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초저출산국이란 말은 이제 뉴스거리도 안됩니다. 간혹 정치권 일각이나 관련 단체에서 언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초저출산국 한국에서는 초저출산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노년층에서는 아이 낳고 양육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이 하나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주장하는 반면 아이 낳을 환경도 조성 안됐는데 무슨 출산이냐며 강하게 반발합니다. 미물도 새끼를 낳아 기르는 분위기나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개체수를 줄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둘 다 일리가 있는 말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출산률 제고가 힘든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최근 한반도미래연구원에서 전국의 20~49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심층 인식조사를 한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결론적으로 응답자의 43%가까이가 출산할 의향이 없다는 것입니다. 거의 절반이 결혼해서 자녀를 갖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결혼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53%였지만 출산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43%에 달합니다. 절반정도가 결혼할 의지도 출산할 의지도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로 남성은 경제적으로 불안해서(20%) 여성은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아서(18%)를 꼽았습니다. 출산의향이 없다는 응답가운데 여성이 53%로 남성의 33%보다 월등히 많았습니다. 출산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는 여성은 아이를 낳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4%) 자녀 돌봄과 양육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13%), 자녀 교육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11%) 등의 순입니다. 그래도 결혼 생각이 없는 미혼 남녀 가운데 39% 정도는 정부 정책과 기업 지원이 늘어나면 의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설문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습니다. 세계적인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이미 18년전 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콜먼 교수는 지난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암울한 미래를 예측했습니다. 콜먼교수는 40년 이상 인구문제를 다각적으로 연구해온 세계 인구학 분야의 권위자입니다. 너무도 불행하게도 콜먼교수의 예측은 거의 정확하게 적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소멸될 가능성이 지구촌 국가가운데 가장 높은데 무슨 희망이요 무슨 비젼이 존재하겠습니까. 콜먼교수가 경고한 2006년이후 한국의 정치상황이 어떠했습니까.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한 정권이 존재합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저런 이유로 감옥으로 향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농단으로 탄핵을 당했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은 검찰개혁과 부동산개혁 실패로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대통령입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국민들이 한국은 그래도 살기 괜찮은 나라다라고 평가하겠습니까. 일부 유튜브의 국뽕채널에서만 브라보 한국을 외쳐댑니다.
지금 한국에 주어진 가장 긴박하고 중대한 것이 초저출산 해소입니다. 초저출산 문제는 어느 한사람의 문제가 아닌 한국인 모두의 긴급 과제입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강 건너 불이요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어떻게든 만나 초저출산 문제를 논의해야 하지만 그들은 문을 서로 꽁꽁 닫고 있습니다. 그냥 임기만 채우면 그만이다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국민들도 지친 상태에서 자포자기하는 모습입니다.젊은 자녀에게 결혼과 출산을 권하는 분위기는 이미 옛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긴 그만큼 해결하기 힘든 것이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일 것입니다. 희망도 비젼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젊은이들이 무얼 믿고 자녀들을 낳겠습니까. 지구촌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에서 말입니다.
2024년 9월 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