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서 빅쓰리로 꼽히는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는 모두 훌륭한 장점을 지닌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있어서 한나라당은 대안의 희망을 품게 한다. 열린당을 보라. 기껏해야 정동영, 김근태, 유시민, 이해찬 등인데 도대체 ‘대통령깜’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없다.
나는 내심 더 호감을 지닌 분이 있지만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중에서 누가 한나라당 대선 주자가 되든 공정한 경선으로 한 분이 선출되면 기꺼이 응원할 마음이 있다. 세 분 모두 ‘대통령깜’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부자다.
그런데 요즘 밑에서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면 한심하다. 유력한 대표 후보들이 닭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으이그, 한심한 인간들…’하는 욕 밖에 나오지 않는다.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같은 걸출한 인물들이 없다면 한나라당을 지지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소장파로 분류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소장파와 잘 어울려 다니던 박계동씨가 아주 웃기는 발언을 했다. “디제이 치매 발언을 한 전여옥은 최고위원 되면 안 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박계동이 한나라당에서 나가 줬으면 좋겠다. 박계동이 여태까지 한 일이 뭔가?
반면 전여옥 의원은 야당 의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열심히 했다. 가끔 거친 표현을 사용해서 노빠 매체로부터 이지메를 당하곤 했지만, 전여옥 의원이 한 말의 주제 중에서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본다.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서 정부 여당의 부조리와 싸워야 할 때 전여옥 만큼 열정적으로 몸을 던진 의원이 있는가? 어영부영 웰빙 의원들은 떠오르는데, 싸워야 할 때 싸운 의원은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박계동 의원의 ‘전여옥 의원은 안 된다’는 발언은 조선닷컴에 나와 있는데 기사댓글에 이런 게 있다.
sojingood님-“개동아 니 친구들 많은 잘못열린당으로 가라. 너같은 기회주의자에겐 미래가 없다.. 집밖에 나가면 입도 못여는 문열아 같은놈 ,, 꼭 집에서만 헛소리 해요. 니 지난 선거때 뭐했어?”
bi471225님-“박계동아 너나 잘 하세요. 행사장 마다 댕기면서 술 빨면서 말썽이나 부리는 그대 보다는 전여옥이 당에 충성도와 기여도는 당신의 열배도 넘는다.술만 들어갔다 하면 꼭 한건씩 사고 쳐셔 표나 깨는 너나 잘 하세요.”
lkt1님-“저XX가 바른말 한 동료한테 지럴이여 노벨상하고 국민세금1조하고 바꾼 놈 욕한 게무슨 잘못이여?너나 바로 탈당해라”
yskwon46님-“박계동 의원 당신이나 잘하세요. 전여옥 의원 반만큼만 하세요. 이런 사람 다음에 한나라당은 공천하지마세요.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런 사람이 한나라당에 있는 한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습니다.”
좀 걸죽한 표현들도 있지만 하나 같이 주옥같은 애국충정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장파 의원 57명이 모여서 권영세 의원을 밀어주기로 힘을 모았다고 한다. 미국영화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며 욕하는 장면을 보았던 기억이 퍼뜩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 인간들이 언제 노무현 정권과 열린당의 부조리 독선과 맞서 싸울 때 저렇게 모여서 진지한 토론을 하고 의견을 하나로 모아서 관철시킨 적이 있는가? 내가 과문해서 그런지 몰라도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누가 그런 사례 알고 있으면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다.)
만일 박근혜 의원이 대표였을 때 소장파처럼 세력을 따로 규합하여 어떤 뜻을 관철시키려 했다면 소장파가 과연 침묵했을까? 십중팔구, 난리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계보정치한다! 과거로 회귀한다! 구태정치다!” 라고 주접을 싸면서.
이번 5.31지방선거에서 부산의 모 국회의원 동생은 구청장 공천 희망자에게 충성서약서를 요구했다고 한다. "의원님의 차기 총선은 확실하게 제가 책임지고 치를 것입니다. 향후 4년간 의원님 사무실 운영은 재정 포함 전부 책임지고 맡겠습니다. 구청행정에 관해 의원님께 주 1회 보고하고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향후 어떤 경우도 의원님 허락없이 조직화 사업을 하지 않겠습니다"하는 더러운 충성서약서.
그런 서약서를 요구한 국회의원이 누군가? 소장파를 이끄는 P의원의 지역구인 부산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는데, 소장파는 왜 꿀 먹은 벙어리였는가? 박근혜 대표가 직접 관계되지 않은 공천비리를 들먹이며 대표의 책임을 거론했던 소장파의 도덕적 기준에 의하면, 공천비리에 직접적으로 관계가 된 국회의원의 책임은 당연히 거론해야 앞뒤가 맞지 않을까? 당 지도부의 권력을 뜯어먹겠다는 탐욕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깨끗해져야 한다는 개혁의식이 너무나 투철했기에 공천비리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대표에게 책임을 물었다면, 저런 개같은 서약서를 요구한 동생의 형인 국회의원의 책임도 당연히 엄중하게 물었어야 하는 것이다.
어영부영 웰빙 기회주의로 일하며 지도부에 태클이나 걸다가 합종연횡 꼼수를 바탕으로 당내 권력을 먹겠다고 나서는 소장파의 자세는 추하게 보인다. 소장파는 7월 전당대회에서 권영세 의원을 밀어주기로 힘을 모은 모양인데, 그렇다. 권력을 먹을 때에는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교활한 정치모리배들의 비겁한 악취가 물씬 풍긴다.
나는 전여옥 의원처럼 당당한 소신으로 일하고 당당하게 홀로 나가서 심판을 받겠다는 자세가 멋있게 보인다. 전여옥 의원이 되어야 한다, 되지 말아야 한다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되든 안 되든 그런 당당함은 담백해서 좋게 보인다는 것이다. 소장파는 “계보정치, 줄 세우기 정치는 틀렸다”고 소리쳐왔으면 그 소리를 엄숙하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당 대표가 그런 경향을 보이면 '불륜'이고 당신들이 그런 처신을 하는 것은 '로멘스'라는 거야? 그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