바다의 성격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남하하는 어류에게도 해역의 변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북상하는 어류에게도 변화가 불가피하여 어장의 위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독도 근해의 대화퇴어장은 수산자원의 보고이다. 심해성 해역에서 수심 200m 이하의 대륙붕을 이루고 있어 어류의 서식 장소이자 산란장이기도 하다. 또한 먹이를 찾는 어류의 회유 장소이기도 하다.
독도 해역에는 대황 같은 천연기념물이 미역, 다시마, 모자반 등과 같은 대형 갈조류와 함께 숲을 형성하여 바닷속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괭이갈매기의 집단 서식지로서 각종 조류가 서식하고 있는데, 이는 이들의 먹잇감이 바닷속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5-6월에는 꽁치 떼가 이 해역을 회유하면서 떠다니는 모자반 위에 산란한다. 이때가 괭이갈매기의 병아리가 성장하는 시기이다. 어린 병아리의 먹이가 바로 꽁치 알인데, 괭이갈매기는 물속 깊이 자맥질을 하지 못하므로 수표면 가까이 있는 꽁치알을 먹이로 섭취한다.
해중림 속에는 수많은 어류가 서식한다. 망상어는 난태생으로 치어를 직접 낳으며, 체외수정으로 번식하는 돌돔이 천적인 저서생물들을 밀어내며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 모습 등은 감동적인 어류의 모성애와 부성애를 보여준다.
독도 해역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미세해조류로부터 어류에 이르기까지 미기록종이나 신종이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이는 학술연구에 있어 좋은 연구 대상이며 해양생물 자원의 주권을 확립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즉 이 해역에서 해양 연구를 하면 할수록 학술적으로 발전이 이루어지고 국력이 신장하는 것이다.
독도의 깊은 해역에는 많은 바닷속 산봉우리가 있는데 마치 중국의 장가계와 원가계의 산봉우리가 3-4억 년 전에 해산을 이루었던 것과 비슷하며. 따라서 지사학적으로 지질박물관을 이룰 만큼 학문적 가치가 있다. 이곳은 아직 심층적인 해양과학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처녀림 같은 곳이다. 이런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지질학적으로 독도의 형성 기원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2천-3천m의 해저에서 암석, 돌멩이, 침전물 또는 퇴적층 등을 채취하여 연구 분석할 필요가 있다.
독도는 면적상 겨우 0.18km2에 불과한 작은 바위섬에 지나지 않아 울릉도 면적의 1/400에 불과하나 해양영토는 2배나 크고 국제적으로는 긴요한 군사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 동해는 107만km2나 되는 큰 바다이고 깊이는 3천7백m 이상 되는 심해로서 섬이 거의 없는 대해의 성격을 지닌다. 자연 지리적으로 태평양의 한 부분이기도 한 내해이다.
동해의 북쪽으로는 한대의 오호츠크해와 연결되어 있어서 한류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따라서 동해 북부 해역에서는 명태를 비롯한 각종 한대성 어류의 어장이 형성되는 해역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동해 남부 해역에서는 북상하는 난류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서 해양학적으로 독특한 해양환경을 이루며, 수산적으로는 방어 같은 난류성 어족이 대이동을 하면서 어장을 형성한다.
독도는 동해 남부 해역의 중앙에 있어서 한일관계뿐만 아니라 이곳을 출입하는 여러 나라의 선박 활동에 대해서 등대나 watch tower의 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 해황이 악화하거나 태풍이 발생될 때 가장 빨리 피항할 수 있는 최적의 대피항 기능을 지니며, 독도 인근의 해역에 펼쳐지는 대륙붕 해역, 즉 대화퇴를 비롯한 황금어장에 출어하는 어선들에 생활필수품을 조달하고 휴식처를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일본은 2000년 이후에 독도 인근 해역에서 여러 차례 수온, 염도, 용존 산소량, 영양염류 등의 수문학적 파라미터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정기적인 해양조사를 실시하여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2008년에도 일본은 해저 자원 개발을 유의성 있는 전 해역의 영토 내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그 가운데는 독도 인근 해역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해역에는 막대한 에너지 자원인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6억 톤 정도 매장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30여 년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양이라고 한다.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가 물 분자와 함께 얼어있는 결정체로 성질은 차갑지만, 가연성이 강하다. 극지방, 알래스카, 시베리아 등의 동토대나 수심 500m 이상의 해저에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는 에너지원이다.
인류는 지금까지 주 에너지원으로 목재, 석탄, 석유를 사용해 왔으나, 미래의 에너지 자원으로는 이러한 천연가스가 주종을 이룰 것이다. 천연가스는 석유나 석탄에 비하여 탄소 비율이 낮아서 이산화탄소(CO₂)의 배출량이 적기에 지구 온난화 현상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청정에너지 자원이다.
독도는 무엇보다도 군사기지로서의 기능이 아주 중요하다. 동해는 국제적으로 한국, 북한, 러시아, 일본으로 둘러싸여 있으나 중국도 북한의 두만강 수로를 통해서 동해로 진출하여 해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동해는 여러 나라의 군사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바다이다.
현대전은 속전속결의 성격이 짙으나 접근전 같은 대치 국면에도 승패가 갈리는데, 이럴 때 많은 병력을 유치하여 기항할 수 있는 기지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독도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바위섬이기는 하지만 중간 기착지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물며, 군사적 대치가 불가피한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의 해군에 있어서는 더 말할 여지 없이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한다.
오늘날의 전쟁은 최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정보 전쟁이 승패의 관건이 된다. 다시 말해서 전자 정보가 전쟁의 요체이다. 상대방의 군사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입수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며, 나아가서는 상대방의 정보망을 교란함으로써 군사명령 체제를 혼란시키는 데 성공하는 쪽이 승리한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얻을 수 있는 교두보가 필요하다. 전쟁에는 광활한 영토도 중요한 기능을 하겠지만, 긴요한 요새에 정보망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독도는 최전방에 위치하는 섬으로서 상대방의 군사적 활동 범위 즉 항공기의 움직임, 해군의 전함들의 이동, 나아가서는 잠수함의 움직임까지도 신속하게 포착할 수 있는 요충지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을 알고 우리 자신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옛말이다. 독도가 바로 이런 요충지에 해당하는 곳이다. 독도는 일본에게 더없이 귀중한 군사적 생명줄처럼 보일 것이다.
필자소개
프랑스 엑스마르세이유대 이학박사(해양생물학)
영남대학교 생물학과 교수/해양연구소장
미국 올드 도미니언 대학, 중국 남개대학교 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