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개 건설사의 올 3분기까지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총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회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수익성은 낮고 미분양 리스크까지 감수해야 하는 도시정비사업에 몸을 사린 결과다.
그러나 4분기 이후에는 도시정비사업이 다소 활기를 띨 전망이다.
2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건수와 수주총액을 취합한 결과, 10대 건설사는 올들어 3분기까지 총 22건의 사업을 수주해 4조425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6건, 8조1천억 원에 비해 수주건수는 52%, 수주총액은 50% 감소한 수치다.
그 결과 올 3분기까지 ‘수주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곳은 대우건설(대표 박영식)이 유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 두 곳이 1조 클럽에 들었다.
삼성물산과 한화건설은 올들어 3분기까지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전혀 없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도시정비 사업을 한 건도 수주하지 않았다.
올들어 3분기까지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한화건설이었다.
한화건설(대표 김현중, 이근포)은 지난해 3분기까지 3건의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해 5천3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 3분기까지 단 1건의 수주도 없어 100%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산업개발(대표 정몽규)은 수주금액이 6천961억 원에서 980억 원으로 86% 감소했고, 대림산업(대표 김윤)이 81%, GS건설(대표 임병용)이 74% 줄었다. 이들 건설사는 올들어 도시정비사업을 단 1건만 수주했다.
현대건설(대표 정수현)이 수주액이 47% 줄었고 대우건설(대표 박영식)이 38%, 포스코건설(대표 정동화)이 31%, 롯데건설(대표 박창규)이 23%, SK건설(대표 조기행, 최광철)이 8%로 그 뒤를 이었다.
2009년 이후 수익성을 이유로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사실상 포기한 삼성물산(대표 정연주)은 지난해 12월 ‘래미안타운 조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초우성3차 재건축 사업을 수주한 뒤 올해 3분기까지 도시정비사업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이처럼 급감한 것은 부동산 경기 장기침체로 건설사들이 미분양이나 현금청산 같은 리스크를 감당할 여력이 없어 수주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는 곳은 차라리 수주하지 않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라 건설사들이 수익성 위주로 선별적인 수주를 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 노후 주택 밀집한 울산 재개발 구역(사진-연합뉴스,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
실제로 2011년 도시정비사업의 수익성 하락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인해 시공자 계약을 해지했던 상당수 조합들이 지금까지 새로운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민들은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8년 이전 막대했던 수익을 기대하지만, 건설사는 사업성 대비 리스크가 워낙 크다보니 자연스레 수주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그러나 4분기에는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고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국내 부동산 경기 개선기미를 보이면서 재개발 재건축시장에도 사업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사업장들이 속속 ‘시공자 선정총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들 역시 최근 몇 년 새 가장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대표적으로 시공자 선정을 앞둔 서울 서초구 소재 방배5구역과 동작구 흑서8구역, 그리고 경기도 소재 과천주공7-2구역과 성남신흥주공에는 각 구역별로 상위 10개 건설사 중 과반 이상이 입찰에 참가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천주공7-2구역에 집중하고 있으며 수주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말했으며, 대우건설 관계자도 “이미 올해 계획된 수주고는 올렸으나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에서는 2008년 이전처럼 수주전이 과열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10대 건설사의 수주전 참여는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4대강 사업 담합으로 이들 건설사 대부분이 관급공사 입찰이 제한된데다 해외공사도 원가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도시정비사업에 외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분양시장이 다소 살아나면서 분양을 성공리에 마친 곳들이 많아 이들 건설사가 추가 수주에 나설 여력이 생긴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도 비슷한 예측을 하고 있기에 최근 도시정비사업에 많이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4대강 등 외부에서 발생한 요인 역시 이같은 분위기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