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마치 여론 조사하시듯이 제자들에게 물으셨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18절). 그러자 제자들은 “어떤 사람은 침례 요한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엘리야, 어떤 사람은 옛 선지자 중 한 사람이 살아났다고 합니다”라고 답하였습니다(19절). 사실 침례 요한은 그 당시에 사람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던 선지자였고, 엘리야는 구약시대의 대표적인 선지자입니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본다면 예수님을 향한 이러한 평가는 엄청나게 좋은 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분이시기에 전혀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현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예수님은 4대 성인(聖人) 중 한 사람으로 여겨지거나, 위대한 선생님으로 여겨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피조물인 인간 중의 어떤 훌륭한 인물로는 비교할 수 없는 전능하신 하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다시 묻습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20절). 다른 사람들이야 좀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예수님의 제자들까지도 예수님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큰일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베드로가 나서서 “하나님의 그리스도시니이다”라고 답합니다(20절).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는 마태복음 16:16에서는 “시몬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즉 예수님은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셔서 영생으로 인도하는 구원자, 메시아이시며, 우리를 주관하시는 만왕의 왕, 창조주이신 주님이라고 고백한 것입니다. 베드로의 고백은 완벽한 답변이었습니다. 그래서 마태복음에서는 이런 답변을 한 베드로에게 “네가 복이 있도다”라고 칭찬하십니다(마 16:17).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구원자(Savior)이시며, 주님(Lord)이십니다.
이런 답변을 한 제자들에게 이 중요한 진리에 대해 함구(緘口)하라고 말씀하십니다(21절).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 의해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였다가 3일 후에 다시 살아나야 할 것이라며 예수님의 대속(代贖) 사역에 관해 언급하셨습니다(22절). 예수님께서 자신의 대속 사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신 것은 첫 번째였습니다. 베드로의 완벽한 답변을 듣고,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로서 이루실 구속(救贖) 사역에 대해 제자들에게 언급하셔서 그 일을 대비하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주님의 대속 사역을 대할 때 제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23절부터 26절까지 말씀해 주시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그리스도요, 하나님의 아들로 따른다면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23절). 자기를 부인한다는 것은 자기의 의지와 생각, 주장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단순히 고통과 고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 십자가를 지는 것은 죄인이 자기가 달릴 십자가를 짊어지고 사형 집행 장소까지 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젠 전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삼아 주님의 말씀에 따라 전적으로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야 함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고, 예수님을 위해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24절, 25절).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라면, 온 생명을 바쳐 주님을 따라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주님으로 인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과 그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말 것을 당부하십니다(26절).
27절 말씀은 조금 난해(難解)한 구절이기도 합니다. 제자들 중에는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를 볼 자들도 있다는 말씀인데, 여기에서 언급하는 “하나님의 나라”가 무엇일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본다는 것을 예수님의 재림(再臨)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예수님의 재림은 실현되지 않았고, 예수님의 제자들은 이미 모두 죽었으니 말입니다. 27절의 말씀과 같은 내용의 말씀은 마가복음 9:1에도 나오는데. 마가복음에서는 “또 그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기 서 있는 사람 중에는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을 볼 자들도 있느니라 하시니라”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누가복음에 나오는 “하나님의 나라를 볼 자들”, 그리고 마가복음에 나오는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을 볼 자들”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신학자들은 이 말씀 바로 뒤에 나오는 변화산에서 영광의 모습으로 변모(變貌)하신 예수님이라고 보기도 하고, 예수님의 부활로 보기도 하며, 오순절에 성령이 강림하여 교회가 탄생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제 개인의 생각으로는 성령의 강림과 함께 교회가 세워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하나님의 나라가 교회를 통해서 이 땅에 세워져 가기 때문입니다. 어떤 제자들은 조금 일찍 순교하여 목숨을 잃기도 하지만, 교회가 예루살렘부터 시작하여 아시아와 로마까지 생겨나는 놀라운 모습을 보는 제자들도 있었기에 이러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대속 사역을 이루셨는데, 이로 말미암아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많아지고, 교회를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제자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셔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시길 원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위해 구원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면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켜 나가야 할 사명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 일에 쓰임 받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