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923 자주상회의 와즈디 무아와드 Wajdi Mouawad 작 최준호 역 신유청 연출의 그을린 사랑 Incendies
공연명 그을린 사랑
공연단체 마크 923 자주상회
작가 와즈디 무아와드(Wajdi Mouawad)
연출 신유청
공연기간 2019년 7월 11일~8월 10일
공연장소 올림픽공원 K아트홀
관람일시 7월 26일 오후 7시
올림픽 공원 K아트홀에서 마크 923과 자주상회 제작, 와즈디 무아와드(Wajdi Mouawad) 작, 최준호 역, 신유청 연출의 <그을린 사랑(Incendies)>를 관람했다.
와즈디 무아와드(1968~)는 레바논 출신 캐나다 작가로 퀘벡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 중이다.
원작은 연극이지만 <그을린 사랑>은 2011년에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루브나 아자발, 멜리사 디소르미스-폴린, 맥심 고데테, 레미 지라르드가 출연해 2011년 세계 10대 명화로 선정된 작품이다.
신유청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연출가로 활동하며 연극 <살인광대>, , <소리의 위력>, <빌라도 보고서>, <아내의 서랍>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2008년에는 거창연극제에서 <동물원 이야기>로 작품상 금상을 수상, 2016년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첫 번째로 시행한 비주얼쇼 공모 사업 Paradise Creative Move에서 <스트레인지 엘>로 최종 선정된 차세대 연출가다. 최근에는 두산인문극장 2019:아파트,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를 연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희곡 앙상디(incendie)는 “불꽃”이라는 의미다. 공연시간이 4시간 30분이나 되는 와즈디 무아와드(Wajdi Mouawad)의 원작을, 이번 공연에서는 3시간으로 줄여서 각색을 했고, 이태리에서는 영화제목을 <노래하는 여인>으로 스칸디나비아에서는 <나왈의 비밀>로, 영어권에서는 그을린(Scorched)으로, 세계 각국의 영화수입업자가 제각기 다른 제목을 붙여 상영했는데, 영어로 붙인 “그을린”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덧붙여 이 연극의 제목으로 삼았다.
이 연극은 레바논 내전이 배경이다. 레바논은 1943년에 독립한 이래 줄곧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교 세력 사이에 정권 쟁탈을 위한 갈등과 대립이 지속되고, 불균형 상태가 장기간 형성되었다. 이 극의 내용대로라면 1970년대에는 요르단에서 추방당한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이 레바논 남부지역에 난민촌을 건설하고 이스라엘과 무장투쟁을 벌일 시기이고, 팔레스타인 해방기구가 베이루트에 본부를 설치해 장기전에 돌입할 시기이지만, 작가는 3대를 잇는 가족사 50여 년간의 이야기인데, 초기 레바논 분쟁사태로 내용을 국한시켰다.
무대는 배경에 검은 커튼을 열어 올림픽 공원 안 조경된 수목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장면변화에 따라 커튼을 닫았다가 대단원에 다시 열어 놓는다. 길게 무대 좌우로 연결시킨 LED형광등 세 개을 천정으로부터 내리고 올리면서 장면변화에 따라 색상을 변화시키고, 무대에는 두껍고 고풍스런 탁자와 의자를 배치하고, 탁자를 일으켜 세우고 안쪽에 연기자가 꿇어앉아 기대기도 한다. 객석 앞이 동선으로 사용되고, 객석으로 내려오는 계단도 통로로 연출된다.
연극은 도입에 유언 집행인의 해설에서 시작된다. 이론수학을 가르치는 딸과 권투선수인 아들에게 유언 집행인이 어머니의 유서를 전달한다. 내용은 어머니 자신의 얼굴을 아래로 하여 나신으로 묻고 세 양동이의 물을 끼얹되, 비석을 세우지 말 것과 다만 아버지와 형을 찾아 유서를 전달한 후에 이름을 새긴 비석을 세우라는 내용이다. 아들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욕설을 퍼 붇고 뛰쳐나가고, 딸은 아버지와 오빠를 찾아 길을 떠난다. 향후 어머니의 일대기가 어린 시절, 성숙한 시절, 그리고 나이든 시절로 구분되어 세 명의 어머니가 출연하여 딸의 이야기와 함께 동시 다발적으로 무대 위에 구현된다.
어머니가 14세 처녀시절, 같은 또래의 남자의 아이를 배게 되니, 할머니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고, 아기를 낳자마자 딸을 집에서 내보내 수학과 글자를 배우는 곳으로 멀리 보낸다.
몇 년 뒤 어머니는 돌아와 죽은 할머니 무덤에 비를 세우고, 고아원으로 보내졌다는 아들을 찾아 떠난다. 그러다가 어머니는 반정부군 게릴라 여전사가 된다. 그리고 동료 여 전사에게 수학과 글자 그리고 노래를 가르친다. 그러나 얼마 뒤 어머니는 체포되어 옥에 갇힌다. 감옥에서 어머니는 고문기술자이자 형리에게 능욕당하고, 임신해 남매쌍둥이를 낳는다. 그러나 쌍둥이 역시 다른 사람에게 보내져 성장한다.
딸은 수소문 끝에 이러한 어머니의 모든 것을 밝혀내고, 어머니가 <노래하는 여인>이라 불리어졌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어머니가 감옥생활을 했을 당시 옥에서 청소를 하던 인물과 그 인물의 소개로 100세가량 된 노인도 만나게 된다. 노인에게서 딸은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어머니는 죽기 전까지 한마디의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까닭은 어머니가 애타게 찾던 아들이 바로 자신을 능욕한 형리였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말을 잊었다는 것이다.
딸은 동생을 전화로 부른다.
한편 사람을 총 쏘아 죽이고 죽은 인물의 시신을 촬영하는 인물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등장한다. 이 인물이 바로 고문기술자이자 형리였던 것이 들어나고, 사령관 앞에서 남매는 이 인물과 대면하게 된다.
아버지이자 형인 인물에게 남매는 유서를 전달한다. 유서의 내용은 아무리 밉고 증오의 대상이라도 다시 만나면 서로 이해하고 관용하고, 사랑하라는 감동적인 내용이다.
대단원에서 남매는 어머니의 무덤에 비석을 세우고 어머니의 이름을 새겨 넣는 장면과 늙은 어머니가 등장해 유서 내용을 읊조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남명렬이 유언집행자 겸 해설자와 100세 노인, 이주영이 어머니, 이원석과 이세인이 남매, 송희정, 이진경, 우범진, 하준호, 백석광이 1인 다 역으로 출연한다. 출연자들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설정과 감정표현이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만 큰 극장에서 일부 연기자의 속삭이는 듯싶은 대사가 전달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고, 연극전개에 따른 장소변화와 시간변화가 동일한 무대에서 똑같은 동 선으로 3시간 동안 연출되기에 내용전달에 무리가 있다.
프로듀서 김보람, 조명디자인 강지혜, 음악 음향 지미세르, 무대감독 박영규, 조명오퍼 전현우, 조명팀 김병희 정호진 박병철, 조명오퍼 천현우, 프로덕션 디자인 이 샘, 사진 김윤희, 영상 김학진, 매니저 이경욱 등 스젭진의 기량이 드러나, 마크 923과 자주상회 제작, 와즈디 무아와드(Wajdi Mouawad) 작, 최준호 역, 신유청 연출의 <그을린 사랑(Incendies)>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고 평하겠다.
7월 26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