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얼굴..
캐리커쳐 작가인 다운증후군 은혜씨의 일상을 담은 다큐영화입니다.
그녀는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합니다.
그녀가 그려내는 세상은 바로 타인의 얼굴입니다.
수많은 이들을 만나 행복을 머금은 이들의 얼굴을 도화지에 담아냅니다.
그림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 그녀가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예쁘게 그려주세요"
사람의 얼굴엔 희노애락이 담겨있는 법이지만, 그녀는 그 중에서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을 끄집어내어 그림을 그리고는 그 그림을 건네줍니다..
그림을 받아든 이들마다 웃음을 머금고 행복에 젖어듭니다. 그림은 누군가에겐 큰 선물이자 위로가 됩니다.
은혜씨가 숱하게 그려낸 '니얼굴'은 사실 은혜씨 자신의 얼굴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까지 그녀가 견뎌내야만 했을 힘겨운 시간들 속에서 어쩌면 그녀는 자신 안에 있는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고 싶어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마음이 그림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 속에 투영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혜씨는 그렇게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유쾌하게 생을 만들어가고 있더군요.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영화 중간과 말미에 그녀의 그림은 춤으로 승화됩니다. 영화 말미에 폐공장에서 전시회를 여는데, 그녀는 자신의 그림들 앞에서 자유로운 춤을 춥니다.. 제게는 그녀의 춤이 그리스인 조르바의 자유의 춤과 오버랩되었습니다. 그녀의 춤은 세상을 향해 건네는 메시지이기도 했습니다. 장애인을 향한 편견적 시선과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차별적 관행들은 지금도 여전히 장애인들을 옥죄지만, 그런 현실의 두터운 편견과 차별의 벽을 가볍게 해체하며 자유로운 몸짓으로 저항하는 듯했습니다. 은혜씨의 춤은 곧 우리가 함께 추어야 할 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스크린에 가려진 그녀의 아픔도 있을겁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장애에 대한 편견이 여전합니다.
은혜씨 주변에 그녀를 응원하는 이들이 많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주목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대부분입니다.
영화밖 현실은 훨씬 비참하고 어두운 면들이 많습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우리 주변에 있는 장애인들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 비장애인의 눈에 다소 서툴고 투박해 보일수도 있겠지만 있는 모습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소통한다면 편견과 차별이 설 자리는 없게 될 것입니다.
장애인은 불쌍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린 누구나 예외없이 서로 힘을 주고 힘을 받는 벗이자 이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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