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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다시 제가 명령했습니다. 이 초고를 세배로 분량을 불려서 다시 쓰고 극적인 긴장감을 높이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은 글을 만들어 줍니다. 이걸 다시 각 파트마다 더 세분화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명령을 하면 또 그렇게 써 주겠습니다. 어차피 허구를 기반으로하여 거기에 담고 있는 작가 정신만 가짜세계와의 치열한 싸움과 승리, 그리고 진정한 인간성 회복이라는 주제로 맞추면 가치 있는 소설이 되겠지요?
그런데 수필은 불가능하겠지요. 소재 부터가 참이어야 하니 허구를 창작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내가 체험한 팩트에서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서사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가능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새로운 서사는 수필영역에서 작가가 창작한 것이 아니고 AI가 창작한 것이 되지 않겠는지요? 작가가 AI에게 방향을 명령해서 AI가 대필로 창작한 것이니 작가의 창작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일반 산업사회에서도 설계자와 시공자가 다르면 각각 구별해서 표현하니 작가의 체험과 경험적 사실에 입각하여 작가가 지시하는 설계에 따라 AI가 시공한 것을 다시 작가가 재 점점하고 퇴고하여 쓴 작품이다고 표현해야 되지 않을까요? 고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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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가짜 옹고집전
1. 인색한 빌딩주의 대저택
-붉은 벽돌 대저택과 철통같은 통제
대구 수성구의 고급 주택가 이면도로, 철제 대문이 굳게 닫힌 3층짜리 붉은 벽돌 대저택은 동네에서 ‘요새’로 통했다. 이 집의 주인은 올해 나이 예순둘의 옹만복 회장. 세칭 ‘수성의 구두쇠’로 악명 높은 그는 이 지역 일대에 3층짜리 대형 상가 건물을 비롯해 알짜배기 부동산을 여럿 거머쥔 자산가였다. 하지만 그의 삶은 화려한 부(富)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저택의 마당은 손수 잡초를 뽑아 관리하는 통에 잡동사니 하나 없이 삭막했고, 값비싼 조명 대신 해가 지면 곧바로 현관 센서등마저 꺼버릴 정도로 철저한 절약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그의 아침은 감성적인 새소리가 아니라, 최첨단 프롭테크(Proptech) 시스템이 쏘아 올리는 냉혹한 알림 폭탄으로 시작되었다.
안방의 최고급 전동 침대 위에서 옹만복은 날카로운 알림 진동 소리에 눈을 떴다.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하자마자 자산 관리 AI 에이전트가 보낸 실시간 브리핑이 밀려들었다.
[시스템 알림] 세입자 '청년 카페' 월세 3일 연체. 연체 이자 2만 3천 원 청구 완료.
[자동 최적화 알고리즘] 오늘 주변 상권 유동인구 1.4% 증가 감지. 인근 상가 대비 임대료 및 광고비 단가 5% 인상 요망.
"쯧, 요즘 애들은 악착같이 살 생각을 안 하고 아침부터 커피나 마셔대니 원."
옹만복은 혀를 차며 코웃음을 쳤다. 그는 청년 카페 사장이 젊은 나이에 대출을 껴서 가게를 차렸다는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단 하루의 유예도 용납하지 않았다. 지각이나 연체는 곧 나태함이며, 타인의 나태함이 자신의 자산을 갉아먹는다고 믿는 성격이었다.
그가 이 거대한 자산을 일구기까지는 젊은 날의 독기와 수많은 배신, 그리고 악착같은 축재(蓄財)의 세월이 있었다. 남들이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동네 어르신들이 연말연시 불우이웃 성금을 내달라고 찾아와 문을 두드려도, 옹만복은 인터폰 너머로 "내 돈은 내가 피땀 흘려 맨땅에 헤딩하며 번 거요! 남의 주머니를 털어 선심 쓰려 하지 마소!" 하며 매몰차게 문전박대하기 일쑤였다.
그의 인색함은 타인에게 더 가혹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의 곁을 지키며 운전기사이자 비서, 때로는 허드렛일의 하인처럼 부려진 김 과장이 대표적이었다. 김 과장은 눈보라가 치나 폭우가 쏟아지나 옹만복의 수족이 되어 움직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최저임금 턱걸이에 간신히 맞춘 박봉과 끝없는 잔소리뿐이었다. "김 과장, 최저임금 올려준 게 어디야? 요즘 세상에 이만큼 안정적인 일자리가 어디 있다고 배부른 소릴 해." 옹만복은 김 과장을 향해 언제나 그렇게 선을 그었다.
그토록 주변을 쥐어짜며 모은 돈으로 그가 누리는 유일한 낙은 따로 있었다. 낮에는 인색함으로 욕을 먹을지언정, 밤이 찾아와 대저택의 모든 문을 빗장 지르고 지하 홈시어터 룸으로 내려가는 순간만큼은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거대한 스크린에 띄워진 금융 앱의 자산 잔고, 수십 개의 계좌에 찍힌 숫자들이 실시간으로 불어나는 것을 감상하는 것. 그 푸르스름한 계좌 잔고의 불빛만이 옹만복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고 사랑하는 절대적 진실이자 구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그 차가운 숫자에 집착할수록, 그의 주변에는 사람의 온기라곤 털끝만큼도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차가운 고립이야말로, 곧 다가올 거대한 재앙의 가장 완벽한 토양이 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2. 완벽한 도플갱어의 등장
- 심야의 서재와 요란한 침입자
깊은 밤, 대구 수성구 대저택의 3층 서재. 오직 홈시어터의 푸르스름한 불빛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옹만복 회장은 독수리 타법으로 부동산 자산 장부의 엑셀 시트를 꼼꼼히 검토하며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1층 거실 쪽에서 철컥거리는 도어락 해제음과 함께, 평소에는 들릴 리 없는 요란한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밤중에 도둑놈이 들었나? 경비 시스템이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야!"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옹만복은 짜증 어린 눈으로 서재 문을 벌컥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하지만 1층 현관문 앞에 다가간 순간, 그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극심한 공포에 휩싸였다. 현관 센서등의 노란 불빛 아래, 자신과 머리카락 한 올, 입고 있는 홈웨어의 주름 하나, 심지어 왼쪽 눈썹 아래의 작은 흉터까지 완벽하게 일치하는 남자가 서 있었던 것이다.
"니… 니는 누구고?! 내 집에 숨어든 새끼가 미쳤나!"
옹만복은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그 남자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롭고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마저 옹만복 자신의 것과 완벽하게 똑같았다.
"내가 진짜 옹만복이고, 네가 거울에 비친 가짜다."
"미친 소리 하지 마라! 내가 평생을 일군 이 집의 진짜 주인인데 어디서 날강도 같은 사기꾼이 와서 사칭이고! 당장 경찰에 신고한다!"
옹만복이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려 하자, 가짜는 코웃음을 치며 주머니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대저택의 통합 사물인터넷(IoT) 관리 앱을 몇 번 터치했다.
삐비빅— 탁!
놀랍게도 현관에 설치된 최첨단 지문 인식기와 홍채 인식기가 일제히 녹색 불을 깜빡이며 가짜를 향해 기계음을 내뱉었다.
[시스템 안내] 관리자 인증 완료. 주인님, 환영합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어떻게 내 집의 스마트락이 저런 놈을 인식해!"
가짜는 옹만복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며 비웃음을 흘렸다.
"세상에 눈에 보이는 게 다 진실인 줄 아나, 영감? 요즘 세상에 열쇠나 지문이 무슨 소용이야. 네가 스마트폰으로 대출 앱을 쓰고, SNS에 자산가랍시고 은근히 자랑하며 흘렸던 수많은 생체 데이터와 음성 샘플은 이미 다크웹에 널리고 널렸어. 최신 AI 음성 합성 뉴럴 네트워크와 딥페이크 홀로그램 기술 하나면, 나도 너고 너도 네가 되는 시대야. 법적으로도, 디지털 세상에서도 이 집의 주인은 나야.“
그 치명적인 도발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무렵, 1층 복도 끝에서 소란을 듣고 대저택의 전속 집사 겸 운전기사 김 과장과 야간 경비원이 황급히 달려왔다.
옹만복은 구세라고 만난 듯 김 과장의 팔을 덜덜 떨며 붙잡았다.
"김 과장! 네가 눈이 있으면 똑바로 봐라! 저놈이 가짜야! 내 얼굴을 하고 내 목소리를 흉내 내는 악질 사기꾼이라고! 당장 경찰에 저놈을 묶어놔!"
하지만 옹만복의 기대와는 달리, 김 과장의 표정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김 과장은 옹만복을 밀쳐내고는, 오히려 가짜 옹만복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깊숙이 숙였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안에서 소리가 나기에 별일 없으신가 했습니다. 왜 저런 미치광이 노인이 행패를 부리게 두셨습니까? 당장 쫓아내겠습니다."
"뭐?! 김 과장, 미쳤어? 내가 진짜 옹만복이라니까! 왜 저런 놈한테 굽신거려!"
옹만복이 분노로 목이 터져라 소리쳤지만, 가짜 옹만복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표정을 싹 바꾸었다. 그는 눈가에 억지로 눈물을 글썽이며 가증스러운 연기를 시작했다.
"저 미치광이 노인이 며칠 전부터 내 막대한 재산을 노리고 집 주변을 배회하더니, 결국 이런 대담한 사기를 치네요. 내가 온종일 사업 건으로 시달리다 들어왔더니 이런 날벼락이… 저 가짜 놈을 당장 밖으로 끌어내서 경찰에 넘겨주세요!"
"예, 회장님! 당장 처리하겠습니다!"
경비원들은 가짜 옹만복의 지시에 즉각 반응했다. 그들은 진짜 옹만복의 사정사와 울부짖음을 무시한 채, 그의 양팔을 무자비하게 낚아채 현관문 밖으로 끌고 갔다.
쿵!
차갑고 매서운 야심(夜深)의 아스팔트 바닥 위로 옹만복은 맨발인 채로 나뒹굴었다. 뒤에서 대저택의 거대한 철문이 묵직한 마찰음을 내며 닫혔고, 그의 집이었던 곳의 센서등은 차갑게 꺼져버렸다. 홀로 밤거리 내동댕이쳐진 옹만복의 입에서 억울함과 허탈함이 뒤섞인 절규가 터져 나왔다.
3. 길거리로 내몰린 '가짜’
-차가운 공공기관과 디지털 장벽의 칼날
대저택에서 쫓겨난 옹만복은 맨발에 가까운 차림으로 찬 새벽 공기를 가르며 인근 파출소와 경찰서로 내달렸다. 하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첨단 치안 시스템의 무서운 냉정함이었다.
경찰서 민원실의 형광등 아래, 담당 경찰관은 옹만복의 헝클어진 머리와 피투성이가 된 손을 훑어보더니 한숨을 쉬며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어르신, 진정하시고 주민등록증이나 신분을 증명할 만한 걸 가져오시든가요. 아, 조회해보니까 신분증뿐만 아니라 주민등록증 분실 신고가 이미 접수되어 있네요? 그것도 방금 전에, 자택 안에서 직접 스마트폰으로요. 게다가 이미 정부24와 국세청 홈택스 데이터베이스상에도 저 수성구 대저택의 실소유주는 집 안에서 안락하게 휴식을 취하고 계신 옹만복 회장님 한 분으로 완벽하게 등록되어 있습니다. 생체 인증이요? 현관에 설치된 최신형 홍채 및 지문 인식 시스템 데이터와 방금 원격 대조한 결과까지 백 프로 일치하는데요?"
"아니, 그건 그놈이 AI 기술로 내 생체 데이터를 해킹해서 조작한 거라고요! 내 얼굴을 똑바로 봐라, 주름 하나까지 이래가 똑같은데 내가 진짜 옹만복이야!"
경찰관은 어이없다는 듯 팔짱을 끼며 차갑게 선을 그었다.
"증거를 가져오세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입니까? 눈으로만 봐서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는 초정밀 딥페이크와 AI 홀로그램의 시대입니다. 말로만 ‘내가 진짜’라고 우기시면 저희로서는 법적 디지털 명의를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 억울하시면 민사소송을 제기하시든가 하세요.“
경찰서 문을 밀쳐내고 나온 옹만복은 다급히 공중전화나 편의점을 찾아가려 했지만, 지갑조차 들고 나오지 못한 맨몸이었다. 겨우겨우 길거리의 무인 단말기나 스마트폰 대리점을 찾아가려 했으나, 이미 모든 것은 늦어 있었다. 자신의 스마트폰을 빌려 모바일뱅킹 앱에 접속하려던 순간, 화면에는 붉은색 경고창이 난무했다.
[보안 경고] 5회 이상 비밀번호 오류 및 단말기 소유자 변경 감지. 명의자의 요청에 따라 모든 계좌의 모바일 인증서가 재발급 및 동결되었습니다. 고객센터로 문의하세요.
전 재산이 담긴 수십 개의 은행 계좌, 주식 계좌, 부동산 임대 수익금 통장까지. 평생을 피땀 흘려 모아 디지털 서버에 안전하게 가둬두었다고 자부했던 그의 모든 자산은, 단 몇 초 만에 가짜 옹만복의 손아귀로 완전히 넘어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철옹성이 되어 버렸다. 디지털 세상에서 옹만복이라는 존재는 완전히 지워졌고, 오히려 진짜인 그는 법과 시스템의 눈에는 ‘위험한 사기꾼 및 주거 침입자’로 낙인찍혀 있었다.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옹만복은 찬바람이 불어오는 동네 근린공원의 구석 벤치에 주저앉았다. 밤새 내린 이슬에 젖어 서늘한 나무 의자 위에서, 그는 평생 처음으로 소리 내어 통곡했다. 지나다니는 동네 주민들과 상인들이 그를 흘끔거렸지만, 어느 누구도 다가와 손을 내밀거나 안부를 묻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옹만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들에게 단 한 번도 따뜻한 미소를 지어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명절이면 상인들의 임대료 인상 통보를 일삼았고, 불우이웃 성금 모금함이 오면 눈을 흘기며 문을 닫아걸었으며, 동네 어르신들의 인사를 본체만체 무시하며 철저하게 계산적으로만 살아왔다.
"내가… 내가 왜 그렇게 살았을까…"
옹만복은 거친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으슬으슬 떨었다. 통장 잔고의 숫자가 늘어날 때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았지만, 그 숫자들이 사라지고 허울뿐인 지위가 무너진 순간, 그의 곁에는 믿고 손을 잡아줄 인간관계가 단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았다.
'돈만 아끼며 살았지, 나를 진심으로 믿어줄 사람 하나 만들지 못했구나. 내가 쌓은 부는 결국 나를 지켜주기는커녕, 나를 완벽하게 고립시킨 차가운 감옥에 불과했어.'
차가운 공원 바닥에서 맨발로 부르튼 발을 감싸쥔 채, 옹만복의 눈에서는 후회의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절망의 끝에서, 고전 소설 속 도사가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현대의 구원자가 그의 앞에 서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4. 도사 대신 나타난 '보안 전문가'
-공원의 어둠과 디지털 감시망
동네 근린공원의 차가운 철제 벤치. 밤 깊은 시각, 가로등 불빛마저 파르르 떨리며 꺼져가는 그늘 아래에 옹만복은 나락으로 떨어진 채 웅크리고 있었다. 스마트폰은 이미 접근이 차단되었고, 그가 가진 것은 맨발과 찢어진 옷가지뿐이었다.
바로 그때, 척후병처럼 고요한 공원의 보도블록 위로 또박또박 구두굽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옹만복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 혹시라도 자신을 쫓아온 가짜 옹만복의 사기 조직 일당이거나, 자신을 노숙자 취급하며 쫓아낼 경비원일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하지만 그 소리의 주인공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았다.
어둠을 뚫고 걸어온 사람은 말쑥한 다크그레이 정장 차림에, 한 손에는 최신형 태블릿 PC를 든 젊은 여자였다. 고전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던 신비로운 도사나 방랑승 대신, 이 시대의 진짜 구원자인 화이트해커 출신의 디지털 포렌식 보안 전문가 한주영이 그 앞에 멈춰 섰다.
주영은 태블릿 화면을 빠르게 터치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옹만복을 아래위로 훑었다. 그녀의 주변 공기마저 차가운 디지털 회로처럼 예리하게 느껴졌다.
"옹만복 씨, 맞으시죠? 시간 없습니다. 그쪽을 노리는 조직이 생각보다 훨씬 거대하고 치밀합니다."
주영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가짜가 뿜어내던 위선과 달리 긴장감과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옹만복은 멍한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당신… 누구쇼? 내 이름은 어떻게 아는 거요?"
주영은 주변을 한 번 매섭게 둘러본 뒤, 목소리를 낮추며 속사포처럼 진실을 쏟아내었다.
"지금 집을 가로챈 저 자는 단순한 사기꾼이 아닙니다. 국제적인 고도화된 뉴럴 네트워크 기반의 AI 딥페이크 및 생체 데이터 해킹 범죄 조직과 결탁한 프로 조종자예요. 저들은 몇 달 전부터 당신이 상가 건물 관리용으로 쓰던 스마트락 시스템의 취약점을 파고들었고, 당신이 SNS나 공공 포털, 각종 계약서에 무심코 흘렸던 음성 샘플, 홍채 정보, 걸음걸이 모션 데이터를 스캔해 다크웹에서 완벽한 가짜 ‘디지털 트윈’을 조립해 낸 겁니다. 법적 신분과 디지털 인증을 완전히 통째로 갈아치운 고도의 첨단 탈취극이에요!"
옹만복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자신의 평생을 지탱해주던 부와 철옹성 같은 방어막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상의 데이터 조각들에 의해 순식간에 해체되었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 났기 때문이다.
-구원의 대가로 제시된 터무니없는 조건
절망의 국경에서 옹만복은 마지막 남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영의 정장 옷자락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내 평생을 바쳐 모은 재산이고 내 진짜 인생입니다. 저 미치광이한테 다 뺏기고 이대로 죽을 순 없습니다. 내 인생을 돌려주십시오!"
눈물범벅이 된 노인의 애원에, 주영은 주머니에서 작고 매끈한 티타늄 재질의 USB 메모리 하나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어 보였다.
"객관적인 법적 명의와 정부 데이터베이스상으로는 이미 저놈이 '진짜'로 완벽하게 등재되어 있어서, 지금 당장 경찰에 가도 영장을 받아내기 힘듭니다. 하지만 ‘디지털 진실’은 속일 수 없죠. 저놈이 조작하지 못한 단 한 가지 결정적 증거가 여기에 들어 있습니다."
희망의 불꽃이 옹만복의 눈에 번뜩였다. 하지만 주영의 입꼬리가 비틀어지며 이어진 말은 그의 숨통을 조여왔다.
"물론, 제가 움직이는 데는 공짜가 없습니다. 제가 당신의 모든 자산과 신분을 원상복구 해드리는 조건으로… 딱 한 가지 보상을 청구하죠."
"보상이라니요? 돈이요? 원하시는 만큼 드리겠습니다! 몇 억이든… 아니, 수십 억이라도 주식 계좌를 찾는 즉시…"
주영은 고개를 가저으며 차갑게 웃었다.
"돈 따위엔 관심 없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따로 있어요. 첫째, 당신이 소유한 3층짜리 대형 상가 건물의 명의 중 지분 50%를 즉시 제 명의로 무상 증여할 것. 둘째, 그 건물 1층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청년 카페'의 밀린 월세를 전액 탕감하고, 앞으로 10년간 임대료를 단 1원도 받지 않는 공익 임대 계약서에 서명할 것."
"뭐… 뭐라고요?!"
옹만복은 경악하며 뒤로 넘어갈 뻔했다. 전 재산을 되찾아주는 대가로 알짜배기 빌딩의 절반을 떼어달라는 것도 모자라, 평생 눈에 가시 같던 청년 카페에 10년 동안 월세를 한 푼도 받지 말라니! 그것은 그의 뼛속까지 박힌 인색함과 자존심을 정면으로 찢어발기는 가혹한 조건이었다.
"아니, 그건 너무 과하잖소! 내 평생을 갈아 넣은 건물인데 절반을 내놓으라니…!"
주영은 태블릿 PC 화면을 툭 덮으며 돌아설 채비를 했다.
"과해요? 그럼 계속 이 아스팔트 바닥에서 맨발로 노숙자로 사시든가요. 저 사기 조직이 해외로 자산을 세탁해서 튀는 데는 앞으로 딱 이틀밖에 안 남았습니다. 이틀 뒤면 당신 통장에 남는 건 0원짜리 파산 통지서뿐일걸요? 선택은 자유입니다."
"잠깐…! 기다려요!"
주영의 구두 소리가 멀어지려 하자, 옹만복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 다급하게 외쳤다. 재산을 모조리 잃고 길바닥에서 비참하게 늙어 죽느니, 차라리 반 토막이라도 건져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낫다는 비참한 깨달음이 머리를 스쳤다.
옹만복은 부르튼 입술을 떨며 사정하듯 목소리를 짜냈다.
"알았소… 알겠다고요! 그 조건… 전부 수락할 테니까, 제발 저 도둑놈의 새끼를 지옥으로 끌어내려 줘요!"
주영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USB 메모리를 옹만복의 손바닥에 꾹 쥐어주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옹만복의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5. 진짜와 가짜의 판가름
-빌딩 1층 로비의 북적임과 위선적인 스포트라이트
다음 날 오전 10시. 대구 수성구 옹만복 회장의 3층 대형 상가 건물 1층 로비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반짝이는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경제지 기자들과 마이크를 든 방송사 카메라맨들, 그리고 "저 빌딩의 악덕 구두쇠 영감이 드디어 철이라도 들었나 보다"라며 수군거리는 동네 주민들과 세입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로비 중앙에 마련된 임시 무대 위에는 가짜 옹만복이 서 있었다. 그는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은 말끔한 슈트 차림으로, 입가에 세상 가장 자비롭고 인자한 미소를 매달고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그의 목소리는 대형 스피커를 타고 로비 전체를 부드럽게 울렸다.
"여러분! 제가 그동안 수많은 오해를 받으면서도 피땀 흘려 모은 이 막대한 재산의 상당 부분을, 오늘 이 자리에서 과감히 사회에 환원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쓰고자 합니다!"
주민들 사이에서 박수갈채와 함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아이고, 저 영감이 환갑이 넘더니 진짜 철이 들었나 보네."
"청년 카페 월세까지 꼬박꼬박 올리던 양반이 기부를 다 하다니, 세상에 교우지변이 따로 없구먼!"
무대 위에서 가짜 옹만복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완벽한 딥페이크 연출과 철저한 언론 플레이로 영감의 재산을 완전히 합법화하고, 이날 오후 곧바로 해외로 도피할 완벽한 마스터플랜의 정점이 바로 지금이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기부 협약서에 서명을…"
가짜 옹만복이 만년필을 치켜들며 화려한 선언을 이어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지지직— 치이익!
로비 벽면을 채우고 있던 대형 초고화질 전광판 화면이 날카로운 노이즈 음과 함께 순식간에 꺼졌다. 이어 사방의 스마트 조명이 붉은색 경고등으로 깜빡이며 로비 전체의 공기를 한순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당황해 웅성거릴 때, 자동 유리문이 스르륵 열리며 두 사람이 로비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한 손에는 최신형 태블릿을 든 보안 전문가 한주영, 그리고 그 옆에는 어제 밤거리에 내동댕이쳐졌던 진짜 옹만복이었다. 옹만복의 행색은 초라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불길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거짓말 마라, 이 사악한 도둑놈의 새끼야!"
옹만복이 목이 터져라 고성을 지르며 무대 쪽으로 돌진했다. 로비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무대 위의 가짜 옹만복은 찰나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이내 수십 년간 다져온 연기력과 철면피를 발동해 순식간에 자신의 표정을 분노와 억울함으로 뒤덮었다. 그는 마이크를 쥔 채 사정없이 고함쳤다.
"저 미치광이 노인이 또 나타났어! 당장 저 상종 못 할 사기꾼을 끌어내지 못해? 보안팀! 경찰! 뭐 하는 거요, 저 가짜를 당장 밖으로 처내지 않고!"
건물 사설 경비원들이 허겁지겁 달려와 진짜 옹만복의 앞을 가로막았다. 위기의 순간, 보안 전문가 한주영이 앞으로 성큼 걸어나와 그녀가 들고 있던 태블릿을 무대 중앙의 메인 송출 서버에 번개처럼 연결했다.
-조작할 수 없는 디지털 진실의 폭발
쾅!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대형 전광판에 불이 들어왔다.
전광판 화면에는 일반인들은 눈을 씻고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뉴럴 네트워크 소스 코드와 함께, 두 사람의 생체 반응 속도를 비교하는 실시간 딥트윈(Deep-Twin) 대조 분석 그래프가 떴다. 한주영이 마이크를 빼앗아 들고 차갑고 명쾌한 목소리로 로비를 압도했다.
"주민 여러분, 그리고 여기 계신 경찰관님들! 저 자가 진짜 옹만복이라고 믿으십니까? 하지만 디지털 세계의 진실은 눈으로 보는 껍데기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저 자가 복제한 것은 완벽한 외모와 표정이지만, ‘절대 복제할 수 없는 단 한 가지’가 있습니다!"
전광판의 화면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곳에 뜬 것은 놀랍게도 지난 30년간 단 한 번도 불우이웃 성금이나 기부를 한 적 없는, 오직 악착같은 축재와 압류의 기록뿐인 ‘옹만복 고유의 뇌 신경 반응 패턴 및 블록체인 자산 거래 이력’이었다. 가짜가 흉내 낸 '자선의 마음'은 그의 생체 신경 데이터가 감지하는 순간 철저한 허위로 판명 났다.
하지만 그것은 결정타가 아니었다. 주영이 가짜의 스마트폰 단말기 주파수를 원격 해킹하여 로비 전체의 스크린과 기자들의 스마트폰으로 동시에 쏘아 올린 '비밀 채팅 로그'가 결정적인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텔레그램 암호 대화방]
[가짜 조직원]: "형님, 저 영감탱이 건물 명의랑 계좌 자산 다 우리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안전하게 넘어왔습니다."
[가짜 옹만복]: "입 다물고 조용히 해라. 오늘 기자회견 쇼 끝나는 대로 이 건물 급매로 처분해서 당장 해외 세이프하우스로 튀면 그만이야."
로비에 있던 공기가 완전히 멎었다.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무대 위 가짜의 얼굴을 사정없이 난사했다. 주민들과 세입자들의 눈빛이 1초 만에 경멸과 분노로 이글거렸다.
"아니… 저 뻔뻔한 놈이 진짜 사기꾼이었잖아!"
"어쩐지 평생 남의 피를 빨아먹던 영감이 갑자기 기부를 한다고 할 때부터 내 알아봤어! 저 도둑놈의 새끼를 당장 끌어내려라!"
주민들 중 일부는 무대 위로 돌을 던질 듯 분개했고, 로비 구경을 하던 사복 경찰들과 관할 지구대 경찰관들이 즉시 무대 위로 뛰어올라 가짜 옹만복과 그 일당의 양팔을 뒤로 꺾으며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
딸깍, 짤랑—
가짜 옹만복은 경찰들에 의해 바닥에 메다꽂히며 끌려 나가는 그 순간까지도 이를 갈며 치를 떨었다.
"놓아라! 이거 놔! 난 옹만복이야! 너희들 가만두지 않겠어!"
악다구니를 쓰며 연행되는 가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짜 옹만복은 다리가 풀린 듯 무대 아래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앞의 위기는 끝났지만,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은 승리의 환희가 아닌, 차가운 각성과 무거운 빚이었다. 진짜 인생을 되찾은 그 순간, 그는 비로소 자신이 세상에 무엇을 빚지고 살았는지 뼈저리게 직감하고 있었다.
6. 진짜 '나'를 찾아서
-고요를 되찾은 대저택과 거울 앞의 노인
모든 혼란과 소동이 마침내 가라앉은 대구 수성구의 대저택.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평일을 맞이하고 있었다. 가짜 옹만복과 그를 조종하던 AI 사기 조직은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한주영의 결정적 증거와 함께 관할 경찰서에 구속 수감되었고, 옹만복의 명의와 막대한 자산 역시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 법적으로도, 디지털 서버상으로도 그는 다시 명실상부한 ‘진짜 옹만복 회장’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음에도, 옹만복의 마음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그는 지하 홈시어터의 푸르스름한 자산 잔고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텅 빈 거실을 서성였다. 예전 같았으면 숫자가 찍힌 계좌를 보며 희열을 느꼈겠지만, 이제 그 차가운 화면 속에는 어딘가 허전한 공기만이 감돌았다.
-가짜가 남긴 뼈아픈 교훈과 깨달음
깊은 밤, 2층 침실의 거울 앞에 선 옹만복은 백발이 성성한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머리카락 한 올, 홍채와 지문까지 자신과 똑 닮았던 가짜 옹만복의 얼굴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가짜는 내 겉모습과 목소리, 내 재산까지 전부 복제해 낼 수 있었어… 하지만 그놈이 결코 흉내 내지 못한 단 한 가지가 있었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옹만복은 씁쓸하면서도 깊은 깨달음의 미소를 지었다. 기술이 아무리 눈부시게 발전하고, 세상이 감쪽같은 딥페이크와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낸다 해도 인간의 진심과 타인을 향한 마음만큼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었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쥐고 있던 ‘돈과 건물’은 언제든 기술과 타인의 탐욕으로 갈아치워질 수 있는 허울에 불과했다. 진짜와 가짜를 판가름하고, 진정으로 나를 지켜주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보안 시스템은 암호화된 방화벽이 아니라, 결국 ‘타인과의 따뜻한 연결과 신뢰’라는 것을 그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다음 날 아침, 옹만복은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3층짜리 상가 건물 1층 로비로 내려왔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은 ‘청년 카페’의 유리창 너머로, 젊은 사장이 피곤한 얼굴로 커피 원두를 정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의 그였다면 월세 3일 연체에 이자까지 앙칼지게 독촉했을 터였다.
하지만 옹만복의 발걸음은 건물 관리실의 메인 제어 콘솔 앞으로 향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빌딩 전체의 대형 전광판과 세입자 모바일 안내 시스템에 새로운 공고문을 직접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공지]
오늘부터 본 건물의 모든 세입자 여러분의 월세를 20% 인하합니다. 그리고 지난 세월 동안 부족했던 제 지독함을 깊이 사과드립니다.
우리 함께 오래오래 힘을 냅시다. 늘 고맙습니다.
— 건물주 옹만복 올림
전광판에 공지가 뜬 순간, 카페 안에서 머리를 긁적이던 청년 사장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전광판을 올려다보다가 이내 벅찬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옹만복은 자신의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를 켜고 셀카를 한 장 찍었다. 화면 너머로 찍힌 그의 얼굴에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찾아볼 수 없었던 진심 어린 따뜻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것은 그 어떤 고도화된 뉴럴 네트워크나 딥페이크 홀로그램도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진짜 ‘나’의 미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