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함을 지니지 못한 불찰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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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자주 다니는 미용실이 있다. 60대인 미용사는 매우 민첩한 여성으로 솜씨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 손님을 많이 받는 편이다. 내가 상담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인지, 그녀는 다른 손님이 없을 때 자신의 속내를 말하곤 했다. 남편의 병 뒷바라지나 아들의 결혼에 관한 우여곡절 등을 통해 자기가 깨닫게 된 것을 주로 말하는 편인데, 한번은 언니들의 딸들인 친정 조카들에 대한 속상함을 내비쳤다.
친정 식구들은 가난했어도 우애가 좋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자기는 결혼 후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조카딸을 한 명씩 데려다 미용 기술을 가르쳤다고 한다. 기술이라도 배워야 가난을 탈피한다며 자기 나름 불편함을 감수하며 가르쳤는데, 그들이 독립해 나갈 무렵에는 배 찬 소리를 하더란다. 이런 게 서운했느니 저런 게 서운했느니 라며 또박또박 말하는데, 그동안 애썼던 자기의 억장이 내려앉는 것 같아 한동안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친척이고 뭐고 다 소용없더라고 하였다.
그녀는 사리 판단이 명확하고 경우에 밝은 사람이라 자기 식대로 편향되게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대체 그들이 무엇을 불평하더라고 물었더니, 좀 더 푸근하게 대하지 못한 점을 말하는 것 같더라고 했다. 즉 자기는 푸근함 이상으로 불편함을 감수했는데, 그런 말을 듣고 나서는 괜한 오지랖을 폈나 싶어 남편 눈치를 많이 봤다고 했다.
나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아직 그들이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이들이라 그랬나보다 라며 가볍게 위로를 건넸다.
상담에서는 그때그때 배설하지 못한 찌꺼기가 억압되어 속에 쌓이면, 그것이 분노로 변질되어 온갖 문제를 일으킨다고 여긴다. 그리하여 옳든 그르든 그때그때 드는 생각이나 감정을 환기하는 식으로 다 표현하라고 촉구한다. 표현의 목적은 정화를 이룩하거나 헝클어진 마음을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증상을 앓는 환자에게나 적용하는 원리이지, 일반인에게 똑같이 하라고 했다가는 곤경에 처하게 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자칫 상대의 심기를 건드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실생활에서 모든 걸 마음에 와닿는 대로 퐁당퐁당 말했다가는 도리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환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그때그때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라고 할 때가 있는데, 이것은 원만한 소통을 통해 좀 더 돈독한 관계를 이룩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때 각별히 주의할 점은 상대를 비난하는 식의 언급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주로 혼동하는 걸 꼽으라면 소화력과 솔직함의 차이이지 싶다. 소화한다는 건 억지로 억압하는 것을 넘어 좀 더 깊이 헤아리거나 이해하는 것이고, 솔직함이란 자기 상태를 담백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상대를 비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얼마 전에 측근 사람이 내 취약점에 관해 언급했다. 그런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을 놀라우리만치 서늘해졌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비난하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내 나름 감내하는 게 있었는데, 그런 걸 안다면서도 그 시점에서 그런 표현을 하는 게 내 탓을 하는 듯했다.
그 후 나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자신의 비좁음과 씨름하며, 혹시 나 자신도 솔직함이라는 명분 아래 그동안 다른 사람에게 직언을 해대며 상처를 주지 않았나 하고 돌아봤다. 상대가 깨어나게끔 그랬던 것이긴 한데,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많이 부족했다고 본다. ‘어’ 다르고 ‘아’ 다른데, 좀 더 섬세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번 내뱉은 말은 도로 주워 담을 수 없다. 참으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게 말이다. 맥락, 타이밍, 분위기, 어조 등 어느 하나라도 시원찮으면 독이 되는 까닭이다.
그 미용사의 조카딸이 이모 곁을 떠나며 내뱉었던 말이 자기를 좀 더 푸근하게 품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 측근 사람 역시 나의 그런 점을 언급했던 것으로 여긴다. 아직 소화하지 못하는 말이긴 하나, 그렇다고 하나하나 따지거나 변명할 의사는 없다. 틀린 말이 아니니만큼,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하며 얼마나 더 성장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 따듯한 것을 우선으로 여긴다. 그런데 아직은 내 수준이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바로 그 점이 현시점에서 풀어야 할 내 문제라고 본다.
첫댓글 비슷한 경험 있네요..
어학연수로 온 친정조카 일년동안 돌봐주고
감사하단 말 대신에 섭섭한 뒷말 ...
ROTC 출신 조카 ..
집안일 도와주질 않았지요...
한국돌아가 펑펑 울었다네요..
정말 기가막혀요..
몇년 후 시댁 조카 다시 6개월동안..
뒷소리 들을 까봐 이것 저것 돈 낭비 많이 했네요..
카드 빚 많이 남겼지요...
감사 할줄 모르는 불쌍한 인간들 ,,~~