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에 두고 온 시
김미순
<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 을 읽고 김형수의 작품을 골라 읽었다. 김형수가 문학판에 뛰어들고 11년이 되어서야 늦게 시작한 소설집이다. 늦깎이 소설가. 청춘의 나이였을 때는 시인으로 살았다. 불타오르는 정신의 한복판을 향해 단도직입적으로 치달려가는 것만으로 족한 서정시, 아마도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 자기 삶의 어떤 맺혀 있는 대목들에 대해 고백하고, 복수하고, 사죄하고 용서하고 싶은 충동이 소산이 아닐까
나는 이 작품집을 읽으면서 작품 하나하나 눈을 떼지 못하고 문장을 따라가느라 바빴다. 군대와 장터가 주 배경이었는데 그곳은 내가 선택하지 못한 배경으로서 떠날 수 없고 참아야 하고 그래서 돌출된 행동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거기에서 벌어지는 해괴한 이야기들이 웃게 하기도 하고 슬프게 하기도 한다. 나는 그곳을 몸소 겪지 않아 상상하기만 하였는데 충분히 그럴 것이다고 여기며 읽었다. 특히 화자의 성격이 애잔하고 쓸쓸한 서정성을 지니고 있어서 도달할 수 없는 그리운 것들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이발소에 두고 온 시> 나 <들국화 진 다음> 은 안타깝고 슬픈 결말이 눈물을 흐르게 하였다. 그리고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동생 병득이의 인생을 이야기한 <겨울귀> 는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은 높은 수준의 단편이다. 병득이의 성격과 행동이 주인공의 인생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소설의 갈 길을 제시하는 것 같다. 언급하지 않은 작품도 밥 먹는 것을 잊게끔 한 작품이어서 작가의 능력을 짐작하게 한다.
고향 장터로 배경을 옮겼을 때 시골 삶에서 살아남기 위해 별의별 일들로 탈바꿈하는 등장인물들의 삶이 마치 자신의 삶을 객관화하며 관조하는 한마리 새처럼 느껴졌다. 김형수 작가의 작품이 더 있다. 차츰 다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