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모금 사업에 대한 배이상헌의 공개 서한
9월 3차모금을 결정한 중집에게 당사자 배이상헌의 입장을 전합니다.
2019년7월 시작된 광주지부와 배이상헌의 투쟁은 전형적인 교권탄압에 항거하는 투쟁이었습니다. 전교조광주지부는 일련의 민원처리과정에서 교권탄압 행정이 반복되었기에 교육감과 교육청에게 문제 삼고 변화를 요구하던 중 사건 당사자 배이상헌의 적극적 항의에 힘입어 투쟁을 결의했고 이후 450여일의 다양한 투쟁을 집행한 바 있습니다.
지부는 광주투쟁에 대한 본부의 적극적 지원투쟁을 수차 요구했으나 권정오 집행부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82차 전국대대(20년7월)를 통해서야 2020년 본부사업으로 확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본부의 무성의한 대응은 대대결정을 해태하는 수준이었고, 고립된 광주지부의 투쟁은 교육청의 징계강행 후 대중투쟁국면을 접었습니다. 83차(21년2월)대대는 본부의 투쟁 미흡을 사업평가에 명시했으며, 결국 88차(23년8월)대대는 배이상헌에 대한 피해구제를 결정하고 ‘사실확인’ 없는 교권탄압행정에 대해 전면적 투쟁을 통과시키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러나 권정오 집행부에 이어 전희영 위원장 임기에도 역시 대대가 수차 결의한 사업은 집행되지 않고 조직 내 논란거리로 반복 재연되고 있습니다.
당사자에게 피해구제심의위 절차를 통고하지도 않은 것이나, 전국대대의 결정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의결정이유서도 제시하지 않은 채 성급히 피해자인정을 기각한 후 대대에 통고하는 모양이나, 다시 89차대대(24년2월)의 ‘성금모금 등의 방법으로 지원할 것’을 결정한 후 이를 88차대대 결정을 뒤집는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 등에서 수많은 조합원들은 절망합니다.
무엇보다 투쟁의 주체인 조직이 투쟁의 당사자 배이상헌과 소통하지 않고 철저히 소외시키며 불편한 민원인 취급을 하는 느낌에서 본부의 사업집행의 진정성에 대해 당사자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길고 긴 투쟁에도 불구하고, 방어와 피해구제를 거듭 확정한 대대결정에도 불구하고, 권정오 위원장과 전희영 위원장이 단 한 번도 제게 지지와 격려,동지적 연대의 발언을 주신 바 없음을 어찌 이해해야 할까요? 그 어떤 불가피한 사정 탓에 투쟁의 최일선에 서 있는 동지를 이리도 멀리하는 것인가요?
서이초 교사 사건에 대한 대중의 분노에 함께 하며 투쟁을 책임지겠다는 본부는 민원행정과 아동학대법의 문제, 교원지위법의 미이행 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싸운 배이상헌과 광주지부의 투쟁을 별개의 사건인 것처럼 구분합니다.
진보교육감을 지키고자, ‘분리조치’라는 정책적 성과를 방어하고자(여성위), 무모한 폭력행정에 끌려다니며 이를 방관하고 조합원을 사지에 몰아넣은 것 등에 대해 결코 반성하지 않고, 조직의 교훈으로 삼지 않으면서 여전히 교권과 교육권을 지키겠다고 대중에게 약속합니다. 그것은 기만입니다.
교권은 상담이 아니며, 슬로건이 아니며, 구체적인 현장의 투쟁입니다. 전교조 결성의 이유입니다. 짓밟히는 현장을 방치하고 투쟁을 외면하면서 4년 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진행된 대규모 교사대중의 투쟁 앞에서도 전교조는 자신의 오류를 반성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간경변과 혈액암의 투병 중에 전국대대가 제 사건을 수 차 논하는 것이 제게 불편하고 무거운 짐이었지만 저는 전교조가 자신의 오류를 성찰하고 교권투쟁의 진정성을 회복하길 위하여 대의원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본부와 중집은 자신의 오류를 확인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과거 자신의 치부를 가리고자 대대결정의 근본취지를 외면하면서 피해구제 결정을 거부하고 조합원을 기만하는 지난한 노력들을 반복합니다.
24억의 피해구제기금과 19억의 투쟁기금을 적립한 채, 89차대대결정과 무관하게 성금모금만으로 피해구제 코스프레를 끝내겠다는 본부의 판단은 무엇을 의미하며, 그것이 가져올 후속 결과는 무엇일까요?
본부는 89차대대결정을 88차대대결정의 연장선에서 해석하지 않고 투쟁의 주체가 조직임을 부정하고, 피해구제 책임도 조직임을 부정하면서, 불쌍한 어느 활동가의 처지를 알려 사적인 성금을 모금해주는 아름다운 조직활동사례 하나 만드는 것으로 해석한 것입니까?
반성 없이 자신의 치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사업을 집행하다보니 투쟁의 의미에 대한 선전도 없고, 서이초 사건 등과 관련에 대한 설명도 없이 본부는 유체이탈 3자가 되어 불쌍한 활동가 한 사람을 구제해주는 시혜적 모금으로 88차-89차 대대결정을 전락시켰습니다.
당사자와 투쟁주체들에게 심히 모욕적이며, 전교조가 감당할 투쟁을 스스로 부정하는 매우 위험한, 조직에 대한 자해적 결정입니다.
저는 교사가 된 지 5개월 만에 해직되고, 전교조 결성을 위해 4년8개월의 해직과 국가보안법으로 4개월여 구속(고등학생자주학교 사건)을 감당한 바 있습니다. 부당한 교권탄압에 저항하느라 명퇴도 불가능해진 채 다시 퇴직을 바라보게 된 저는 전교조의 정체성을 지키려 했던 대대결정의 취지가 본부와 중집에 의해 왜곡되고 부정되는 결정을 결코 수용할 수 없습니다. 저에게도 불명예이지만, 전교조에게는 지난한 투쟁으로 쌓은 교사운동의 정통성을 치명적으로 훼손하는 일입니다. 그것의 결과물로서 주어진 그 어떤 성금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중집은 투쟁주체로서 늦었지만 본부의 책임을 완성하는 결정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 반성과 회복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이제 끝내야 합니다. 자기반성 없는 조직은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2024.9.9. 배이상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