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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조의 고향성 연구
A Study on Hometown-Consciousness of
Korean Modern Sijo
김민정 (시조시인, 문학박사)
차 례
1. 현대시조의 고향성 연구 -김상옥, 리태극, 정완영을 중심으로 |
Ⅰ. 서론
1. 문제제기 및 연구 목적
2. 연구사 검토
가. 현대시조現代時調에서의 고향 연구
나. 현대시조現代時調에서의 김상옥金相沃, 리태극李泰極, 정완영鄭椀永
3. 연구의 방법 및 범위
Ⅱ. 고향의식의 발현 양상
1. 전통傳統으로서의 고향–김상옥金相沃
가. 토속적土俗的 정서 공간
나. 민족정신民族精神의 뿌리 공간
2. 순수純粹로서의 고향 리태극李泰極
가. 순박淳朴한 인심의 평화 공간
나. 분단分斷된 국토의 인식 공간
3. 자연自然으로서의 고향–정완영鄭椀永
가. 전원적田園的 자연친화 공간
나. 조손祖孫이 함께하는 안식 공간
Ⅲ. 고향상실과 향수
1. 전통정신傳統精神과 전통미傳統美에 대한 향수 - 김상옥金相沃
가. 정신적精神的 고향상실감
나. 정신적精神的 뿌리에 대한 향수
다. 민족정서民族情緖 및 정체성正體性에의 향수
2. 인간성人間性에 대한 향수 - 리태극李泰極
가. 인간성人間性 상실에 대한 위기감
나. 순박淳朴한 인정에 대한 그리움
다. 분단分斷된 조국에 대한 안타까움
3. 자연自然에 대한 향수–정완영鄭椀永
가. 유년幼年의 상실감과 향수
나. 자연自然에 대한 상실감과 향수
다. 부모父母․동기同氣에 대한 그리움
Ⅳ. 귀향의식과 유토피아
1. 전통정신傳統情神과 전통미傳統美 회복 - 김상옥金相沃
가. 신라정신新羅精神의 지향
나. 전통미傳統美의 재발견
다. 민족정서民族情緖의 추구
2. 인간성人間性 회복과 조국통일祖國統一 추구 - 리태극李泰極
가. 인간성人間性 회복 지향
나. 미래지향적未來指向的 인간 지향
다. 조국통일祖國統一 추구
3. 자연自然 및 종교宗敎에의 귀의–정완영鄭椀永
가. 동심童心에의 복귀
나. 자연自然에의 복귀
다. 불교佛敎에의 귀의
Ⅴ. 결론
참고문헌
요약
Ⅰ. 서론
1. 문제제기 및 연구목적
오늘날과 같은 후기 산업사회 구조에서는 농업사회農業社會의 전통傳統적인 생활공간의 파괴로 수동적으로 실향失鄕하게 된 사람들과 이향離鄕한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현대사회에서는 고향파괴故鄕破壞, 고향상실故鄕喪失, 탈고향脫故鄕의 현상이 보편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고향이탈故鄕離脫의 과정에서 인간은 공간적이고 지정학적인 고향, 즉 근원적 삶의 공간으로서의 고향만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식共同體意識, 자기동질성自己同質性, 존재와 삶의 근원까지도 망각忘却 내지 상실喪失할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때문에 현대인에게는 더 절실하게 고향의식이 대두되고 있고 문학에도 많이 반영되고 있다.
한국의 현대문학에서도 고향을 소재나 주제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 많다. 한국현대문학 속에서의 ‘고향상실故鄕喪失’은 민족사民族史와도 관련이 깊은데 이것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고향을 등지는 유이민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본인 농장기업가와 여타의 일본인 토지매매업자들의 횡포 때문에 그 시기 조선경제의 가장 중요한 토대를 이루는 농업경제 부문은 여지없이 파괴되었으며, 그 결과 1920년대에 들어서는 무수한 이농민들이 속출하게 되었고, 이들은 만주, 시베리아, 일본, 멕시코, 하와이 등지의 국외 유이민이 되었고, 국내에서도 유랑하게 되었다. 이렇게 고향을 등진 사람들은 공간적 고향상실감故鄕喪失感을 느꼈으며,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데서 오는 민족으로서의 소외의식도 느꼈을 것이다.
8․15해방 후의 현대사회에서는 남북 분단, 전쟁, 혁명, 가난, 독재, 민주화 등 정치적 변혁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급격히 사회가 변동되었다. 6․25전쟁으로 인한 분단에서 자기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실향민失鄕民과 이산가족離散家族도 생겼으며, 또 산업화 이후 우리의 생활터전이었던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移住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고 그 때문에 공간적空間的․정신적精神的 고향상실감故鄕喪失感을 느끼고 고향에 대한 향수鄕愁, 사향思鄕 등이 문학작품에 많이 반영되었다.
현대시조現代時調에서도 고향의식故鄕意識을 주제나 소재로 다룬 작품은 많이 창작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논문은 없다. 있어도 부분적이라서 본 논문을 쓰게 되었다. 때문에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현대시조現代時調에 나타나는 고향의식故鄕意識이다.
현대시조現代時調의 선구자인 육당, 가람, 노산, 조운 등의 시조에서도 고향에 대한 시조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살던 시대는 일제시대이고, 조국을 잃어버린 시대상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 산업사회産業社會에서의 고향상실감故鄕喪失感, 향수鄕愁 등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아 본 논문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일제말기부터 해방 후 우리나라가 도시화, 산업화로 사회가 변동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향의식을 초정艸丁 김상옥金相沃, 월하月河 리태극李泰極, 백수白水 정완영鄭椀永 시조시인들의 작품에서 살펴보고, 개인적인 차이점을 규명해 보고자 한다. 본고에서 앞의 세 시조시인을 선정한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는 이들이 현대시조 중흥에 이바지한 공이 큰 시인들이며 꾸준히 창작활동을 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옥金相沃은 1939년 문장지를 통한 등단 후 47년 초적草笛이란 시조집을 출간하여 전통적 정서를 섬세하고 감각적인 언어로 표현하여 시조의 형식미학을 돋보이게 했으며, 해방 전의 암흑기와 6․25까지의 시조창작의 공백기를 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후에도 계속 우수한 작품을 창작․발표함으로써 현대시조를 어떤 현대시 형태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끌어 올려 머리로 읽는 시, 사유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시조를 써 나감으로써 현대시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시인이다.
리태극李泰極은 이론과 창작을 겸한 시인으로 1953년 한국일보에 「산딸기」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조를 창작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 동안 육당 최남선, 노산 이은상, 가람 이병기 등이 정리한 시조이론을 체계를 갖추어 정리했으며, 시조잡지가 전혀 없었던 시기인 60년에 시조문학이란 잡지를 발간하기 시작하여 시조시인들에게 발표지면을 만들어주었다. 4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발간을 계속하여 수많은 시조시인을 배출해서 시조인구의 확장을 가져오게 하였으며 창작활동에도 열심이었던 시인이다.
정완영鄭椀永은 60년 부산의 국제일보에 「해바라기」가 당선되고, 62년 조선일보에 「조국」이 당선됨으로 등단하였다. 그는 우리 시조時調는 우리 정신의 본향本鄕이요, 우리 사유思惟의 본류本流요, 우리 생활의 내재율內在律이라고 주장하며 시조가 가장 한국적인 시형임을 주장하면서 오로지 시조에의 사랑과 시조창작의 외길 인생을 살아온 시인이다. “그는 시조時調를 사대부士大夫의 여기餘技의 역域에서 본격문학本格文學이 되게 한 중흥中興에 공헌功獻했다.”라는 박재삼의 평을 통해 그가 현대시조 작품의 질을 높이는데 공헌했음을 알 수 있으며, “우리 현대시조문학사現代時調文學史를 통틀어 1920~1930년대의 양대산맥兩大山脈이 가람과 노산鷺山이요, 1940~1950년대의 거봉이巨峰이 초정草汀과 호우鎬雨라면, 1960년대의 거목巨木은 백수白水라 할 것이다.”라는 박경용의 평을 통해 현대시조단에 그 존재가 우뚝함을 알 수 있다.
둘째, 이들은 출생년도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1920년을 전후하여 태어난 이들은 일제하에서 성장기 및 청소년기를 보낸 시인들이며, 일제말기부터 창작활동을 하였다. 1926년 최남선의 시조 부흥운동으로 활발해졌던 시조창작의 경향을 보면서, 또는 직접 영향을 받으면서 자랐을 세대이며, 세 시인 모두 80이 넘은 고령이라 작품의 특성이 거의 완결된 상태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셋째, 이들은 일단 지정학적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시인들이라는 점이다. 본고가 고향의식을 연구하는 논문이기 때문에, 향수 등이 나타나는 작품을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상옥金相沃은 경상남도 통영, 리태극李泰極은 강원도 화천, 정완영鄭椀永은 경상북도 김천이 고향이다. 이들은 지정학적인 고향을 떠나 서울이 아닌 곳에서도 생활을 하다가 김상옥金相沃은 62년부터, 리태극李泰極은 1947년부터, 정완영鄭椀永은 1974년부터 서울로 이주하여 서울에서 생활했다. 그리하여 일제말부터 산업화, 도시화 등 우리나라가 후기 산업사회로 변모하는 과정을 살아온 시인들이며, 정신적․공간적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들이 많다.
넷째, 이들은 일제말기부터 지금까지 40년~60년 이상 시조를 창작해온 시인들이라 각자의 시조에서 개인적 특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옥金相沃은 등단년도인 39년 이전부터 창작을 해 왔으리라 짐작되지만, 등단년도 이후부터 계산해도 60년 이상 창작을 해 왔으며, 리택극李泰極은 53년에 등단하였지만 1935년부터 작품을 창작하였다 하니 60년 이상 창작을 하였으며, 등단년도부터 계산해도 50년 이상 창작활동을 해 온 시인이다. 정완영鄭椀永도 60년에 등단을 하였지만 1941년부터 창작을 해 왔다고 하니 60년 이상 창작을 한 셈이고, 등단년도 이후부터 계산해도 40년 이상 창작활동을 해 온 시인이다. 때문에 이들 세 시인들이 쓴 고향을 모티브로 한 작품에서 충분히 고향의식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들의 작품에서 ‘태어나고 자란’ 처소적處所的 고향 외에도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 고향이라고 볼 수 있는 정신적 뿌리, 정신적 유대감으로의 고향의식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옥金相沃의 작품에서는 처소적 고향 외에 우리 민족의 정신적 고향을 찾으려는 의식이 드러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향수鄕愁란 원래 고향故鄕에 대한 사모思慕이지만, 그 고향故鄕이란 반드시 유형有形임을 요하지는 않는다.’라고 했을 때, 우리는 무형無形의 정신적 안식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고향세계故鄕世界(Heimwelt)는 모든 인간人間과 모든 인간공동체人間共同體를 둘러싸고 있는 친척親戚 및 이웃 같은 절친切親한 사람들과 아는 사람들의 영역領域이다. 이 영역領域은 개인個人과 공동체共同體에 제각각 다르게 매우 광범위廣範圍하고, 그러면서도 유한有限한 것이다. 고향故鄕의 의식적意識的이고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 측면을 볼 때 그 고향故鄕의 본질本質은 불변不變하고, 또 그것은 영구적永久的인 것이다. 또 그것은 자연적自然的 공간空間만이 아닌 것이다.”라는 훗설의 정의와 “고향故鄕은 식량糧食을 공급供給하는 토양土壤이고, 심미적審美的 희열喜悅의 대상이며, 정신적精神的인 뿌리감정(geistiges Wurzelgefühl)”이라고 정의한 슈프랑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김상옥金相沃의 고향의식 작품에는 처소적 고향외에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에서 ‘정신적인 고향’을 찾으려 했던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리태극李泰極의 작품에서도 처소적 고향 외에 정신적 고향을 찾으려는 의식이 나타나는데, “인간人間의 현존現存은 고향상실故鄕喪失(Heimatlosigkeit)의 현존現存이며, 존재망각存在忘却(Seinsvergessen-heit)의 現存이다. 고향故鄕은 고요하고 위험이 없는 세계지정世界指定에 대한 표현이다. 피투성被投性(Gewofenheit)과 세계내世界內 존재성存在性(In-der-Welt-Sein) 가운데 있는 인간현존人間現存은 그 본래성本來性이 비본래성非本來性에 의해 은폐되어 그 본래성을 잃은 상태에 있다. 이런 상태가 고향상실故鄕喪失이다. 그리고 고향故鄕인 본래성本來性의 회복이야말로 철학자의 과제課題이고, 또 인간의 근본적根本的인 지향목표指向目標”라고 한 하이덱거의 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 이와 같은 고향 개념이 리태극李泰極의 작품에 나타나는데, 즉 순수성, 본래성에 대한 향수는 현재의 기계화, 문명화된 생활 속에 물질문명의 물신숭배로 소외된 인간성에 대한 안타까움이며, 인간성 회복의 극복의지가 나타난다. 또 분단된 조국에 대한 안타까움이 나타나며, 이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음을 볼 수 있다.
정완영鄭椀永의 작품에서도 고향은 처소적 장소 외에 정신적 유대감으로 나타나 있다. 볼노프는 “고향故鄕은 인격人格이 태어나고 자라고 또 일반적으로 계속 집으로 가지고 있는 삶의 영역領域이다. 고향은 그에게서 부모父母와 자식子息, 형제자매兄弟姉妹 등과 같은 가족내家族內에서의 친밀親密한 인간관계人間關係들과 함께 시작된다. 이 요소 외에 고향故鄕은 마을과 같은 공간적空間的인 차원次元과 또 전통傳統 같은 시간적時間的인 차원次元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고향을 어떤 영역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 혈통 및 가족 중심적으로 접근하는 시도인데 정완영鄭椀永의 고향의식 작품이 볼노프의 고향 개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정완영鄭椀永의 고향의식 속에는 고향은 자연친화 공간이며, 인격이 성장한 곳이며, 조손祖孫이 함께 사는 땅이며, 부모와 동기가 함께 하는 친밀한 인간관계를 지닌 곳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40년대의 시조시인으로 김상옥金相沃, 50년대의 시조시인으로 리태극李泰極, 60년대의 시인으로 정완영鄭椀永 시조에 나타난 고향의식을 집중 분석하고자 한다. 이들만이 그 시대를 대표한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그 시대의 특성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였으며, 그 외에 위에 열거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이들을 선정하였다. 이들 연구 대상이 되는 작가들의 작품에 나타나는 고향의식을 규명함으로써 일제말에서부터 산업화, 도시화의 변화를 거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고향상실감과 향수 등이 어떻게 현대시조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앞으로 이들 작가와 작품을 해석하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2. 연구사 검토
본고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 현대시조와 현대시에서의 고향의식 연구사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문학사에 있어 많은 장르의 발생, 성장, 쇠퇴의 변천에도 불구하고, 고려 때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의 흐름에도 우리 민족이 계속해서 시조를 간직해 올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이 그 만큼 우리 민족의 생리에 잘 맞는 시문학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생활과 정서에 잘 맞고, 또 우리 언어의 구조가 시조형과 잘 부합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의 언어를 자세히 살펴보면 3․4자의 음수로 이루어진 단어나 어절이 많은데 이것은 시조의 음수율에 잘 들어맞아 시조짓기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또 시조형식은 3장 6구 45자라는 매우 짧은 형식이라 외우기 편하고 기억하기 좋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그만큼 오래 유지되어 오는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주로 고시조古時調와 현대시조現代時調를 구분 짓는 것으로는 육당 최남선의 작품을 기점으로 삼는다. 1906년에 발표된 육당 최남선의 「국풍사수國風四數」를 최초의 현대시조로 잡고 있다. 물론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고, 논자에 따라 달리 해석도 한다. 1920년대에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에 대응對應하는 민족문학民族文學으로서의 ‘시조時調’에 가치를 부여하고 가치 정립을 위해 노력했고, 시조부흥을 일으키고자 노력했던 시조시인들이 육당 최남선, 가람 이병기, 노산 이은상, 조운 조주현 등이다. 이들은 현대문학의 기점에서 시조를 전통의 맥으로서, 우리 전통문학으로서 이어오게 했다. 이들의 뒤를 이어 초정艸丁 김상옥金相沃, 월하月河 리태극李泰極, 백수白水 정완영鄭椀永 등이 또한 우리 현대시조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최남선의 「국풍사수國風四數」를 현대시조의 시작으로 본다면 현대시조가 시작된 지도 이미 100년이 가까운데 현대시조에 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별로 활발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현대시조 연구는 주로 현대 초기 시조의 연구에 많은 부분이 할애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개화기 시조와 육당 최남선, 가람 이병기, 노산 이은상, 조운 조주현 등의 연구가 주를 이루어 왔던 것이다. 그렇다고 현대시조 초기의 연구가 우리가 만족할 만큼 충분히 많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도 연구해야 할 부분들은 많이 남아 있어 앞으로의 활발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래서는 본고에서 연구하려는 현대시조의 고향성에 대한 기존의 것을 살펴보려 한다.
가. 현대시조現代時調에서의 고향 연구
현대시조 연구에서는 고향을 주제로 다룬 본격적인 논문은 없다. 단편적으로 다룬 것이 있는데 김대행의 「따뜻한 법어法語에 이르는 길-정완영론」에서 고향을 부분적으로 언급하며 정완영의 고향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의 옛날 시조에는 고향을 노래한 것이 거의 없다. 한시에는 고향 노래가 많 은데도 시조에는 그런 주제가 드물다. 그 까닭을 나는, 시조가 주로 노래로 불리 었다는 데서 찾은 바 있다. 붓으로 쓰는 경우에는 고향 그리움을 말하기에 좋아 도 노래하는 분위기에서는 고독이나 향수를 말하기가 적절하지 못했기에 그리되 었을 거라고 해석한 일이 있다.
백수 정완영 선생의 시에서 고향 노래를 자주 듣게 되는 것을 나는 특별한 의 미로 보고 싶다. 원래 시조를 버텨 주었던 자질인 노래가 빠져나간 빈자리를 무 언가로 채우지 않고서는 시조답다는 느낌을 주기가 어렵다. 백수 정완영 선생은 그 자리에 고향을 갖다 놓은 것이라고 보려는 것이다.”
위와 같이 김대행은 옛날 시조에는 고향을 노래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며, 이유로 옛날 시조는 주로 노래로 불렸기 때문이라는 것과 현대시조의 음악이 빠져나간 공백에 정완영은 원형질적인 고향의 정서를 버텨 놓음으로써 누구나 낯익은 느낌을 갖게 한다고 보았다. 한편 이성재는 「정완영론」에서 역시 부분적으로 언급하면서 정완영의 고향을 ‘정한의 세계’로 파악하고 있다.
“정완영의 고향은 추상적인 의미의 고향으로써 정한情恨의 대상인 것이다. 다시 말해 구체적인 고향이 아닌 마음속에 어떤 추상적이고 환상적인 고향을 설정하 고 그 고향에 무한히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는 정한情恨의 세계로써 사 상, 정서의 원천이며 이것은 한국적 정한과 육친에 대한 사무침에 기인한다.”
박기섭은 「먼 산빛, 수묵의 그늘」에서 정완영시인을 연구하며 고향에 대해 부분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백수 선생처럼 ‘끝없이 변함없이’ 고향을 그리워하고, 고향을 노래하며 살아온 시인도 그리 흔치는 않다. …… 고향 마을․고향 집․고향 산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사랑은 선생이 써 온 글 곳곳에서 어렵잖이 만날 수 있다.”
서벌은 정완영의 작품 「고향 생각」을 다루며 정완영의 고향의식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쓰르라미의 울음이 맵다는 감각, 내 고향 하늘빛이 서러운 열무김치의 맛으로 오는 감각은 이 나라 산천이 백수 세계에 준 공감각共感覺이고 특혜特惠다. 고향 을 가슴에 지니되 사무침으로 지니지 않고서는 이런 특혜를 받지 못한다. 그것은 고향을 지극한 감성으로 받드는 데서 오는 사무침이고, 나를 낳아 주고 길러 준 부모 감각과 일치된 데서 우러난 사무침이다. 백수白水 세계가 구심 의미로 갖추 어 지닌 시적 발생원체發生原體는 <나(我)-고향-조국>으로 입체화한 일체감一體 感이다. 이 존재 인식으로서의 자아 발견이 현실 극복을 위한 원동력으로 향념向 念 되어 있다.”
위와 같은 단편적인 언급 외에 현대시조에서 고향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없어 아쉬운 감이 있고, 앞으로 활발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리라고 본다.
현대시 중에서는 30년대의 시에 대한 ‘고향의식’ 연구가 조금 진행된 편이다. 최재서, 김기림에서부터 단편적인 논의가 시작되었고 이후 고향의식에 대해 연구를 해 온 연구자들이 있는데, 이들을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개별 시인론에서 단편적으로 살펴본 경우이다. 백철이 백석의 시에서 향토성을, 김우창은 윤동주의 「또 다른 고향」을, 김학동은 박용철의 「고향」을, 신동욱은 김소월과 정지용의 시를 그들의 고향의식과 연결하여 연구하였고, 윤주은은 고향의식을 시인의 꿈과 관련시켜 보았으며, 정한모는 ‘향토성’과 관련하여 언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방법은 고향의식에 대한 단편적인 논의에 그쳐 문인들의 고향의식에 대한 의미 해명에까지 이르지 못한 문제점이 있다.
둘째는 비교문학적 방법을 원용하여 시인의 고향의식을 검토한 연구이다. 한계전은 「윤동주 시에 있어서 <고향>의 의미-그 비교문학적 고찰」에서 윤동주의 고향의식을 그에 영향을 준 시인들의 그것과 비교, 고찰하였다. 그는 백석, 오장환, 이용악의 시에 나타난 고향 이미지를 비교․분석하여 고향의식을 해명하고 있다. 이미숙은 김기진, 정지용, 오장환 등의 고향의식을 비교하면서 이들의 고향의식을 근대사회에서의 소외와 그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유토피아의 추구와 관련하여 해명하고 있다. 노병곤은 지용시와 천명시를 비교하여 고향의미를 도출하고 있다. 최종금은 20년대 김소월, 30년대 정지용, 40년대 윤동주 시인의 일제하에서의 고향의식을 비교한 논문이 있다. 이 방법의 연구는 개별시인의 고향의식이 작품 내적으로 해명될 수 있었으며 소재 중심의 고향의식 연구가 가지는 제한된 틀을 벗어날 수 있으나 비교기준이 객관적일 필요가 있다.
셋째는 정신사적 방법으로 시인들의 고향의식을 해명한 연구이다. 이에 속하는 연구로는 김종철의 논문인데 백석과 영랑, 지용의 시를 분석하고, 1930년대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고향상실감’의 의미를 도출하였다. 김윤식은 한극 근대사상사의 정신사적 거점을 상실감의 회복으로 보고 고향상실감을 헤겔의 낭만적 이론으로 파악하였다. 이숭원은 「문장지에 나타난 고향의식」에서 고향의식을 드러낸 시들을 <고향상실→내면화→극복>이라는 도식 속에 파악하였다. 이들의 연구에 의해 한국근대문학에 나타난 고향의식에 대한 역사적인 의미가 어느 정도 해명되었다.
넷째는 ‘고향’의 의미를 유형화시켜 고향의식을 해명하고자 하는 연구이다. 최근 ‘고향의식’의 의미를 시간과 공간이란 범주에 따라 유형화한 논문이 대체로 이에 해당한다. 이에는 제해만의 연구로 고향의 하위항목을 회상공간과 이상공간으로 설정한 연구, 이명희의 고향을 지리적 고향, 자연적 고향, 관념적 고향으로 삼분한 연구, 양현승의 고향을 공간적 의미뿐만 아니라 시간적 의미로 파악한 연구, 박상준의 고향을 시간과 공간의 이항대립구조로 유형화한 연구 등이다. 이러한 연구의 문제점으로 유형화의 방법 자체가 자의적이며 분류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대시 쪽의 고향의식에 관한 연구가 현대시조 쪽보다는 많은 편이나 주로 석사학위 중심의 연구가 많은 편이고 박사논문으로 최종금崔鍾錦의 1930년대 한국시韓國詩의 고향의식故鄕意識 연구硏究라는 논문이 있으며, 조용훈趙容勳의 한국근대시韓國 近代詩의 고향상실故鄕喪失 모티브 연구硏究가 있을 뿐이다. 앞으로 고향의식에 관한 박사 중심의 좀 더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리라고 본다.
나. 현대시조에서의 김상옥, 리태극, 정완영
한편 김상옥金相沃, 리태극李泰極, 정완영鄭椀永의 시조문학에 대한 기존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이들의 고향의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룬 논문은 없다. 정완영의 고향에 대한 단편적인 내용이 위에서 살펴본 것들이다. 여기에서는 이들 작품 속의 고향의식을 연구하기 이전에 간단히 보편적인 연구사부터 검토하겠다. 이들에 대한 다른 방면의 연구에 있어서도 그렇게 활발하게 진행된 상태가 아니라서 짧은 논문이나 단편적인 수상에서라도 이들에 대해 언급한 것을 살펴볼 수 밖에 없다.
먼저 김상옥金相沃에 대한 논의이다. 첫째는 시적 감수성을 중심으로 한 논의를 들 수 있다. 조연현은 동심에 가깝도록 소박하고 섬세한 감성이라고 지적하고, 임선묵 역시 김상옥 시의 개성을 시적 감수성에서 찾고 있다. 또 유성규는 「초정艸丁 김상옥金相沃의 시세계詩世界」란 논문에서 “그의 문학사적 위상을 노산의 관념적 특성과 가람의 사실적인 청신한 감각을 취합하여 새로운 현대시조의 지표를 마련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근배는 “초정 김상옥은 시조사에 한 획을 그어 놓은 시인이며 그는 가람․노산․조운의 시조에서 한걸음 뛰어 내딛고 있다.”고 피력披瀝하고 있다.
둘째는 김상옥 시조의 언어미학 및 감수성, 전통성에 대한 평가이다. 김동리는 김상옥의 시조집 초적草笛을 평하여, “형식은 비록 시조에서 빌렸으되 시조의 낡은 틀에 구애됨이 없고, 이름은 비록 「풀피리」라 붙였으되 풀피리처럼 가냘프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순박하고 청아하고 신묘한 운율로 빚어진 율격미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섬세한 언어로 전통적 정서를 감각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사물의 미적 생명까지 유출해 내고 있다.”라는 평과 이우종은 여기에 보다 구체적 부연을 곁들여 언어미학으로 평가하고 있다.
셋째는 그의 초기 작품과 후기 작품의 변모과정과 시조사적 의의이다. 정혜원은 김상옥의 시조가 초기의 초적草笛에서 삼행시三行詩에 이르는 동안 변모의 과정을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백자부白磁賦」나 「청자부靑磁賦」같은 이른 시기의 작품들에선 대상을 하나의 정물로서 바라보며 외적인 형상미를 추구하는데 골몰했다면, 그 후의 작품들에선 외형적 아름다움에 대한 찬탄은 사라지고 그들 물형들이 간직해 온 인고의 깊이, 혹은 그 영혼의 위대함에 몰입해 간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고시조나 현대시조가 ‘한 눈에 읽히는 시’, ‘쉬운 시’였던데 반해 시조의 한계성을 한 단계 뛰어넘어 ‘머리로 읽는 시’, ‘사유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시조’를 써나감으로써 현대시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평하고 있다. 오승희는 그의 현대시조現代時調의 공간연구空間硏究에서 김상옥의 작품에 나타나는 공간을 분석하여 인사적 현실공간, 관조적 자연공간, 역사와 종교의 상징공간으로 분류한 바 있다.
리태극李泰極에 관한 기존의 논의는 문학적 공로 및 업적론과 시조작품이란 측면을 중심으로 체계화되고 있다.
먼저 문학적 공로 및 업적론을 살펴보면, 박을수는 리태극의 시조이론서 시조개론을 안자산의 시조시학이래 가장 본격적인 시조개론서로써 시조 전반에 걸친 상세한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준은 「월하月河 리태극론李泰極論」에서 시조중흥을 위한 선봉장으로 시조론을 문학사적 측면에서 정립한 공로자라 제시하고 있다. 정한모․이우종은 시조문학지 발간으로 시조중흥을 위해 헌신한 업적을 피력하고 있다. 정완영은 “시조문학지를 거의 독력으로 이끌어 오면서 수많은 이 길의 역군을 길러내었으니 시조문단 육성의 오늘의 공효는 그에게 돌리지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여 그의 시조문학 발전을 위한 헌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우재는 리태극의 시조이론을 우리 한국 시조학계에 효시적인 시조 이론 전범이라고 보고 있으며, 조주환은 “육당․가람․노산 등의 것이 수상적 단편적이고 각각 하나의 산개울에 비유된다면 리태극의 이론 정립은 하나의 저수지를 이루었으며, 또 현대시조 중흥의 순교자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선희는 “그는 흔들림 없이 일평생을 시조의 이론과 창작, 시조문학발간, 시조시인의 발굴․육성 등에 일관하고, 시조의 길잡이 역할을 하였다.”고 보고 있다.
리태극李泰極 시조에 나타난 특성을 지적한 글들은 김동준․김준․황희영․이영자․이선희 등이 있다. 특히 이영자는 신화비평을 원용하는 원형심상을 동원하여 리태극 시조를 조명하고 있다. 조주환은 “리태극의 작품들은 자연을 소재로 한 것이 많으나 이는 단순한 자연서정이 아니라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것과 삶의 실상을 노래한 생활서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오승희는 그의 현대시조現代時調의 공간연구空間硏究에서 리태극의 시조를 다루면서, 자유와 평화와의 피안공간, 자아확장의 공간, 순수지향의 시원공간으로 그의 작품의 공간을 분석한 바 있다. 그리고 이선희는 리태극 시조는 현실의 각박한 삶을 훈훈하고 정감어린 전통적 인본주의와 낙관적 미래관의 내면성으로 승화시켜 현대인이 갈망하는 내면세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자아성찰로 인간의 순수한 본연의 마음을 노래하고, 미래지향적인 삶의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완영鄭椀永에 대한 평가는 그의 시조정신과 현대시조문학사에서의 위상에 대한 평과 시조작품에 대한 평을 들 수 있다.
먼저 그의 시조정신과 현대시조문학사에서의 위상에 대한 평을 보면, 박경용은 “백수白水 정완영鄭椀永선생에게서 나는 이 당대當代, 시조분야時調分野의 숭고崇高한 순교자적殉敎者的 상像을 만난다. 시조時調를 위해 부여賦與받은 듯한 생애生涯를, 오직 시조時調 하나로써 목숨하며, 그것 하나만에 매달려, 지지지 타는 등심燈心인양 스스로의 피를 달여 오고 있는 시조時調의 화신化身! 그의 문학文學을 익히 알고 그를 한두 번이라도 만나본 사람이면, 시조時調 탓에 몸살하고 그것에 매어 전신으로 앓는 처절한 그의 얼굴빛과 신음을 역역히 보고 들었을 것이다.……우리 현대시조사現代時調史를 통틀어 1920~1930년대의 양대 산맥이 가람과 노산이며, 1940~1950년대의 거봉巨峰으로 초정과 호우, 1960년대의 거목巨木으로 백수白水 정완영鄭椀永’을 꼽을 수 있다.”라고 그의 시조정신과 현대시조문학사에서의 위상을 평하고 있다.
시조 작품에 대한 평으로는 박재삼은 “정완영鄭椀永은 시조時調를 사대부士大夫의 여기餘技의 역域에서 본격문학本格文學이 되게 한 중흥中興에 공헌하였다.”고 평한다. 서영웅은 “시적 화자가 자연에 동화되어 모든 자연을 자신 속으로 끌어와서 자아세계로 시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시적자아는 자연을 통하여 혼탁한 정신세계를 정화시키고 자연과 일체감을 갖고 있다. 그의 작품은 청산유수처럼 흐르는 리듬 속에 언어들이 제자리를 찾고 있으며 그 감성은 가장 한국적인 자연과 정감과 이미지를 교직하여 서정의 높은 품격을 이루어 내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이성재는 “그의 작품은 사물과 사물을 관련시켜서 관조하여, 그것을 전통적인 수법으로 아름답고 섬세한 언어로 정교하게 표현하여 현대시조의 중흥에 이바지하였으며, 그의 작품이 갖는 뛰어난 문학성과 예술성은 시조가 현대문학의 한 시가양식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평한다. 이숭원은 정완영에 대해 “등단 이후 그는 당대의 누구보다도 젊은 감각과 자연스러운 해조로 현대시조의 아름다움을 직조해 냈으며 오늘의 시점에 이르기까지 결코 퇴보하지 않는 시정신으로 현대시조의 예술적 높이를 지켜 왔다. 그의 작품은 시적 대상을 절묘한 상상력의 작용에 의해 변용시키고 개성적 표현 기법에 의해 심상화할 뿐 아니라 다시 그것을 시조 본래의 율조와 해조를 이루게 함으로써, 자유시를 훨씬 능가하는 아름다운 서정시의 경지를 열어 보였다.”고 평하고 있다.
김대행은 “우리가 같은 사물을 보고도 보지 못하고, 깨우치지 못하는 것을 이 시인이 그려냄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그 그림을 볼 수 있게 되고, 그의 작품 세계를 통해 우리가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며 그의 작품 세계의 깊음을 말하고, 정완영 시조의 본질을 사랑이 가득한 시선으로 상을 바라보는 눈이라고 보고 있다. 서벌은 “백수 세계에 둘린 유․불․선으로서의 동심원同心圓 분위기는 독창적인 시각성視覺性과 탁월한 박자감각을 띠면서 한국적 풍류 차원을 시조로 현대화한 중대 국면이었으며, 정완영은 천부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지리적 서정시를 끊임없이 개척했고, 그를 통한 상상의 언어들은 한국적 정한情恨 요체를 유감없이 흔들면서 채보採譜되어 전통적인 탄주彈奏 역능을 과시했다.”고 평한다. 또 박기섭은 “백수 선생처럼 끝없이 변함없이 고향을 그리워하고, 고향을 노래하며 살아온 시인도 그리 흔치는 않다.”며 고향에 관한 시조를 많이 쓴 시조시인으로 평하고 있다.
이상으로 세 시조시인에 대한 연구 및 언급을 살펴보았다. 위 세 시조시인에 대해서 학위 논문 등은 별로 없는 편이라 앞으로 이들에 대한 많은 연구가 기대된다.
3. 연구의 방법 및 범위
앞의 연구사 검토에서 보았듯이 시조 분야에는 고향의식故鄕意識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본 논문은 원래 폭넓게 고시조에 나타난 고향의식에서부터 시작하여 현대시조까지 이르는 작품 속의 고향의식을 살펴 볼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고시조古時調에서는 고향의식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 극히 드문 실정이다.
본고에서 중점 논의의 대상인 세 명 시조시인들 중 정완영의 경우에는 앞에서 밝혔듯이 김대행의 「따뜻한 법어法語에 이르는 길 - 정완영론鄭椀永論」과 이성재의 「정완영론鄭椀永論」, 서벌의 「유儒․불佛․선仙의 동심원同心圓, 그 한국적 감성과 가락 - 백수白水 정완영론鄭椀永論」에서 고향에 대한 단편적인 언급을 찾을 수 있고, 박기섭의 「먼 산빛, 수묵의 그늘」에서 정완영 시조의 소재로서 고향이 많음을 논한 것이 있을 뿐이다.
이처럼 시조에 나타나는 고향의식故鄕意識 연구硏究가 부진한 것이 바로 본 연구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였다. 실제로 이들의 작품 속에서 차지하는 고향故鄕에 대한 문제는 결코 그냥 흘리고 말 정도로 비중 없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작품 전체와의 연계성 속에 상당히 관심을 갖고 보아야 할 만큼 비중比重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 연구의 기본 틀과 방향은 다음과 같다.
Ⅰ장에서는 서론序論으로 문제점 제기 및 연구목적, 연구사 검토, 연구 방법 및 범위를 서술하려 한다.
Ⅱ장에서는 세 시조시인의 고향의식故鄕意識 발현 양상을 살펴보려 한다. 40년대의 시조시인 김상옥은 전통傳統으로서의 고향의식, 50년대의 시조시인 리태극은 순수純粹로서의 고향의식, 60년대의 시조시인 정완영은 자연自然으로서의 고향의식을 살펴보려 한다.
Ⅲ장에서는 고향상실감과 향수를 살펴보고자 한다. 김상옥의 작품에서는 전통정신傳統精神과 전통미傳統美에 대한 향수와 결부시켜 살펴보고자 하며, 이태극의 경우는 인간성人間性에 대한 향수를 살펴보고자 하며, 정완영의 경우는 자연自然에 대한 향수와 결부시켜 살펴보고자 한다.
Ⅳ장에서는 귀향의식歸鄕意識과 유토피아 의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김상옥은 전통정신傳統精神과 전통미회복傳統美回復을 통해, 이태극은 인간성회복人間性回復과 조국통일祖國統一의 추구를 통해, 정완영은 자연自然 및 종교宗敎에의 귀의의식歸依意識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Ⅴ장에서는 결론 및 참고문헌, 요약 소개를 하려 한다.
연구범위로는, 김상옥金相沃은 그의 시조집, 초적草笛, 삼행시장단형육십오편三行詩長短形六十五篇, 향기 남은 가을, 느티나무의 말, 눈길 한 번 닿으면 등의 5권을, 리태극李泰極은 그의 시조집, 꽃과 여인, 노고지리, 소리․소리․소리, 날빛은 저기에, 자하산사紫霞山舍 이후 등 5권을, 정완영鄭椀永은 그의 시조집 채춘보採春譜, 묵로도墨鷺圖, 실일失日의 명銘, 산이 나를 따라와서, 백수시선白水詩選, 꽃가지를 흔들듯이, 연蓮과 바람, 난蘭보다 푸른 돌, 오동잎 그늘에 서서, 백수정완영선생고희기념사화집白水鄭椀永先生古稀記念詞華集, 엄마 목소리, 이승의 등불 등 12권을 대상으로 하여, 그들 시조집에서 고향의식故鄕意識이 나타나는 작품을 분석分析하고자 한다.
첫댓글 이 논문은 본인의 대학원 박사논문이다. 이번 시조문학사의 요청이 있어 전편을 수록하기로 하였으며 아마 11회 정도로 끝날 것 같아 계간지인 시조문학에 전체를 다 게재하자면 앞으로 2년 반 정도 연재될 예정이다. 시조논문이 아직 시조계에서는 많이 부족한 편이라 앞으로 좋은 논문들이 많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시인들에 대한 연구를 앞으로 시간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이 하려고 생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