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금 세공사였던 테라(게송 285)²⁹⁾ 인품이 좋고 풍채가 당당한 금 세공사의 아들이 가정을 떠나 사리뿟따 테라의 제자가 되었다. 이에 사리뿟따 테라는 그를 보고 이 사람은 젊고 건강하니 정욕이 강하리라 여겨 몸에 대한 혐오감과 더러움에 마음을 집중하는 수행을 시켰다. 그래서 그 비구는 자기 몸이 얼마나 혐오스럽고 더러운 것인지를 관찰하기 위해 숲속에 들어가 스승에게 배운 대로 열심히 수행했다. 그러나 그 수행 주제가 적당치 않았던지 한 달 동안 열심히 수행을 했는데도 별 성과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젊은 비구는 스승에게 돌아왔고, 테라는 그에게 물었다. “비구여, 수행 주제가 일념으로 잘 잡혀가는가?” 이에 젊은 비구는 그 같은 수행법으로서는 자기 마음도 잘 안정시키지 못하는데 어떻게 일념 집중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지만 사리뿟다 테라는 그에게 그같이 말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고, 다시금 아주 자세하게, 어떻게 자기 몸의 서른 가지 각 부분에 대해 마음을 집중시키는 것인지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이 같은 스승과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두 번째에도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세 번째로 스승을 찾아뵈었고, 스승은 다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어 제자를 숲속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던 중 사리뿟따 테라는 자기가 그 젊은 비구의 성격과 기질을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제자를 데리고 부처님을 찾아가 이렇게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이 젊은 비구는 제 제자입니다. 저는 이 비구에게 이러저러하게 수행 지도를 해왔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사리뿟따여, 중생의 생각과 그들의 기질을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바리밀을 성취하여 그 무한한 힘으로 능히 일만 세계를 진동시키는 기쁨의 소리를 내게 되는 여래밖에 없느니라.” 하시고, 스스로 깊은 선정에 드시어 그 젊은 비구의 과거 숙업(宿業)을 관찰하시었다. 그리하여 그가 어느 가정에서 출생하였는지를 알아보니 그는 금세공을 하는 가정에서 태어나 비구가 되었을 뿐 아니라, 과거 전생에도 오백생 동안 한 생도 빠짐없이 금 세공사의 집 안에 태어났다는 것을 아시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생각하시었다. ‘이 젊은 비구는 오랜 세월을 두고 자마금색(紫磨金色)의 꽃을 만들려고 염원하여 일해 온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혐오감을 주는 수행을 시킨다면 그는 그 수행법에 공감하지 못하여 도와 과를 성취하지 못하리라. 이 같은 사람에게는 그의 마음을 기쁘고 즐겁게 해주는 대상을 주어 그것에 마음을 집중케하여야 쉽게 일념을 이루게 마련이다.’ 부처님께서는 사리뿟따 테라에게 말씀하시었다. “사리뿟따여, 네가 이 젊은 비구에게 몸에 대한 혐오감과 더러움을 관찰하라고 했기 때문에 그는 싫증을 느끼고 좌절하여 지난 넉 달을 헛되이 보내게 되었도다. 그러나 이제 너는 오늘 아침 공양이 끝난 다음에 이 젊은 비구가 아라핫따 팔라를 성취하는 것을 보게 되리니, 너는 다만 너의 길을 가도록 하여라.” 이렇게 말씀하시더니, 부처님께서는 곧 신통력으로써 물을 뚝뚝 흘리는 수레바퀴만한 황금 연꽃과 꽃잎을 만드시어 그 젊은 비구에게 주시며 이렇게 이르시었다. “비구여, 이 연꽃을 수도원 구석에 있는 모래 언덕에 꽂고 그 앞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피 빛 붉은색’이라고 외도록 하여라.” 그런데 그 젊은이는 부처님으로부터 연꽃을 받는 순간부터 벌써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젊은 비구는 곧 부처님 앞에서 물러나와 부처님께서 이르신 대로 그 꽃을 수도원의 구석에 있는 모래 언덕에 꽂고 그 앞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부처님께서 일러 주신 말을 외며 몸과 마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마음속에 있던 초조와 불안은 점차 사라지고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이제 제1선정을 계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선정에 든 그는 다시 나아가 다섯 가지 장애를 극복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선정에 들었다. 그리하여 그가 그렇게 일념집중을 통해서 마침내 네 번째 선정에 들려고 하는 순간, 그에게는 잡념이 스며들어 마음이 선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그를 살펴보시다가 그가 남의 도움 없이 성공적으로 최고의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을 것인지 어떤지를 생각해 보시고 그것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시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써 그가 마음을 집중시키고 있던 연꽃이 시들어 버리도록 하시었다. 그러자 아름다웠던 연꽃은 꺼멓게 죽은 색으로 변하면서 시들어졌고, 마침내는 부처님의 손안에 들어가 부서져 가루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때 젊은 비구는 선정에서 일어나 시든 연꽃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연꽃은 어찌해서 저렇게 시들었는가? 세간에 대한 애착이 없는 저 같은 무정물(無情物)도 변화하여 마침내 저렇게 스러지는 것이라면 세간에 집착이 많은 인간에게 있어서 늙음과 쇠퇴하여 없어짐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제행무상의 진리를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이와 동일한 방법으로 고(둑카)와 무아(안앗따)도 깨닫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이 같은 존재의 세 가지 기본적인 특성 삼법인₃⁰⁾이 마치 불꽃처럼 자기 몸을 태우는 것을, 혹은 엄청난 파도처럼 자기의 목을 치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바로 그때 몇 명의 소년이 가까운 연못에 들어가서 한창 자라고 있는 연꽃을 꺾어다가 못 둑 위에 쌓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젊은 비구는 연못 속의 연꽃과 못 둑에 쌓여진 연꽃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직 연못 속에 있는 연꽃은 너무나도 아름답게, 꽃봉오리를 높이 쳐들고 물방울을 청초하게 흘려 내리고 있었고, 못 둑 위의 연꽃은 벌써부터 시들어 가고 있어서 가엾기 그지없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젊은 비구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아, 이같이 세간에 집착이 없는 연꽃에게도 쇠멸이라는 것이 여지없이 찾아오는 것이라면 세간에 집착이 강한 사람들에게 어찌 쇠멸의 늙음이 찾아오지 않으랴?’ 그리하여 젊은 비구는 생명의 무상함, 고통의 엄연함, 무아의 진실성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비구의 이 같은 심경의 변화를 잘 아시고 이제는 이 젊은 비구에게 좌선 수행의 주제가 잘 나타나게 되었다고 판단하시어, 응향각에 그대로 계시는 상태로 광명에 가득 찬 모습을 그 비구 앞에 나투시어, 부처님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젊은 비구의 얼굴 위로 스치게 하시었다. 그러자 젊은 비구는 이게 무엇인가 생각하여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부처님께서 자기 앞에 나타나 자기와 얼굴을 마주 대한 듯이 보이자 일어나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아주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그 젊은 비구를 모든 욕망과 미망으로부터 벗어나 진실한 해탈을 이루게 하시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20-13-285 자신에 대한 애착을 끊어라. 가을 연못의 연꽃을 꺾듯이. 올바른 길로 잘 가신 님께서 설한 열반 적정으로 향한 길을 걸어라.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젊은 비구는 즉시 아라핫따 팔라를 성취하였다. 29) 설법장소 : 제따와나 수도원 30) 삼법인(三法印) : 법인(法印)이란 법의 표식(標識)이라는 말이다. 삼법인을 불교의 특징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불교의 깃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것은 불교를 다른 종교나 사상과 구별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이 된다. 삼법인은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일체개고(一切皆苦)의 형식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무상과 무아의 개념 속에 고(苦)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일체개고 대신에 열반적정(涅槃寂靜)을 넣어서 제행무상, 제법무상, 열반적정의 형식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